평범이? 평범한 사람? 아니! 평범이는 평창국제평화영화제(6월 17일~22일) 공식 캐릭터다. 아기 호랑이라고 한다. 이름은 지명 평창의 평과 호랑이를 뜻하는 순우리말 범에서 따온 듯하다. 영화제의 소개에 따르면 평범이는 “뉴노멀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하지 않은’ 아기 호랑이로 한반도의 정기를 상징하는 용맹한 수호자다. 평창 평씨의 시조 호랑이로, 2019년 8월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출생이며 명랑하고 활발한 성격에 친화력이 좋고 범세계적 평화를 지향한다. 밝은 노랑색 털과 보라색 줄무늬를 지닌 호랑이로 짱구 같은 두상과 귀여운 코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귀여운 캐릭터 평범이의 등장을 보면서 올림픽 대회처럼 영화제에도 공식 캐릭터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영화제에도 공식 캐릭터, 마스코트 있는지 찾아봤다.
부산국제영화제 - 푸르비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일 것이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 가운데 가장 오래 역사를 자랑하고 규모도 가장 크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 캐릭터는? 없다. 지금은 없지만 과거에는 있었다. 오래전 신문 기사가 검색됐다.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PIFF) 공식 캐릭터인 푸르비가 일본 동경영화제에 초청을 받아 해외로 처음 진출한다”는 내용이다. “푸르비의 이름은 푸른 빛을 전해주는 영사기란 뜻이고 3회 영화제 때 첫 소개됐다”고 전한다. 이어지는 기사 내용에 따르면 “올해 나이가 겨우 두 살인 푸르비의 성격은 덜렁대는 장난꾸러기지만 영화에 관해선 무척이나 똑똑한 척을 하고 좋아하는 음식은 팝콘과 콜라, 취미는 혼자서 영화 보기나 낡은 필름 뒤지기라고 한다.” 1999년 작성된 ‘부산일보’의 이 기사 속 푸르비 캐릭터 상품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비프 - 커봉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 캐릭터는 없지만 부산국제영화제의 관객 참여 프로그램인 커뮤니티비프에는 공식 캐릭터가 있다. 벌처럼 생긴 이 캐릭터의 이름은 커봉이다. 홈페이지에 등재된 소개를 보자. “대한민국 부산광역시 중구 남포동에서 2018년 출생. 커봉이 본인도 언젠가는 슈퍼스타가 되어 비프 광장에 핸드(?)프린팅을 남기는 걸 꿈꾼다. 먹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며 먹을 때마다 뭐든 흘려서 늘 턱받이를 하고 다닌다. 귀엽고 쾌활한 커봉이와 함께 커뮤니티비프를 즐겨보자.” 커뮤니티비프는 초창기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 남포동에서 열리는 행사다. 커봉이가 남포동에서 태어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 jiff family 날리와 친구들
전주국제영화제도 공식 캐릭터가 과거에 있었다. 공식 이름은 좀 복잡하다. jiff family - 날리와 친구들이라고 한다. 보통의 경우에는 앞의 문구는 빼고 날리와 친구들이라고 부르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2002년에 보도된 ‘씨네21’에 날리와 친구들에 대한 짧은 기사가 있다. 날리와 친구들은 “실험성과 가능성이라는 젊은 영화제의 성격을 부각시키기 위해 제작했다”고 한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젊은 시절의 이야기다. 얼마 전 폐막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22회였다. 날리와 친구들이라는 공식 캐릭터가 있던 2002년 3살이던 전주국제영화제는 무럭무럭 자라서 22살의 청년이 된 셈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환상세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는 평범이, 푸르비 같은 이름을 가진 전통적인 형태의 공식 캐릭터가 없다. 대신 환상세포라는 게 있다. 캐릭터라고 하기엔 어딘가 어색한 공식 이미지, 브랜드 이미지, 공식 심벌이라고 부르는 게 좋을 것 같다. 2018년에 열린 22회 영화제 공식 포스터에서 이 환상세포를 공포 영화 속 캐릭터처럼 만들어서 선을 보인 적이 있다. 당시 보도자료에는 환상세포를 아트 토이라고 불렀다. 환상세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캐릭터 역할을 지금도 톡톡히 하고 있다. 영화제 로고부터 각종 기념품에도 환상세포의 이미지가 여전히 사용된다. 그렇다면 환상세포는 언제 만들어졌을까. 문득 궁금해져서 검색을 하던 중 1997년에 열린 1회 영화제 포스터를 보는 순간 해답을 알 수 있었다. 환상세포는 영화제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존재해왔다. 올해 부천판타스틱영화제는 7월 8일부터 18일까지 열린다.
정동진독립영화제 - 우산살 소녀
정동진독립영화제에는 우산살 소녀란 공식 마스코트가 있다. 노란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우산살만 남은 우산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소개는 이렇다. “우산살소녀는 초롱한 밤하늘의 별들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태어난 귀여운 꼬마이다. 우산살은 그녀의 마법봉, 명랑하고 재기발랄한 성격의 우산살 소녀는 독립, 대안, 낭만의 영화제를 지켜주는 깜찍한 수호천사이다.” 야외 상영으로 진행되는 정동진독립영화제는 날씨가 매우 중요하다. 우산살 소녀는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관객과 영화제 관계자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귀여운 마스코트를 가진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올해 여름 23회 영화제가 열린다. 8월 6일부터 8일까지 강릉시 정동초등학교.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 백로기와 아이들
파주, 고양시 등지에서 열리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남과 북, 비무장지대까지 마음껏 날 수 있는 새, 기러기를 상징 이미지로 사용하고 있다. 먼저 백로기와 아이들이라는 공식 캐릭터가 있다. 영화제는 “자유로운 창작 정신을 상징하는 흰 기러기 백로기와 평화, 소통, 생명의 의미를 담은 세 마리의 아기 흰 기러기 캐릭터가 백로기와 아이들이다”이라고 캐릭터를 소개한다. 공식 캐릭터와 별도로 영화제의 상징적 이미지로 백로기가 2012년부터 사용되고 있다. 이름은 같지만 공식 캐릭터와는 다른 모습이다. 브랜드 이미지로 영화제 공식 로고 등에 사용되는 백로기는 흰기러기 신사다. 모자를 쓰고 외알 안경인 모노클을 착용했다.
24초영화제 - 미정이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24초영화제는 미정이라는 공식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다. “찍고 싶은게 생길 때마다 눈을 반짝! 거리며 폭탄머리에서 카메라를 꺼내 드는 미정이! 찍고 싶은 영상도, 만들고 싶은 영화도 많아 항상 눈에 별을 달고 다닌답니다!”라는 소개를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 비키프렌즈
2018년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는 비키프렌즈라는 캐릭터를 선보인 적이 있다. 비키프렌즈는 영화배우 곰, 감독 갈매기, 스태프 두더지를 포함한 총 3개의 귀여운 동물 친구들이라고 한다.
평창국제평화영화제의 공식 캐릭터 평범이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국내 다른 영화제의 공식 캐릭터에 대해 조사해봤다. 보통 영화제 공식 포스터를 통해 기획의도 등을 담아내는 경우가 많다. 이와 함께 영화제 고유의 캐릭터를 잘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환상세포가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