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위하준의 필모그래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스크린 속 그가 연기한 인물들과 브라운관 속 인물들이 아주 판이하다는 것이다. 선악이 공존하는 얼굴을 도구 삼아, 맡은 역할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대중들을 놀라게 하는 배우들은 더러 있다. 하지만 매체에 따라 캐릭터가 이분화된 배우는 드물다.

드라마 속에서 위하준은 내내 부드러운 미소로 대중들을 심쿵하게 만들고, 영화 속에서는 살벌한 눈빛으로 많은 이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한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미드나이트>에서는 연쇄살인마로 분해 살벌함의 정점을 찍기도 했다. 하반기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는 형사 역할로 출연 예정인데, 과연 어떤 얼굴을 보여줄 것인지 몹시 기대가 크다. 오늘은 영화와 드라마 속 위하준이 연기한 캐릭터들을 파헤쳐 보았다. 지킬 앤 하이드도 울고 갈 그의 두 얼굴,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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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미스터 블랙> 하준

위하준의 드라마 데뷔작이다. 4회에서 첫 등장을 하게 되는데, 그는 인터넷 잡지사의 삼류 기자인 하준을 연기했다. 비중이 큰 역할은 아니었지만, 능글맞은 연기와 감초 같은 캐릭터로 극의 웃음 포인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황금빛 내 인생> 류

대중들의 눈에 들기에는 주말드라마만 한 것이 없다. 그는 최고 시청률 45%를 기록한 주말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재벌가 막내딸의 보디가드 류 역할로 출연하며, 시청자들의 심장을 여러 가지 이유로(!) 쥐락펴락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윤승호

이 작품 속 승호의 모습이 그가 연기한 역할들 중 가장 실제 모습과 가깝지 않을까. 그는 윤진아(손예진)의 남동생 승호를 연기하며 현실 남매 케미를 뽐냈다. 실제 위하준은 누나가 있다고 밝혔는데, 덕분에 현실 고증 철저히 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던 듯하다. 이 작품을 통해 그는 주목받는 신예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날의 커피> 하민

그의 본격 멜로 연기를 볼 수 있었던 첫 작품은 웹드라마 <그날의 커피>. 스물여섯 취준생 커플의 연애를 다룬 작품으로, 그는 기계공학 전공의 자타 공인 사랑꾼 하민을 연기했다. 여자친구 소명을 향해 늘 꿀 떨어지는 눈빛과 광대 폭발하는 미소를 보여주며, 남친짤을 여럿 생성하기도.

<최고의 이혼> 임시호

이번엔 남자친구보다 더 설렌다는 썸남이다. 그는 조석무(차태현)와 이혼한 강휘루(배두나)의 마음을 흔드는 뮤지션 임시호를 연기하며, 세상 다정하고 배려 넘치는 연하남의 표본을 보여준다. 극중 삽입된 OST도 직접 부르며 여심을 한 번 더 깔끔하게 루팡! 참고로 배두나와 위하준의 나이차는 띠동갑이다.

<로맨스는 별책부록> 지서준

그리고 그는 다시 연하남 역할로 돌아온다. 극 중 강단이(이나영)을 향해 돌진하는 프리랜서 북 디자이너 지서준을 연기했는데, 다시 한번 상대 배우와 띠동갑 나이 차를 뛰어넘은 로맨스 연기를 선보인다. 일 앞에서 프로다운 모습과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한없이 다정한 모습에 많은 누나들이 심장을 부여잡았다.

<18 어게인> 예지훈

이듬해 브라운관에서 그가 선택한 연하남은 또 한 번 빛이 났다. 영화 <17 어게인>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서 위하준은 정다정(김하늘)에게 직진하는 핫한 야구선수 예지훈으로 분했다. 이처럼 위하준은 브라운관에서 줄곧 스윗함 넘치는 연하남을 연기하며, 마침내 국민 연하남으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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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 어린 우곤

위하준은 2015년 개봉한 영화 <차이나타운>으로 데뷔했다. 그는 극 중 엄태구가 분한 우곤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는데, 우곤은 차이나타운의 대모로 군림하고 있는 엄마(김혜수)의 오른팔이다. 위하준이 연기한 어린 우곤의 분량은 짧았지만, 그가 보여준 매서운 눈빛의 여운은 참 길었다.

<나쁜놈은 죽는다> 차명호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손예진과 만나기 전 먼저 함께했던 작품이 있다. 바로 2015년 개봉한 영화 <나쁜놈은 죽는다>이다. 한중 합작 영화로 그는 미스터리한 인물 차명호를 연기했는데, 어두운 차 안에서 차가운 말투로 이야기하던 위하준의 존재감이 대단했다.

<커터> 정태

2018년 이전까지 위하준이 출연한 작품들에서 그의 모습을 포착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거의 숨은 하준 찾기수준. 영화 <커터>10대 고등학생들이 범죄에 가담하고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작품이다. 위하준은 친구를 괴롭히는 학생 정태로 분해 불량스러운 면모를 짧게나마 잘 보여주었다.

<박열> 형무소 조선인청년

흑색 운동사 소속 학생들입니다. 감사드립니다. 선배님의 정신을 이어 나가겠습니다.” 대사는 단 세 마디, 출연 시간은 채 10초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영화 속에서 늘 보여주던 나쁜(!) 얼굴과는 정반대 지점에 있는 인물을 연기해 더욱 눈에 띄었던 작품이다.

<반드시 잡는다> 젊은 정혁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그가 연기한 인물이 어떤 역할인지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착한 얼굴은 아니다. 극 중 천호진이 연기한 정혁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다. 사실 단역이라 얼굴도 제대로 나오지 않지만 나름 강렬한 캐릭터였다.

<곤지암> 하준

오늘의 위하준을 만들어준 영화 <곤지암>. 그가 주연으로 출연한 첫 장편 영화로, 곤지암 정신병원으로 공포체험을 떠나는 체험단의 리더 하준을 연기했다. 극 초반에는 멤버들을 지휘하는 카리스마 가득한 모습을 보여주나, 이야기가 진행되며 예상치 못한 일들을 맞닥뜨리고 이성을 잃어가는 모습이 관전 포인트다.

<걸캅스> 우준

이 작품에서는 대놓고 악역을 연기한다. 위하준은 영화 속 민원실의 콤비 미영(라미란)과 지혜(이성경)가 뒤쫓는 디지털 범죄조직 4인방의 리더 우준으로 분했다. 마약을 이용한 성범죄를 비롯해 온갖 추악한 악행을 저지르는 최종 보스역할이다.

<샤크: 더 비기닝> 정도현

웹툰 <샤크>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서 그는 학교폭력 피해자 차우솔(김민석)이 소년교도소에서 만난 종합격투기 챔피언 정도현 역할을 맡았다. 초반에는 줄곧 차가운 눈빛과 냉소적인 태도로 일관하지만, 차우솔을 만나 그의 멘토가 되며 함께 성장해나가는 인물이다. 다정한 연하남도, 무서운 범죄자도 아닌 위하준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볼 수 있었던 캐릭터다.

<미드나이트> 도식

그간 스크린에서 갈고 닦은 거칠고 어두운 모습들의 방점을 제대로 찍었다. 선악이 함께 있는 그의 얼굴을 십분 활용해, 두 얼굴의 연쇄살인마 도식을 연기하며 극과 극을 오가는 캐릭터를 무섭게 소화해낸다. 또한 여러 인터뷰를 통해 연쇄살인마는 꿈꿔왔던 역할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씨네플레이 객원기자 B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