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나타샤에게 바치는 마블의 헌사
★★★☆
히어로 영화가 주는 장대한 스펙터클보다는 첩보 액션물이 주는 특유의 긴장감이 돋보인다. 인간인 블랙 위도우가 가진 능력의 한계에 대한 우회가 아니라 그가 가진 타격감 넘치는 액션에 중점을 두었기에 가능한 방향성이다. 레드룸으로 대표되는 갇혀 있는 모든 이를 위한 구원의 영화이자, 어벤져스로 기억되는 유사 가족의 연대와 성장담이다. 여성의 활약을 온전하게 담아내 여성이 구원의 대상이 아닌 주체적인 존재로 그려낸 점도 반갑다. 여성 히어로 솔로 무비의 정점을 이제라도 만난 점이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블랙 위도우만의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는 데까지 10여 년의 세월이 걸린 점은 아쉽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피해자에서 생존자로, 구원의 연대가 쓴 영웅서사시
★★★☆
늦었지만 <블랙 위도우>에서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빈 공간으로 남겨져 있던 나타샤(스칼렛 요한슨)의 내면으로 들어간다. 블랙 위도우가 된 뒤에도 가지고 있는 죄책감과 그늘의 정체가 설명되는 동시에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자신을 희생하면서 떠난 그가 어째서 그러한 위대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보여준다. 여기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여성들의 연대다. 나타샤는 스스로 학대받은 여성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데 자신처럼 학대받은 여성들을 구하면서 가능했다. 토르처럼 날 때부터 신도 아니고 아이언맨 같은 억만장자나 헐크 같은 초인이 아닌데도 블랙 위도우가 영웅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나타샤, 아이덴티티
★★★☆
블랙 위도우의 마지막 순간은 <엔드게임>에서 이미 공개됐고, <엔드게임> 이후를 그린 <스파이더맨: 파 프럼 홈>까지 나온 상황에서 온전히 ‘나타샤 헌정 영화’로만 그리기엔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흩뿌려놓은 떡밥들을 회수하는 것만큼이나, MCU 페이즈4의 첫 포문을 여는 작품으로서 향후 세계와의 연계성도 염두에 둬야 하니 말이다. 자연스럽게 <블랙 위도우>는 차기 주자의 데뷔 무대로서도 중요하게 기능한다. 블랙 위도우에만 집중하길 원했을 팬들에겐 다소 성에 차지 않은 이별식일 수 있는데, 다행이라면 새로 투입된 플로렌스 퓨의 매력이 워낙 출중해 의외의 재미를 선사하는 지점들이 있다. 빌런의 화력이 세지 않은 건 아쉬운 부분. 그러나 블랙 위도우의 목표가 ‘복수’보다 ‘구원’에 찍혀 있다는 점에서 ‘이별에 대처하는 마블의 자세’가 충분히 읽힌다. 어쨌든, 그토록 원했던 블랙 위도우의 솔로 무비를 마지막으로 스칼렛 요한슨을 보낼 수 있어 다행이다. 그동안 수고했어요.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언니는 멋지다
★★★☆
<아이언맨 2>(2010)에 첫 등장한 블랙 위도우 캐릭터의 솔로 무비를 만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이제야 혹은 때늦은 만남이라는 생각을 잊게 만들 정도로, 온전히 블랙 위도우의 이야기로 채워진 영화는 필요불가결한 역할을 한다. 성긴 구성과 도식화된 구조를 부정할 수는 없으나 나타샤 로마노프라는 인물을 파고들어 여성, 가족, 히어로 영화의 원형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스칼렛 요한슨의 합당한 액션과 플로렌스 퓨, 레이첼 와이즈, 데이빗 하버의 역할 분담이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일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