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디슈
감독 류승완
출연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김소진, 정만식

모가디슈

감독 류승완

출연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김소진, 정만식

개봉 2021.07.28.

상세보기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돌아온 액션 장인 류승완
★★★☆
볼거리는 차고 넘친다. 총탄이 빗발치는 내전의 한복판, 그곳을 벗어나려는 생존의 몸부림이 긴장감 넘치는 자동차 액션에 담겨 이국적 풍광 속에 펼쳐진다. 탈출이라는 간결한 서사지만 인간성이 사라진 내전 한복판의 극단적인 상황이 불러일으키는 팽팽한 서스펜스가 관객의 시선을 시종일관 부여잡는다. 류승완 감독이 만들어 낸 독보적인 액션 장면은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고, 폭발하는 감정을 미묘한 표정으로도 완전하게 표현해 낸 김윤석, 허준호의 연기는 언급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의도적인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다양한 주변 인물들의 서사가 느슨하게 다뤄진 점과 연기자들의 뛰어난 면면에 비해 돋보이는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내지 못한 점은 안타깝다. 서로를 계몽하거나 적대시하는 전형적인 남북 관계를 벗어난 점은 좋지만, 국제 정세 속에 던져진 남북의 상황을 깊이 있게 묘사하지 못한 점도 다소 아쉽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곁눈질 없는 탈출극
★★★☆
모로코 올로케이션으로 완성한 이 영화는 가히 프로덕션의 승리다. 애초에 관록 있는 감독과 제작자의 프로젝트기에 가능했다. 여기저기 곁눈질하는 대신 생존을 위한 탈출이라는 목표 하나를 위해 날아가는 화살 같다. 담백한 목표 설정 덕분에 시대를 관통하는 질문의 깊이는 얕은 편이다. 오직 조화로운 캐릭터 앙상블, 생생한 프로덕션, 오락성 짙은 액션을 잘 버무린 상업영화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 분단국가의 비극성을 필요 이상으로 강조하지는 않는다는 점은 이 영화에 안정적인 온도를 만든다. 남북으로 나뉜 인물들은 단기 목표를 위해 손잡는 이들이 느낄 법한 적절한 감정선에 충실하다. 비단 남과 북이 아니라 이런 방식의 고난을 함께 하고도 서로에게 일말의 인간애도 느끼지 못하는 캐릭터들로 표현됐다면, 오히려 그게 더 비현실에 가까웠을 것이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브레이크 밟지 않는 탈출극
★★★☆
1991년 소말리아 모가디슈, 남북 대사관 측은 내전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함께 생존을 도모한다. 총알 세례를 정면 돌파하는 카체이싱 탈출극이 상업영화로서의 재미를 담보하고, 남북의 대립과 화해는 과거뿐 아니라 현재의 현실까지 소환한다. 끔찍하게 전개되는 내전은 자연스레 한국전쟁과 겹쳐지면서 남의 일이 아니게 되며, 한반도가 아닌 곳에서 가능했던 남과 북의 일시적인 통일은 여전히 분단되어 있는 현실에서 공존의 길을 모색하게 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오버페이스 없이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
‘탈출’이라는 목표를 향해 뭉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솜씨가 극 전반에 새겨져 있다. 모래바람이 입안에 씹힐 것처럼 시대적 공기가 까끌까끌하게 카메라에 맺혀 있고, 적재적소에 자리한 생생한 사운드가 현장으로 상상을 실어 나른다. ‘남과 북’이라는 소재가 안기는 여러 유혹에도 불구하고 오버페이스를 경계하며 주제 전달에 주력한 연출에서 뚝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전반적인 완성도에 비해 영화적 활력은 충분히 빌드업되지 않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는 신파의 유무나 액션 스펙터클 강도 때문이라기보다 캐릭터 운용의 문제 같다. 죽음의 질주를 함께 한 이들의 정서적 감흥이 꼬리 긴 감동을 자아내려면, 캐릭터들 개성이 쌓이고 인물 간 심리가 촘촘하게 엮여야 하는데, 풍경으로 기능한 캐릭터가 의외로 많다 보니 그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한국 영화의 격을 높인 블록버스터
★★★☆
완성도 면에서 한국 영화의 정점에 도달한 작품이다. 고립, 탈출, 생존이라는 키워드에 맞춰 영화를 이루는 모든 요소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최적의 결과를 낸다. 기교나 신파 없이 정공법으로 승부한 류승완 감독의 전략은 한국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다. 후반부 카체이싱 탈출 장면은 ‘액션 베테랑’ 류승완의 내공이 담긴 회심의 일격으로 앞으로 회자될 것이다. 정치적 상황을 다루는 태도 면에서도 전작들과 비교해 한층 세련된 영화적 화법을 취해 공감대를 넓힌다. 김윤석, 허준호, 구교환 등 배우들의 연기야말로 러닝타임 121분 동안 관객을 단단히 붙든다. 기꺼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


방법: 재차의
감독 김용완
출연
엄지원, 정지소, 정문성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연상호 유니버스의 진화
★★★
드라마 <방법>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동시에 연상호 좀비 유니버스의 진화를 보여준다. 기존의 좀비들과 달리 주술사의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방법: 재차의>의 좀비는 완전히 색다르다. 여기에 한국 토속신앙과 동남아시아의 주술까지 덧붙여 독창성을 더했다. 독특함으로 무장한 좀비들의 활약은 카체이싱, 맨손 액션 등을 통해 전과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대립하는 관계의 중심에서 주체적인 역할로 존재한다. 권력과 자본이라는 멈출 수 없는 욕망이 만든 부조리 속에서 소외된 약자의 문제를 담아낸 점도 눈길을 끈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의미 있는 시도에 그치는
★★☆
드라마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방법사 캐릭터로 아시아의 괴담을 다루는 연상호의 극본은 <방법> 세계관의 중심이다. 강점은 분명하다. 만화적 상상력이 영상으로 펼쳐지는 순간 시원시원한 시각적 쾌감이 연출된다. 이번 영화의 경우엔 도로를 달리는 차 위를 거침없이 넘나드는 재차의 무리를 보여주는 식이다. 하지만 하나의 에피소드로 따로 보기에는 이야기의 밀도도, 선택의 딜레마 없는 단선적 행동 범위 안에서 움직이는 인물들의 사연도 촘촘하지 않다. 상상력을 온전히 뒷받침하지 않는 미술 파트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결과적으로는 각 플랫폼의 벽을 넘어 세계관을 확장했다는 의미 있는 시도 정도에 그치고 만다.

방법: 재차의

감독 김용완

출연 엄지원, 정지소, 정문성, 김인권, 고규필, 권해효, 오윤아, 이설

개봉 2021.07.28.

상세보기

갈매기
감독 김미조
출연
정애화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저는 주오복입니다
★★★
임선애 감독의 <69>(2020)가 성폭행을 당한 60대 여성에 대한 편견과 2차 가해의 상황을 집요하게 따라간다면, 김미조 감독의 <갈매기>는 같은 상황의 여성이 처한 현실을 치장 없이 거칠고 억세게 드러낸다. <갈매기>가 이룬 영화적 성과의 상당 부분은 주인공 주오복 역을 맡은 배우 정애화의 힘 덕분인데, 영화의 서사가 지닌 빈틈은 그의 연기를 통해 채워진다. 독특한 영화적 공기를 만들어내는 감독의 솜씨도 인상적이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당신의 존엄
★★★☆
여성 서사 안에서도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미디어에서 60대 여성은 거의 무성적 존재다. 아내, 자식을 돌보는 엄마, 노동하는 존재 외 개인적 특수성을 지닌 인격체로 그려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여성 성폭력 이슈도 마찬가지다. 젊은 세대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사회와 미디어는 모욕적인 방식으로 그 사실을 묵과하기 일쑤다. 감독은 중년 여성 오복(정애화)에게 일어난 사건의 묘사 자체가 아니라, 이후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추가 가해의 상황들에 집중한다. 가족을 포함한 지역 사회는 인물에게 일어난 일을 ‘한강에 배 한 번 지나간 것’ ‘응하지 않았다면 성립할 수 없는 일' 취급한다. 오복이 수치심과 괴로움 사이에서 주저앉는 대신,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투쟁해가는 과정을 포착해내는 것은 이 영화의 빛나는 성취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존엄을 지키기 위한 날갯짓
★★★☆
잘못한 건 그녀가 아닌데, 왜 아픈 건 그녀여야 하는가. 성폭행을 당하고도 위로는커녕 2~3차 가해를 당하는 중년 여성 오복(정애화)이 처한 상황엔 성폭력 문제에 접근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압축돼 있다. 공동체란 이름 아래 침묵을 종용받는 중년 여성의 인권. 김미조 감독은 오복이 겪는 피해 상황을 자극적으로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그녀가 겪는 감정의 풍량은 섬세하게 잡아챈다. 피해자에서 생존자로, 이름 잃은 존재에서 자기 생의 주체자로 날갯짓하려는 오복의 선택이 주는 울림이 상당하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존엄한 삶을 쟁취하라
★★★☆
홀로 세상과 맞서는 중년 여성의 이야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생업을 위해 투쟁을 마다하지 않던 주인공이 성폭력 피해자가 되면서 겪는 상황 속에 여성, 노동, 가족 문제가 드러난다. 여성을 중심에 두고 의존, 공생 관계에 놓인 인물들을 배치해 문제의식을 높이는 감독의 연출력이 출중하다. 일평생 자신을 낮추고 그림자처럼 살아온 여성이 자기 존엄을 지켜나가는 과정은 숭고하면서도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흡사 새의 날갯짓 같은 주연배우 정애화의 역동적인 연기가 파급력을 발휘한다.

갈매기

감독 김미조

출연 정애화

개봉 2021.07.28.

상세보기

우리, 둘
감독 필리포 메네게티
출연
바바라 수코바, 마틴 슈발리에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우리가 사랑할 권리
★★★☆
간결한 세팅 안에서 인물들의 상황과 심리를 연결하는 힘이 탁월한 영화다. 노년 레즈비언 커플의 이야기는 복도를 사이에 두고 이웃으로 살아가는 관계성으로 압축된다. 물리적 거리는 그토록 가깝지만, 가족과 사회의 편견에 부대껴 관계를 설명하지 못하는 두 사람의 거리는 늘 멀리 떨어진다. 급작스레 찾아온 병마도 이 둘을 한층 더 멀리 갈라놓는다. 한 사람이 쓰러져 간병인의 손길을 받아야 하는 사이, 다른 한 사람이 사랑을 되찾고자 애쓰는 과정은 의외의 서스펜스를 동반하며 장르적 재미마저 준다. 엄마의 연인을 모르는 딸, 의뭉스러운 간병인 등 주변 캐릭터들의 입체적 묘사도 극에 긴장과 활기를 입힌다. 그저 서로를 사랑하는 게 이렇게 어려울 일인가.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 먹먹하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서스펜스 머금은 퀴어 로맨스
★★★
아파트 복도를 사이에 두고 20년간 몰래 사랑을 키워 온 두 노년 여성의 이야기. 세상으로부터 공인받지 못한 이들의 관계에 병마가 끼어들면서 영화는 기존 퀴어물들과 다른 노선을 취한다. 동성애를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 성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마음, 외면할 수 없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숨죽인 관계를 서스펜스로 확장 시킨 점이 흥미롭다. 제78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에서 <미나리>와 경합했던 작품.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내 사랑은 반드시 내가 지킨다
★★★☆
여생을 함께 보내기로 결심한 두 노년 여성에게 예기치 못한 문제가 벌어진다. 한 명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 그들은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두 연인이 하나가 되기를 반대하는 방해꾼들을 어떻게 물리칠 것인가를 필리포 메네게티 감독은 밀도 높은 서스펜스극으로 설계해 짜릿함을 안긴다. 불안과 긴장을 일으키는 사운드, 주연배우 바바라 수코바와 마틴 슈발리에가 내뿜는 관록의 연기가 영화의 리듬과 생동감을 만들며 자유로운 에너지를 전달한다.

우리, 둘

감독 필리포 메네게티

출연 바바라 수코바, 마틴 슈발리에

개봉 2021.07.28.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