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재미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개봉 직전까지 ‘황정민이 황정민한 영화’로 황정민만을 앞세웠던 영화 <인질>. 알고 보면 황정민을 납치한 납치범들이 영화의 쫀득함을 배로 살리는 작품의 히든 카드다.

그간 스크린에서 볼 수 없었던 생경한 얼굴로 더한 긴장감을 심었던 <인질>의 인질범들. 그를 연기하며 강렬한 신고식을 치른 <인질>의 조연 배우들을 소개한다. 

김재범 | 최기완 역
무미건조한 표정과 흔들림 없는 말투. 도무지 감정의 변화를 알 수 없는 얼굴로 극에 긴장을 부여하던 인질범들의 리더 최기완은 무게감 있는 목소리만으로도 제 인장을 강렬히 새긴다. 호리한 몸매와 창백한 피부, 날카로운 눈매까지. 외모에서부터 서늘함을 장착해 극의 분위기를 휘어잡던 최기완, 그를 연기한 김재범은 스크린의 뉴페이스임에도 불구하고 스크린 신예답지 않은 포스로 관객을 압도했다.

연극, 뮤지컬을 즐겨보는 이들이라면 반가웠을 배우 김재범은 200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해 현재까지 꾸준히 무대 위에서 활약 중인 18년차 배우다. 함께 공연을 했던 황정민의 추천으로 <인질>의 오디션을 봤고, 1000:1의 경쟁률을 뚫고 메인 빌런 최기완 역을 따냈다. 애드립의 천재로 불리며 다양한 스펙트럼의 캐릭터를 소화해온 김재범이 앞으로 스크린에 새길 신선한 얼굴들을 기대해보자.

류경수 | 염동훈 
최기완이 브레인이라면, 염동훈은 행동 대장이다. 인질범들의 2인자로서 황정민을 납치해둔 아지트의 왕으로 군림하는 염동훈은 어디로 튈지 모를 광기 어린 눈빛과 폭력적인 행동으로 인질과 관객을 공포로 내몬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애청자였다면 반가웠을 배우. 거친 과거를 털고 '단밤'에 합류한 캐릭터 최승권, 그의 성장을 입체적인 연기로 표현하며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류경수는 이미 여러 편의 작품으로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왔던 충무로의 기대주다. 차기작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연상호 감독과 넷플릭스가 손을 잡은 <지옥>, 전여빈, 나나, 이동휘와 함께 호흡을 맞춘 미스터리 드라마 <글리치>에 출연한다.

이호정 | 샛별 역
인질범 사이의 홍일점. 샛별은 사제 폭탄, 사제 총을 만들며 조직에 힘을 보탠다. 러프한 숏컷과 날선 눈빛, 거친 말투까지. 다듬어지지 않은 매력으로 등장 신에서부터 인질을 찍어 누르는 포스를 뽐낸 캐릭터. 이전과 다른 스타일링으로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데 성공한 모델 출신 배우 이호정이 샛별을 연기했다.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2012년 모델 데뷔 후, 2016년부터 카메라 앞에 연기자로 서기 시작한 이호정은 <청년경찰>의 피해자 윤정을 비롯해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등에 짧게 얼굴을 비추며 눈도장을 찍어왔다. 올해는 그녀가 '라이징 스타'의 타이틀을 달고 더 많은 이들에게 얼굴을 알린 해로 기억될 것. 최근 드라마 <알고 있지만,>에선 <인질>의 샛별과 정반대 지점에 선 호감형 인싸 캐릭터 윤솔을 연기하며 또 다른 매력을 뽐냈다. 

정재원 | 용태 역
“드루와, 드루와. 그거 한 번만 해주세요” 극한의 상황, 팬이라는 납치범의 험악하고 간곡한 부탁에 황정민이 어이없어 하는 장면은 관객에게도 헛웃음을 전하며 극에 숨 쉴 틈을 열어준다. 험악한 외모와 거대한 덩치로 인질들이 탈출할 수 없도록 입구를 막아내는 문지기. 인질범 중 가장 빈틈을 많이 보이는 용태는 배우 정재원이 연기했다. 

지방의 작은 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해 대학로에서 뿌리를 내린 배우 정재원은 그간 <데스트랩> <빨래> 등 유명 연극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인질>은 스크린의 큰 배역을 따내는 데 성공한 첫 작품. 오디션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 단번에 용태 역에 캐스팅됐다. <인질>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가 앞으로 충무로의 신스틸러 계보를 이어갈 것이란 확신이 든다. 

이규원 | 고영록 역
리더 최기완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거구 고영록은 상대방을 단번에 무력화시키는 어마어마한 힘, 두터운 팔 다리를 활용한 둔탁한 액션만으로도 공포감을 자아내는 캐릭터다. 배우 이규원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했다. 아직까진 프로필상 알려진 정보가 별로 없는 미지의 배우. 첫 스크린 작품에서 단번에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는 연기를 펼친 그가 또 어떤 새로운 캐릭터로 관객을 찾을지 기대해보자.

이유미 | 반소연 역
인질범은 아니지만, <인질>을 보고 나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뉴페이스. 황정민과 함께 인질로 잡힌 카페 아르바이트생 소연을 연기한 이유미다. 소연은 두려움의 끝에 선 극한의 상황에서도 강단 있는 정신력과 기지를 발휘해 황정민의 좋은 파트너로 활약한다. 온몸이 묶인 상황, 눈빛과 표정, 말투만으로 긴박함을 담아낸 신인 배우의 내공 깊은 연기는 관객에게 더한 몰입감을 전하며 작품의 리얼리티를 살렸다.

소연을 연기한 이유미 역시 연달아 좋은 연기를 선보이며 눈도장을 찍어왔던 신예 배우다. <황해>에서 태원(조성하)의 딸로 출연해 스크린에 입문한 이유미는 이후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등의 작은 역을 거쳐, 최근 <박화영>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기댈 곳 없는 청춘의 상처 가득한 얼굴을 생생하게 담아내며 평단의 인정을 받았다. 차기작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과 <지금 우리 학교는>. 연달아 ‘핏빛’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이 배우가 또 어떤 연기로 관객을 놀라게 만들지 기대해봐도 좋겠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