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트
감독 레오 카락스
출연 아담 드라이버, 마리옹 꼬띠아르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경계를 넘나드는 불온한 탐미
★★★★
레오스 카락스는 오프닝 시퀀스를 통해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적 정체성을 고백함과 동시에 모든 것의 경계를 넘나들 것임을 선언한다. 실제로 <아네트>는 영화와 삶, 무대와 무대 바깥, 노래와 말, 숨 쉬는 것과 죽음, 고귀한 아름다움과 추잡한 쇼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의 총체다. 카메라는 무대와 백스테이지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불안하게 부풀려진 환상과 어두운 현실의 경계를 부지런하게 흩트린다. 파멸로 향하는 강렬한 자기 충동에 사로잡힌 자를 탐미적 시선으로 바라본 결과물이기도 하며, 이 같은 시선은 추락하는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영화 바깥 실제 감독의 삶으로까지 자연스럽게 확대된다. 감독이 이야기한 ‘나쁜 아버지'는 아마도 그의 심연에 자리한 존재였을 것이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레오스 카락스가 노래한 라라랜드의 악몽
★★★★
미끈하고 흠잡을 데 없는 영화가 주는 즐거움만큼이나 울퉁불퉁하고 불완전하지만 만든 이의 심연이 느껴지는 영화를 만났을 때의 기쁨 또한 귀하다. 게다가 레오스 카락스의 인장이 찍혀있다면 영화가 이끌고 갈 예상치 못한 목적지가 궁금하기 마련이다. 사랑하는 연인이 등장하는 뮤지컬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과 전혀 보리라 짐작하지 못한 것들이 뒤엉킨 <아네트>가 그러하다. 오프닝과 엔딩을 비롯해 극과 현실, 무대와 스크린 안팎의 경계를 허물고 다시 조립하는 영화는 영화 근본주의자의 영화를 향한 열렬한 애정과 함께 영화가 가지고 있는 유, 무형의 권위에 도전하는 여전한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레오스 카락스만이 할 수 있는 뮤지컬
★★★★
<라라랜드> 만약에(그때 계속 만났더라면)’와 대척점에 서 있는 레오스 카락스의 만약에(그때 만나지 않았더라면)’ 기괴하고 불온하고 당황스러운 가운데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예측불허 뮤지컬이다. 객석과 무대의 벽을 허문 스탠딩 코미디 장면과 오페라 장면이 영화의 주요 신으로 고스란히 등장하는 가운데, 멜로와 범죄 누아르 장르를 끌어들여 전에 본 적 없는 질감을 자아낸다. 그렇다. 이것은, 예술가의 영화다.

아네트

감독 레오 카락스

출연 아담 드라이버, 마리옹 꼬띠아르

개봉 202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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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감독 이시이 유야
출연 이케마츠 소스케, 최희서, 오다기리 죠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세상의 모든 절망에게 
★★★
이시이 유야 감독의 이야기는 분명 동시대에 스며있는 절망과 혐오로부터 출발한다. 그가 바라보는 세계는 “온통 울고 싶은 일뿐"이며, 착취하고 착취당하는 관계들이 만연한 곳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언제나 전혀 의외의 순간에 순진한 희망을 들이밀어 버린다. 그것은 당장 무언가 크게 변화시키는 무리한 힘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 다른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작은 감각을 확인하는 일이다. 기이하게 흘러가는 과정을 끝내 받아들이게 만드는, “당신의 눈을 통해 보는 세상은 조금 더 좋을지도 모른다"고 믿고 싶게 만드는 감독의 재능이 여실히 살아있는 영화. 섞이지 않을 듯하면서도 유연하게 언어와 환경의 장벽을 허무는 배우들의 앙상블이 좋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식구란 무엇인가
★★★
이시이 유야 감독이 한국에서 올로케이션 촬영한 가족 로드무비. 사연 많은 일본인 형제 가족과 한국인 삼남매가 우연히 강릉행 기차에서 만나 동행길에 오른다. 한일 가족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워 이해와 화합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다다르는 시도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이케마츠 소스케와 최희서가 구심이라면 오다기리 죠가 다리 역할을 하고, 김민재와 김예은이 뚜렷한 개성을 담당한다. 천사의 모습도 흥미롭게 해석할 만한 요소다.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감독 이시이 유야

출연 이케마츠 소스케, 최희서, 오다기리 죠, 김민재, 김예은

개봉 2021.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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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꽃
감독 이승준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원치 않았던 고립
★★★
탈북자가 아니라 평양시민이라고 주장하는 비자발적 탈북자 김련희 씨의 이야기. 가족과 함께 살고 싶은 것뿐인 그녀의 당연한 소망은 체제와 정치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매번 좌절된다. 남과 북의 화해 분위기를 타고 송환에 대한 기대가 커지지만, 그것이 도리어 희망 고문으로 김련희 씨를 괴롭히는 아이러니. 북한에 있는 김련희 씨 가족의 평범한 일상과 김련희 씨의 일상을 무심하게 교차편집으로 보여지는 장면은 같은 땅에 있지만 닿을 수 없는, 허리가 끊어진 대한민국이라는 땅의 공간적 위치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림자꽃

감독 이승준

출연

개봉 202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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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 
감독 신동민
출연 김혜정, 신정웅, 노윤정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어떤 가족
★★★☆
가족이라는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테마를 다루지만, 그 방법론은 꽤나 신선하다. 세 개의 단편이 연결되어 하나의 장편을 이루며, 두 명의 배우가 엄마로 등장한다. 극적 갈등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엄마들이 지닌 사연을 통해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본질에 접근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날 것 그대로의 영화적 공기는 이 영화의 생명과도 같다. 감독의 어머니이자 혜정 역을 맡아 등장하는 김혜정은 비직업 배우로서 있는 그대로를 생활 연기로 보여주는데 그 리얼리티가 대단하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그것에 엄마가 있다
★★★
각각의 신이 지닌 의미와 인물들의 관계가 결말을 향해 갈수록 안개처럼 걷히는 구조를 지닌 비상한 가족 영화. 감독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한 영화는 감독의 진짜 엄마 김혜정이 본인 역할을 맡고, 같은 역할을 두 배우가 연기함으로써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결합을 보여준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수미상관으로 배치한 의도적인 선택 속에 가족에 대한 감독의 생각이 엿보인다. 아들의 카메라 앞에 선 김혜정 씨의 생활 연기가 압권.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내 어머니의 모든 것
★★★☆
엄마와 아들이 등장하는 가족 영화인데 형식이 심상치 않다. 이 영화가 표방하는 장르는 시네마 에세이. 신동민 감독은 아들인 자신의 역할은 배우가, 어머니 역할은 자신의 어머니가 직접 연기하게 하며 자전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 편의 옴니버스로 구성된 영화는 다큐와 극을 오가며 각성을 일으키고, 어머니 김혜정의 연기와 노래는 쉽게 평가할 수 없는 인생력이며, 캠코더 영상의 삽입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았던 이들에게 짙은 그리움을 안긴다.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

감독 신동민

출연 신정웅, 노윤정, 김혜정

개봉 2021.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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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색깔
감독 요시다 야스히로 
출연 쿠니무라 준, 아리무라 카스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시작하는 가족들을 위하여
★★☆
신파적 요소가 다분한 일본 가족 영화다. 열 살 된 슌야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다. 자신을 낳다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아빠인 슈헤이와 살던 슌야에게 새엄마 아키라가 생겼지만, 아빠마저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아키라는 어린 아들과 함께 시아버지가 기관사로 일하고 있는 작은 마을로 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가족과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드라마틱한 요소가 강한 이야기를 잔잔한 톤의 스타일로 보여주는데, 음악이나 감정은 다소 과잉이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적절한 연기가 영화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이며, 우리에게도 익숙한 쿠니무라 준이 중심을 잡는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응원
★★★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한 사람을 잃은 세 사람이 한집에서 살게 된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 연인을 잃은 여성, 아버지를 잃은 어린 아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가족이 되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렸다. ‘철도기관사라는 소재가 참신한 편은 아니지만, 영화 속 인물들의 삶에 동력 역할을 하며 새롭게 출발하는 이야기를 무난하게 전진시킨다. 쿠니무라 준과 아리무라 카스미 등 배우들의 호연이 영화에 온화한 색을 입힌다.

가족의 색깔

감독 요시다 야스히로

출연 아리무라 카스미, 쿠니무라 준

개봉 202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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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1개의 도시락
감독 카네시게 아츠시
출연 이노하라 요시히코, 미치에다 슌스케 , 모리 나나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의 맛
★★★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일본 뮤지션 와타나베 토시미의 인기 에세이를 영화화했다. 입시를 준비하는 아들을 위해 매일 같이 도시락을 싸겠다고 선언한 뮤지션 아빠와 부모의 이혼, 학업, 사랑으로 고민하는 아들의 관계가 도시락을 매개로 진전된다. 계란말이를 기본으로 한 정성스러운 도시락을 보는 즐거움과 함께 간간이 등장하는 노래가 풍미 역할을 한다. 아버지와 아들을 연기한 뮤지션 겸 배우 이노하라 요시히코와 미치에다 슌스케가 마지막에 부르는 듀엣곡은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461개의 도시락

감독 카네시게 아츠시

출연 이노하라 요시히코, 미치에다 슌스케 , 모리 나나, 와카바야시 지에이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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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을 사랑한다
감독 윤기형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극장의 추억
★★★
126년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이자 대한민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극장인 애관극장에 관한 다큐멘터리. 애관의 역사를 훑으니 인천의 역사와 우리나라 근대 극장의 역사가 자연스레 언급된다. 배우 박정자, 봉준호 감독 등 60여 명에 달하는 인물들이 등장해 존폐 위기에 놓인 애관극장과 사라져가는 문화유산에 대한 중요성을 설파한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극장을 다방면으로 기록한 감독의 사명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보는 것을 사랑한다

감독 윤기형

출연

개봉 2021.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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