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마이 카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출연 니시지마 히데토시, 미우라 토코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피하고 외면해도 어김없이 스며들어 마음을 할퀴는 모든 것
★★★★
가족을 잃은 상실과 죄책감이란 공통의 고통 속에 있던 두 사람은 함께 앉은 자동차의 공간과 내면의 울림을 실은 대화, 그리고 함께 찾은 목적지에 다다르며 공감의 순간을 마주한다. 타인의 삶을 경험하고 마음을 헤아리는 시간 속에서 비로소 마음 깊이 감춰진 상처와 고통을 직시한다. 인생에 완전한 위안 따위는 없지만 무너지는 나를 일으켜 세우기엔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진짜 나의 고통에, 진짜 너의 마음에 가닿는 여정
★★★★☆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를 거부했던 인물의 사연이 구체화되는 것은 정면을 주시할 수밖에 없는 두 가지 행위, 연기와 운전의 반복을 통해서다. 그렇게 이 영화 속 자동차는 내가 알기를 회피했던 나의 고통과 상대의 마음이라는 심리적 종착지로 향한다. 다국적 언어로 공연되는 극 중 극인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는 언어를 초월한 그 너머의 의미를 탐색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상대방의 언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서로의 눈을 보며 감정을 주고받는 배우들의 행위는, 같은 언어를 써도 서로 연결되지 못했던 마음들과 분명한 대구를 이루며 의미를 발생시킨다. 서로의 수수께끼가 되다가고 때론 서로의 실마리가 되는 예술과 삶, 재해의 흔적 앞에서 승화되는 고통을 통해 영화는 연결과 소통의 가치로 향하는 길을 택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동승을 권합니다
★★★★☆
애써 외면해 온 진실이 어느 날 불쑥 고개를 내밀어 과거를 정산하려는 이야기. 그리고 두려워 멀리했던 그 진실과 비로소 마주하며 삶의 다음 챕터로 넘어갈 문을 열어젖히는 이야기. 안톤 체호프의 희곡 ‘바냐 이야기’와 세상을 떠난 여인이 남긴 ‘상상 속 소녀의 서사’가 ‘자동차 안 풍경’과 복층의 복층 구조를 이루며 달리는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중요한 건 사건이 아니라, 인물들 내면에서 일어나는 파동이다. 뒷좌석에 앉았던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가 조수석으로 옮겨 그의 드라이버 미사키(미우라 토코)와 어깨를 나란히 할 때, 테이프 속 공백으로 뒀던 대사를 가후쿠가 자기 것으로 받아들일 때, 미사키가 과거로 차를 몰고 들어갈 때, 화면 여기저기에서 봉인된 상처가 아무는 소리가 들린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동시대인들에게 전하는 상실의 위로
★★★★
하마구치 류스케라는 젊은 거장의 실력은 갈수록, 볼수록 놀라움을 안긴다. 긴 러닝타임을 운용하는 능력은 이미 전작들에서 증명해왔지만, 이번 로드무비에서 보여주는 시간성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에서 출발해 언어의 경계를 허물고, 예술을 통한 치유를 경험케 하고, 상실을 딛고 살아가야 한다는 주제를 감독만의 세세한 화법으로 전달한다. 주연배우 니시지마 히데토시와 미우라 토코의 연기가 크게 보이는 영화임에도 한국배우 박유림이 인상적인 등장과 연기를 펼치며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예상치 못했던 배우의 발견이 반갑다.

드라이브 마이 카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출연 니시지마 히데토시, 미우라 토코

개봉 20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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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감독 매튜 본
출연 랄프 파인즈, 해리스 딕킨슨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시리즈의 패착
★★☆
매튜 본 감독의 절치부심이 느껴진다. ‘킹스맨’의 기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려는 의지, <킹스맨>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나가겠다는 포부는 알겠다. 하지만 관객들이 첩보 액션의 신세계와 B급 감성의 쾌감을 안긴 <킹스맨>(2015)에 열광했던 이유를 외면한 듯하다.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정통 첩보물에 가까운 이번 프리퀄은 기존 <킹스맨> 시리즈와 반대의 길을 걷는다. 한 시리즈에서 나온 다른 결의 영화인 데다, 킹스맨이 창설되기까지 과정이나 세계사를 버무려 악당을 만들어낸 감독의 재치도 매력적이지 못하다. 낡은 것을 새롭게 바꾼 <킹스맨>이 스스로 낡은 시리즈가 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기대했던 맛은 아니지만
★★★☆
‘저세상 텐션’이 매력이었던 <킹스맨> 본류에 의거하면, ‘B급 병맛’을 걷어내고 진중함을 강화한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시리즈 정체성에 위배되는, 그러니까 ‘정신 똑바로 박힌’ 영화다. 짬뽕을 주문했는데 짜장면이 나왔으니, 단골손님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는 건 일견 당연한 일. 그런데, 이 짜장면…즐길만하다. 이야기 얼개가 빤하지 않고, 액션도 근사하게 녹였다. 1편 느낌으로 ‘상차림’ 했다가 기발함 등에서 혹평받았던 2편 <킹스맨: 골든 서클>을 떠올리면 방향을 과감하게 비틀어 버린 이번 선택이 모험 같은 면이 있는데, 이것을 ‘배반’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다음을 위한 변화’로 볼 것인가에 따라 만족도는 갈릴 듯하다. 참. 랄프 파인즈가 이런 배우였나 싶은 멋들어진 액션을 선보인다. 이렇게 된 이상, 영국 중년 배우들의 숨은 매력을 내리꽂는 시리즈로 거듭나면 어떨까 싶기도. 콜린 퍼스, 랄프 파인즈를 이을 킹스맨은 과연.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감독 매튜 본

출연 랄프 파인즈, 해리스 딕킨슨

개봉 202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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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리저렉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 앤 모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전설이 나이 드는
★★
진짜와 가짜, 가상과 현실, 00 아니면 1인 이진법의 세계에서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네오(키아누 리브스)의 여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이었다. 시대의 아이콘이 된 전설은 가상과 현실이 한층 더 구분하기 어려워진 현재로 내려왔다. 전편들의 서사 구조와 핵심적인 요소들을 빼곡하게 재배치하고 하고 빈 곳에는 사랑이라는 가치를 크게 채워 넣었다. 그 시도가 반갑든 반갑지 않든 <매트릭스> 시리즈를 만든 라나 워쇼스키 감독의 변화가 감지되는 대담한 선택임은 분명하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파란 알약이 필요하다
★★☆
세기말에 등장해 SF 영화 흐름을 일거에 바꿔놓았던 <매트릭스>의 전설적 여정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철 지난 유행가’ 같아져 버린 <매트릭스: 리저렉션>의 행보가 서글프다. 블록버스터 팬부터 철학 동아리 멤버들까지 다양한 팬층을 포섭했던 이전 시리즈에 비하면 <리저렉션>이 마음을 흔들 팬층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평범해져 버린 액션은 무료하고,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 찾기를 향한 동기는 허약하다. 네오(키아누 리브스)와 트리니티의 사랑이 영화가 품은 현학적 이야기와 스타일에 멋스럽게 복무했던 과거에 달리, 이번엔 모든 설정과 위기와 극복이 두 사람의 사랑을 위해 희생되는 감이 있어 허무하기도. 아쉽다. 이 ‘부활(리저렉션)’을 지지하진 못하겠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전설이 얻은 두 번째 기회
★★★
명작 반열에 올라 있는 <매트릭스>가 18년 만에 관객들과 재접속을 시도했다. 속편 시리즈 제작에 대한 열망인지 숙명인지 ‘모든 이야기는 계속된다’고 말하는 4편은 다분히 자기 반영적 영화의 모양새다. <매트릭스> 3부작을 사랑한 팬들을 위한 팬 서비스 역할에 충실하면서, 지금 시대에 맞는 메시지와 볼거리를 제공하려 애쓴다. 다만 전달 방식이 세련되게 보이진 않는다. 자조적인 유머에다 과거 3부작을 적극 끌어들인 정면 돌파는 어느 정도 선까진 신선하고 만족스럽다. 그럼에도 시리즈의 미덕이었던 은유와 상징 대신에 영화를 차지하는 장황한 설명과 과잉된 자부심은 공유하고 싶은 추억도, 새롭고 보여주고 싶은 것도, 가르치고 싶은 것도 많은 과유불급의 결과를 낳았다. 강박적이고 과도한 에너지가 들끓는 속편 혹은 괴작.

매트릭스: 리저렉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 앤 모스

개봉 202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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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감독 발레리 돈젤리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프랑스 코미디의 매력
★★☆
노트르담 성당 산책로 복원 프로젝트를 맡게 된 디자이너 모드. 두 아이를 키우는 그녀 주변엔 전남편과 옛 애인이 있고, 이 와중에 임신을 하게 되며, 송사에 휘말리기까지 한다.  대사가 많고 살짝 과장되었으며 해프닝의 연속이고 느닷없는 판타지나 뮤지컬 신이 등장하기도 하며 결국은 해피엔딩인, 프랑스 코미디의 전형성을 지닌 작품.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초긍정 싱글맘의 인생 리빌딩
★★☆
<건축학개론>이 집 짓기를 첫사랑의 생로병사와 연계해 감성을 북돋웠다면, <노트르담>은 노트르담 ‘복원’ 사업 프로젝트를 통해 싱글맘 모드(발레리 돈젤리)에게 찾아온, 인생 리빌딩 기회를 응원한다. 각본, 감독, 배우 1인 3역을 소화한 발레리 돈젤리의 여성 찬가랄까. 판타지적인 요소와 뮤지컬 등이 기습적으로 끼어들어 기존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른 느낌을 자아내는데, 그 섞임이 능숙하게 정돈된 느낌은 아니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도 재건축이 되나요
★★★
발랄한 분위기의 프랑스 로맨틱 코미디. 두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건축가 싱글 맘이 노트르담 성당 관련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정리하지 못한 전 남편과 관계, 재회한 옛사랑과 갈등, 프로젝트를 둘러싼 논란 등 드라마로만 풀었다면 ‘싱글 맘의 일과 사랑’쯤으로 정리될 내용에 판타지적 설정을 더해 눈길을 붙든다. 화려한 색감과 건축, 뮤지컬 요소도 유쾌하게 작용한다. 발레리 돈젤리 감독이 각본, 연출, 연기까지 도맡아 40대 여성을 삶을 영화의 중심에 올려놓는다. 여전히 좌충우돌하면서도 인생을 긍정하는 태도, 사랑스럽다.

노트르담

감독 발레리 돈젤리

출연

개봉 202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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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2: 마법에 걸린 왕자
감독 앨리스 블레하트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신데렐라의 모험극
★★★
마법에 걸린 왕자를 구하러 나선 신데렐라 이야기. ‘디즈니 프린세스’로 각인된 유명 캐릭터를 시대 변화에 맞춰 재해석한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과거의 신데렐라가 예쁜 드레스를 입고 왕자의 사랑을 받는 수동적인 캐릭터였다면, 새로운 신데렐라는 직접 위험에 맞서는 당차고 용감하고 진취적인 캐릭터다. 마법사, 마녀, 요정 등 프린세스 동화에 나오는 주요 캐릭터들과 귀엽고 앙증맞은 조연 캐릭터들이 친근한 재미까지 놓치지 않는다. 왕자를 향한 사랑 못잖게 신데렐라의 우정을 무게감 있게 다룬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신데렐라 2: 마법에 걸린 왕자

감독 앨리스 블레하트

출연

개봉 202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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