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계에 실사화란 어떤 의미일까. 얼마 전 일본에서 실사 영화 흥행 1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킨 영화 <도쿄 리벤저스>가 국내에서 개봉했다. 어느 순간부터 일본의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해 실사 영화로 만드는 일은 아주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일반 관객들의 관심도나 팬들의 기대 유무와는 상관없이, 지면 속 캐릭터들을 실사화시켜 끊임없이 스크린 위에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원작의 느낌을 제대로 구현해낸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다 보니 실사화 소식이 들려올 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실사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일본 영화계. 오늘은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들 중 2022년 공개를 앞두었거나 앞으로 실사화 예정인 작품들을 모아보았다.


<킹덤2>

2006년부터 하라 야스히사 작가가 연재 중인 만화 <킹덤>을 원작으로, 지난 2019년 첫 실사 영화가 만들어졌다. 작품은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장군이 되어 출세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주인공 신과 왕권을 잃고 쫓겨난 황제 영정의 일대기를 그린다. 첫 번째 영화 <킹덤>은 2019년 4월 일본에서 개봉했고, 정확히 1년 뒤인 2020년 4월 국내에서도 개봉했다. <아이 엠 어 히어로>, <데스노트: 더 뉴 월드>, <블리치>, <아리스 인 보더랜드> 등 만화를 원작으로 한 실사 영화들을 연출해온 사토 신스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영화는 일본 내에서 꽤 흥행했고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으며 속편까지 만들어졌다. 전편에 이어 사토 신스케 감독이 또 한 번 연출을 맡았고, 2022년 여름 일본에서 개봉 예정이다. 


<XXX HOLiC>

2003년부터 연재되고 있는 만화 <XXX홀릭>이 실사 영화로 만들어졌다. <XXX홀릭>의 작가는 4명으로 구성된 일본의 만화가 그룹 CLAMP로, 국내에서는 <카드캡터 체리>로 알려진 만화 <카드캡터 사쿠라>와 함께  <도쿄 바빌론>, <츠바사 크로니클> 등 다수의 작품들을 내놓은 유명 작가다. <XXX홀릭>은 유령을 볼 수 있는 소년이 무슨 소원이든 이뤄주는 능력자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작품으로, 극장판과 TV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2013년에는 실사 드라마로 제작되었고, 지난 9월에는 연극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영화는 <사쿠란>, <헬터 스켈터>, <인간실격> 등을 만든 니나가와 미카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카미키 류노스케와 시바사키 코우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오는 4월 29일 일본에서 개봉 예정이다. 


<기동전사 건담>

일본의 로봇 애니메이션을 논할 때 '건담'을 빼놓고 말할 수는 없다. 리얼로봇물의 시초로 불리는 <기동전사 건담>은 1979년 방영을 시작한 TV 애니메이션이다. 방영 이후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건담'의 이름으로 여러 후속 작품들이 나오고 리메이크 되었고, 소설과 코믹스로 출간도 되는 등 일본의 문화예술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인류가 우주 식민지를 개척한 미래를 배경으로, 독립을 선포한 식민지와 지구 연방정부가 로봇 병기를 가지고 전쟁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사 영화는 넷플릭스가 배급을 맡았고, 영화 <콩: 스컬 아일랜드>를 연출한 조던 복트-로버츠 감독이 연출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자세한 줄거리와 출연 배우 및 공개 일정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귀를 기울이면>

지브리에서 제작한 장편 애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은 지브리 오리지널 작품이 아닌 원작이 따로 있는 작품이다. 1989년 월간 소녀 만화잡지 리본에서 4회로 연재된 동명의 만화가 원작으로, 독서를 좋아하는 중학생 소녀가 우연히 지하철에서 만난 고양이를 따라가다 골동품 가게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또래의 소년을 만나며 사랑에 대해 알게 되는 이야기다. 지난해 애니메이션의 실사화 제작에 대한 소식이 알려졌고, 영화는 애니메이션에서 10년 후를 배경으로 한다. 드라마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외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를 연출한 히라카와 유이치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세이노 나나와 마츠자카 토리가 각각 남녀 주연을 맡았다. 원래 지난해 9월 일본에서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무기한 연기되었다.


<원펀맨>

2012년부터 연재된 웹툰 형식의 만화 <원펀맨>은 일본의 히어로 코믹스로, 괴수들이 출몰하는 현대 도시에서 취미로 히어로 일을 하는 사나이 사이타마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인 사이타마는 대머리에 다소 어리숙한 얼굴을 가진 인물로 겉으로 보기엔 유약해 보이나 실은 괴수, 로봇, 외계인 등 어떤 적이든 한 방의 주먹으로 끝장낼 수 있는 무서운 사람이다. <원펀맨>은 일본 웹 코믹의 시대를 연 작품으로 평가받기도 하는데, 인기에 힘입어 TV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2020년 소니픽처스가 <원펀맨> 실사 영화의 제작과 배급을 맡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헨리 골딩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는 루머도 있었으나 그 이후로 이렇다 할 소식은 없는 상황이라 언제쯤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원피스>

2000년대 일본의 3대 소년만화 중 한 편으로 손꼽히는 <원피스>는 오다 에이치로가 1997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25년 넘게 연재하고 있는 작품이다. 대해적시대, 해적왕이 꿈인 소년 루피와 그의 동료들이 해적단을 결성해 '원피스'를 찾기 위해 모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기 있는 만화들이 그렇듯 TV 및 극장판 애니메이션과 게임도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아왔는데, 2017년 할리우드에서 실사화 제작 소식이 들렸다. 원작자인 오다 에이치로가 제작자로 참여하고, 넷플릭스가 배급을 맡아 2022년 중 10부작으로 방영될 예정. 지난해 말 밀짚모자 해적단의 주요 멤버 5인의 캐스팅이 공개되었는데, 이냐키 고도이, 아라타 마켄유, 에밀리 러드, 제이콥 로메로 깁슨, 타즈 스카일러가 각각 루피, 조로, 나미, 우솝, 상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유유백서>

<원피스>가 2000년대를 이끌던 소년만화라면 <유유백서>는 1990년대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1990년부터 1994년까지 약 4년간 토가시 요시히로가 연재한 이 작품은 단행본이 19권에 불과하지만 누적 판매 부수 5000만 부를 달성하는 등 엄청난 기록을 세우며 흥행한 작품이다. <유유백서>는 학교의 이름난 불량소년 유스케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게 되지만, 영계 탐정이 되어 되살아나게 되고 요괴들과 싸우며 동료들과 모험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유유백서> 또한 TV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 제작된 바 있고, 2019년에는 연극으로 재탄생해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던 2020년 말 넷플릭스에서 실사화를 발표했고, 현재까지 감독과 캐스팅에 대해 자세히 알려진 바는 없다. 2023년 12월 넷플릭스에서 공개 예정이다.


나우무비 에디터 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