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서른, 아홉>

배우 연우진의 2월은 남들보다 분주하게 지나갔다. 비슷한 시기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개봉했고, 브라운관에선 드라마 <서른, 아홉>의 방영이 시작됐다.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두 작품에서 연우진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에서 연우진은 거역할 수 없는 유혹에 빠진 개인의 욕망을 거칠게 표현하는 데 주력했고, <서른, 아홉>에선 그가 가장 잘하는 연기 중 하나인 순정파 로맨티시스트의 얼굴을 다시 한번 꺼내 들며 정석과도 같은 멜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진지한 역할에도, 로맨틱한 역할에도, 때론 방정맞은 역할에도 자신을 꼭 맞게 끼워 맞추며 매년 분위기를 달리하는 배우 연우진. 반가운 그의 활약을 이유로 그에 대한 소소한 사실 몇 가지를 모아봤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감독 장철수

출연 연우진, 지안, 조성하

개봉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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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아홉

연출 김상호

출연 손예진, 전미도, 김지현, 연우진, 이무생, 이태환, 이다연, 안소희

방송 2022,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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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3개?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연우진이라는 이름이 주는 힘과 분위기가 분명 있다. 부드럽고도 도회적인 느낌이다. 연우진의 이미지와도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연우진은 그의 본명이 아니다.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 연우진의 본명은 김봉회다. 많이 알려진 사실이고, 여러 차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의 이미지와는 어딘지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라는 반응들이 대다수다. 실제로 연우진은 자신의 본명을 두고 어릴 적엔 ‘김 먹는 대회’냐며 놀림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배우의 길에 발을 들여놓으며 연우진은 곧바로 예명을 쓰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가 처음 만난 가명은 연우진이 아닌 서지후였다. 데뷔 초 연우진은 서지후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직접 옥편을 찾아 서지후라는 예명을 만들어 냈다고. 다만 이후 활동에 큰 진전이 없자 연우진은 작명소를 방문했고, 마침내 연우진이란 이름을 만났다는 후문이다. 김봉회, 서지후를 거쳐 지금의 연우진을 만나게 된 것이다.


연기를 배워본 적이 없다?

연우진은 데뷔 이후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왔다. 데뷔 초 연우진의 모습에선 풋풋함이 그득하나, 연기적인 빈틈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연우진은 데뷔 때부터 좋은 배우라는 인상을 심어왔다. 준비된 배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남들보다 늦게 데뷔를 한 연우진은 사실 한 번도 연기를 배워본 적 없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연우진은 대학교에서 토목환경공학을 전공했다. 연기와는 거리가 먼 평범한 학생이었다. 연우진은 뒤늦게 연기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한다. 강릉에서 서울로 올라와 공대 공부를 시작했지만, 군대를 다녀오고 연우진은 방황 아닌 방황을 겪었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20대 초반의 연우진을 짓눌렀는데, 그때 우연히 영화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전역 후 연우진은 영화과 수업을 찾아 듣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연기를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어느 순간 “연기에 대한 것이 눈에 들어오고 연기가 제 모든 것이 될 정도로 타올랐다”는 연우진은, 남들보다 늦게 연기에 뛰어들었지만, 그 마음의 온도는 누구보다 뜨거웠다.


데뷔작은 이제훈과 함께

단편 영화부터 시작한 연우진의 장편 영화 데뷔작은 <친구 사이?>다. 김조광수 감독의 작품으로 20대인 석이(이제훈)와 민수(연우진)의 풋풋한 사랑을 담고 있다. 영화가 개봉한 2009년 당시만 해도 게이 로맨스라는 장르가, 영화에서 동성애를 다룬다는 것 자체가 낯설었던 시대인 만큼 <친구 사이?>는 개봉 사실만으로도 영화계 안팎으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키스신과 베드신 역시 소화해야 했던 만큼, 배우들에겐 출연 결심이 쉬운 작품은 아니었을 텐데 연우진에게 영화의 소재는 걸림돌이 아니었다. “쉽지 않은 역할을 소화하고 나면 어떤 배역이라도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라는 담대한 배짱을 내세우며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촬영 초반, 연우진의 상대 배우가 부모님의 반대로 영화에서 중도 하차하기도 하며 <친구 사이?>는 제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는데. 결국 신인 배우였던 이제훈이 석이 역할에 최종 캐스팅되며 <친구 사이?>는 신인 이제훈과 연우진의 투숏을 볼 수 있는 진귀한 작품으로 남았다.

친구 사이?

감독 김조광수

출연 연우진, 이제훈

개봉 200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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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보스>

이제는 절대 못 하는 과거의 연기?  

한때라는 표현을 써도 적절할지는 모르겠으나, 그때 그 시절 연우진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잘 통하는 배우였다. <연애 말고 결혼> <7일의 왕비> <너의 노래를 들려줘> <내성적인 보스> 등 여러 편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를 성공시키며 ‘로코킹’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기도 했다. 숱한 명장면들을 탄생시키기도 했는데, 그중에서도 <연애 말고 결혼> 공기태(연우진)와 주장미(한그루)의 애정신은 잊을 만하면 유튜브에서 역주행되곤 한다. 그럼에도 정작 연우진은 최근 진행한 몇몇 인터뷰에서 그때 보여줬던 소위 손발 오그라드는 연기를 지금은 절대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사실 지금 와서 그때 작품들을 보면 어떻게 그렇게 연기를 했나 싶다”며 “그땐 사실 뭔가 계속 더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제 안에 숨겨진 의외성을 발견하고, ‘내 안에 이런 모습도 있구나’하는 것도 느끼긴 했지만, 괴리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제 로맨틱 코미디를 한다면 “지금 나이대에 할 수 있는 생각, 정신을 반영해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싶다”라고 밝혔다.

내성적인 보스

연출 송현욱

출연 연우진, 박혜수, 윤박, 공승연, 예지원, 허정민, 한재석, 전효성, 스테파니, 김응수, 김예령, 이한위, 김미경, 정이연, 황소희, 한채아, 이규한

방송 2017,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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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말고 결혼

연출 송현욱

출연 한그루, 연우진, 한선화, 정진운, 윤소희, 허정민, 김영옥, 김해숙, 임예진, 김갑수

방송 2014,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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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곳>
<더 테이블>

연우진과 김종관 감독

앞선 인터뷰에서도 느낄 수 있듯, 현재 연우진은 배우로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연우진의 필모그래피는 배우로서 그가 나아가고 싶은 길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주로 얼굴을 비춰왔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의 연우진은 비교적 차분한 캐릭터와 작품에 도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 중심엔 김종관 감독의 작품, <더 테이블>(2017)과 <아무도 없는 곳>(2021)이 있다. 두 작품 모두에서 연우진은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더 테이블>에선 결혼 앞에서 흔들리고 있는 캐릭터 운철을 연기했고, <아무도 없는 곳>에선 김종관 감독의 페르소나라 봐도 무방한 캐릭터,  소설가 창석을 통해 배우로서 새로운 얼굴을 꺼내 보였다. 암울하면서도 고요한, 그리고 감성적인 분위기가 지배하는 김종관 감독의 작품과 연우진은 놀랍도록 잘 맞아떨어진다. 특히 두 작품 모두 배우 연우진의 목소리가 유난히 돋보이는데, 김종관 감독이 써 내려간 대사를 한 줄 한 줄 읊는 연우진의 섬세한 표현력이 인상적이다. 연우진에게도 김종관 감독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두 작품 모두 연우진에겐 터닝 포인트가 된 셈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본인 스스로도 김종관 감독과 자신은 “감독과 배우 그 이상의 관계라고 생각한다”는 연우진은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의지하고픈, 마음의 그림자를 지워줄 사람을 만난 것 같다”며 김 감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무도 없는 곳

감독 김종관

출연 연우진, 김상호, 아이유, 이주영, 윤혜리

개봉 202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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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이블

감독 김종관

출연 정유미, 한예리, 정은채, 임수정

개봉 2017.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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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노출을 감행한 이유?

올해 초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로 스크린을 찾은 연우진은 작품 속에서 파격적인 노출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출세를 꿈꾸는 병사 무광(연우진)이 사단장(조성하)의 아내 수련(지안)과 만나며 유혹과 욕망에 휩싸이는 서사와 함께 영화 속에선 높은 수위의 정사신이 여러 차례 그려졌기 때문. 특히 그 수위나 묘사의 정도가 꽤나 적나라해 연우진은 영화 홍보 내내 노출과 관련한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연우진은 “파격적인 영화인데 부담감보다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어 감사했다”면서 “다른 배우가 이 연기를 했다면 배가 아플 것 같아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에 출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연우진은 “상업적인 면과 안정적인 연기를 고려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거다. 하지만 편안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새롭고 혁신적인 것에 목마름이 있었고 도전하고 싶어서 부담보다는 설렘을 안고 작품에 뛰어들었다”고 덧붙이기도. 작품을 선택하는 연우진의 신념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친구 사이?>를 데뷔작으로 선택했던 연우진의 대담함은 14년이 지나도록 그대로다. 스스로를 복제하거나 답습하기보다는 새로운 얼굴을 꺼내 보이는 것에 더욱 흥미를 느끼는 이 배우의 다음 얼굴이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나우무비 에디터 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