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경 작가가 돌아왔다. 2018년 방영한 드라마 <라이브> 이후 4년 만에 <우리들의 블루스>로 시청자를 찾았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옴니버스 드라마다. 따뜻하고 생동감 넘치는 제주, 차고 거친 바다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각양각색 인생 이야기를 그린다. 아직 2화밖에 방영되지 않았지만 역시 노희경은 노희경이라는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노희경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우리네 인생을 꿰뚫어 보는 대사들이 넘실거린다. 노희경표 말맛을 만난 배우들은 작품 속에서 훨훨 날아다니는 듯 보인다. 차승원부터 이병헌, 신민아, 이정은, 한지민, 김우빈 까지. 모든 배우들이 따스한 제주의 풍경 속에 자연스레 녹아든다. 이것이 바로 노희경의 힘이다. 노희경을 만난 배우들은 늘 널널한 옷을 입은 듯 편안해 보인다. 많은 배우들이 노희경 작가를 남다르게 생각하는 이유이자, 그의 작품에 출연을 꿈꾸는 이유다. 배우들에게 인생작을 선물하는 작가이자, 그들의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는 남다른 재능을 지닌 노희경. 노작가를 만난 뒤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한 배우들을 한 자리에 모아봤다.

우리들의 블루스

연출 김규태, 김양희, 이정묵

출연 이병헌, 신민아, 차승원, 이정은, 한지민, 김우빈, 김혜자, 고두심, 엄정화, 박지환, 최영준, 배현성, 노윤서, 기소유

방송 2022,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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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굿바이 솔로>

김민희는 노희경 작가와 한 편의 작품을 함께 했다. KBS 드라마 <굿바이 솔로>(2006)다. 그럼에도 김민희의 필모그래피를 훑을 때면 필히 노희경이란 이름이 언급된다. 그만큼 <굿바이 솔로>는 김민희의 배우 인생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지금 김민희는 떠올리면 연기력 논란이 일었다는 사실을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모델에서 배우로 전향한 초창기. 언론과 대중들은 그에게 "연기를 못 한다"는 직설적인 평을 내릴 만큼 신인배우 김민희는 여러 차례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다. 그런 김민희가 노희경 작품에 출연한다고 하니. 당시엔 의외라는 반응들이 쏟아졌다. <굿바이 솔로>의 미리 역을 따낸 건, 온전히 김민희의 끈질긴 노력 덕분이었다. 김민희는 노희경 작가와 함께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계속해서 노작가의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굿바이 솔로> 오디션에 무려 다섯 차례나 도전했다.

노희경 작가의 말에 따르자면 "김민희를 불러다가 보고, 보고 나서 아닌 거 같다고 몇번이나 돌려보냈"지만 "김민희로부터 '내가 하고 싶은데 안 되냐'고 전화가 왔다"고 한다. 노력이 기특했던 노희경은 김민희를 한 번 믿어보기로 결심했고, '최악의 캐스팅', '미스 캐스팅'이라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김민희에게 미리를 맡겼다. 12살 연상의 조폭 호철(이재룡)을 향한 마음을 화끈하고 거침없이 표현하며 노희경이 써 내려간 대사들을 꼭꼭 삼켰던 김민희. 대중들은 김민희가 <굿바이 솔로> 이후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났다고 평했다. 김민희 역시 노희경을 만난 이후 "김민희의 인생과 배우 김민희의 인생이 모두 달라졌다"며 노작가에게 여러 차례 감사를 전했다.

굿바이 솔로

연출 기민수, 황인혁

출연

방송 2006,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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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
<그들이 사는 세상>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그들이 사는 세상

송혜교는 <그들이 사는 세상>과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통해 노희경 작가를 만났다. 단 두 편이지만 노희경 작품 속 송혜교의 모습은 유난히 선명하게 떠오른다. 노희경은 스타를 배우로 만드는 능력을 지닌 작가다. <그들이 사는 세상>을 만나기 이전 송혜교는 <올인>(2003)과 <황진이>(2007), 숱한 CF들을 통해 연기 보단 아름다운 외모로 주목받아 왔다. 대중들 역시 송혜교에게 뛰어난 연기력을 기대하기보단 그가 그려낼 아름다운 그림을 기대하곤 했다. 그런 송혜교에게 노희경은 <그들이 사는 세상>(2008)을 통해 맨얼굴에 가까운, 털털하다 못해 거칠고 자유분방한 캐릭터인 주준영을 맡겼다. 2004년 <풀하우스> 이후 4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였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방송국 드라마 PD로서의 고단함은 물론, 제 멋대로인 엄마를 향한 짜증, 연인을 향한 사랑스러움과 울분까지. 복잡한 감정이 이어졌던 주준영의 일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송혜교는 주준영 그 자체가 되며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그들이 사는 세상> 이후 또다시 브라운관서 볼 수 없었던 송혜교는 5년 만의 복귀작으로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선택했다. 이 역시 노희경 작가의 작품이었다. <그들이 사는 세상>과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거치며 송혜교는 한류 스타에서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났다. 송혜교 역시 노희경 작가 작품을 촬영할 "당시엔 힘들었지만, 그 작품을 통해 거듭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그 작품들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고 밝혔다.

그들이 사는 세상

감독 표민수, 김규태

출연 송혜교, 현빈

개봉 200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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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바람이 분다

감독 김규태

출연 조인성, 송혜교

개봉 201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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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효진
<화려한 시절>
<괜찮아, 사랑이야>

화려한 시절

공효진은 실패를 모르는 배우 중 한 명이다. 20년간 찍은 13편의 드라마가 모두 성공했다. 소위 말하는 '망작'이 없다. 워낙 많은 작가들과 연출진들에게 사랑받는 배우인 만큼, 비교적 공효진에게 있어 노희경이 적은 존재감을 지닌 인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공효진의 시작점에 노희경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효진은 노희경 작가의 <화려한 시절>(2001)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브라운관에 진출했다. 영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1999)와 <킬러들의 수다>(2001) <화산고>(2001)에서도 얼굴을 비췄지만, <화려한 시절>의 대중적 흥행으로 공효진은 모두가 다 아는 배우가 됐다. <화려한 시절>에서 공효진이 연기한 연실 역이 워낙 강렬했던 탓도 크다. 질겅질겅 껌을 씹고 버스 안내원 복을 입고 있는 공효진의 모습은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선명하다.

괜찮아, 사랑이야

그로부터 13년이 지나 <괜찮아, 사랑이야>로 공효진과 노희경 작가가 다시 만났다. <화려한 시절> 당시 공효진이 발성법부터 대사 처리까지 노희경에게 하나하나 교육받아야 하는 신인이었다면, 다시 만난 공효진은 베테랑 배우로서 노희경의 언어를 처리했다. 공효진에게도 <괜찮아, 사랑이야>는 터닝 포인트가 되는 작품으로 남았다. "그동안 사랑스러운 척, 약한 척, 귀여운 척 하느라고 힘들었다. 그만하고 싶었다"는 공효진은 솔직하고 털털하기 그지없는 지해수를 만나 훨훨 날았다. 많은 팬들이 <괜찮아, 사랑이야> 지해수를 공효진의 '인생캐'로 뽑는 이유다.

화려한 시절

연출 이종한

출연 지성, 박선영, 류승범, 공효진, 강석우, 김영옥, 박원숙, 박근형

방송 2001,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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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사랑이야

연출 김규태

출연 조인성, 공효진, 성동일, 이광수, 디오, 윤진이, 이성경, 양익준, 진경, 차화연, 김미경, 도상우, 태항호

방송 2014,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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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

조인성의 연기 인생은 노희경을 만난 전, 후로 나뉜다. 노희경을 만난 뒤 조인성은 배우로서 제2막을 열었다. <비열한 거리>(2006)와 <쌍화점>(2008)을 함께 한 유하 감독이 스타가 아닌 배우로서 조인성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면, 노희경은 조인성이 지닌 그 능력을 깎아나간 장본인이다. <쌍화점> 이후 조인성은 긴 공백기를 가졌다. 군 복무기간을 합쳐 무려 5년을 쉬었다. 그리고 조인성은 노희경을 만났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를 통해 두 사람은 처음 호흡을 맞췄다. 조인성은 처음 노희경 작가 대본을 받았을 땐 깊이가 남다른 노작가의 대사들을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 의심도 들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서로를 맞춰가며 오수라는 캐릭터를 완성했다고 한다. 이후 노희경 작가는 두 번이나 더 조인성을 찾았다. <괜찮아, 사랑이야>(2014) 그리고 <디어 마이 프렌즈>(2016)에서도 조인성과 노희경의 호흡은 빛났다. 조인성의 매력을 더 깊이 알게 된 노희경은 캐릭터의 대사 속에 조인성의 특징을 녹여내기 시작했다. 두 작품 속 조인성의 연기를 인생 연기라 칭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조인성 역시 노희경을 만나 성장했음을 인정했다. 한 인터뷰에서 조인성은 노희경을 만나 "성장한 것 맞다. 로봇처럼 변신은 못 해도 새로워진 것도 맞다"며 노 작가와 세 작품을 함께 하는 시간은 배우로서 "자연스러움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연출 김규태

출연 조인성, 송혜교, 김범, 정은지, 서효림, 배종옥, 최승경, 김규철, 김태우, 김영훈, 경수진

방송 2013,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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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사랑이야

연출 김규태

출연 조인성, 공효진, 성동일, 이광수, 디오, 윤진이, 이성경, 양익준, 진경, 차화연, 김미경, 도상우, 태항호

방송 2014,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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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프렌즈

연출 홍종찬

출연 김영옥, 김혜자, 나문희, 주현, 박원숙, 고두심, 고현정, 신성우, 윤여정, 신구, 조인성, 이광수, 성동일, 장현성

방송 2016,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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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옥
<거짓말>
<빗물처럼>
<굿바이 솔로>
<꽃보다 아름다워>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몇 가지 질문>
<그들이 사는 세상>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라이브>

거짓말
그들이 사는 세상

노희경 작가와 가장 많은 작품을 함께 한 배우는 배종옥이다. <거짓말>(1998)부터 <라이브>(2018)까지. 두 사람은 8편의 작품을 함께 했다. 그중에서도 <거짓말>은 배종옥에게 배우로서 전환점을 선물한 작품이자, 인생작으로 손꼽힌다. 노희경을 만난 후 배종옥은 달라졌다. <거짓말>을 만나기 이전, 배종옥은 배우로서 어떠한 한계 같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매번 똑같은 역할들이 쥐어져 배우로서 돌파구가 필요했던 것. 그때 배종옥은 거짓말처럼 <거짓말>의 대본을 마주하게 됐다. 자존심도, 체면도 다 내려놓은 채 배종옥은 노희경 작가에게 "저 꼭 시켜주세요"라며 매달렸고, <거짓말>의 주인공 성우를 연기할 수 있게 됐다. 사랑이란 감정에 지독한 괴로움을 느끼는 성우라는 역할을 담담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표현해낸 배종옥은 이후 소위 말하는 연기파 배우로 자리 잡는다. 무엇보다 배종옥은 자신을 옥죄고 있던 비슷비슷한 캐릭터들의 굴레를 벗어난다. 계속해서 노희경 작가와 함께하게 된 배종옥은 노희경이 만들어 놓은 세상 속에서 매번 다른 얼굴로 변신했다. 배종옥에게 노희경은 배우로서도 귀인임이 분명하지만, 인간 배종옥에게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2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한 두 사람은 이제 비지니스 파트너를 넘어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인생작을 함께 한 사이를 뛰어넘어 노작가와 인생 친구가 된 배종옥이야말로, 노희경을 만나기 이전과 이후가 가장 달라진 배우라고 할 수 있겠다.

거짓말

연출 표민수

출연 배종옥, 유호정, 이성재, 김상중, 추상미, 김태우, 윤여정, 주현

방송 1998,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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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워

연출 김철규

출연

방송 2004,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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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몇 가지 질문

연출 성준기, 홍석구, 김용수

출연 배종옥, 김남길, 윤소이, 김여진, 주현, 김자옥, 전무송, 김창완, 김혜옥

방송 2007,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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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Live)

연출 김규태

출연 정유미, 이광수, 배성우, 배종옥, 이순재, 성동일, 장현성, 이얼, 신동욱, 이시언, 우현주, 염혜란, 조완기, 이순원, 이주영, 김건우, 김종훈, 백승도, 고민시, 장호준

방송 2018,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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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무비 에디터 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