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리끼리’는 과학이다. 구태여 자기소개를 하지 않아도 내 곁에 있는 이들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고, 내가 그들을 대변해 주기도 한다. 영화계에도 예외는 없다. 충무로의 대표 ‘끼리’를 꼽자면 올해로 25년 지기가 된 이정재와 정우성이 그 산증인이다. 1998년부터 현재까지 그들의 친밀한 관계는 너무 많이 언급되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들이 절친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이 두 사람 외에도 충무로에는 오랜 시간 우정을 나누어 서로의 영혼의 단짝이 된 배우들이 꽤 많다. 각별한 사이를 자랑하는 충무로 대표 찐친들을 모아봤다.


박서준 X 최우식
(왼쪽부터) 박서준, 최우식 인스타그램

박서준과 최우식의 돈독한 우정은 충무로를 넘어 전 세계에 파다하다. 두 배우는 모두 2011년 데뷔해, 아직 병아리 시절이던 2012년 출연한 시트콤 <패밀리>(원제 <닥치고 패밀리>)에 출연하며 인연을 맺었다. 극중 같은 빌라의 위 아래층에 사는 18살 동갑내기 친구 우봉과 서준을 연기한 두 사람은 이를 계기로 실제로 절친이 된다. 두 사람은 서로가 출연하는 작품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는데, 최우식은 박서준이 출연한 드라마 <쌈, 마이웨이>와 영화 <사자>에 특별출연했고, 박서준은 최우식이 출연한 영화 <기생충>에 특별출연한 바 있다. 다만 <기생충> 출연의 경우 봉준호 감독이 박서준을 캐스팅한 후 두 사람이 친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 <여름방학>과 <윤스테이>에도 함께 출연하며 찐친 케미를 뽐내기도 했다.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이야기지만, 박서준과 최우식은 BTS의 멤버 뷔, 픽보이, 박형식과 친목 모임 ‘우가 패밀리(aka.우가팸)’를 결성해 서로의 행보를 응원하고 지지하며 두터운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서로의 SNS에 댓글을 달며 놀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각자 자신의 SNS에 골프 치는 사진과 영상을 업로드했는데, 영상에서 뷔의 목소리와 비슷한 웃음소리가 들리며 세 사람이 함께 골프여행을 간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돌기도. 박서준과 최우식 모두 지금은 글로벌스타로 발돋움했음에도 10년 전과 같은 찐우정을 자랑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훈훈하다.


정준호 X 신현준
신현준 인스타그램

매번 ‘안 친하다’며 못을 박지만, 25년 가까이 끈끈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정준호와 신현준의 우정도 유명하다. 두 사람은 1999년 조성모의 노래 ‘For your soul’의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서 처음 만났다. 시간이 지나 당시 서로의 첫인상에 대해 신현준은 “나이가 훨씬 많이 보이는데 존댓말을 해서 기분이 나빴다”고, 정준호는 “되게 까칠하더라”고 언급하며 보는 이들의 웃음을 터뜨렸다. 두 사람의 우정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티키타카’보다는 ‘티격태격’이 더 어울린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시상식 등에 함께 출연할 때마다 늘 서로를 디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

얼마 전 <라디오스타>에 출연해서도 이야기했고, 정준호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마다 꼭 언급하는 영화 <친구> 에피소드는 이미 유명한 이야기. 정준호가 영화 <친구>의 대본을 받아 출연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신현준이 영화 <싸이렌>을 함께 하자고 설득해 출연했다는 것인데, <싸이렌>은 흥행에 처참하게 실패하며 두 사람의 흑역사로 남게 되었다. 다행히도(!) 이후로 두 사람은 더 친해졌다고. 얼마 전에는 정준호가 출연 중인 드라마 <지금부터, 쇼타임!>에 신현준이 우정 출연했고, 신현준이 주연을 맡은 영화 <귀신경찰>에 정준호가 특별출연할 예정이라고 한다.


유인나 X 이지은

유인나와 아이유의 오랜 우정도 빼놓을 수 없다. 팬들 사이에서는 두 사람의 이름을 합쳐 ‘아이유인나’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 두 사람의 우정이 유독 놀라운 이유는 나이 차이에 있다. 대개 한국에서 절친한 친구 사이라 함은 동갑이거나 위아래로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또래인 경우가 많은데, 두 사람은 거의 띠동갑에 가까운 11살 차이가 난다. 2010년 예능 프로그램 <영웅호걸>에 함께 출연한 것을 계기로 친해져,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 함께 출연하며 우정을 다져온 두 사람은 13년째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둘은 11년의 나이 차이를 가뿐히 뛰어넘어 성격과 취미가 딱 맞다고 알려져 있다. 유인나는 아이유를 자신의 ‘소울메이트’로, 아이유는 유인나를 자신의 ‘뮤즈’라고 부르며 각별한 사이임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2017년에는 두 사람이 자동차 광고를 함께 촬영하기도 했고, 유인나의 매니저 결혼식에 아이유가 참석해 축가를 부르고, 서로의 촬영장에 밥차를 선물하고, 우정반지를 맞추고, 유럽 여행을 함께 가기도 하며 지금까지 두터운 우정을 다져오고 있다.


손석구 X 최희서
손석구 인스타그램
손석구 인스타그램

충무로 대표 여사친 남사친이 유아인과 정유미만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 여기 이성우정계에 떠오르는 배우들이 있다. 바로 손석구와 최희서다. 두 사람은 2012년 최희서가 연출하고 출연한 단편영화 <난자완스>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맺게 되었다. 당시 손석구가 그 영화의 오디션에 지원한 것. 이후 두 사람은 연극 <사랑이 불탄다>를 함께 만들었다.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최희서는 여자 주인공과 연출을, 손석구는 남자 주인공과 미술 감독을 동시에 맡았다. 시간이 지나 최희서는 2017년 영화 <박열>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친한 동료로 손석구를 손꼽은 바 있고, 2019년 최희서가 주연을 맡은 영화 <아워바디> GV에 손석구가 스페셜 게스트로 참석해 그녀를 지원 사격하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서 최희서는 손석구를 두고 “나의 배우 생활을 만들어주다시피 한 친구”라 칭하고, “무명시절 함께 연기했던 작품들이 생각나면서 또 작품으로 만나고 싶다”고 말하며 어려운 시절을 함께 지나온 절친한 사이임을 강조했다. 또 손석구는 2018년 인터뷰에서 최희서와의 친분을 언급하며 “저한테는 귀인 같은 느낌이에요. 진짜 신기한 게 희서가 추천하는 오디션은 다 붙었거든요. <센스 8>도 그렇고요.”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쉽게도 아직 두 사람이 함께 출연한 작품은 없지만, 연출한 작품은 있다. 네 명의 배우 이제훈, 박정민, 최희서, 손석구가 메가폰을 잡은 단편 옴니버스 영화 <언프레임드>에서 각각 <반디>와 <재방송>을 연출한 것. 충무로의 대세 배우로 떠오른 두 사람이 한 화면에서 연기할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나우무비 에디터 박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