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칸 영화제의 수상작들이 발표됐다. 올해는 특히 한국영화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 두 작품이 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둘 모두 큰 상을 받아 더욱이 화제를 모았다. 


* 황금종려상 *

루벤 외스틀룬드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
Triangle of Sadness

올해 황금종려상은 스웨덴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의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에 돌아갔다. 상류층이 탄 호화 유람선이 무인도에 좌초돼 낚시를 할 줄 알아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청소부가 권력을 쥐게 되는 등 계급이 뒤집어지는 상황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칸 영화제와 외스틀룬드의 연은 꽤나 깊다. <분별 없는 행동>(2008)이 주목할 만한 시선, <플레이>(2011)가 감독주간,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2014)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데 이어, <더 스퀘어>(2017)는 처음 경쟁 부문 후보에 올라 바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5년 만에 내놓는 신작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가 다시 한번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이 됐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에밀 쿠스트리차, 이마무라 쇼헤이, 다르덴 형제, 켄 로치 등 황금종려상을 두 번 수상한 감독은 여럿 되지만, 연이어 발표된 작품이 수상한 경우는 <하얀 리본>(2009)과 <아무르>(2012)의 미카엘 하네케와 외스틀룬드 둘 뿐이다.


* 심사위원대상 *

루카스 돈트
<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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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드니
<스타스 앳 눈>
Stars at Noon

<클로즈>
<스타스 앳 눈>

작년과 마찬가지로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은 공동수상이다. 벨기에 감독 루카스 돈트의 <클로즈>, 프랑스 감독 클레어 드니의 <스타스 앳 눈>이 수상했다. <클로즈>는 13세 소년 둘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을 그렸다. 돈트는 전작 <걸>로 2018년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돼 그해 전 부문 통틀어 가장 훌륭한 첫 장편영화에 수여되는 황금카메라상을 받은 바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 감독 클레어 드니는 장편 데뷔작 <초콜렛>(1988) 이후 34년 만에 칸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팬데믹 시기 영국인 사업가와 미국인 기자가 니카라과에서 만나 사랑에 빠져 그곳을 탈출하는 <스타스 앳 눈>은, 호평이 주를 이뤘던 <클로즈>와 달리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지만 결국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드니와 여러 작품을 함께 한 배우이자 올해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 뱅상 랭동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 같다.  

에덴 당브린, 루카스 돈트
클레어 드니

* 감독상 *

박찬욱
<헤어질 결심>

'깐느박' 박찬욱은 <올드보이>(2003)로 처음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한국에서 개봉한 지 반년이나 지난 <올드보이>는 세계 첫 상영의 원칙을 깨고 2004년 칸 영화제 경쟁 후보에 올라 아시아 장르 영화 애호가인 그해 심사위원장 쿠엔틴 타란티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심사위원대상을 차지했다. 더불어 <박쥐>(2009)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고, <아가씨>(2016)는 경쟁 부문에 초청돼 무관에 그친 바 있다.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발표하는 신작 <헤어질 결심>은 40대 남성 실족사 사건으로 용의자로 지목된 아내 서래(탕웨이)와 그를 수사하는 형사 해준(박해일)을 주인공으로 한 로맨스 스릴러다. 영화제 내내 경쟁 부문 작품들 가운데 가장 높은 평점을 기록해 수상 가능성이 유력했는데, 결국 박찬욱이 감독상을 받았다. 한국 감독이 칸 감독상을 받은 건 <취화선>(2002)의 임권택 이후 20년 만이다.


* 여우주연상 *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
<홀리 스파이더>
عنکبُوت مُقدّس

<경계선>(2018)으로 한국 영화 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알리 압바시의 신작 <홀리 스파이더>는 2000년부터 이란 매슈해드에서 1년 간 성노동자 여성 16명을 죽인 실화를 영화화 했다. 영화는 연쇄살인범 사이드 하나에이가 아닌, 테헤란에서 파견된 여성 기자 라히미가 사이드를 수사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는 2006년 이란 드라마 <나르게스>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지만 섹스 비디오의 주인공이라는 누명을 쓰고 이란 연예계에서 퇴출되다시피 해 프랑스로 이주해 영화 작업을 이어오고 있었다. 본래 <홀리 스파이더>에 캐스팅 디렉터로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이미 캐스팅 됐던 배우가 하차하게 되면서 주인공 라히미(아마도 배우의 성에서 따왔을 것이다)를 연기하게 됐고, 결국 칸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 남우주연상 *

송강호
<브로커>

남우주연상의 영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연출한 '한국 영화' <브로커>의 송강호가 안았다. 송강호의 출연작이 처음 칸 경쟁 부문에 초청된 건,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이창동의 <밀양>(2007)이었다. 박찬욱의 <박쥐>, 봉준호의 <기생충>(2019)으로 초청됐지만 그가 '수상자'가 되진 못했다. 한편, 작년 칸 영화제에선 스파이크 리, 매기 질렌할, 멜라니 로랑, 클레버 펜돈사 필류, 타하르 라힘 등과 함께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바 있다. 그를 사랑하는 한국 감독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의 영화가 아닌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연출한 작품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는 게 흥미롭다. 송강호는 <브로커>에서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늘 빚에 시달리는 상현을 연기했다. 동수(강동원)과 함께 베이비 박스에서 아이를 몰래 데려오지만 아이 엄마 소영(이지은)이 나타나 아이를 찾자 다함께 아이의 새 부모를 찾아주는 여정을 떠난다. 


* 심사위원상 *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EO>
EO

펠릭스 판 흐루어닝엔
샤를로트 반데르미르히
<에이트 마운틴스>

Le otto montagne

<EO>
<에이트 마운틴스>

13년 전 박찬욱이 <박쥐>로 받았던 심사위원상은, 폴란드의 거장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가 84세 나이에 내놓은 신작 <EO>와 올해 처음 칸 경쟁 부문에 초청된 펠릭스 판 흐루어닝엔의 새 영화 <에이트 마운틴스> 두 영화에 돌아갔다. 스콜리모프스키는 무려 40년 만에 칸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폴란드 서커스단에서 태어난 당나귀의 생애를 따라가는 <EO>는 로베르 브레송의 걸작 <당나귀 발타자르>(1966)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티모시 샬라메와 스티브 카렐 주연의 <뷰티풀 보이>(2018)를 연출한 판 흐루어닝엔은 초기작의 주연배우였던 샤를로트 반데르미르히와 함께 공동감독을 맡아, 산에서 만나 몇 년에 걸쳐 우정을 쌓아가는 두 남자의 이야기 <에이트 마운틴스>를 만들었다. 초청작 공개 기자회견 이후에 추가로 발표되는 영화는 수상이 유력하다는 속설이 있는데, <에이트 마운틴스>는 올해 추가 공개된 세 작품 가운데 유일한 수상작이 됐다.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펠릭스 판 흐루어닝엔 / 샤를로트 반데르미르히

* 각본상 *

타리크 살레
<보이 프롬 헤븐>
Boy from Heaven

스웨덴의 유명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활동하다 영화감독으로 반경을 넓힌 타리크 살레는 올해만 두 개의 신작을 발표했다. 지난 4월 개봉한 액션영화 <더 컨트랙터>와 처음 칸 경쟁 부문 후보에 오른 <보이 프롬 헤븐>이 바로 그것. <보이 프롬 헤븐>은 이집트(살레는 이집트인 아버지와 스웨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슬람 최고종교지도자 대(大)이맘이 카이로의 명문 대학에서 숨을 거두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권력자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암투를 펼치는 스릴러의 에너지뿐만 아니라 종교 국가인 이집트의 신앙 문제를 꼬집는 시선까지 호평 받았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