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얼마 전 해방 결말로 막을 내렸다. <나의 해방일지>는 견딜 수 없이 촌스런 삼남매의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러운 행복소생기를 그린 작품이다. 회마다 숱한 명대사와 함께 추앙’, ‘해방등 화제의 키워드를 남긴 <나의 해방일지> 삼남매와 구 씨의 출연작과 차기작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나의 해방일지

연출 김석윤

출연 이민기, 김지원, 손석구, 이엘, 이기우

방송 2022,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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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희한하게 그런 타이밍을 또 귀신같이 안다. 물러나야 되는 타이밍. 막 미친놈처럼 폭주하다가도 희한하게 제자리로 딱 돌아가. 주변이 그렇게 흘러. 난 좀 그런 팔자 같아. 가랑비 같은 팔자. 그 왜 강이나 바다처럼 큰 물줄기가 있고 그런 건 아닌데. 뭔가 가랑비처럼 티 안 나게 여러 사람 촉촉하게 하는”

‘염추앙희’ 이민기
2003년, SK텔레콤 광고 모델로 데뷔한 이민기는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앞두고 있는 배우다. <나의 해방일지> 크레딧 가장 앞 순서가 이민기인 것도 그 이유일 테다. 단막극 <우리햄>으로 처음 연기를 시작한 이민기는 <굳세어라 금순아>, <진짜진짜 좋아해> 등을 통해 어리숙하면서도 남동생 같은 귀여운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천만 영화 <해운대>를 비롯 영화 <연애의 온도>,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뷰티 인사이드> 등 대중이 기억하는 인생작도 여러 개다. 

<나의 해방일지>에서는 긴 통찰 끝에 자신의 자리를 찾아 간 삼남매 중 둘째 염창희 역을 맡아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선보이며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다. 이민기의 현실 연기를 더 보고 싶다면 MBC 베스트극장 <태릉선수촌>을 추천한다. <태릉선수촌>은 태릉선수촌에 모여있는 청춘들의 열정과 성장을 그려낸 드라마다. 이민기의 풋풋한 시절은 물론, 날것의 귀여움이 가장 잘 담긴 작품이다. 차기작은 박신양과 함께한 오컬트 영화 <사흘>(가제)이다. 장례를 치르는 사흘 동안 죽은 딸의 심장 안에서 악마가 깨어나면서 벌어지는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이민기는 바티칸에서 구마를 수련한 사제 반신부 역을 맡았다. 개봉일은 아직 미정이다.


“할 일 줘요? 술 말고 할 일 줘요? 날 추앙해요. 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 개새끼, 개새끼...... 내가 만났던 놈들은 다 개새끼.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가득 채워지게. 조금 있으면 겨울이에요. 겨울이 오면 살아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렇게 앉아서 보고 있을 것도 없어요. 공장에 일도 없고, 낮부터 마시면서 쓰레기 같은 기분 견디는 거, 지옥 같을 거예요. 당신은 어떤 일이든 해야 돼요. 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 돼. 추앙해요.”

“날 추앙해요” 김지원
“날 추앙해요”라는 역대급 명대사를 남긴 염 씨 삼남매의 무뚝뚝한 막내 염미정. 염미정은 사람들에 대한 실망과 앙금으로 인생이 심란하기만 한 캐릭터다. 미정은 생각하면 좋기만 한 사람, 앙금 하나 없이 좋기만 한 사람으로 구 씨(손석구)를 선택하며 <나의 해방일지>의 구원 서사를 완성한다. 무거워질 수 있는 내레이션과 진지한 대사들을 살린 건 배우 김지원의 힘이 가장 컸다. 2010년, 빅뱅과 함께한 CF 롤리팝으로 데뷔 후, 음료수 오란씨의 모델로 활약하며 ‘오란씨걸’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데뷔 초 김지원은 상큼한 매력으로 주목받았다. 

배우로 눈도장을 찍은 건 김은숙 작가의 <상속자들>에서 미워할 수 없는 빌런 유라헬 역을 맡으면서다. 이후 또 한 번, 김은숙 작가와 함께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크게 성공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추앙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나를 추앙해요” 이전에도 <쌈, 마이웨이>를 통해 “나는 예쁜척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예쁘게 태어난 건데”라는 애교 짤을 탄생시킨 장본인이기도. 차기작은 아직 알려진 바 없다.


“일 대 다수일 때는 항상 일이 거슬려. 다수는 일을 거슬려하지 않아. 일은 늘 경계태세야. 일이라”

“나 추앙 잘하지 않냐” 손석구
<나의 해방일지>의 가장 큰 수혜자는 손석구였다. 손석구는 삼남매의 아버지 염제호(천호진)를 도와 산포 싱크에서 싱크대도 제작하고 염 씨 가족과 함께 밭일도 거들며 저녁에는 잔을 바꿔가며 술을 마시는 외지인 구 씨를 연기했다. 조용히 술만 마시던 구 씨 앞에 냅다 자신을 추앙하라는 미정이 나타나고 구 씨의 삶에도 변화가 생긴다. 구 씨와 비슷하게 실제로도 손석구는 언젠가부터 대중의 눈에 아른거리며, 자꾸만 신경 쓰이게 하는 배우였다. 호스트바 선수 출신 마담에서 알코올 중독 조폭까지. 구 씨의 다이내믹한 인생처럼 손석구 역시 캐나다에서 보낸 유년 시절, 미술과 영화 전공, 이라크 파병, 억대 매출의 제조업체 대표 등 드라마틱한 사실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되었다. 

손석구는 2017년, 워쇼스키 자매의 넷플릭스 드라마 <센스 8> 시즌 2에 출연하며 배우의 길을 걸었다. 이후 드라마 <마더>, <최고의 이혼>, <멜로가 체질>, <D.P.> 등 얼굴만 비쳤다 하면 자꾸만 신경 쓰이게 만들더니, 최근 악역으로 합류한 <범죄도시2>는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차기작은 <센스 8>, <최고의 이혼>에 이어 배두나와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추게 된 영화 <바이러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o난감>, <D.P> 시즌 2 등이 있다.


“저는 관심이 가는 순간 바로 사랑이 돼요. 단계라는 게 없어요. 아니, 남들은 관심이 가다가 진짜로 좋아하게 되는 거 같은데, 전 조금이 없어요. ‘서서히’가 없이 처음부터 그냥 막 많이 좋아요.”

“진짜 해요? 추앙?” 이엘
삼남매의 첫째 기정은 “이제는 아무나 사랑하겠다”라고 다짐하는 사랑에 충실한 인물이다. 동생 창희의 구박에도 꿋꿋하게 ‘(떨어지는 남편 목을)받는 여자’를 어필했던 기정 역은 배우 이엘이 맡았다. 영화 <황해>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등장한 이엘은 영화 <내부자들>, <콜>, 드라마 <도깨비>를 통해 뚜렷한 존재감을 선보여왔다. <내부자들> 안상구(이병헌)의 명대사 “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 잔?”은 이엘이 연기한 주은혜에게 던지는 대사다. 2018년, 사랑, 결혼, 가족에 대한 남녀의 생각 차이를 그린 로맨스 가족 드라마 <최고의 이혼>에서는 손석구와 부부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화려하고 신비스러운 마스크로 다양한 캐릭터들을 소화해온 이엘은 <나의 해방일지>를 통해 또 한 번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하며 대표작을 만들어냈다. 차기작은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다. 최민식, 박해일 주연의 영화 <행복의 나라로>는 시간이 없는 탈옥수 203(최민식)과 돈이 없는 환자 남식(박해일)이 우연히 거액의 돈을 손에 넣고 특별한 동행을 하는 이야기다. 이엘은 평창동 윤여사(윤여정)의 딸 김변 역을 연기한다. 지난 2020년에는 변요한, 신혜선과 함께 영화 <그녀가 죽었다>의 캐스팅 소식을 알린 바 있다. 두 작품 모두 개봉일은 미정이다.


씨네플레이 봉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