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Boys Love)는 남성과 남성의 사랑을 여성 판타지적 시선에서 풀어낸 장르로 동성애자의 실제 문화, 사회적인 측면을 다룬 일반적인 퀴어 장르와는 궤를 달리한다. 지금까지는 소비하던 소위, ‘음지 문화’였지만 이제는 장르 문화 산업에서 중요한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BL을 소재로 한 웹소설, 웹툰이 흥행을 하자 영상업계에서도 이를 주목했다. 확고한 팬층이 있고, 시장도 확보되어 있는 상황에서 시도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왓챠 오리지널 <시맨틱 에러>가 왓챠에서 6주 연속 TV 프로그램 1위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면서 영상 업계에서는 너도나도 BL 드라마 제작에 나섰다. 이제는 주류 문화로 자리 잡은 BL. 오늘은 한때 BL 좀 읽었다는 당신을 위해 엄선한 OTT BL 드라마를 추천한다. 


<시맨틱 에러>
출연 박서함, 재찬
오픈 2022.02.16 | 채널 왓챠 | 8부작

드라마 <시맨틱 에러>(2022)

국내 BL 드라마 흥행에서 <시맨틱 에러>를 빼놓고 이야기할 순 없다. <시맨틱 에러>는 검증된 원작과 최고의 제작진,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배우들 덕분에 국내 BL 드라마 붐의 시작점이 될 수 있었다. 왓챠 오리지널로 종영 후 한 달 동안 왓챠 시청 순위 1위를 지키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시맨틱 에러>는 완벽한 일상을 살아가는 컴퓨터공학과 추상우(박재찬) 앞에 에러처럼 등장한 디자인과 장재영(박서함)과의 이야기를 그리는 캠퍼스 로맨스 물로 동명의 웹소설과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이 BL계에서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드라마로 각색할 때 원작의 매력이 반감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공개 후에는 8부작이라는 짧은 분량 안에서도 원작의 매력은 확실히 녹이고 드라마만의 풋풋한 표현도 함께 표현했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출연 한기찬, 장의수
오픈 2022.05.22 | 채널
 넷플릭스 1부작(웹드라마)

드라마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2022)

국내 BL 드라마 1세대 감독 황다슬이 연출한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국내 최초 BL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다. 드라마는 재벌 가 상속자인 한태주(한기찬)와 그의 친구이자 보디가드인 강국(장의수)의 우정 이상의 그 미묘한 감정선을 포착해 낸다.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위태롭기만 한 청춘 속 태주와 국의 로맨스를 장르의 문법에 충실하게 표현해낸다. 재벌가와 그의 보디가드라는 관계성과 캐릭터 설정, 사건이 발생하는 방식과 서로의 미묘한 감정선까지 완벽한 ‘정통 BL’이다. 

클리셰만 너무 많은 재미 없는 드라마 아니냐고 물을 수 있지만 걱정 마시길.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에 초청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 받았고 2020년 5월 공개 당시 일본 라쿠텐 TV의 종합드라마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영화 제작까지 성공한 드라마다. 정통 BL이 보고싶다면 강력히 추천하는 작품. 


<나의 별에게> 
출연 손우현, 김강민
오픈 2021.01.22 | 채널
 넷플릭스 | 9부작

왓챠에 BL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넷플릭스에도 심심찮게 보인다. <나의 별에게>는 국내 BL 드라마 중 손에 꼽히는 작품으로 ‘나별단’이라는 팬덤까지 생겼다. 덕분에 시즌 2 제작까지 확정 지을 정도. BL 깨나 봤다는 사람들은 국내 BL 드라마 중에서 <나의 별에게>를 최고로 치기도 한다. 드라마는 언제나 남들보다 월등히 뛰어났지만 어딘지 공허했던 배우 강서준(손우현)과 정상의 궤도를 벗어나고 싶지 않은 셰프 한지우(김강민)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황다슬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기 때문에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와 세계관을 같이 하는 것도 재미 포인트다.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에 등장한 김필현과 <나의 별에게>에서의 김필현은 동일인물이라고. 다만 베드신이 등장하기 때문에 아직 BL 수위에 익숙치 않은 사람이라면 참고해서 볼 것. 참고로 <나의 별에게 시즌 2>는 티빙에서 볼 수 있다. 


<아재’s 러브>
출연 다나카 케이, 요시다 코타로, 하야시 켄토
오픈 
2018.04.21 | 채널 왓챠 | 7부작

드라마 <아재's 러브>(2018)

BL 드라마에 관심 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작품, <아재’s 러브>다. 2018년 도쿄 드라마 어워드에서 연속 드라마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하고, 2018년 2분기 더 텔레비전 드라마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드라마다. 6, 7화 방영 당시에는 트위터 세계 트렌드 1위를 달성할 정도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덕분에 극장판이 개봉하는가 하면, 시즌 2도 제작되었다. 

2018년 4월부터 6월까지 방영한 드라마로, 우유부단한 30대 회사원과 그를 사랑하는 후배, 그리고 50대 직장 상사의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다. 50대에서 멈칫, 할 수도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력 덕분에 거부감 느껴지게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코믹하고 꽤 귀엽게 볼 수 있을 정도. 코믹함이 강점인 드라마지만 마냥 동성애를 가볍게 다루고 있지 않다는 것도 매력 포인트다. 하루타를 연기한 배우 다나카 케이의 귀여운 애교는 덤. 


<Life 선상의 우리들>
출연 시라스 진, 라이쿠
오픈 
2020.06.19 | 채널 왓챠 | 4부작

드라마 <life 선상의 우리들>(2020)

청소년 관람 불가다. 이것부터 언급하고 소개한다. <Life 선상의 우리들>은 동명의 19금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드라마로 고등학생 때부터 40대까지 인생의 한 세월을 함께 하는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새벽에 보면 짙은 여운에 헤어 나오기 어려울 정도로 감정선이 탄탄한 작품이다. 농도 짙은 원작의 스킨십 표현에 비해 드라마는 천천히 스며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손 잡는 모습, 입 맞추는 모습 등 일반적인 연인에게서 흔히 보이는 모습들이 드라마에는 더 자주 나온다. 

드라마는 BL 치고 꽤 현실적인 편이다. 연애 하는 모습도, 그들이 고통을 겪는 이유도 현실적이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이들이 존재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결국은 “너도 평범하게 결혼해서 가정 꾸리고 싶잖아”라고 말하는 주인공 아키라(시라스 진)의 대사에서 동성 커플의 현실을 마주한다. 한 회당 러닝타임이 25~30분 정도로 짧고 4부작이기 때문에 스토리 비약이 없는 건 아니지만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충분히 해결된다. 현실적인 BL 드라마가 보고 싶다면 추천하는 작품. 물론 진짜 퀴어 물에 비해서는 로망은 충분히 들어가 있다. 


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김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