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 러브 앤 썬더>

만인이 기다리던 토르가 돌아왔다. 7월 6일 개봉한 <토르: 러브 앤 썬더>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신작답게 순항 중이다. 주역 크리스 헴스워스와 전작 <토르: 라그나로크>의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 그리고 <토르: 다크 월드> 이후 하차한 나탈리 포트만까지 돌아온 이번 영화. 예고편부터 꼼꼼하게 숨긴 이스터에그들로 눈길을 끈 <토르: 러브 앤 썬더>에 숨겨진 이스터에그를 정리했다.

토르: 러브 앤 썬더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나탈리 포트만, 테사 톰슨, 크리스찬 베일, 타이카 와이티티, 크리스 프랫

개봉 202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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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근본 염소들

개봉을 앞두고 포스터가 하나씩 공개될 때, 사람들이 어리둥절했을 법한 신규 캐릭터들이 있었다. 바로 투스그라인더와 투스나셔 염소 듀오다. 투스그라인더와 투스나셔는 의외로 코믹스에서도 토르의 동료로 활약하는 캐릭터이다. 영화에서처럼 토르의 마차를 끄는 것이 두 염소의 주요 임무. 어떻게 보면 근본 오브 근본인데, 북유럽 신화의 탕그리스니르와 탕그뇨스트를 코믹스스럽게 만든 것이다. 탕그리스니르와 탕그뇨스트는 북유럽 신화 토르의 자가용이자 비상식량인데, 뼈와 가죽과 묠니르만 있으면 다시 생명을 얻을 수 있기 때문. 영화에선 무척 코믹하게 그려지지만 실제는 꽤 충신이라고 할 수 있다.


아스가르드식 뱀 꼬집기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나온 '뱀으로 변한 로키' 이야기

토르는 스타로드와 헤어지면서 장황한 인사를 선보인다. 그중 하나는 바로 '아스가르드식 뱀 꼬집기'라고 하는데, 이는 토르와 로키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토르는 8살 때, 뱀으로 변신한 로키가 자신을 공격했었기에 불신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다. 이 '뱀 꼬집기'의 정확한 어원이나 유래는 나오지 않지만 토르가 그 뱀사건을 겪고 만든 인사법이 아닐까 싶다.

물론 단순히 영화에만 관련된 건 아니다. 북유럽 신화 속 로키부터가 뱀과 관계가 깊은 신이기 때문. 로키의 자녀 중 하나인 요르문간드는 북유럽 신화에서 거대한 뱀으로 묘사하며, 라그나뢰크 이후 로키는 두 마리의 뱀이 흘리는 독이 얼굴에 떨어지는 영원한 형벌을 받았다. 그러니 그 많은 것 중 굳이 뱀을 언급한 건 이 북유럽 신화가 모티브인 코믹스 토르의 영향을 받아서일 것이다.

토르: 라그나로크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톰 히들스턴, 케이트 블란쳇, 마크 러팔로

개봉 201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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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홀 설명은 역시 <인터스텔라>?

오랜만에 영화에 등장한 제인 포스터. 그는 병원 옆자리에서 책을 읽는 소년에게 웜홀 이론을 설명한다. 소년이 읽고 있는 자신의 저서 한 페이지를 뜯어 구멍을 내는 이 설명, 분명 이 광경이 익숙한 관객도 있었을 것이다. 이 기시감은 이런 방법으로 웜홀을 설명한 영화가 있었기 때문. 현대 과학 관련 끝판왕이라는 <인터스텔라>이다. 로밀리(데이빗 기아시)가 우주 비행사 쿠퍼(매튜 맥커너히)에게 웜 홀을 설명할 때처럼 제인 포스터도 종이를 접고 구멍을 뚫어 웜 홀을 설명한다. 역시 배운 사람들은 남에게 설명하는 것도 비슷한 걸까.

인터스텔라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매튜 맥커너히, 앤 해서웨이, 마이클 케인, 제시카 차스테인

개봉 2014.11.06. / 2016.01.14.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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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가르드의 명배우들, 또 돌아왔다

카메오 출연한 (앞줄 왼쪽부터) 맷 데이먼, 루크 헴스워스, 샘 닐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가장 빵 터지는 장면 중 하나는 오딘으로 변신한 로키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을 관람하는 장면이다. 자신의 죽음을 숭고하게 묘사하는 이 연극은 아스가르드 최고의 명배우들이 연기를 펼쳤는데, 그 배우로 등장한 카메오 삼인방은 맷 데이먼, 루크 헴스워스, 샘 닐이다. 각각 로키, 토르, 오딘을 연기하는 아스가르드인 배우로 출연한 것. <토르: 라그나로크>의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가 이번 4편을 연출했으니 이 배우들의 대우는 더 좋아졌다. 로키, 토르 역 맷 데이먼, 루크 헴스워스, 샘 닐은 물론이고 이번엔 3편의 빌런 헬라를 연기하는 아스가르드인 배우가 추가됐다. 바로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풍채의 멜리사 맥카시가 헬라이기 때문이다.

멜리사 맥카시의 출연 장면이 진작 유출돼 '지미 팰론의 투나잇쇼'에서 방영되기까지 했다.

그리고 뉴아스가르드에는 또 깜짝 놀랄 가게가 하나 있다. 이름하야 '인피니티 콘즈'. 상호명으로 보나 간판으로 보나 타노스와 인피니티 젬을 관광 상품으로 승화한 것이다. 영화를 보는 우리들이야 웃을 수 있는 유머 포인트지만, 그래도 MCU 세계에선 사람들이 죽기도 하고 5년이란 공백을 만든 엄청난 사건을 '아이스크림 가게'에 활용하다니. 아스가르드인의 호기라고 해야 하나.


찐친 덕에 신이 된 배우

고르를 신 도살자로 만든 라푸는
조니 브루가 연기했다(해당 장면은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

아는 사람은 알아봤을 카메오도 있다. 영화 초반, 고르는 자신이 모시는 신 라푸를 만나지만 그 때문에 '신 도살자'의 길을 걷게 된다. 은근히 맞말하는 듯하면서도 듣는 사람 열받게 하는 이 라푸는 조니 브루가 연기했다. 조니 브루는 타이카 와이티티가 MCU에 입성하기 전 대표작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다. 당시 그가 맡은 캐릭터는 디컨 역. 이 장편 영화의 원작 단편 또한 출연한, 와이티티와 인연이 깊은 배우다. 참고로 그가 연기한 라푸는 순전히 영화의 오리지널 캐릭터다.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저메인 클레멘트

출연 저메인 클레멘트, 타이카 와이티티, 조너선 브러, 잭키 반 빅, 라이스 다비

개봉 2020.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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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만날 너의 타투?

예고편의 그 장면.

<토르: 러브 앤 썬더> 예고편에서부터 화제였던 토르의 뒤태(!). 하지만 진짜 팬들은 그 모습에서도 로키를 기억하는 토르의 마음을 발견했으니, 토르 등짝에 큼지막하게 새긴 로키의 헬멧 때문이었다. 토르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로키의 죽음을 목격하며 충격에 빠졌다.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그가 일평생 함께한 동생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는 토르의 마음이 잘 느껴진다.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우리는 로키가 (다른 로키긴 하지만) 살아있다는 걸 알고 있다. 과연 토르와 로키가 MCU에서 다시 재회하는 날이 올까. 그러면 토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사뭇 궁금하다.


아스가르드가 그리운 토르

토르가 입고 있는 티의 문양은 위그드라실이라고 한다.
<토르: 천둥의 신>에서 토르가 그린 위그드라실

이번 영화 초반, 토르가 입고 있는 흰 민소매는 단순히 '멋'은 아닌 것 같다. 이 민소매에 그려진 문양은 위그드라실로 알려졌다. 위그드라실이란 북유럽 신화에서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세계수를 의미한다. (이젠 옛날 영화인) <토르: 천둥의 신>에서도 이 위그드라실의 위용이 그려지기도 했다. 신화에선 오딘이 심은 나무이자 그 잔가지가 아스가르드를 덮고 있다고 하니, 영화 속 토르에게도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어울리고 전투에 참전하는 와중 그런 옷을 입는 토르, 고향과 가족이 그리운 마음을 내비치는 것이 아닐까. 

코믹스(위)의 장면을 고스란히 재현한 <토르: 러브 앤 썬더>(아래)

그리고 마지막.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부터 유명한 이스터에그. 베헤모스 폴리가르가 쓰러진 장면은 「Thor: God of Thunder #3」의 구도를 그대로 가져왔다.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MCU의 스케일을 보여주지만, 예고편만큼의 장면이 전부라는 건 아쉬울 따름.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