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토비 맥과이어와 멀어지라고 조언한 적이 있었다. 이유는 세계적인 배우인 당신과 ‘급’이 다르기 때문이었고, 이 얘기를 들은 디카프리오는 불같이 화를 냈다고. 맥과이어를 무척이나 아끼는 디카프리오는 자신에게 제안이 왔던 스파이더맨 역에 맥과이어를 적극 추천하기도 했다. 

<헌트>(2022)

살다 보면 우정을 유지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학창시절에는 경로당까지 함께 할 것 같았던 친구들이 어느새 여러 이유로 곁을 떠난다. 의견충돌로 인한 다툼일 수도 있고, 상황이 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걸 수도 있다. 현생에 치여 살다가 정신차리고 나면 멀어져 있는 경우도 태반이다. 오랜 우정이 값진 이유는 여러 상황들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영화계라는 만만찮은 곳에서 이정재 - 정우성은 여태껏 돈독한 우정을 지켜왔다. 두 사람은 결코 우정을 과시하는 법이 없다. 실제로 정우성은 한 인터뷰에서 <헌트> 촬영 당시 친구 이정재에게 어떤 조언도, 주문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독일을 경험해본 그로서는 할 말이 많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는 구태여 말을 보태기보다는 이정재의 곁을 지켰다. “이정재 감독의 해석과 속도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그는 단단한 신뢰 관계를 보여줬다. 

할리우드라는, 더 만만찮은 곳에서도 이정재 - 정우성처럼 우정을 지켜나가는 베스트 프렌드들이 있다. 오늘은 할리우드의 이정재 - 정우성이라 할 수 있는 할리우드 속 베스트 프렌드들을 소개한다. 

헌트

감독 이정재

출연 이정재, 정우성, 전혜진, 허성태, 고윤정, 김종수, 정만식

개봉 202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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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데이먼 & 벤 애플렉
벤 애플렉 & 맷 데이먼

할리우드에서 가장 유명한 절친 조합이라고 하면 <굿 윌 헌팅>의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아닐까. 10살 때부터 알고 지낸 소꿉친구로, <굿 윌 헌팅>에서 두 사람은 공동으로 각본을 작성해 아카데미 각본상을 공동수상하기도 했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유명한 절친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조합이기도 하다. 

<굿 윌 헌팅>(1998)

공동 각본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두 사람은 밝혔다. 맷 데이먼은 “대본 작업이 몇 년은 걸렸다. 수천 페이지를 쓰고 또 쓰고 난 후에야 130페이지짜리 각본을 완성할 수 있었다”며 벤 애플렉과의 작업을 회고했다. 두 사람은 <굿 윌 헌팅> 이후 24년 만에 다시 한 번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각본가로 뭉치기도 했다. 왜 24년 만에 다시 모이게 되었냐는 말에 맷 데이먼은 “우리가 너무 비효율적이어서 글쓰기를 두려워했던 것 같다”며 “24년 동안 영화를 찍으면서 서서히 그 구조를 알게 된 것 같다”고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굿 윌 헌팅

감독 구스 반 산트

출연 맷 데이먼

개봉 1998.03.21. / 2016.08.17.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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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로렌스 & 엠마 스톤
엠마 스톤 & 제니퍼 로렌스

할리우드에서 여성 배우들끼리 경쟁은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늘 곁에 있는 사람과 경쟁해야 한다는 할리우드 특성을 고려했을 때, 제니퍼 로렌스와 엠마 스톤의 우정은 특별한 관계다. 비슷한 나이와 재능을 가진 두 배우가 우정을 유지한다는 건 생각보다도 많은 걸 뛰어넘은 결과다. 실제로 엠마 스톤은 제니퍼 로렌스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탔을 때 솔직히 질투한 적이 있었다고. 그럼에도 엠마 스톤은 “우리 둘다 배우라는 직업 이상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아껴요. 직업이 달랐다 해도 서로 좋은 친구가 됐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제니퍼 로렌스와 엠마 스톤의 우정은 꽤나 독특하게 시작했는데, <헝거게임>에 함께 출연한 우디 해럴슨이 엠마 스톤에게 제니퍼 로렌스의 번호를 알려준 게 계기였다. 엠마 스톤은 제니퍼 로렌스에게 먼저 문자를 보냈는데, 제니퍼 로렌스의 답은 “꺼져(Fuck Off)”였다고. 지금은 매일같이 문자를 주고받는 사이라고 밝혔다. 


토비 맥과이어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토비 맥과이어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토비 맥과이어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10대 시절에 만나 약 30년 동안 우정을 이어왔다. 12살 때 같은 오디션에서 만나 친해진 두 사람은 여전히 순수한 우정을 유지하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토비 맥과이어와 멀어지라고 조언한 적이 있었다. 이유는 세계적인 배우인 당신과 ‘급’이 다르기 때문이었고, 이 얘기를 들은 디카프리오는 불같이 화를 냈다고. 맥과이어를 무척이나 아끼는 디카프리오는 자신에게 제안이 왔던 스파이더맨 역에 맥과이어를 적극 추천하기도 했다. 


제니퍼 애니스톤 & 폴 러드
<내가 사랑한 사람>(1998) 속 제니퍼 애니스톤 & 폴 러드

연예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말, “좋은 친구 사이로 남기로 했어요”다. 정말 전 연인과 베스트 프렌드로 남을 수 있을까. 사안의 논쟁을 떠나, 제니퍼 애니스톤과 폴 러드는 전 연인임에도 불구하고 20년 넘는 세월 동안 우정을 돈독하게 쌓아왔다. 1998년 로맨스 영화 <내가 사랑한 사람>의 주연을 맡은 두 사람은 영화 개봉 후 잠깐 사귀었지만 곧 헤어지고 친구 사이로 지냈다. 

<원더러스트>(2012)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른 뒤인 2012년에 그들은 <원더러스트>에서 다시 커플 역할을 맡았다. GQ에서 한 인터뷰에서 친구와 키스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두 사람은 모두 “일상적인 일이며, 수십 년 동안 키스해왔다”고 농담했다. 

내가 사랑한 사람

감독 니콜라스 하이트너

출연 제니퍼 애니스톤, 폴 러드, 알란 알다, 나이젤 호손, 존 팬코우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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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러스트

감독 데이빗 웨인

출연 제니퍼 애니스톤, 말린 애커맨, 폴 러드, 저스틴 서룩스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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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패스벤더 & 제임스 맥어보이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 속 제임스 맥어보이 & 마이클 패스벤더

마이클 패스벤더와 제임스 맥어보이는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을 만큼 서로를 아끼고 가까운 사이로 지내고 있다. 2000년에 톰 행크스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HBO 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서 두 사람은 신병으로 함께 출연했지만 친해진 건 그로부터 10년 후인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였다. 어느정도 배우로서의 경력도 쌓이고 어른스러워진 다음 만난 두 사람은 존중과 신뢰를 기반으로 친해질 수 있었다. 

맥어보이는 “마이클을 만나기 전부터 이미 마음을 터놓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정말 훌륭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를 하게 되어 신났던 이유 중 하나는 마이클과 작품을 같이 하는 것이기도 했다.”라고 당시의 감정을 밝혔다. 패스벤더 역시 “먼발치에서 흠모해왔다”며 좋은 감정이 원래도 존재했음을 말했다. ‘흠모하다’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사이인 만큼 팬들 사이에서는 그들의 케미를 팬아트나 gif로 만드는 게 유행하기도.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감독 매튜 본

출연 제임스 맥어보이, 마이클 패스벤더, 케빈 베이컨, 제니퍼 로렌스, 재뉴어리 존스

개봉 201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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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키드먼 & 나오미 왓츠
나오미 왓츠 & 니콜 키드먼

니콜 키드먼은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 말하는 것을 굉장히 조심스러워하지만, 나오미 왓츠와의 우정에 대해서는 거리낌 없이 말한다. 두 사람은 25년 넘게 절친한 친구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데, 시작은 1991년 <청춘 기숙사>에서였다. 키드먼은 “나오미와 나는 아주 좋은 친구다. 여성 배우로서는 보기 드물게 여전히 좋은 우정을 유지하고 있고, 나는 이에 굉장히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의 바탕이 상호 존중인 두 사람은 친구된 지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파티를 열기도 했다. 


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김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