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렸다. '작은 영웅' 앤트맨과 와스프가 드디어 3편 예고편으로 귀환을 예고했다. 앤트맨과 와스프가 2018년 <앤트맨과 와스프> 이후 5년만에 가져올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2023년 2월 개봉 예정이다. 실체를 보기까진 아직 반 년 가까이 남았지만, 이번 예고편은 그간 실망감을 표했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팬덤마저 뜨겁게 달구고 있다. 10월 25일(한국 기준) 공개한 티저 예고편에서 알 수 있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이하 <퀀텀매니아>)의 변화와 복선을 정리했다.
※ 아래 내용은 <로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관련 스포일러를 포함한다.
어벤져스의 새로운 상대 드디어 등장, 정복자 캉
<퀀텀매니아> 예고편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는 건 역시 소문으로 듣던 정복자 캉(조나단 메이저스)의 등장이다. 정복자 캉은 <로키> 시청자들에겐 초면이 아닌데, 해당 드라마에서 정복자 캉의 변종 '계속 존재하는 자'가 나왔었기 때문. 조나단 메이저스가 연기한 계속 존재하는 자는 이미 정해진 시간의 끝을 지킨 인물로 상당히 여유있는 모습이 돋보였다. 하지만 정복자 캉은 그 이름처럼 멀티버스를 '정복'하려는 인물이기에 계속 존재하는 자와 외형만 비슷할 뿐, 훨씬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로키> 결말에서 잠시 보여졌던 것처럼 원작 코믹스의 모습이 거의 그대로 재현됐는데, 특유의 파란빛 얼굴이 인상적이다. 예고편 마지막엔 헬멧을 벗은 모습이 나왔는데, 이게 같은 캉인지 아니면 또다른 변종인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번 영화의 핵심은 정복자 캉이 <퀀텀매니아>의 양자 세계에서 <어벤져스: 캉 다이너스티>까지 이어지는 서사를 어떻게 구축하는지일 것이다. 정복자 캉은 <로키> 시즌 2에도 등장할 예정인데 <퀀텀매니아>에서의 일이 TVA까지 여파가 미친다고 가정할 때, 단독 영화에서 이 정도의 행적을 보인 빌런은 MCU 사상 최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피니티 사가'의 최종보스 타노스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전까지는 쿠키영상에나 등장해 흑막 노릇을 했을 뿐, 이렇게 전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적은 없었다. 2023년 개봉하는 <퀀텀매니아>에서 2025년 개봉하는 <캉 다이너스티>까지 꽤 많은 작품이 공개될 텐데, 그 작품 전부에 영향을 미친다면 정복자 캉이 유례없이 강력하거나 예측불허의 사건을 터뜨릴 빌런으로 묘사될 가능성이 높다. 조나단 메이너스는 정복자 캉을 위해 근육량을 엄청나게 늘렸는데, 위압적인 빌런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물론 그가 준비한 근육이 이번 <퀀텀매니아>의 캉을 위한 것인지, 혹은 (계속 존재하는 자처럼) 캉의 또다른 변종을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예전에 봤던 그 얼굴 말고 다른 얼굴, 캐시 랭
이번 예고편에서 반가우면서도 낯선 얼굴이 있다. 캐시 랭을 연기한 캐서린 뉴튼이다. 캐서린 뉴튼은 <쓰리 빌보드>, <명탐정 피카츄>, <프리키 데스데이> 등에 출연해 한국 관객들에게도 낯익은 젊은 배우 중 한 명. 하지만 MCU 출연은 이번 작품이 처음이다. <앤트맨> 시리즈의 캐시 랭은 애비 라이더 포트슨(Abby Ryder Fortson)이 연기했고,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5년이 지나 훌쩍 커버린 캐시 랭은 엠마 푸르만(Emma Fuhrmann)이 연기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캐서린 뉴튼이 반가우면서 낯설 수밖에.
캐시 랭 배우를 엠마 푸르만에서 캐서린 뉴튼으로 변경한 건 앞으로의 MCU에서 캐시 랭의 비중이 점차 높아질 것을 암시한다. 원작 코믹스에서 캐시 랭은 스태쳐·스팅어라는 이름의 '영 어벤져스' 멤버로 활동했다. 이번 예고편에서도 캐시 랭이 수트 입은 모습을 공개했으니 원작처럼 히어로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마블에겐 엠마 푸르만보다 인지도 있는 배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영 어벤져스라면 헤일리 스타인펠드, 소치 고메즈 등과 호흡을 맞출테니까). 또 이번 영화에서 사고치는 모양새를 보니 좀 더 발랄하고 쾌활한 이미지의 캐서린 뉴튼이 낙점됐다고 추측할 수 있다. 엠마 푸르만은 처음부터 <어벤져스: 엔드게임> 한 편의 출연을 계약했다 하니 아쉽지만 엠마 푸르만의 캐시 랭은 작별을 고해야할 것이다.
혹시 텐 링즈?
이번 예고편에서 의외로 관심을 받는 건 미래형 건축물이다. 피라미드 양식에 원형 구조물이 더해진 이 건축물은 정복자 캉의 세력 본거지나 그가 통치하는 도시로 보이는데, 이 원형의 디자인과 빛나는 문양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 나온 고대 무기 텐 링즈를 연상시킨다. 텐 링즈는 웬우(양조위)가 소지했던 열 개의 팔찌인데, 강력한 힘과 불로의 신체를 주는 강력한 아이템이다. 이 무기를 가졌던 웬우는 동명의 조직을 만들어 오랜 세월 권세를 떨쳤고, 최근에 와서야 아들 샹치와의 싸움 끝에 텐 링즈를 넘겨주고 죽음을 맞이했다. '고대의 무기'라고만 묘사했지만,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쿠키 영상에서 '텐 링즈가 어딘가로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보이는 것 이상의 물건임을 암시했다. 그리고 이번 <퀀텀매니아>에서 텐 링즈와 유사한 것이 등장하면서 텐 링즈 또한 양자 영역에서 온 물건이 아니냐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코믹스의 텐 링즈가 외계 문명 기술의 산물이었으니 인류의 기술력 이상의 물건인 건 유지된 셈.
소소한 포인트
=꾸준히 <앤트맨 3>라는 가제로 불렸던 이번 영화의 정확한 제목은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앤트맨>에서 <앤트맨과 와스프>로, 그리고 부제 '퀀텀매니아'가 붙어 더 길어졌다. 보통 캐릭터 이름에 부제만 달라지는 MCU 영화 사이에서 제목이 달라지고 부제가 붙은 유일한 시리즈가 됐다.
=예고편에서 캐시가 '양자 위성'을 만들어 가족들을 위험하게 만드는 전개는 팬들에게 기시감을 안겨줬다. 2021년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또한 피터 파커의 소원 때문에 주변 인물들이 위험에 빠졌기 때문. 10대(캐시 랭, 피터 파커)의 섣부른 결단이 이전까지 만나지 못한 세계(양자 영역, 멀티버스)를 불러오는 것도 비슷하다. 혹시 영화 본편에서 정복자 캉 외에 변종 빌런이 나온다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유사한 점이 하나 더 추가될 것이다.
=<앤트맨> 시리즈 팬이라면 웃음을 감추지 못할 포인트가 예고편에 많이 담겼다.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가택 연금 중 고군분투했던 스콧 랭이 마침내 히어로로 인정받았다. 1편에서처럼 베스킨라빈스에서 일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달의 직원으로도 선정되기도. 다만 '앤트맨'이란 이름 때문인지 똑같이 벌레 이름을 딴 '스파이더맨'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는 모양. 그저 웃어넘길 개그 장면 같으면서도 예고편 마지막에 정복자 캉이 '앤트맨'이라고 똑바로 부르는 것과 대구를 이룬다.

-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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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페이튼 리드
출연 폴 러드, 에반젤린 릴리, 미셸 파이퍼, 마이클 더글라스, 조나단 메이저스
개봉 2023.02.00.

- 앤트맨과 와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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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페이튼 리드
출연 폴 러드, 에반젤린 릴리, 마이클 더글라스, 미셸 파이퍼, 로렌스 피시번, 마이클 페나, 해나 존-케이먼
개봉 2018.07.04.

- 앤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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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페이튼 리드
출연 폴 러드, 마이클 더글라스, 에반젤린 릴리, 코리 스톨
개봉 2015.09.03.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