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웬즈데이> 속 한 장면

팀 버튼이 제작한 넷플릭스 드라마 <웬즈데이>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웬즈데이>는 <아담스 패밀리>의 장녀인 '웬즈데이'를 주인공으로 만든 작품으로, 특유의 우울하면서도 경쾌한 세계관이 매력적이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유령신부>, <아담스 패밀리>와 <해리포터>가 적절히 섞인 느낌이랄까. <웬즈데이>는 팀 버튼 팬은 물론이고 잘 만든 판타지 작품이 그리웠던 사람들에게도 환영받으며 공개와 동시에 넷플릭스 시청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웬즈데이>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전 장르의 팬들이 좋아할 만한 '고딕풍 하이틴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친구도 없고, 가족들과의 감정 교류에도 서툰 '웬즈데이'가 네버모어 아카데미로 전학 오며 새로운 인물들과 우정, 사랑을 경험한다. 주인공 '웬즈데이'는 냉정하게 추리에만 몰두하지만 그 과정에서 눈에 띄게 성장한다. 고딕 장르의 색다른 화법을 원했던 이들에게는 이보다 적절한 작품이 없을 것 같다. 여태껏 팀 버튼이 구축해온 자신의 세계관의 매력 포인트를 전부 모아 만든 듯한 <웬즈데이>처럼 매력적인 고딕 장르의 작품을 모아봤다. 


<크림슨 피크>, 2015
<크림슨 피크>

1890년대를 배경으로 한 <크림슨 피크>는 유령을 볼 줄 아는 소설가 지망생 '이디스'의 이야기다. '이디스'는 상류층 자제지만 글쓰기에만 관심이 있어 사교계에서 겉돈다. 그러다 우연히 영국 귀족 '토마스'를 만나 사랑에 빠져 그의 저택에 살게 되지만 '이디스'는 당최 마음이 편하지 않다. '토마스'의 누나인 '루실'이 자신에게 끊임없이 냉대하고 대저택은 오래되어 삐걱거리며, 붉은 녹물까지 나오는 곳이었으니까. 심지어 어린 시절 어머니가 그녀에게 조심하라 일러주었던 '크림슨 피크'가 이 대저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수상함마저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이디스'가 저택에서 이상한 유령을 발견하는데. '크림슨 피크' 안에서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제시카 차스테인, 미아 바시코프스카, 톰 히들스턴. 할리우드에서 쟁쟁한 세 명의 배우가 만난 <크림슨 피크>는 '고딕 호러 로맨스'라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는 영화다. <세이프 오브 워터>로 흥행을 기록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작품으로, 장르 특성상 
흥행과는 거리가 멀지만 아름다운 영상미와 작품성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대저택 '크림슨 피크'의 화려한 홀과 매혹적이지만 기괴한 연출, 알 수 없이 불쾌하고 어두운 욕망이 서린 분위기가 이 영화의 관점 포인트다. 기예르모 델 토로만의 고딕스러움을 잘 그려낸 게 특징이다. 

크림슨 피크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찰리 허냄, 제시카 차스테인, 톰 히들스턴, 미아 와시코브스카

개봉 201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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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틀 스트레인저>, 2018
<더 리틀 스트레인저>

영국의 대저택인 헌드레즈 홀을 수백 년간 지켜온 에이리스 가문. 주인공 '패러데이'는 어린 시절, 자신의 엄마가 에이리스 가문의 하녀였던 탓에 언젠가 헌드레즈 홀의 주인이 되겠다는 야망을 품어왔다. 신분 차이를 극복하는 게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지만 말이다. 수십 년이 흘러 '패러데이'가 의사가 되어 재방문한 대저택은 옛 기억과 달리 크게 노후되어 볼품 없어진 모습이었다. 두 차례의 전쟁으로 인해 에이리스 가문이 점차 쇠락했기 때문. '패러데이'는 그토록 동경하던 에이리스 가문의 주치의가 되어 헌드레즈 홀을 쉽게 드나들게 되지만 어린 시절 자신이 꿈꿔왔던 대저택의 모습은 사라지고, 오직 공포만 도사리는 곳이 되었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한다. 

지나치게 커다랗고 휑 비어있는 홀과 한 명만 남아있는 하녀, 그리고 서로를 알게 모르게 얕보는 귀족들. 그 사이에서
'패러데이'는 어릴 적 자신이 간절히 꿈꿔왔던 명예의 상징인 헌드레즈 홀이 이제 사라졌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욕망을 실현할 기회를 엿본다. 이후로도 '페러데이'를 둘러싼 이들에겐 알 수 없는 불행이 끊임없이 벌어지진다. 그는 헌드레즈 홀을 차지할 수 있을까. <더 리틀 스트레인저>는 단순히 대저택이란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로 공포심을 자극하는 뻔한 고딕 호러 영화가 아니다. 당시 영국의 시대상과 귀족-서민 사이의 견고한 장벽, 그로 인해 생겨난 치열한 심리극이 섬세하게 짜여 있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더 리틀 스트레인저

감독 레니 에이브러햄슨

출연 루스 윌슨, 윌 폴터, 도널 글리슨, 샬롯 램플링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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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뚤어진 집>, 2019
<비뚤어진 집>

대부호 '레오니디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그의 손녀 '소피아'는 타살임을 직감하여 탐정에 의뢰한다. '소피아'의 부름에 저택에 도착한 사립 탐정 '찰스'는 용의자들의 알리바이 수사를 진행한다. 용의자 후보는 '레오니디스'의 부인과 처제, 아들, 손녀, 가정교사 '브라운' 그리고 미망인 '브렌다'. 수사 끝에 결국 미망인 '브렌다'가 용의자로 끌려가지만 그 사이에 새로운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쓸 뻔한 '브렌다'는 풀려나고 새로운 살인 사건으로 인해 숨겨져있던 사실들이 드러난다. 그제야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진다. 

때로는 고전적인 게 가장 끌릴 때도 있다. 영화 <비뚤어진 집>은 추리 소설의 거장인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을 현대판으로 각색하여 만든 작품이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이기에 탄탄한 스토리는 당연하고, 현대판으로 각색했기에 신선한 재미가 있는 것도 당연하다. 그녀의 소설로 하여금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제작되었고 그 때문에 아가사 크리스티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했지만 <비뚤어진 집>은 그중에서도 큰 인기를 끈 작품 중 하나다.

<비뚤어진 집>
<나이브스 아웃>

거대한 집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과 탐정, 수상한 가족 구성원들의 관계, 아름다운 비주얼. <나이브스 아웃>이 떠오른다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왜냐하면 <나이브스 아웃>은 <비뚤어진 집>을 모티브로 한 영화이며, <비뚤어진 집>도 <나이브스 아웃>과 같은 후더닛 장르이기 때문. 후더닛은 'Who done it?'이라는 뜻으로 결말에 다다를 때까지 살인자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 작품을 말한다.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관객들에게 선물 같은 결말을 선사하는 게 후더닛 장르의 특징이다.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심리전과 고딕 장르의 수사극이 취향이라면 <비뚤어진 집>을 추천. 아가사 크리스티의 동일한 장르 작품으로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이 있다. 

비뚤어진 집

감독 질스 파겟 브레너

출연 글렌 클로즈, 맥스 아이언스, 질리언 앤더슨, 크리스티나 헨드릭스, 스테파니 마티니

개봉 201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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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김다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