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옥빈 (사진: 넷플릭스)

데뷔한 지 18년 만에 처음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도전한 배우가 있다. 영화 <박쥐>, <악녀>와 드라마 <다크홀>, <아스달 연대기> 등 주로 개성 강한 장르물과 액션 작품에 출연해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던 김옥빈이 그 주인공이다. 2월 1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연애대전>에서 주인공 여미란 역을 맡은 김옥빈은 '왜 지금까지 로코를 하지 않았지?'라는 의문이 절로 생길 만큼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줘 호평을 이끌어냈다. 지금까지 로코를 찍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그는 "20대 때는 낯간지러운 걸 잘 못해서 로맨틱 코미디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라 생각하고 멀리했다"면서 "비슷한 역할만 하다 보니 좀 질려서 새로운 연기에 도전하고 싶었다. 배우가 한 가지 이미지에 고정되지 말아야 하는데 내가 그동안 편협하게 섭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자신감이 붙은 김옥빈은 "20대 때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는 생각을 전하기도.


연애대전(2023년)

<연애대전>

<연애대전>은 남자에게 병적으로 지기 싫어하는 여자 여미란과 여자를 병적으로 의심하는 남자 남강호가 전쟁 같은 사랑을 겪으며 서로에게 치유받게 되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엔터테인먼트 전문 로펌 '길무'의 신입 변호사 여미란 역에는 김옥빈이, '멜로 장인'이란 수식어를 보유하고 미담 제조기 인성으로 톱배우가 된 남강호 역에는 유태오가 맡아 연기했다. 여미란과 남강호는 각각 남자와 여자를 믿을 수 없게 된 과거를 가진 인물로 그들의 첫 만남은 오해에서부터 시작하게 된다. 서로를 끊임없이 경계하고 시험하는 시간을 거쳐 끝내 두 인물이 가지고 있던 오해가 풀어지면서 사랑에 빠지는 모습이 <연애대전>의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연애대전>

사실 김옥빈과 유태오는 <연애대전>으로 처음 만난 사이가 아니다. 2009년에 개봉한 영화 <여배우들>에서 김옥빈은 에밀 역을 맡은 유태오와 잠깐이지만 한 번 마주쳤던 이력이 있다. 그 당시 김옥빈은 영화 <박쥐>로 모두가 주목하는 배우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던 시기였고 유태오는 <여배우들>을 통해 막 데뷔한 신인이었다. 잠깐 순간의 인연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14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의 케미는 성공적이었다. 김옥빈은 유태오와의 호흡에 대해 "100점을 주고 싶다"며 "촬영할 때 그렇게 장난치고 싶게 만드는 배우는 유태오가 처음이었다. 촬영이 끝난 뒤로도 웃긴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면 서로에게 보낸다. 개그 코드가 잘 맞아 그런 거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연애대전>에는 달콤한 로맨스 장면뿐 아니라 눈을 즐겁게 만드는 액션신도 등장한다. 앞선 작품에서 고도의 액션 연기를 펼쳐 호평을 받았던 김옥빈은 <연애대전> 속 액션신 역시 대부분 직접 소화했다는 사실을 전해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옥빈은 "이제는 어느 정도의 액션신은 현장에서 그냥 배워도 할 수 있다. 액션 스쿨 안 가도 될 정도"라며 "이번에는 무술 감독님이 컷을 굉장히 코믹하게 짜오셔서 그동안의 액션과는 달랐다. 체력적 소모가 덜했고, 장면에 맞는 코미디 센스를 가지고 찍어야 했기에 새롭게 배우는 부분이 있었다. 텀블링만 빼고 모든 장면을 제가 거의 다 찍었다"고 설명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아스달 연대기(2019년)

<아스달 연대기>

<아스달 연대기>는 가상의 땅인 '아스'를 배경으로 상고시대에 이상적인 국가의 탄생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투쟁과 화합, 사랑에 대한 신화적 영웅담을 담은 작품이다. 방영 전 장동건, 김옥빈, 송중기, 김지원 등 화려한 배우 라인업과 540억이란 제작비로 큰 화제를 모았으나 아쉽게도 기대한 만큼의 성적은 거두지 못했다. 그럼에도 <아스달 연대기>는 애초에 시즌제로 기획됐기에 2023년 시즌 2 방영을 목표로 촬영에 돌입했다고 한다. 또한 시즌 2에서는 시즌 1에서 8년이 지난 시점을 배경으로 두고 있으며 송중기와 김지원이 하차하고 그 자리를 이준기, 신세경이 채운다.

<아스달 연대기>

김옥빈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아버지, 연인, 가문 등 모든 것을 이용하는 '욕망의 정치가' 태알하 역을 맡았다. 시즌 1에서 태알하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김옥빈은 시즌 2에 대해 "제가 느끼기엔 시즌 1에서 해소 못 했던 부분들이 완전히 해소된다. 시즌 2의 키워드는 '전쟁'이라 생각한다. 내부에서 정치하는 장면보다는 밖에서 블록버스터급 전쟁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몇 년 만에 다시 시작된 시즌 2 촬영을 두고 "시즌 1을 찍을 때 에너지를 다 쏟아부었다. 이후 코로나 때문에 3년 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그 느낌을 다 잊었다. 제가 어떤 톤으로 대사를 했는지도 까먹은 상태다. 그래서 태알하 영상을 찾아보면서 공부했다"며 감회를 밝히기도 했다.

아스달 연대기

연출 김원석

출연 송중기, 장동건, 김지원, 조성하, 박병은, 유태오, 김옥빈, 고보결, 김의성, 박해준, 추자현, 기도훈, 이성우, 하준

방송 2019,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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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춘몽(2022년)

<일장춘몽>

<일장춘몽>은 애플의 아이폰 카메라 성능을 알리기 위해 유명 영화감독, 사진작가들이 아이폰으로 작품을 찍어 대중에 공개하는 캠페인 'Shot on iPhone'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단편영화이다. 이 영화는 2022년 2월 18일에 유튜브, 네이버 TV 등 동영상 플랫폼에 무료로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됐다.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 등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유해진, 김옥빈, 박정민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러닝타임 21분의 <일장춘몽>은 한마을의 은인인 여자 협객 흰담비(김옥빈)를 묻어줄 관을 만들 나무를 구하기 위해 장의사(유해진)가 버려진 무덤 하나를 파헤쳤다가 그 무덤 주인인 검객(박정민)의 혼백이 깨어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무협 판타지 로맨스 작품이다. 김옥빈은 짧은 러닝타임 속에서도 현란한 액션 연기를 펼쳐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일장춘몽

감독 박찬욱

출연 유해진, 김옥빈, 박정민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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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2009년)

<박쥐>
<박쥐>

2009년에 개봉한 영화 <박쥐>는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작품이자 박찬욱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또한 배우 김옥빈의 대표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박쥐>에서 김옥빈은 뱀파이어가 된 신부 상현(송강호)을 파멸로 이끄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태주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박쥐>를 촬영할 당시 김옥빈은 22살이었다. 하지만 그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이고 성숙한 카리스마를 보여줘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의 '최애 캐릭터'로 꼽히곤 한다. 한 인터뷰에서 김옥빈은 "시나리오를 보면서 이토록 상상력이 자극되고 이미지가 살아 움직였던 건 처음이었다"며 "'과연 작품이 어떻게 나올까'라는 생각은 나에게도 엄청난 자극을 안겼다. <박쥐> 시나리오 구성은 앞선 한국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함과 매력이 담겨있다. '여기에 박찬욱 감독님의 연출력이 더해진다면 엄청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히며 해당 작품에 대한 애정을 표한 바 있다.

박쥐

감독 박찬욱

출연 송강호, 김옥빈

개봉 200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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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김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