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셰린의 밴시
감독 마틴 맥도나
출연 콜린 파렐, 브렌단 글리슨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중년남 버전 '헤어질 결심'
★★★★
<쓰리 빌보드>(2017)로 이미 스토리텔링의 경지를 보여주었던 마틴 맥도나 감독의 작품. 그의 펜은 녹슬지 않았으며, 어떤 면에선 더 간결한 방식으로 깊어졌다. 섬에 사는 두 남자의 이야기라는 설정만 보면 일면 단조로워 보이지만, 그들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파생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건과 감정의 연쇄작용의 몰입감은 대단하다. 특히 콜린 파렐과 브렌단 글리슨이 만들어내는 ‘한적한 텐션’은 이 영화를 장악하는 독특한 톤이다. 블랙 코미디처럼 시작해 그 이상의 지점에 도달하는, 관객에게 지독한 유머와 페이소스를 느끼게 하는 작품. 오스카 9개 부문 후보에 오르고도 단 하나의 트로피도 가져가지 못했지만, 그 어떤 수상작보다도 인상적이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가장 최소한의 장치로 꿰뚫어보는 사회의 모순
★★★★
작디작은 관계의 종말 안에서 세상사의 이치를 그려낸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서 시작해 파국으로 치닫고 결국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 <이니셰린의 밴시> 속 인물들의 사연은 관계와 갈등의 본질, 나아가 아일랜드 내전의 상황까지 폭넓게 은유한다. 마틴 맥도나 감독은 <쓰리 빌보드>(2017)에 이어 다시 한번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선보인다. 지역사회를 바탕으로 한 작은 부조리극을 그리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 외부의 더 큰 이야기와 사회상을 연결해 펼쳐 보인다는 점에서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수상 탈락이 못내 아쉬운 작품.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은유와 상징으로 지어올린 기품의 세계
★★★★
공간은 아일랜드의 외딴섬, 시간은 1923년 4월, 상황은 친구의 절교 선언. 마틴 맥도나 감독은 일견 앙상해 보이는 가지들로 탄탄하고 오래 남을 건축물을 지어 올렸다. 아일랜드 내전으로, 각기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진 인간 탐구로 보는 이에 따라 여러 결로 읽힐 수 있는 영화는 고전문학 같은 기품을 지녔다. 인간에게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생의 허무와 우울을 대하는 인물들의 행동 양식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고 역사에 대한 은유로 확대된다.

이니셰린의 밴시

감독 마틴 맥도나

출연 콜린 파렐, 브렌단 글리슨

개봉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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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메이트
감독 민용근
출연 김다미, 전소니, 변우석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우리를 닮은 세월 안에서 네가 되는 꿈
★★★☆
원작의 궤도를 충실하게 따라가면서도 자신만의 영역을 잘 구축한 각색이다. 그중 그림이라는 모티프는 원작과의 가장 큰 차이를 만드는 기능적 장치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대상을 오래도록 관찰하고 시간을 쌓아야 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마음과 시간 그리고 얼굴. 이는 <소울메이트>의 본질이다. 이 영화는 미소와 하은 사이의 감정을 유형화하지 않지만, 세상의 기준으로 분류할 수 없는 존재로 서로를 선택하는 일에 대해 말한다. 그토록 강렬한 멜로에의 호소는 원작과 이어지는 여전한 강점. 크게 보면 미소에서 시작해 하은으로 끝나는 이야기는 두 인물 간 균형을 기계적으로 맞췄다기 보다, 두 사람의 성장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각색으로 느껴진다는 점에서 인상 깊다. 배우들의 섬세한 결의 연기를 오래도록 반복해 들여다보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원작보다 청량해진 리메이크
★★★
원작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가 파란만장한 ‘인생의 한 단면’처럼 다가왔다면, <소울메이트>는 다시없을 ‘청춘의 한순간’처럼 느껴진다. 여러모로 조금 더 화사하고 청량해진 리메이크다. 원작이 품었던 녹진한 감정의 순도가 옅어진 측면은 있지만, 서로 다른 개성을 활기 넘치게 토스하는 김다미-전소니 배우의 호흡과 인물들의 내밀한 상처를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연출이 더해져서 그만의 여운을 확보해낸다. 원작에 없던 ‘극사실주의 그림’을 중요한 메타포로 심으면서, 안정지향적인 삶을 사는 듯 보이는 하은(전소니)의 뿌리가 조금 더 다양한 해석을 입은 지점이 인상적이다.

소울메이트

감독 민용근

출연 김다미, 전소니, 변우석

개봉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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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잠! 신들의 분노
감독 데이비드 F. 샌드버그
출연 제커리 레비, 애셔 앤젤

정유미 영화저널리스트
시리즈의 제자리걸음
★★☆
4년 만에 돌아온 <샤잠!>(2019)의 속편. 규모는 전편보다 커졌고, ‘샤잠 패밀리’의 본격적인 활약을 그린다. 애초에 <샤잠!> 시리즈는 가족 히어로 영화를 표방하며 어린 캐릭터와 유치한 유머를 구사하며 문턱을 낮췄다. 속편에서도 호러 전문 감독다운 연출과 가족 영화 다운 분위기를 강조한다. 그러나 과거에 흥행한 가족, 어드벤처, 히어로 영화들을 답습하는 방식을 전편보다 노골적으로 취하면서 <샤잠!> 시리즈의 개성마저 퇴색되고 만다. 여전히 눈높이를 낮추는 전략을 고수한 <샤잠!>과 히어로 시리즈에 대한 기대가 점점 높아지는 관객 사이의 간극이 크다.

샤잠! 신들의 분노

감독 데이비드 F. 샌드버그

출연 제커리 레비, 애셔 앤젤

개봉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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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웅
감독 아쉬가르 파라디
출연 아미르 자디디, 모센 타나반데, 페레스테헤 사드르 오라파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힘든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진 선행은 그것이 인정받는 과정에서 점점 악행으로 변해가고, 미디어에 의해 영웅으로 만들어졌던 인물은 다시 교도소로 가야 한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2011)에서 경험했듯,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은 이란 사회의 법과 제도 안에 갇혀버린 사람이 선택해야 하는 윤리적 딜레마에 초점을 맞추며 <어떤 영웅>도 마찬가지다. 일종의 도덕극이라 할 수 있는 영화. 교도소에서 나오기 위해 영웅이 되어야 했던 한 남자의 드라마는 끝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빠져들고, 그 어떤 스릴러보다 관객을 몰입시키며 그 결말을 궁금하게 만든다. 명확한 테마를 집중력 있는 서사로 만들고 군더더기 없는 스타일로 연출한 작품.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어떤 질문들
★★★☆
영웅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내쳐지는가. 대중은 얼마나 변덕스러운가. 미디어는 타인의 불행을 어떻게 소비하는가. 명예란 무엇인가.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한 인물이 처한 도덕적 딜레마를 릴레이처럼 펼쳐내며 관객을 묵직한 물음 앞에 데려다 놓는 굴곡진 드라마.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진정한 영웅의 자격
★★★☆
이란의 거장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윤리적 질문은 계속된다. 돈을 갚지 못해 감옥에 간 주인공은 귀휴 기간에 금화가 든 가방의 주인을 찾아주는 선행으로 영웅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사소한 거짓말이 불씨가 되어 의심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평범한 인물의 선택에 집중한 전작들에서 뻗어나가 사회 조직의 이해관계, 사회망에 휩쓸리는 군중심리까지 예리하게 파고든다. 개인과 시대의 욕망이 만든 영웅의 허상을 목격하며 양심의 무게를 가늠하게 된다.

어떤 영웅

감독 아쉬가르 파라디

출연 아미르 자디디, 사리나 파르허디, 페레스테헤 사드르 오라파이, 모센 타나반데

개봉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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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
감독 장-프랑소와 리셰
출연 제라드 버틀러, 마이클 콜터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레트로 스타일 액션 영화
★★★
‘비행기 소재의 스릴러’라고 하면 흔히 테러리스트가 등장하는 하이재킹 무비를 생각하겠지만, <플레인>은 낯선 곳에 추락한 항공기가 무장 단체의 위협을 받는 상황을 통해 장르 관습을 변주한다.  호송 중인 죄수를 설정한 건 꽤나 영리한 대목. 무장단체와의 대결에서 좀 더 긴장감을 끌어낼 수 있었는데, 이 부분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킬링타임용으로는 꽤 훌륭하다. <다이 하드>  느낌이 나는, 레트로 풍의 액션 영화.

플레인

감독 장-프랑소와 리셰

출연 제라드 버틀러, 마이크 콜터

개봉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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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벙커
감독 닐 마샬
출연 샬롯 커크, 조나단 하워드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크리처 호러 장인의 범작
★★☆
호러 전문 닐 마샬 감독의 신작. 아프간 전장을 배경으로 지하 벙커에서 나온 괴생물체에 맞서는 군인들의 사투를 그린 밀리터리 액션 호러 영화다. 늑대인간과 군인들의 사투를 그린 데뷔작 <독 솔저>(2002)가 떠오르는 작품으로 유혈낭자한 크리처물에 충실하다. B급 크리처 호러 팬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한 작품인데, 크리처의 공격력 말고는 감독의 개성이나 연출의 장점이 드러나지 못한다.

더 벙커

감독 닐 마샬

출연 샬롯 커크, 조나단 하워드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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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래빗: 잃어버린 보물을 찾아서
감독 벤자민 모스퀫, 벤 스타센
출연 박시윤, 김용, 서정익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주토피아> ‘인디아나 존스’ 버전 같은 
★★★☆
반은 토끼, 반은 닭의 모습을 한 주인공 치킨래빗의 모험과 성장을 그린 액션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이다. <새미의 어드벤쳐> 시리즈와 <썬더와 마법저택>을 연출한 벨기에 애니메이션 거장 벤 스타센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아 재미와 완성도를 보장한다. 치킨래빗과 동료들이 다름을 인정하고‘모두 함께’의 가치를 깨닫는 주제도 유익하지만, 액션 모험극에 걸맞게 아기자기하면서도 스펙터클한 볼거리가 강점이다. 

치킨래빗: 잃어버린 보물을 찾아서

감독 벤자민 모스퀫, 벤 스타센

출연 박시윤, 김용, 서정익, 김소희

개봉 202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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