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시네마 천국 혹은 인생
★★★★☆
스티븐 스필버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 마냥 영화가 좋았던 소년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잠시 영화를 떠나지만 성인이 되어선 결국 영화 만드는 일을 하게 되는 과정을 담는다. 영화에 대한 낭만적 찬가만은 아닌, 희로애락을 담은 성장영화이자 거장의 자화상이다. 그에게 영화는 현실의 도피처였고 구원자였으며 결국 인생이었다. 이젠 노인이 된 감독이 젊은 시절로 돌아가 인생의 지평선에 대해 자문하는 영화. 마지막의 카메오 신은 영화를 마무리하는 강렬한 엔딩이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잊히지 않는 모두의 꿈, 영화
★★★★☆
한 가족의 가장 내밀한 시간들과 소년이 손에 쥔 8mm 카메라 그리고 그가 바라보는 뷰파인더 너머를 무대로 삼은 <파벨만스>는 아름답다. 나아가 ‘영화 그 자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평범한 얼굴을 한 가족 드라마의 외피 안에서 성장한다는 것의 의미, 영화를 향한 사랑과 예술의 본질까지 꿰어내는 작품이다. 세상의 모든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맞서 영화라는 욕망의 가시밭길을 걷도록 만든 그 모든 것들에 대하여. 그리고 필름의 숨결과 스크린이 가진 마술적인 힘에 대하여. 마지막 장면은 반세기가 넘는 시간을 영화 곁에서 살아왔지만, 여전히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필름메이커의 의지를 더없이 사랑스럽게 전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무언가에 평생을 건 사람의 변함없는 마음을 확인하는 일은 이토록 벅차다. 스필버그의 신작 발표가 앞으로 딱 반세기 동안만 꾸준하게 더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로 영사하는 영화의 힘
★★★☆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 영화인 만큼 당연히 그가 어떻게 영화와 사랑에 빠졌고, 얼마나 영화를 사랑하는지 소년 샘(가브리엘 라벨)을 통해 보여준다. 처음 영화관에서 맛본 매혹과 그것을 갖기 위해 찍던 홈무비, 장르 문법을 체화한 습작들까지 샘의 영화 만들기는 즐거움을 동력 삼은 듯 보이지만 그는 이내 영화가 포착할 수 있는 진실의 위력을 알게 된다. 그로 인해 영화를 포기하지만 가장 어두웠던 시기에 그를 수렁에서 건져낸 것도 영화다. 다시 카메라를 잡고 필름을 자르고 붙이며 샘은 깨닫는다. 진실을 담을 수도, 거짓을 영광으로 포장할 수도, 사람들의 감정을 원하는 대로 편집할 수도 있는 영화의 힘을. <파벨만스>는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믿고 있는 영화의 힘과 본질을 영사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스티븐 스필버그의 새로운 대표작
★★★★☆
성공한, 혹은 거장 감독들이 통과의례처럼 자전적 영화를 만든다. 일흔 중반이 넘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꽤 뒤늦게 동참한 셈이다. 이 영화를 보면 명감독이 비로소 자신의 인생을 통찰하고 관조할 수 있는 적기에 만든 최고작이라는 데 동의할 것이다. 부모와 함께 극장에서 영화를 처음 본 후부터 소년은 영화라는 “잊히지 않는 꿈”을 꾸고 성장하면서 그 꿈을 함께 나누는 법을 체득한다. 각본가 토니 커쉬너, 음악감독 존 윌리엄스, 촬영감독 야누스 카민스키 등 스필버그의 오랜 동료들과 협업이 빚어낸 아름다운 가족 영화이기도 하다. 배우들의 호연도 인상 깊은데, 스필버그의 자전적 캐릭터를 연기한 가브리엘 라벨은 발견이라 할 만하다. 영화사와 개인사를 아우르는 의미 있는 작품이고, 완성도 높은 수작이 올해 열린 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관에 그쳐 두고두고 아쉬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