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환, 조현철, 공민정, 서현우. 지금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방면으로 활약하는 이 배우들은 한때 독립영화계의 중추 같은 존재였다. 한해에도 단편, 장편을 가리지 않고 4~5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하며, 2010년대 독립영화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현재 이 배우들은 상업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큰 두각을 보이며 뛰어난 연기로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에도 구교환은 <길복순>(2023), 조현철은 <D.P>(2021), 공민정은 <작은 아씨들>(2022), 서현우는 <유령>(2023)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그리고 2020년대에 들어서는 배우 강길우가 한국 독립영화계를 이끄는 대들보의 역할을 맡고 있다. 2021년에는 10편의 독립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하는 놀라운 행보를 보여줬고, 2022년에도 유수의 독립영화에서 얼굴을 보이면서 최근 한국 독립영화는 ‘강길우’ 이름 석 자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어졌다. 이번 3월 29일 극장에 개봉한 최창환 감독의 옴니버스 영화 <여섯 개의 밤> (2023)에서도 규형 역으로 출연하면서 여전히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강길우 배우. 최근에는 유명한 드라마 시리즈에서도 얼굴을 보이면서 독립영화 관객들을 넘어 대중들에게도 서서히 그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중이다.

- 여섯 개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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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최창환
출연 강길우, 강진아, 김시은, 변중희, 이한주, 정수지
개봉 2023.03.29.
독립영화 스타 강길우
강길우는 처음부터 연기를 배우며 커리어를 시작한 정석적인 배우는 아니었다. 그는 20대 중반까지 미술학도로 살아왔고,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이유 역시 배우가 아닌 무대 미술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첫 연기 경력은 영화가 아닌 연극이었다. 2013년 연극 <마법사들>로 처음 데뷔한 그는 2018년까지 6년, 꽤 오랜 기간 충무로가 아닌 대학로에서 주로 활동했다. 물론 그가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연극 <마법사들>의 원작은 90년대 후반 독립영화계에서 왕성히 활동했던 송일곤 감독의 동명의 영화 <마법사들>이라는 점에서 그의 연기 시작이 독립영화와 느슨하게 연결되어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후에도 그는 연극 <메멘토모리>, <갈매기 B>, <바다 한가운데서> 등을 통해 연극계에서 단단한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었다.
그가 독립영화와 처음으로 함께한 것은 2017년 미장센 단편영화제 출품작이었던 이홍매 감독의 <명태>였다. 물론 그 이전에 짧게나마 <신과 함께 - 죄와벌>(2017), <스윙키즈>(2018) 등에 단역으로 출연하는 시절을 보냈지만, 그는 상업영화계를 떠나 독립영화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2018년 박근영 감독의 첫 장편 <한강에게>를 통해 장편 영화 데뷔를 했으며, 이후 2020년 <정말 먼 곳>을 통해 다시 한번 합을 맞추기도 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적게는 5편 많게는 11편의 독립영화에 출연했다. 이렇게 왕성한 활동 때문에 ‘강길우 없이는 독립영화가 돌아가지 않는다’라는 우스갯소리를 들려오기도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배우 강길우의 활동은 쉴 틈이 없다. 지난 2월 개봉한 이동휘, 정은채 주연의 로맨스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와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에 함께했고, 지난 3월 29일에는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던 최창환 감독의 옴니버스 영화 <여섯 개의 밤>에도 출연한다.

- 정말 먼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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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박근영
출연 강길우, 홍경, 이상희, 기주봉, 기도영, 최금순, 김시하
개봉 2021.03.18.
고레에다 히로카즈부터 <로기완>까지
하지만 단순히 그가 다작했기 때문에 이런 농담이 만들어진 것만은 아니다. 과묵함과 느긋함을 아는 강길우의 연기가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최창환 감독의 <식물카페, 온정>(2021)에서 식물 카페를 운영하는 현재를 연기할 때와 같은 시기 <정말 먼 곳>에서 묵묵하게 소를 기르는 진우를 연기할 때의 과묵함은 같은 듯 서로 다른 모양을 취하고 있다. 이런 그의 매력을 알아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브로커>(2022)에서 아이를 입양하려는 임 씨 역할로 강길우를 낙점했다. 매우 적은 분량의 배역이었지만,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는 충분할 정도의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강길우의 차기작으로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 예정인 로맨스 영화 <로기완>이 거론되고 있다. 송중기, 최성은, 조한철, 김성령 등 화려한 배우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는 영화 <로기완>에는 강길우 이전의 독립영화 스타로 이름을 떨쳤던 서현우, 이상희 배우도 함께한다. 2011년 출간된 조해진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로기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송중기)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최성은)의 만남과 헤어짐, 사랑을 그린다. 명확한 배역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미 여러 드라마 시리즈에서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 강길우의 역할이 궁금해진다.

- 식물카페, 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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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최창환
출연 강길우, 김우겸, 박수연, 서석규, 이가경
개봉 2021.06.24.
제대로 씬 스틸러! 드라마 시리즈의 흥행 보증수표!
2021년부터 강길우는 드라마 시리즈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의 첫 작품은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2021)였다. 엄청난 흥행을 기록한 시리즈는 아니지만, 뛰어난 완성도와 매력 있는 캐릭터로 2021년 「씨네 21」 선정 ‘올해의 시리즈’ 1위에 꼽혔던 작품이다. 강길우는 행안부 장관 직속의 민완 수사관 심대희 경위를 연기했다. 전직 사격 국가대표 출신 장관 이정은(김성령)의 오랜 팬이자 그녀의 남편이자 진보 성향의 정치 평론가 김성남(백현진)의 실종 사건을 수사하는 그는 크게 동요하지 않지만, 명쾌한 화법으로 블랙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그의 연기는 많은 이들에게 호평받았다.
이후 2022년, 2023년에 그가 출연한 두 시리즈는 최고의 인기를 누린 작품이었다. 2022년에는 <재벌집 막내아들>에 출연하여 순양증권 상무이사인 백동민 역을 맡았다. 재벌가에 중용된 역술인이라는 설정으로 냉철하고 시니컬한 모습으로 진동기(조한철) 최측근으로 그의 의사 결정에 신중한 조언을 가했던 인물이다. 극 초반에는 냉철한 분석가의 면모가 두드러지면서 과묵한 강길우의 매력이 발산되었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사주에 치중한 조언을 건네며 유머 있는 모습이 부각되었다. 진동기의 서사 속에서 꽤 비중 있는 역할을 맡으며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2023년 최고의 화제작은 단연 김은숙 작가의 <더 글로리>일 것이다. 강길우는 작년 12월 30일 공개된 <더 글로리 파트 1>에서 주인공 문동은(송혜교)를 괴롭힌 담임 김종문(박윤희)의 아들 김수한 역을 연기했다. 문동은의 교대 선배로 그녀에게 익숙한 존재였지만, 그의 아버지가 그녀를 학교폭력에서 방치하고 폭행을 가한 사람이라는 소식을 전해 듣고 존속살해를 저지른다. 장학사 시험에 합격하여 임용되는 데에 그의 아버지의 추악한 과거가 발목을 붙잡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가차 없이 그의 아버지를 간접 살인하게 된다. 극 중 아버지 역으로 나온 박윤희 배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며 소소하게 화제가 되었다. 겉으로 온화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아버지를 죽이는 모습에서는 섬뜩한 모습으로 반전을 주었다. 그의 탄탄한 연기가 비로소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강길우의 2023년은 어김없이 분주할 예정이다. 드라마 시리즈와 독립영화를 오가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탄탄한 연기력과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분주한 한 해를 만들어내기에, 많은 이들이 그의 행보를 기대하고 있다.
씨네플레이 최현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