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가수가 부른 할리우드 영화 OST

케이팝(K-pop) 가수들의 ‘미국 진출’이라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다. 한국 가수가 미국 시장에 도전하는 것을 넘어, 요즘은 그들이 먼저 앞다투어 한국 가수를 초청하는 시대. 그래서 모아봤다. 한국 개봉 버전이 아닌, 글로벌 오리지널 버전 할리우드 영화의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케이팝 가수.

올 7월 개봉 예정인 영화 <바비>는 영화 OST에 참여 예정인 가수가 공개했다. 한국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두아 리파(Dua Lipa), 칼리드(Khalid), 리조(Lizzo), 니키 미나즈(Nicki Minaj) 등의 짱짱한 라인업 가운데, 한국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가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끈다.

피프티 피프티는 'Cupid'(큐피드)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9주 연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피프티 피프티는 케이팝 걸그룹 사상 빌보드 '핫 100' 최장 진입 기록을 기록한 동시에, 데뷔 넉 달 만에 '핫 100'에 진입하며 한국 아이돌 역사상 최단기간에 빌보드에 진입한 사례다.

미국 내 인기를 증명하듯, 미국의 탑 뮤지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당당히 <바비>의 OST를 가창한 피프티 피프티. 피프티 피프티는 <바비> OST 중 'Barbie Dreams'라는 노래를 부를 것으로 알려졌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OST 맛집’이라는 칭호가 어울릴 만큼, 영화음악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화려한 액션에 걸맞은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극의 쾌감을 더하는 주요한 요소로 작용해왔다. 그래서인지,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유난히 돌비 시네마 등 특수 상영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이 많다.

지난 5월 17일 개봉한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의 OST에는 방탄소년단(BTS)의 지민이 참여했다. 방탄소년단의 팬들은 엔딩 크레딧에 오른 지민의 이름을 보기 위해 해당 영화를 관람하기도.
 

지민이 보컬로 참여한 곡 ‘Angel Pt.1’은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의 메인 테마곡이다. 이 곡은 주인공 ‘돔’ 역의 빈 디젤이 직접 꼽은 본인 캐릭터의 테마곡이라고 알려졌다.
 
'Angel Pt.1’에는 지민을 비롯해 미국 유명 힙합 아티스트 코닥 블랙(Kodak Black), NLE 초파(NLE Choppa), 떠오르는 싱어송라이터 제이크(JVKE), 그래미 어워드 수상자 머니 롱(Muni Long)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지민은 ‘Angel Pt.1’의 뮤직비디오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지민을 포함해, 뮤비에는 노래에 함께한 아티스트들이 모두 총출동해 눈길을 끈다.

이번 <분노의 질주:라이드 오어 다이>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10번째 작품이다. 한편, <분노의 질주> 이전 편에서도 케이팝이 삽입된 적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실제로, <분노의 질주: 더 오리지널>(2009)에는 동방신기의 ‘Rising Sun (순수)’이 삽입된 적 있다. ‘Rising Sun’은 추격 장면에 삽입되어 박진감을 강화한 바 있다. 이 영화의 뮤직 크레딧에는 동방신기 외에도 ‘Rising Sun’의 작곡가 유영진의 이름도 올랐다.

에스파의 하이틴도 좋지만, 에스파의 여름 노래도 좋지만, 왠지 광야를 외치던 그 사이버펑크스러운 콘셉트가 그립다면, 에스파가 가창한 <테트리스> OST ‘Hold On Tight’가 제격이다. 영화의 OST지만, 에스파의 기존 세계관을 잇는 듯한 가사와 사운드는 목마른 팬들에게 갈증을 해소시켜주기에 충분하다. 한 팬이 에스파의 기존 영상 소스를 활용해 만든 ‘Hold On Tight’ 비공식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테트리스>(2023)는 애플tv+ 오리지널 영화다. 영화는 실화를 기반으로 했으며, 미국 비디오 게임 세일즈맨이 게임 ‘테트리스’를 세계에 전파하려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러나, 알록달록한 테트리스 게임의 색채처럼 톡톡 튀는 영화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테트리스를 개발한 사람은 다름 아닌 소련 개발자였다. 주인공 ‘행크 로저스’는 이 게임을 발견하고, 판권을 구입하기 위해 소련으로 향하지만, 때는 1988년 냉전 시기. 그래서 영화는 ‘철의 장막’이라고 불리던 소련 말기의 부패와 모순을 담아냈다. 영화의 주인공은 <킹스맨> 시리즈에서 ‘에그시’ 역을 맡아 잘 알려진 태런 에저튼이 맡았다.

여담으로, 에스파의 히트곡 'Next Level'은 <분노의 질주: 홉스 & 쇼>의 OST를 리메이크한 곡이다. 원곡은 A$ton Wyld가 불렀다. 유난히도 케이팝 가수들과 할리우드 영화는 인연이 잦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첫 동양계 히어로 무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한국 대중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샹치> OST 앨범에서 더없이 반가운 이름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

<샹치> OST 앨범의 총괄 프로듀싱은 88rising(88라이징)이 맡았다. 88라이징은 미국의 음악 기획사로, 아시아계 아티스트들의 활동을 지원한다. 88라이징에는 한국 가수로는 청하, 서리(Seori), 비비(BIBI) 등이 소속되어 있다.
 

88라이징이 프로듀싱한 <샹치> OST 앨범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아시아계 뮤지션, 그리고 한국, 일본, 필리핀, 중국 등의 아시아 국가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88라이징에 소속된 비비, 서리는 물론, 자이언티(Zion.T)와 DPR LIVE, DPR IAN, GOT7 출신 마크 등. 다채로운 라인업만큼이나, 장르도 분위기도 다양한 곡들이 고막을 즐겁게 한다. 일각에서는 “마블 영화 OST 중 최고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디즈니는 작품 현지화에 굉장히 꼼꼼한 것으로 유명하다. 디즈니는 현지판 더빙 성우를 고를 때도 본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결국, 디즈니의 귀를 만족시켜야 하는 셈. 이 와중, 최근 개봉한 실사판 <인어공주>의 에리얼 역의 목소리를 연기할 배우로 케이팝 그룹 뉴진스(NewJeans)의 다니엘(Danielle)이 캐스팅되며 큰 화제를 낳았다.

다니엘의 더빙은 그간의 많은 우려와는 다르게 제 몫을 해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다니엘은 <인어공주>의 한국 버전 OST에도 참여했는데, ‘저곳으로’(Part of Your World), ‘처음으로’ 등의 트랙에서 다니엘의 보컬을 들을 수 있다. 청량하고 맑은 다니엘의 목소리가 <인어공주>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는 평. 다니엘이 출연한 ‘저곳으로’ 뮤직비디오는 조회 수 816만 회를 기록하며 <인어공주>의 인기를 견인하는 모양새다.
 

디즈니 관계자는 다니엘을 에리얼 역의 성우로 낙점한 이유에 대해 “OST 가창과 더빙 연기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것이 캐스팅의 필수 조건이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다니엘은 디즈니 본사의 오디션을 거쳤는데, 오디션 현장에서 악보만 주어진 채 즉석으로 이뤄지는 가창과 대사 테스트를 소화했다고 한다.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