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

배우 김재화는 엄청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녀의 얼굴을 보면 모든 히트작의 한 장면이 떠오르게 만든다. 하정우만 100명 나온다는 하정우의 첫 연출작 <롤러코스터>(2013)에서 기장과 뻔뻔하게 기내 흡연을 하는 승무원 김활란.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6>에서 ‘이건 아니지 않나?’라는 말로 강렬하게 등장했던 인생 막걸리 이사 김재화. <김과장>에서 원칙주의 윤리경영실장으로 매번 김과장에게 된통 당하는 나희용. 영화 <코리아>(2012)에서 능숙한 중국어로 진짜 중국 사람이 아니냐는 질문 세례를 받은 탁구선수 덩야령. 극 중 분량과 상관없이 김재화가 화면에 등장하는 매 순간이 작품의 킬링포인트가 된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신의 얼굴을 각인시키게 만드는 것은 온전히 배우 개인의 기량이다. 김재화는 자신을 기억하게 만들 줄 아는 배우다. 

익스트림 페스티벌

감독 김홍기

출연 김재화, 조민재, 박강섭, 장세림

개봉 202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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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계의 블루칩, 능청맞은 악바리 김재화!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캡처

최근 김재화는 예능에서도 종횡무진하는 중이다. 다양한 예능에 출연하지는 않았지만, 2015년 첫 예능 나들이였던 <라디오스타>에서 화려한 입담을 선보였다. 독설가 집안에서 외모 지적을 당하며 살아왔지만, 오히려 당당하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모습으로 <라디오스타>의 살벌한 MC들을 오히려 당황하게 했다. 2021년 본격적으로 예능계에 진출한 그녀는 조인성, 차태현이 진행한 <어쩌다 사장>의 일일 알바생으로 모습을 내비쳤다. 당당하게 자판기 커피를 마시면서 자체 휴식을 선언하는 반면, 일일 알바 후 다 같이 모여 술 한 잔을 마실 때는 다른 배우들의 인생 상담부터 음주가무까지 다정하고 흥이 많은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연기자로 활동하는 다른 두 여동생(김혜화, 김승화)과 함께 세 자매가 특별한 연기 훈련법을 선보이며, 다부진 연기력을 가진 세 자매의 케미를 기대하게 했다.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본격 성장캐의 면모를 보인 김재화

본격적으로 김재화의 매력이 폭발한 예능은 단연 <골 때리는 그녀들>이었다. 그녀는 배우들로 구성된 팀 ‘액셔니스타’에 소속되어 시즌 2까지 맹활약하였다. 시즌 1까지만 해도 서툰 실력 탓에 벤치를 자주 지켰고, 주로 분위기 메이커로 활약했지만, 시즌 2가 되어서 비로소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공에 대한 투지를 보여주며, 악바리 수비수로 그라운드를 휩쓸었다. 시즌 첫 번째 경기에 투입되어 홀로 그라운드의 최후방을 든든하게 지켜주었고, 볼 커트와 차단 등 대인 수비에 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즌 2 종료 후 최진철 상을 받기도 했다. 시즌 1에 비해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팀 ‘액셔니스타’에서 가장 극적인 발전을 이뤄내며 감동을 준 캐릭터였다. 

골 때리는 그녀들

연출 김화정, 권형구, 김다정, 김주원, 김동효, 강동현, 허재훈, 조영우

출연 이수근, 배성재, 최진철, 깡레이더 깡미, 심으뜸, 김주연, 이수날, 안예원, 진절미, 정대세, 서문탁, 리사, 민서, 경서, 서기, 케이시, 김병지, 조재진, 채리나, 아유미, 유빈, 김보경, 다영, 공민지, 박선영, 안혜경, 홍수아, 박가령, 강소연, 채연, 김태영, 하석주, 김수연, 명서현, 곽민정, 황희정, 나미해, 김민지, 김희정, 홍자, 김가영, 키썸, 에이미, 김설희, 오범석, 이을용, 이현이, 송해나, 김진경, 차서린, 허경희, 진정선, 에바 포피엘, 엘로디, 사오리, 라라 베니또, 케시, 나탈리아, 백지훈, 이혜정, 이영진, 정혜인, 문지인, 이채영, 박하나

방송 2021,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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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 배우 김재화의 화려했던 연기 여정
영화 <코리아>. 실제 중국인이냐는 오해도 받은 김재화의 연기

사실 김재화는 연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오며 탄탄한 경력을 쌓아왔다. 연극영화계의 정석인 안양예고 연극영화과, 중앙대 연극학과를 차례대로 졸업했다. 졸업 이후 2011년까지 <황해>(2010), <하모니>(2009), <퀵>(2011) 등 당시 흥행 작품의 단역으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2년<코리아>의 덩아령 역은 그녀의 출세작이었다. 실제 중국인으로 착각하는 관객들도 많을 만큼 뛰어난 연기를 보였는데, 후에 <라디오스타>에서 그녀는 중국 여행을 갔을 당시 현지인들이 총무 역할을 위해 전대를 찬 자신을 중국인으로 오인했던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에도 그녀는 <막돼먹은 영애씨>, <김과장>, <함부로 애틋하게> 등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에 출연하여 명품 조연의 면모를 톡톡히 보여주었다. 

2020년 이후는 그야말로 배우 김재화의 전성시대가 되었다. 2021년에는 영화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10편에 출연하는 기염을 토했고, 작년에도 5편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였다. 특히 2022년 JTBC에서 방영된 <클리닝 업>을 통해 그녀는 자신의 배우 인생 처음으로 드라마 주연이 되었다. 염정아, 전소민과 함께 주연을 맡은 그녀는 투자 증권사의 용역 미화원으로 일하면서 금융가의 돈을 쓸어 담는 맹수자 역을 맡았다. 김재화 특유의 능글맞음과 그 너머에 서린 삶의 애환을 뛰어나게 연기했다. 아쉬운 시청률 성적에도 김재화의 연기만큼은 빛났으며, 왜 인제야 그녀가 주연을 맡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리고 2023년의 김재화는 드디어 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의 주연을 맡았다. 핏대 높여 소리 지르는 그녀의 얼굴이 영화의 메인 포스터를 가득 채웠다. 사람들에게 얼굴을 각인시키는 것으로 모자라, 이제는 포스터의 정중앙을 차지하는 어엿한 주연이 된 것이다. 

클리닝 업

연출 윤성식

출연 염정아, 전소민, 김재화, 이무생, 나인우

방송 2022,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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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에 진심인 배우 김재화
영화 <불모지>. 김재화의 연기가 폭발했던 순간

예능, 드라마, 영화를 가리지 않고 분주하게 지내는 배우 김재화지만, 그녀는 언제나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2022년 배급사 필름다빈에서 그녀가 출연한 단편 독립영화들을 선별하여 ‘김재화 배우전’을 진행했다. 당시 상영작은 2021년 전주 영화제에서 호평이 자자했던 이탁 감독의 <불모지>부터 <중성화>(2019, <익스트림 페스티벌> 김홍기 감독과 함께 한 단편), <다운>, <이혼합시다>(2018) 총 4편이었다. 2018년부터 김재화는 본격적으로 독립영화계에 왕성한 활동을 시작했다. 독립영화계를 거쳐 상업영화로 가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반대로 김재화는 상업영화에서 감초 조연으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독립영화에 자주 출연했다. 그녀는 필름다빈과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독립영화를 하는 이유는 ‘배우의 욕심’ 때문이라고 밝혔다. 끊임없이 새로운 연기를 시도하기 위해 그녀는 새로운 도전으로 가득한 독립영화에 강한 애정을 보였다. 

그녀의 첫 주연작 <익스트림 페스티벌>

이런 그녀의 야심은 6월에 개봉하는 <익스트림 페스티벌>에서도 이어졌다. 첫 주연작인 <익스트림 페스티벌>은 지역 축제를 기획하는 스타트업 대표 ‘혜수’가 망하기 일보 직전인 지역 축제를 무사히 개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코미디 영화다. 김재화는 스타트업 대표 ‘혜수’ 역을 맡아 연극단의 파업, 게으른 동업자, 껄끄러운 퇴사자와의 만남, 무리한 요구를 하는 군수, 좌충우돌 MZ 인턴의 폭탄 발언 등 현실에 있을법한 어려움들을 온몸으로 받아낸다. 메인 포스터에 담긴 그녀의 모습만 보아도 얼마나 힘든 상황들이 ‘혜수’의 앞에 놓여있을지 가늠이 갈 것이다. 이미 언론배급시시회에서 박장대소가 터져 나온 <익스트림 페스티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재화의 연기다. 유쾌한 난장판 속에서도 김재화의 코미디 연기는 굳건하게 중심을 지켜주었다. 보기만 해도 웃음을 자아내는 이름, 김재화의 도약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하나 확실한 것은 <익스트림 페스티벌>을 통해 그녀가 영화 전체를 이끌고 갈 수 있는 에너지를 지닌 배우라는 사실을 증명해 냈다는 점이다.  


씨네플레이 최현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