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감독 케네스 브래너
출연 케네스 브래너, 양자경, 제이미 도넌, 티나 페이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알고보면 사연 없는 귀신 없다
★★★
시리즈 전작인 <오리엔트 특급 살인>과 <나일 강의 죽음>과 대조적이다. 초호화 열차와 여객선의 화려함, 터키와 이집트의 풍광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베니스의 아름다움보다는 오래된 저택이 가지고 있는 비극에 집중한다. 이야기 대부분이 저택 안에서 이루어지는 밀실극의 요소에 심령술과 유령의 존재 등 호러영화의 클리셰를 더해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재미보다는 제각기 상처를 가지고 있는 인물들을 들여다보고, 망자를 위로하는 진혼의 성격이 강하다.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감독 케네스 브래너

출연 케네스 브래너, 양자경, 제이미 도넌, 티나 페이, 켈리 라일리, 주드 힐, 엠마 레어드, 알리 칸, 카일 앨런, 카밀 코탄

개봉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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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파이어
감독 크리스티안 펫졸드
출연 폴라 비어, 토마스 슈베르트, 마티아스 브란트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실존적 위협에 눈 가린 자의 어느 여름날
★★★★
전쟁과 분단, 정치적 이념, 신화를 걷어낸 여름의 풍경에 곁을 내어준 펫졸드 조금은 색다른 시도. 다가오는 실존적 위협을 보지 못한 채 중요하지도 않은 내부의 문제에만 골몰하는 어리석은 창작자가 겪는 일련의 성장. 혹은 세상의 재난을 절망의 기운 대신 사랑으로 돌파할 하나의 가능성으로 바라보자는 긍정적 다짐. 문학의 아름다움과 회화적 이미지의 완결성이 느슨하지만 탁월한 비율로 섞여있다. 언제나 요란하지 않은 방식으로 마음을 움직이고 끝내 여운으로 자리하는 감독 특유의 솜씨가 여전히 발휘되는 영화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전소된 후에야 비로소 깨닫는
★★★★
오만하고 방어적이고 속물적이며, 자의식은 높은데 자존감은 그리 높은 않은 것 같은 작가 레온(토마스 슈베르트). 네 남녀가 우연 혹은 필연으로 모인 숲속 별장에서 레온은 홀로 툴툴거린다. 어쩌자고, 감독은 이 남자를 중심에 세웠는가 싶을 즈음 별장으로 점점 조여오는 산불이 남자의 열등감·질투심·시기심을 태우고 사랑 하나만 남겨둔다. 모든 것이 전소된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자기 안의 불씨. 그는 그 불씨를 태우며 살아갈까, 다시 꺼 버릴까. <운디네>에 이은, ‘원소 3부작의 두 번째 영화.

어파이어

감독 크리스티안 펫졸드

출연 토마스 슈베르트, 폴라 비어, 랭스턴 위벨, 엔노 트렙스, 매티아스 브랜트

개봉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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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고: 분노의 적자
감독 백승기
출연 정광우, 서현민, 손이용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B 무비의 장인 정신
★★★
올해 10년차를 맞이하는 백승기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 영화. 데뷔작 <숫호구>(2014)부터 줄곧 B 무비의 기치를 걸고 뚜벅뚜벅 걸어온 그의 행보는 <잔고: 분노의 적자>에서 드디어 만개하려나 보다. 전작 <인천스텔라>(2021)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패러디 무비는 <잔고: 분노의 적자>에서 나름의 완성형을 보이는데, 원작에 대한 단순 모방을 넘어 창조적 변형의 단계에 접어들었고, 10년 동안 숙성된 유머 코드를 통해 웃음을 선사한다. 백승기 감독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웰메이드라 부를 순 없지만
★★☆
한두 번은 재미와 우연에 기댈 수 있지만 이쯤 되면 제작의 패기도 능력이다. 기존의 영화 문법을 깨부수는 자유로움, 조악함을 숨기지 않는 당당함, 개그와 패러디를 뻔뻔하게 오가는 방식은 ‘팀 백승기’의 영화가 지니는 기이한 활력이다. 기존 영화들의 만듦새를 평가하는 것과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는 건 무의미할지 모른다. 웰메이드라는 표현은 영원히 붙일 수 없겠지만 열정에도 점수를 매길 수 있다면, 이것도 영화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백승기 월드의 집대성 
★★★☆
백승기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 영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서부극  <장고: 분노의 추적자>(2013)를 한국식으로 패러디해 기상천외한 블랙 코미디를 선보인다. ‘백승기표 유머‘를 장전한 콩글리시 대사와 ‘백승기 사단‘ 배우들의 살신성인 연기가 화력이 되어 한국 사회를 웃음으로 조준한다. 여기에 과거 영화들과 극장을 향한 장난스러운 헌사, 팬데믹 하에서 영화 제작기가 더해져 영화에 대한 애정은 물론 영화인의 페이소스까지 느끼게 한다. 

잔고: 분노의 적자

감독 백승기

출연 정광우, 서현민, 손이용, 손규진

개봉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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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터틀: 뮤턴트 대소동
감독 제프 로
출연(목소리) 니콜라스 캔투, 샤몬 브라운 주니어, 미카 애비, 브래디 눈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힙하게’ 리부트한 <닌자 거북이>
★★★
1980년대부터 만화,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게임, 실사 영화로 만들어지며 40년 가까이 인기를 누리는 <닌자 거북이> 프랜차이즈 시리즈의 새로운 극장판 애니메이션. 세스 로건이 제작과 각본은 물론 목소리 연기까지 참여해 시끌벅적 활기찬 틴에이지 무비로 리부트했다. BTS의 ‘Butter’를 흥얼거리는 10대 닌자 터틀 4형제, 기자 에이프릴 캐릭터의 변화, 2D와 3D를 혼용한 연출 기법 등 시대 변화에 맞게 내외적으로 쇄신을 꾀했다. 속편이 더 기대된다. 

닌자터틀: 뮤턴트 대소동

감독 제프 로우

출연 니콜라스 칸투, 샤몬 브라운 주니어, 미카 애비, 브래디 눈, 폴 러드,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로즈 번, 성룡, 세스 로건, 존 시나

개봉 20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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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샤펠
감독 도미니크 데루데레
출연 타커 니콜라이, 루스 베쿠아르트, 케빈 얀센스, 재커리 샤드린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피아노
★★☆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에 오른 11명의 피아니스트들은 ‘뮤직 샤펠’이라는 공간에 갇혀 일주일 동안 콩쿠르를 준비한다는 설정의 드라마. 중심 내용은 주인공 제니퍼의 트라우마와 그것을 극복하려는 과정이다. 음악 영화이지만 캐릭터의 내면적 고통과 강박에 집중하는 심리적 경향이 강한 작품. 엄마의 과도한 기대감과, 다소 폭력적이었던 아빠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 등으로 인한 주인공의 정신적 상처에 대한 치유를 이야기하는데, 이 대목이 조금은 모호하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라흐마니노프 스릴러
★★★
세계 3대 음악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소재로 한 음악 스릴러. 파이널에 진출한 12명의 연주자가 1주일간 ‘뮤직 샤펠’이라 불리는 궁에서 합숙하며 선택 곡과 지정곡을 연습하는 독특한 경선 방식을 차용해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경선 과정에서 되살아난 어린 시절 트라우마와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상황을 교차 방식으로 구성해 관객의 심리까지 흔든다. 클래식 음악과 연주자, 콩쿠르의 관계가 빚어내는 아찔한 연출에 라흐마니노프의 선율이 격정과 서정을 더한다. 

뮤직 샤펠

감독 도미니크 데루데르

출연 타커 니콜라이, 루스 벡쿼트, 케빈 얀센스, 재커리 샤드린

개봉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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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종이 가위
감독 히로세 나나코
출연 기쿠치 노부요시, 이사오 미토베, 후루이 요시키치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1mm의 세계
★★☆
일본의 책 표지 디자이너 기쿠치 기부요시에 대한 다큐멘터리. 진열하다, 자로 재다, 연결하다, 찾자, 묶다, 만지다, 놓아주다 등 7개의 챕터가 이어지며 그의 작품 세계와 예술 철학을 보여준다. 디지털 시대에도 직접 종이를 오리고, 테이프로 붙이는 수작업을 통해 한 권 한 권 책 표지를 만들어가는 장인 정신을 담아내는데, 1mm를 줄이고 1%를 키우고 1칸을 내리는 미세한 손길을 통해 책의 얼굴이 탄생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종이책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
“만드는 건 내가 하지만 타인 없이는 성립이 안 돼. 디자인도 타인을 위한 거야.” 홀로 빛나려는 단일 작업으로서의 표지가 아니라, 내용이 담고 있는 본질을 비주얼로 잘 담아내려는 상호 작용으로서의 표지. 50여 년간 1만 5천 여권의 책 표지를 디자인해 온 북 디자이너 기쿠치 노부요시가 견지하는 태도다. 디지털 시대에 여전히 종이와 가위 만으로 책 표지를 디자인하는 그는 숙련된 손과 세심한 시선으로 폰트를 고르고 종이 질감을 느끼고 공백과 공백 사이를 조율한다. 1mm의 차이까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장인의 태도가 숭고함을 안긴다. 삶 전반에서 포착되는 내공도 상당하다. 책에 대해 그가 지닌 철학을, 인생에 대한 철학으로도 고스란히 대입 가능한 것들이어서 훌륭한 인문학 인생 수업을 듣는 기분도 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문하에서 영화를 익힌 히로세 나나코 감독은 스승에서 배웠을 대상을 향한 존중의 마음을 아낌없이 녹여냈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책, 장인, 예술 
★★★☆
50여 년간 1만 5,000여 권에 달하는 책 표지를 디자인한 일본 출판계의 장인, 기쿠치 노부요시의 작업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종이를 접고 오리고 붙이는 그의 수작업 방식은 북 디자인을 뛰어넘어 하나의 예술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과 같다. 작업실 일상과 인터뷰, 출판 관계자들의 증언이 그의 장인 정신과 철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면, 스승 기쿠치 노부요시와 제자의 이야기가 미묘한 긴장감으로 작용한다. 책의 물성을 사랑한다면 열광하며 감탄할 수밖에 없는 다큐멘터리 영화. 

책 종이 가위

감독 히로세 나나코

출연 기쿠치 노부요시, 이사오 미토베, 후루이 요시키치

개봉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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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향한 터널, 이별의 출구
감독 타구치 토모히사
출연(목소리) 스즈카 오지, 이토요 마리에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빠져드는 청춘 애니메이션
★★★
여름과 청춘의 조합을 믿고 보게 만드는 일본 판타지 로맨스 애니메이션. 시간의 흐름이 다른 소원 터널을 발견한 두  주인공이 각자가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이야기다. 매력적인 주인공 캐릭터들, 계절과 공간의 아름다움이 만개하는 작화일본 싱어송라이터 에일이 참여한 감성 OST까지 장르의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재미를 안긴다. 대중성과 독창성을 겸비한 타쿠치 토모히사 감독의 특별한 재능 감지되는 작품으로, 그가 일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출구가 될지 주목해야 한다. 

여름을 향한 터널, 이별의 출구

감독 타구치 토모히사

출연 스즈카 오지, 이토요 마리에

개봉 20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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