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추석 연휴 극장가의 승리자는 '천박사' 였다. 지난달 17일 개봉한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추석 연휴에만 134만 관객을 동원, 현재 누적 관객 수 170만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추석을 겨냥해 개봉한 3편의 영화(<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보스턴 1947>, <거미집>) 중 유일하게 100만 명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에 가까워지는 중이다.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귀신을 믿지 않는 정신의학자이자 퇴마사 '천박사'가 귀신을 보는 의뢰인을 만나고 강력한 사건을 맡게 되며 일어나는 소동을 그린 코믹 오컬트 액션 영화다. 영화 흥행의 중심에는 당연하게도 주연 배우인 강동원이 있다. 곰곰이 돌이켜보면 강동원은 <전우치>부터 시작해 <반도>까지 현실과는 제법 동떨어진 판타지, 오컬트, SF 등 다양한 장르물에 주로 얼굴을 비춰왔다. 작품 선정에 대해 "판타지가 녹아 있는 것들이 좋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고 고백한 바 있는 그는 때론 도사로, 때론 초능력자로 분해 '강동원'이라는 배우를 빚어나갔다. 그의 필모그래피 중 인상 깊었던 캐릭터를 되짚어보자.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감독 김성식

출연 강동원, 허준호, 이솜, 이동휘, 김종수, 박소이

개봉 202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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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 전우치

'천박사'는 공개 전부터 <전우치 2>라는 말이 있을 만큼 강동원 초기 필모작 속 캐릭터 '전우치'와 여러 면에서 닮은 인물이다. 능청스럽고 익살맞은 성격으로 사람을 홀리는 '전우치'는 강동원이 연기한 캐릭터 중에서도 가장 밝은 편에 속하며 지금까지도 그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남았다. 영화 <전우치>는 한국 고전 '전우치'를 현대판으로 재해석한 영화로, 과거 누명을 쓰고 족자에 봉인된 전우치가 요괴 사냥을 위해 현대에 풀려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판타지물이다. 당시 한국 영화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던 '도사'나  '도술'을 소재로 유쾌하게 풀어내며 613만 관객을 돌파, 흥행에 성공했다. 

강동원은 꽃미남 같은 외모로 천덕꾸러기 도사 '전우치'를 연기해 최동훈 감독으로부터 "<전우치>는 강동원의, 강동원에 의한, 강동원을 위한 영화"라는 극찬을 받았다. 영화의 흥행과 더불어 많은 팬들이 아끼는 캐릭터인 만큼 후속작 제작 요구가 오랫동안 이어져오기도 했다. 강동원 역시 전우치 캐릭터를 다시 한번 연기하는데 긍정적이라고. 그는 최근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토크 프로그램 중 "<전우치 2>를 더 나이 들기 전에 꼭 만들어보고 싶다. 갑자기 '전우치'가 나이가 들면 이상하니 빠른 시일 내로 <전우치 2>를 만들고 싶다"라며 <전우치 2> 제작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전우치

감독 최동훈

출연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유해진, 송영창, 주진모, 김상호, 선우선, 공정환, 권태원

개봉 200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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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초능력자>

<초능력자> 초인
<군도: 민란의 시대> 조윤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강동원의 얼굴에서 가장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소년의 순박함 또는 순수함이다. 그는 자신의 무기나 다름없는 소년성을 <그녀를 믿지 마세요>, <늑대의 유혹> 등 다수의 초기작을 통해서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영화에 맞춰 적재적소에 활용해왔다. 그러나 조금 더 유심히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자. 둥근 듯하지만 한껏 예리하게 치솟은 눈꼬리, 날카로운 턱선까지. 때때로 그는 냉혈 하면서도 서늘한 인상으로 스크린 너머 관객들을 매혹했다. <초능력자>와 <군도: 민란의 시대>다.

영화 <초능력자>는 사람을 조종할 수 있는 초능력으로 삶을 연명해오던 '초인'이 그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유일한 남자 '규남'(고수)을 마주하게 되고, 살인을 저지르게 되며 일어나는 일을 그렸다. 강동원은 초능력으로 인해 비극적이었던 어린 시절을 지나 살기 위해 악한 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살아온 인물 '초인'으로 분했다. 지저분하게 느껴지는 파마머리와 깡마른 몸, 퀭한 얼굴까지. 강동원은 여태껏 보여준 적 없는 예민한 얼굴로 연기 변신을 꾀하는데 성공했다. <초능력자>는 강동원이 군대에 입대하기 전 찍었던 작품으로, 총 2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소소한 성적을 기록했다. 

<군도: 민란의 시대>

강동원의 악역 하면 <군도: 민란의 시대> 조윤도 빠질 수 없다. 윤종빈 감독이 작정하고 영상 화보를 찍어줬다는 그 영화이자 4년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강동원의 복귀작이기도 하다. 강동원은 극 중에서 당해낼 자가 없는 조선 최고의 무관으로, 백성을 착취하는 백성의 적 조윤을 연기했다. 조윤은 살인 따윈 손쉽게 행하는 냉혈한이면서 동시에 '근본도 없는 놈'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통성을 입증하고자 평생을 노력한 끝에 가족을 살해하기까지 하는 비정한 인물. 조윤 역을 위해 최저 몸무게인 64kg까지 다이어트를 했다는 강동원은 덕분에 아름다운(?) 모습을 스크린에 남길 수 있었다. 

오로지 액션신을 위해 노력도 어마어마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고난도 검술까지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하고자 크랭크인 4개월 전부터 액션 훈련에 매진했다고 한다. 하루에 몇 백 번씩 목검을 휘둘렀으며, 매일 같은 동작을 반복해 힘을 길렀다고. 정두홍 무술 감독은 "(강동원은) 대한민국에서 칼을 제일 잘 쓰는 배우"라며 "강동원의 액션은 선이 예쁘고 아름다운 스타일"이라고 극찬했다.  

초능력자

감독 김민석

출연 강동원, 고수, 정은채, 윤다경, 최덕문, 아부다드, 에네스 카야, 양경모

개봉 2010.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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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민란의 시대

감독 윤종빈

출연 하정우, 강동원, 이경영, 이성민, 조진웅, 마동석, 윤지혜, 주진모, 송영창, 정만식

개봉 201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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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
<검은 사제들>

<검은 사제들> 최준호

국내 영화계에선 낯선 소재였던 <전우치>, <초능력자>로 충무로의 장르적 스펙트럼을 넓힌 강동원. 그는 차기작 <검은 사제들>을 통해 한국형 오컬트물에 도전, 540만 관객을 동원하며 괄목할 만한 성취를 이뤘다. 마니아층이 있지만 그마저도 해외 오컬트물에 한정되어 있던 오컬트 장르를 국내 영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입하는데 큰 역할을 한 셈이다. 물론 사전 조사를 통해 촘촘히 직조된 각본이 없었다면 어려웠겠지만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해보자. 이 영화는 강동원이 사제복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극장에 갔을 관객들이 1/3 정도는 됐을 테니까. 강동원은 신학생이자 보조 사제인 최 부제 역을 맡아 사제복을 입고 라틴어, 중국어, 독일어까지 소화하며 극 중 퇴마 의식을 리얼하게 풀어내 몰입감을 더했다. 일부 관객들은 (강동원에)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강동원이 퇴마 의식을 할 때 종소리를 들었다"는 후기까지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검은 사제들

감독 장재현

출연 김윤석, 강동원, 박소담, 김의성, 손종학, 이호재, 남일우, 김병옥, 조수향, 박웅

개봉 201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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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진 시간>
<가려진 시간>

<가려진 시간> 여성민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홀로 자라 성인이 된 남자와, 사라져버린 아이들 속에 유일하게 살아 돌아온 소녀. 엄태화 감독의 상업 영화 데뷔작 <가려진 시간>은 '감성 판타지'라는 장르를 소구 포인트로 내세운 작품이다.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와 호기심에 알을 깨버린 소년들, 그리고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소년들은 외롭게 자라 시간이 다시 흐르기만을 기다린다. 강동원은 멈춰진 시간에 갇혀 어른이 된 주인공 성민 역을 맡았다. 강동원의 소년기 어린 얼굴을 가장 탁월하게 활용한 영화로, 얼굴에 자연스레 묻어나는 서사가 극의 가장 큰 시너지로 작용한다. <가려진 시간>은 50만 명 스코어로 막을 내리며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강동원이 "IPTV로도 많이 봐달라"며 애정을 드러낸 영화이기도 하다. 

가려진 시간

감독 엄태화

출연 강동원, 신은수, 이효제, 김희원, 권해효, 김단율, 정우진, 엄태구, 박종환

개봉 201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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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
<인랑>

<인랑> 임중경

국내에선 불모지에 가까운 SF, 그중에서도 디스토피아물에 도전한 김지운 감독의 새로운 선택은 강동원이었다. 영화 <인랑>은 동명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영화로 2029년 반통일 테러단체 소탕을 목표로 정부 경찰 조직 특기대와 정보기관 공안부 간의 신경전과 대결을 그린 첩보 액션 블록버스터다. 강동원은 '인랑'이라 불리는 최정예 특기 대원 임중경 역을 맡아 놀라운 액션신들을 선보였다. <인랑>의 시그니처 '프로텍트 기어'를 입고 액션을 소화해야 하는 만큼 고된 촬영 현장이었다고. 강동원은 "강화복을 입고 수로에서 액션신을 찍었다. 처음엔 걷는 것도 힘들었다"라며 "강화복 무게만 30kg였고, 다른 것까지 장착하면 40kg가 된다. 일주일 정도 지나니 적응이 됐다"는 등 촬영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 밖에도 액션신을 촬영하다 천장에 머리를 세게 박아서 실려가는 등 부상을 딛고 촬영하기도 했다고. 

인랑

감독 김지운

출연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김무열, 한예리, 최민호, 신은수, 김법래, 이동하, 최진호

개봉 2018.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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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반도>

<반도> 한정석 

<인랑>에서 강도 높은 액션에 도전한 강동원은 기세를 이어 연상호 감독의 <반도>에 출연하기에 이른다. <반도>는 <부산행>의 시퀄 작품으로, 전대미문의 좀비 습격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살아남으려는 이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전작에서 생긴 장르적 흥미와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좀비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강동원은 <반도>가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라는 점에서 흥미가 생겨 선택했다고. 그는 피난 도중 누나와 가족을 잃고 홍콩으로 망명했지만, 거절할 수 없는 거액의 돈을 위해 반도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 주인공 정석 역을 맡았다. 전직 군인 출신이라는 설정과 좀비에 맞서 싸워야 하는 액션신이 주가 되는 만큼 총기부터 카체이싱까지 다양한 액션을 직접 소화해야 했다고 한다. <군도: 민란의 시대>, <인랑> 등 액션배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작품을 위해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해온 그는 "(<반도>를 위해) 액션 스쿨을 따로 다니진 않았다. 액션 팀에 물어봐도 배울 게 없다고 했다"라며 액션 실력에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도

감독 연상호

출연 강동원, 이정현, 이레, 권해효, 김민재, 구교환, 김도윤, 이예원

개봉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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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루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