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보이는 익숙한 이름. 대중음악으로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해 온 뮤지션들을 향한 영화계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좋은 음악이 꼭 좋은 영화음악이 되리라는 법은 없지만, 영화음악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는 뮤지션들은 새로운 분야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래서 소개한다. 영화음악감독으로 데뷔한 대중음악 뮤지션들.
윤상(Feat. 라이즈 앤톤) <뉴 노멀>
윤상이 만든 곡의 한 소절을 떠올려보자면 누군가는 “아츄! 널 보면 재채기가 나올 것 같아”(러블리즈의 ‘Ah-Choo’)를, 또 다른 누군가는 “나만 몰랐었던 이야기~”(아이유의 ‘나만 몰랐던 이야기’)를, 혹은 부모님 세대라면 “그대 모습은 보랏빛처럼~”(강수지의 ‘보랏빛 향기’)를 흥얼거릴지도 모른다. 시대마다 다른 히트곡을 보유했다는 건, 그만큼 윤상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션으로서 꾸준하게 활동해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윤상은 1991년 데뷔한 후, 현재까지 줄곧 다양한 장르를 망라하는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뮤지션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윤상은 작년 개봉한 호러 영화 <뒤틀린 집>으로 첫 영화음악 작업에 나섰다. <뒤틀린 집>을 연출한 강동헌 감독의 전작 <기도하는 남자>를 보고, 윤상이 먼저 강 감독에게 연락을 했다고 한다.
윤상의 두 번째 영화음악 작업 역시 호러·스릴러 장르의 영화다. 윤상은 <기담> <곤지암>을 연출한 정범식 감독의 신작 <뉴 노멀>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윤상은 한국 전자음악의 대부답게, EDM을 비롯해 정통 클래식, 락, K-POP까지 넘나드는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영화의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스코어를 선보였다.
한편, 윤상의 아들로도 알려진 SM 보이그룹 라이즈(RIIZE)의 앤톤은 <뉴 노멀>의 음악 작업에 함께 참여했다. 윤상은 지난 22일 진행된 ‘CLICHÈ - Remastered Vinyl 2023’ 발매 기념 음감회에서 “(아들 앤톤이) 어느 정도 하는지 궁금해서, 별거 아닌 듯이 하나 맡겨봤다. 그랬더니 굉장히 재밌게 만들어서 놀랐다”라고 앤톤과 함께 작업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 뉴 노멀
-
감독 정범식
출연 최지우, 이유미, 최민호, 피오, 하다인, 정동원
개봉 2023.11.08.
오혁 <너와 나>
<차이나타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D.P.> 등에서 활약한 배우 조현철의 첫 장편영화 연출작 <너와 나>가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는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은 채 꿈결 같은 하루를 보내는 고등학생 세미와 하은의 이야기로, 애틋하고 가슴 시린 정서를 섬세한 감수성과 세밀한 연출로 풀어냈다.
한편, <너와 나>는 독보적인 정체성이 돋보이는 밴드 혁오의 오혁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다. 앞서 오혁은 티빙 단편영화 <전체관람가+: 숏버스터>로 공개된 ‘부스럭’을 통해서 이미 조현철 감독과 한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너와 나>의 조현철 감독은 오혁에게 “한국적인 사이키델릭, 슬픈데 이상한 느낌의 음악을 원한다”라고 주문했고, 오혁은 많은 대화 없이도 조 감독이 원하는 바를 빠르게 캐치해 음악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서정적이면서도 낯설고, 유니크한 무드의 음악이 탄생했다.
<너와 나>의 사운드들은 기존의 영화들에 비해 음악이 앞장서는 것이 특징인데, 이는 오혁 음악감독의 의견이었다. <너와 나>는 마치 꿈과 현실의 경계에 위치한 듯, 모호한 정서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오혁 음악감독은 구체적인 시공간적 지표가 느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현장 엠비언스를 지우는 등, 사운드에도 섬세함을 기울이며 <너와 나> 만의 독특한 무드를 탄생시켰다.

- 너와 나
-
감독 조현철
출연 박혜수, 김시은
개봉 2023.10.25.
AKMU 이찬혁 <태양의 노래>
최근 개인전 ‘영감의 샘터’를 개최하며 다방면으로 활동 중인 아티스트, 이찬혁은 영화음악에도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제작된 일본 영화 <태양의 노래>는 국내에서 리메이크 될 예정인데, 한국판 <태양의 노래>는 조영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정지소, 김상호, 진경 등이 출연한다. 이찬혁은 이 영화의 음악감독을 맡아 첫 영화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한편, 원작 <태양의 노래>(2006)는 일본의 인기 싱어송라이터 유이(YUI)가 주연과 OST 작사, 작곡을 맡았는데, 개봉 당시 영화의 흥행 수익이 10억 엔을 돌파하고 OST 앨범이 35만 장 이상 판매되는 등 뜨거운 인기를 구가했다. 원작의 성공은 ‘천재’라 불리는 싱어송라이터 이찬혁 음악감독이 전두지휘할 한국판 <태양의 노래> 음악이 더욱 기대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태양의 노래
-
감독 코이즈미 노리히로
출연 유이, 츠카모토 타카시, 아사기 쿠니코, 코야나기 유, 후세 에리, 하마다 가쿠, 키시타니 고로, 코바야시 타카시, 마기, 타나카 소겐
개봉 2007.02.22.
그레이 <발레리나>
몽환적이고 유니크한 복수극, <발레리나>의 ‘스타일리시함’에는 ‘힙’한 음악이 큰 몫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AOMG 사단의 그레이(GRAY)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발레리나>는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보는 맛’과 ‘듣는 맛’이 있는 영화라는 평을 받고 있다.
<발레리나>의 주연을 맡은 배우 전종서는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에서 “그레이 음악감독님이 더 이상 영화를 안 하셨으면 좋겠다. 음악이 너무 좋아서, <발레리나>에만 담겼으면 좋겠다”라고 최고의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연출을 맡은 이충현 감독 역시 “그레이가 참여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레이가 참여하기 전후가 아예 다른 영화라고 생각이 들 정도다”라고 그의 음악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그레이는 랩과 보컬은 물론 프로듀싱까지 가능한 올 라운드 뮤지션이다. 그레이는 막연하게 영화음악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운명처럼 <발레리나>의 음악감독 제안이 왔다고.

- 발레리나
-
감독 이충현
출연 전종서, 김지훈, 박유림
개봉 2023.10.06.
장기하 <밀수> <베테랑 2>
지난여름 극장가 최고의 화제작 <밀수>는 7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액션 활극이다. 그 때문에, 영화에는 70년대 인기 가요와 함께 그 시절의 가락을 닮은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 삽입되었다.
<밀수>로 음악감독 데뷔에 나선 장기하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 최헌의 ‘앵두’, 펄 시스터즈의 ‘님아’ 등 기존의 70년대 가요와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도록 70년대 음악을 닮은 스코어를 작곡했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장기하가 ‘70년대 음악광’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전부터 70년대 음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 왔는데, 그의 사랑이 류승완 감독에게까지 닿아 <밀수>로 인연을 맺게 되었다. 한편, 장기하는 <밀수>에 이어 <베테랑 2>로 류승완 감독과 한 번 더 호흡할 것으로 알려졌다.

- 밀수
-
감독 류승완
출연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김재화, 박준면, 박경혜, 주보비
개봉 2023.07.26.
- 베테랑 2
-
감독 류승완
출연
개봉 미개봉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