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루이스 맥더겔)는 사는 게 버거운 소년입니다. 매일 밤 낭떠러지에서 엄마를 놓치는 악몽에 시달리고, 꿈에서 깨어난 후엔 불치병에 걸린 엄마를 마주해야 하죠. 학교에선 친구들의 이유 없는 괴롭힘을 견뎌내야 합니다. 엄마가 입원한 후 자신을 돌봐줄, 꼬장꼬장한 할머니와 함께 지낼 준비도 해야 하고요. 그를 유일하게 위로해주는 건 그림 그리기. 평소처럼 그림을 그리고 있던 어느 날 밤, 그러니까 정확히 자정에서부터 7분을 넘긴 시각 12시 7분. 저 멀리서 소년을 지켜보고 있던 거대 고목이 몬스터로 변해 그에게 저벅저벅 걸어옵니다.

몬스터는 무작정 코너에게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말하죠. 본인의 이야기가 끝나면 코너가 네 번째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는 조건도 겁니다. '네가 감추고 있는 은밀한 꿈'이 궁금하다면서 말이죠. 현실을 버티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꿈에서까지 나를 괴롭히는 괴물이 나타나다니. 코너는 꿈에 나온 몬스터 따위 상대할 시간이 없다며 그에게 소리치지만, 곧 이 몬스터가 환상에 그친 존재가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몬스터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차츰 변해가는 제 자신을 느끼게 되죠.

<몬스터 콜>은 '성장영화'란 단어를 들었을 때 우리가 단번에 생각해내는 것들과 다른 노선을 취하는 영화입니다. 상처 입은 소년을 치유하는 방식이 다르죠. 조금 더 혹독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기를 잃어가는 엄마, 엄마가 세상을 떠난다는 '만약'의 상황을 외면하고 싶지만 곧 마주해야 할 것을 알고 있는 소년. 코너는 지금까지 쌓아왔던 저만의 세계를 부수며 성장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본인에게 닥친 상실과 시련, 두려움을 똑바로 마주하죠. 마음껏 슬퍼하고 분노하기도 합니다. 삶이 무너질까봐 안간힘을 쓰며 버티는 코너의 눈망울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쯤 겪은, 혹은 겪게 될 순간들을 소환해냅니다. 혼란스러워하는 소년을 가장 힘있게 보듬는 존재는 바로 그의 엄마. 섣부른 성장의 길을 걷고 있는 소년에게 '힘들어해도 괜찮다'며 손 내미는 그녀는 코너의 마음뿐만 아니라 그를 지켜보는 어른들의 마음에도 짙은 위로를 전합니다.

<몬스터 콜>을 연출한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는 인물들의 감정을 선명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아는 감독이죠. 호러 영화의 탈을 쓴 <오퍼나지-비밀의 계단>에서는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원초적인 공포 대신 두려움을 마주한 인물의 반응을 비춰주며 극도의 긴장을 선사했고, 자연재해를 소재로 한 영화 <더 임파서블>에서는 '재난'을 주인공으로 하기보단 그 앞에서 박살난 한 가족을 조명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었습니다. 이번 <몬스터 콜>에서도 마찬가지죠. 엄마를 떠나보내야 하는 아들, 소년의 성장, '몬스터'가 등장하는 '판타지 영화'라는 설정까지, 다소 빤한 설정들로 안일한 성장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았던 <몬스터 콜>은 그 위험함을 가뿐히 뛰어넘었습니다. 성장통을 앓는 소년에게 한없이 밀착한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 덕분이었죠.

<몬스터 콜>을 보고 나면 코너를 연기한 배우 루이스 맥더겔을 눈여겨 볼 수밖에 없습니다. 순간순간 표정 안에 여러 감정을 담아내는 능력이 탁월한 배우죠. 루이스 맥더겔은 이 영화로 런던 비평가협회상 아역상, 크리틱스 초이스 신인상 등을 수상하며 곧 할리우드 한복판에서 활약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내면에서 폭발하던 감정을 꾹꾹 눌러대던 코너. 루이스 또한 코너처럼 어린 시절 어머니를 떠나보낸 기억이 있었기에 '코너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죠.

할리우드의 믿고 보는 배우들은 소년의 성장담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데 제 몫을 더합니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에서 강인하면서도 인간애 넘치는 전사의 모습을 보였던 펠리시티 존스가 코너의 엄마를 연기하며 따스함을 더했고, 시고니 위버가 코너의 엄격한 할머니로 분해 색다른 모습을 선보이죠. 나무 괴물, 몬스터 목소리를 연기한 리암 니슨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잔뜩 해진 소년의 마음을 어루만지던 그, 극장을 나선 지 한참 지나도 기억에 남을 목소리임이 분명하죠.

영화를 보며 에디터에게도 이런 몬스터가 나타났으면 하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코너처럼 까마득한 현실에 부딪힌 경험이 있는 관객이라면 눈물을 펑펑 쏟고 나올 영화임이 분명해요. 엔딩 크레딧 곡 'Tear Up This Town'은 영화의 여운을 더 짙게 만드니 끝까지 듣고 나오시길!

몬스터 콜

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출연 펠리시티 존스, 리암 니슨, 시고니 위버, 루이스 맥더겔

개봉 2016 미국,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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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유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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