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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빌런들의 세계를 한층 더 키워보고 싶었다” 〈킬러들의 쇼핑몰〉이권 감독

추아영기자
이권 감독 (사진 제공=디즈니 플러스)
이권 감독 (사진 제공=디즈니 플러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은 1월 17일 공개 직후 3주 연속 한국을 비롯한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5개 국가에서 Top 10 안에 들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드론과 사족 보행 로봇 액션을 포함한 새롭고 현란한 액션, 시청자들의 감정을 이입시키는 주인공의 성장 서사, 개성 있는 빌런 캐릭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중 <킬러들의 쇼핑몰>의 이권 감독은 원작 「살인자의 쇼핑몰」에서는 두드러지지 않았던 빌런 캐릭터들을 다시 축조해 냈다. 감독은 각각의 빌런들에게 서사를 더해주면서 개성 있는 빌런으로 재탄생시켰다. 아직 종영 회차가 공개되기 전, 이권 감독을 만나 <킬러들의 쇼핑몰> 빌런 캐릭터에 얽힌 비화와 제작 과정을 들어보았다.


〈킬러들의 쇼핑몰〉포스터
〈킬러들의 쇼핑몰〉포스터


강지영 작가의 소설 「살인자의 쇼핑몰」을 각색해서 시리즈를 만들었습니다. 원작 소설의 어떤 점에 끌려서 드라마화하시게 된 건가요?

소설에서 정지안이라는 아이의 성장 서사가 되게 재미있었어요. 홍보를 위해서 액션물에 초점을 두어서 말했지만, 사실 지안이란 캐릭터가 고립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갑작스럽게 위험에 처하고, 그리고 이 아이가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수많은 선택을 내리고, 선택에 따르는 책임을 지면서 달라지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어요.

감독님이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킬러들의 쇼핑몰>은 액션물이면서 동시에 지안(김혜준)의 성장 서사를 다루고 있는데요. 시청자들이 점점 성숙해지는 지안이의 내면을 따라갈 수 있도록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을까요?

이건 전체적인 톤앤매너하고 연결이 되는 것 같은데요. 시청자들이 3, 4화까지 보고 단 댓글들을 봤는데 ‘답답하다’ 이런 얘기들이 좀 있더라고요. 근데 사실 지안이를 현실적으로 보면 20대 초반이잖아요. 목숨을 위협하는 위기에 대처하기에는 아직 어린 거죠. 그래서 그 위기의 상황을 시원하게 해결할 수는 없거든요.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자꾸 찾아오고, 그 사람들은 믿으라고 하지만 믿어야 될지도 잘 모르겠고요. 아무리 삼촌이 싸우는 법을 가르쳐 줬다곤 하지만, 무장하고 들이닥치는 사람들을 맞서서 이겨낼 만한 힘은 없거든요. 그럴 수 있는 피지컬도 안되고요.

그럼 이 캐릭터는 그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하냐. 지안이는 지략으로 승부를 보는 거죠. 그 과정 속에서 더 단단해지는 인물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 지점에서 지안이의 감정 묘사를 현실적으로 하기 위해 전체적인 톤도 비현실적인 만화나 판타지물처럼 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지안이라는 캐릭터를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으로 그려내고 싶었어요.

박지빈 배우가 이전에는 선한 캐릭터를 맡아 왔었는데요. 또 한 명의 숨겨진 빌런인 배정민 역에 박지빈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에는 배정민 역은 신인 배우로 캐스팅할 계획이었어요. 오디션을 열었었는데 나이가 좀 어린 배우들이 많이 왔어요. 근데 다들 전형적인 악당 연기를 보여주더라고요. 사실 배정민 캐릭터가 정말 어려워요. 아마 캐릭터 중에 제일 어려울 수도 있어요. 연륜 있는 배우라면 노련하게 연기할 수도 있었겠지만 캐릭터 설정상 어린 배우를 구해야 했어요. 그래서 좀 ‘선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지빈 씨와 미팅을 가졌죠. 저는 지빈 씨가 너무 잘해주었다고 생각해요.
 

〈킬러들의 쇼핑몰〉캐릭터 포스터
〈킬러들의 쇼핑몰〉캐릭터 포스터


원작과 시리즈의 구성은 비슷하지만, 각각의 에피소드를 비롯해 다른 점도 많았는 데요. 그중 정진만 캐릭터가 가장 큰 변화를 보였습니다. 원작의 정진만 캐릭터와는 다른 이미지를 지닌 이동욱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또 시리즈에서는 정진만 캐릭터를 어떤 인물로 다듬으셨나요?

그렇죠. 정진만 캐릭터가 원작과는 많이 달라요. 시리즈에서는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정진만의 30대 때 과거 이야기가 나와요. 그럼 30대의 정진만과 40대 중반이 넘어간 정진만을 둘 다 연기할 수 있는 배우를 찾아야 하죠. 또 정진만이라는 캐릭터는 냉정한 면모도 지니고 있어야 해요. 결과적으로는 동욱 씨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정진만 캐릭터를 좀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안이와 함께 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에는 서로 데면데면해요. 그런데 고등학생이 된 지안이랑은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가 되거든요. 실제로 동욱 씨가 그런 면이 좀 있어요. 허당기도 있고 유머 센스도 좋고, 그런 걸 작품 안에서도 발휘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정진만은 냉정한 사람이기도 하잖아요. 그런 양면성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원작에서는 이성조(서현우) 캐릭터의 분량이 많지 않았는데요. 시리즈로 만들면서 이성조 캐릭터의 비중을 크게 늘리신 이유가 있을까요?

이성조 캐릭터 분량이 원작에서는 별로 없죠. 성조 캐릭터가 늘 하는 대사인 “성불해라”는 말도 원작에서는 하지 않아요. 사실 원작이 되게 짧아요. ‘그래서 이건 영화 감이다’라는 생각을 했는데요. 원작에도 장례식 에피소드가 있어요. 장례식에 사람들이 오는데 그중에 선글라스를 낀 의문의 남자가 한 명 있어요. 이 사람이 누구라고 밝히지는 않지만, 저에게는 이 부분이 이성조 캐릭터랑 이어진 거죠. 마침 이성조 캐릭터의 분량이 많이 없는 것도 아쉬워서 빌런들의 세계를 조금 더 키워본 거죠.

베일(조한선)도 원작에서는 이미 죽어 있어요. 사실상 최강 빌런인데 이미 죽어버리면 전체적인 이야기의 극적 긴장감이 떨어지잖아요. 그래서 이 캐릭터를 다시 살렸죠. 다만 빌런의 끝판왕을 베일로 남겨놓되 8부작까지 끌고 가는 극 초중반의 빌런은 이성조 캐릭터로 두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민혜(금혜나) 캐릭터의 반응이 좋은데요. 민혜 캐릭터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구성하셨나요?

의상이요. 민혜는 움직이는 데 걸리적거리는 옷을 입으면 안 돼요.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몸에 붙는 옷을 입고 있어야 되고, 운동화를 신고 다니고요. 4화에서 민혜가 창고를 돌아다닐 때도 걷는 소리가 안 나요. 일부러 사운드를 뺐어요. 적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요. 또 민혜 캐릭터는 <공각기동대>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어요. 거기에 ‘쿠사나기 모토코’라고 반은 인간이고, 반은 로봇인 캐릭터가 있어요. 그 캐릭터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가져왔어요.
 

〈킬러들의 쇼핑몰〉 스틸컷
〈킬러들의 쇼핑몰〉 스틸컷


5화 후반부에서 민혜의 액션신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이 장면은 어떻게 연출하셨나요?

그 장면을 아마 제일 많이 공들인 것 같아요. 무술팀이 처음에 시안을 보여줬을 때 액션은 너무 좋은데 말이 안 되는 것 같은 느낌이 계속 있었어요. 그러면 한번 현실적으로 말이 되게 해보자고 생각했고, 무술감독에게 코멘트를 계속 줬죠. 그때 무술감독이 민혜가 그 사람들의 중심에 있어야 된다 이런 얘기를 해주었는데, 그렇게 하면 좋은 장면이 나올 것 같았어요.

먼저 섬광탄이 날아오잖아요. 섬광탄이 터지면 한 몇 초 정도 볼 수 없게 돼요. 그 사이에 민혜가 거실 중앙에 있는 용병 한 사람한테 올라타서 회전하며 총을 쏘면서 용병들의 전투력을 상실하게끔 하죠. 그다음에 소파 뒤로 숨어서 전투를 벌일 수 있도록 동선을 막 계산했죠. 현장에서도 계속 리허설하고요. 그런 과정을 거치고 지금의 결과물이 나왔어요.

<킬러들의 쇼핑몰>은 여러 액션을 선보이는데, 그중 드론과 사족 보행 로봇의 액션이 새로웠습니다.

드론이랑 사적 보행 로봇은 신기할 수는 있는데, 실제로 어느 정도 군에서 쓰고 있는 무기들이에요. 드론은 실제 군에서 쓰고 있는 무기를 보고 디자인한 거예요. 사적 보행 로봇은 좀 다르긴 해요. 드라마에서 보신 것처럼 움직일 수 있는 사적 보행 로봇은 실제로는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실제로는 없지만 새로운 액션을 보여주고 싶어서 사족 보행 로봇이 달리는 장면은 CGI로 만들었죠.
 

드라마에서는 용병들의 세계가 부각됐잖아요. 바빌론처럼 용병 회사도 있고요. 그럼 그 뒤에는 또 뭐가 있을까 일종의 거대한 군수 업체도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 곳이 뒤에 있으면 사족 보행 로봇 같은 최첨단 장비도 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킬러들의 쇼핑몰〉스틸컷
〈킬러들의 쇼핑몰〉스틸컷


<킬러들의 쇼핑몰>은 액션물임에도 중간중간에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았는데요. 이런 작품의 분위기는 감독님이 의도하신 건지 아니면 배우들의 순발력에서 나온 건지 궁금합니다.

다 복합적인 것 같은데요. 저 개인적으로는 진지한 걸 진지하게 묘사하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 어두운 것도 유머러스하게 표현할 수도 있고요. 이성조 같은 캐릭터 보면 킬러인데 킬러 같지 않잖아요. 작전 도중에 농담도 툭툭 던지고요. 우리도 같은 직업인끼리 있을 때 농담하잖아요. 킬러나 용병들도 자기들끼리 있을 때 농담하며 지낼 것 같았어요.

서현우 배우도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감독님 전 계속 고가 도로 위에 있는 봉고차 안에만 있잖아요. 그러면 봉고차 기사랑 대화도 나누고 그럴 것 같아요”라고요. 원래 대본에는 그런 게 없었거든요. 그리고 던밀스(쿠마 역)는 좀 험악해 보이는 친구인데 실제 성격대로 나오면 재밌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던밀스에게는 그냥 던밀스로 나왔으면 좋겠다. 특별히 막 연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얘기했죠.

감독님이 가장 연출하기 어려웠던 장면은 어떤 장면이었나요? 또 개인적으로 명장면이라고 생각하는 장면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매 장면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웃음) 하나를 꼽자면 2화에서 비가 오는데 우산도 쓰지 않은 어린 지안이가 혼자 촌의 길을 걷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뒤에서 진만이 타고 있는 트럭이 오고, 걷고 있는 지안이의 이동에 맞춰서 함께 움직이죠. 이 장면이 사실 트럭이 움직일 때, 살수차로 비를 계속 뿌려야 했어요. 진만의 트럭이랑 살수차가 움직이는 시간과 촬영 카메라가 있는 차량이 움직이는 시간까지 다 맞아떨어져야 했어요. 게다가 해가 지면 못 찍는데, 해가 떨어지고 있었고요.
 

개인적으로 명장면이라고 생각하는 장면은 마지막화에 성조가 지안이하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어요. 삼촌인 정진만이 해줄 법한 얘기를 이성조가 지안이에게 해주는 데 훨씬 더 직접적으로 말하는 거죠. 부드럽게 하지 않고, 성조처럼요. 개인적으로는 그 장면이 애착이 가요.

<킬러들의 쇼핑몰>에 이어서 올해 목표하고 계신 게 또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올해 목표요. 그런 거 잘 안 세웁니다. 인생이 계획대로 잘 되지는 않기 때문에 그냥 앞으로도 원하는 이야기를 잘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마음으로 있다 보면 예기치 않은 기회들이 또 생기더라고요. 새로운 기회가 생기면 또 재밌는 연출을 할 수 있도록 열어두고 살려고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