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이 아직 2개월도 안 지났다. 그래도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 올해의 넷플릭스하드캐리' 부문에 이희준의 이름을 올리기에 충분하단 사실이다. 이희준은 1월 공개한 <황야>에서 양기수 박사로 열연을 펼쳐 이른바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정점을 보여주고, 2월 공개한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에서 송촌 역으로 삐뚤어진 정의의 표상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그가 보여준 두 번의 변신은 지난 2년간의 (의도치 않은) 공백기를 메우기에 충분했다. 오늘은 이희준에 대한 몇몇 재밌는 사실을 모아본다.
40대에서 60대로, 송촌 위해 분장만 세 시간

<살인자ㅇ난감>에서 이희준이 보여준 송촌은 모든 시청자를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툭툭 내뱉으면서 상대를 고압적으로 대하는 말투나, 희끗희끗한 짧은 머리와 주름살이 완벽한 시너지를 내며 송촌을 완성시켰다. 극중 송촌의 나이는 약 60대. 실제 이희준의 나이는 40대. 이희준 본인도 캐스팅 제안을 듣고 “제가 할아버지를 하는 거냐”라고 되묻기까지 했다고. 물론 실제로 역을 맡은 후에는 송촌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이탕 역의 최우식 배우가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에 따르면 이희준은 배우 지망생이 연기학원에서 입시 준비할 때 하는 것처럼 정석적인 캐릭터 분석을 했다고 한다. 배역의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을 모으거나 작품 외의 개인사 분석 등을 꼼꼼하게 준비해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송촌으로 <살인자ㅇ난감>에 등장한 것이다.

이희준의 섬세한 캐릭터 분석이 도움이 되긴 하지만, 영상매체 특성상 그 연기만큼 진짜 같은 분장이 반드시 동반돼야 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히길, 매일 분장을 받는 데 2시간이 걸렸고, 분장을 지우는 데도 1시간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특수분장팀에서 근육을 연구하고 결에 맞게 분장해줬다며 공을 돌리는 겸손함까지 잊지 않았다. 이렇게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송촌이 된 이희준. 손석구와 최우식은 그와 함께 촬영하는 날이면 그에게 연기 노하우를 묻기 위해 계속 곁을 맴돌았다는 '신앙 고백'마저 했다.
2년의 공백기, 사실은 열일했는데
2022년과 2023년을 공백기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실은 이건 코로나19 때문에 생긴 공백기에 가깝다. 원래대로면 2020년에 촬영을 마친 <핸섬 가이즈>, 혹은 2021년에 촬영을 마친 <보고타>가 2022년 개봉하기 적절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많은 영화들이 개봉을 미루면서 두 영화 모두 개봉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고, 얼떨결에 2022년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만 남게 되었던 것. 그래도 2024년 초부터 <황야>와 <살인자ㅇ난감>에서 연이어 활약했으니 전화위복이라고나 할까. <살인자ㅇ난감> 제작발표회 때 "미리 찍은 작품만 7개인데 오픈(공개)가 쉽지 않다"며 "2년 넘게 정성껏 포장한 선물을 애인에게 선물하는 기분"이라고 설명하기도.

<보고타>는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서 살아남기 위해 위험한 거래에 뛰어든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실제 보고타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는데, 촬영 도중 팬데믹이 발령되면서 제작을 중단하고 팀 전체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상황까지 겪은, 산전수전공중전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희준은 대기업 소속 주재원 수영 역을 맡아 국희 역의 송중기와 호흡을 맞췄다. <핸섬 가이즈>는 목수로 일하는 절친 재필과 상구가 산장에 입성했다가 흉악범으로 오해받으면서 생기는 소동을 그린다. 재필 역은 이성민이, 상구 역은 이희준이 연기했는데 연출자 남동협 감독 왈 "주성치-오맹달 콤비 못지않은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고.
108배로 마음 다스리기

이처럼 다소 격한(?) 캐릭터들을 연기한 이희준은 캐릭터들의 성격을 털어내기 위해 108배를 한다고 밝혔다. 엄밀히 말하면 이 108배는 단순히 연기 이후 여운을 털어내는 것을 넘어 인간 이희준의 중심을 잡기 위한 과정이나 다름없다. 이희준은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한때 지나가는 것'인 줄 알았던 공황장애는 이희준을 끊임없이 괴롭혔고, 이번 <살인자ㅇ난감> 촬영 중에도 갑작스럽게 증상이 찾아오기도 했단다.
그런 그가 공황을 털어내고 자신을 다독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108배라고 한다. 가장 위로가 필요한 자신에게 위로를 하는 방법으로 108배를 시작했고, 이후 8년간 꾸준히 하고 있다고. 최근 인터뷰뿐만 아니라 2021년 드라마 <마우스> 제작발표회에서도 108배를 언급했으니 그의 말처럼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보인다. 이희준은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 방문해 상담을 받기도 했으며 공황장애를 겪었던 경험을 녹여 <병훈의 하루>라는 단편영화를 연출하는 등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한 바 있다.
이희준의 연기 '짬바'를 엿볼 수 있는 영상

이희준의 찰진 연기를 짧고 굵게 만날 수 있는 영상이 하나 있다. "월클인 척하다가 진짜 월클 된" 피식대학 팀의 유튜브 채널이다. 2023년 9월에 업로드된 "[미공개] 배우 이희준 야인시대 외전 오디션 탈락영상" 영상은 이희준이 피식대학의 콘텐츠 '야인시대 외전'의 오디션을 본다는 상황을 담은 영상이다. 이 영상에서 이희준은 한 장면을 지상파 버전, 종편/케이블 버전, 영화 버전으로 연기하는데 각각 전혀 다른 톤의 연기로 캐릭터를 보여주는 '짬바이브'를 보여준다. 실제로 이 영상에는 "웃기라는 콘텐츠에 감탄하고 간다" "이렇게 완벽한 걸 보니 탈락이 확실하다" 등의 감탄 섞인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희준이 <미니특공대> 탐내는 이유

이희준은 최근 인터뷰에서 "<미니특공대> 같은 작품을 해봐야 하나"라는 말을 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아들 때문. 2019년 이희준과 이혜정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은 아직 아빠가 배우인지를 모른다고. 집에서 항상 책(시나리오)을 보고 있으니 '책 보는 사람'이 직업인 줄 안단다.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 <미니특공대>라서 아빠가 배우인 걸 자연스럽게 알리기 위해 <미니특공대>를 찍어야 하나 고민 중이라는 이희준. 언젠가 그의 아들이 아버지의 빼어난 연기들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내심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