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로 이름을 날리던 1990년대부터 폭풍처럼 명연을 쏟아내던 2010년대 초중반까지, 매튜 매커너히의 롤러코스터 같은 필모그래피에서 최고의 캐릭터 7개를 골라봤다. 제2의 전성기를 지나 요즘 살짝 밋밋해 보이는 그를 왜 갑자기 조명하냐고? 11월 4일은 매튜 맥커너히의 마흔여덟 번째 생일이기 때문에!


데이빗 우더슨
<멍하고 혼돈스러운>
(1993)

맥커너히의 실질적인 스크린 데뷔작. 영화 제목처럼, 1970년 중반 고등학생들의 하루를 멍하고 혼돈스럽게 담아냈다. '성장', '10대' 하면 떠오르는 진중한 문제의식 같은 것도 없다. 주인공들보다 조금 나이가 많은 데이빗은 20대임에도 여전히 고등학생들과 놀기 좋아하는 남자다. 상대적으로 변방의, 작은 비중의 캐릭터지만 "사회가 강요하는 규칙을 무시해, 그냥 계속 살아!"라고 외치며 놀아재끼는 그는 <멍하고 혼돈스러운>의 가장 또렷한 존재가 됐다.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처음에 맥커너히가 너무 멀끔하게 잘생겼다는 이유로 그를 거절했는데, 맥커너히는 얼마 후 머리와 콧수염을 저렇게 막 기르고 나타났고, 결국 데이빗 우더슨 역을 따냈다고 한다.

멍하고 혼돈스러운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제이슨 런던, 조이 로렌 아담스, 밀라 요보비치, 숀 앤드류스

개봉 1993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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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브리건스
<타임 투 킬>
(1996)

'미남 스타'로 주가를 올리던 맥커너히는 존 그리샴의 법정소설을 토대로 한 영화 <타임 투 킬>에서 변호사 제이크를 연기했다. 신참 변호사인 그는 정의에 불타는 의지로 억울하게 옥고를 치르는 흑인 칼(새뮤얼 L. 잭슨)을 물심양면으로 변호한다. 흑인을 변호한다는 이유로 백인 우월 단체의 협박, 방화 등의 테러에 시달리면서도 지지 않고 칼의 편에 선다. 새뮤얼 L. 잭슨, 산드라 블록, 케빈 스페이시 등 명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정의를 뚫고 나오는 미모를 발산해 스타덤을 공고히 했다.

타임 투 킬

감독 조엘 슈마허

출연 산드라 블록, 사무엘 L. 잭슨, 매튜 맥커너히, 케빈 스페이시

개봉 199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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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벅 데이빗슨
<버니>
(2011)

멀끔하고 강직한 이미지 때문일까. 맥커너히는 2011년 작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버니>에서도 법조인을 연기했다. 2009년 이후 2년간 휴지기를 지낸 후 선택한 두 캐릭터는 서로 아주 다르다. 날카롭고 우직한 면모가 두드러지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와 달리, <버니>의 대니는 시종일관 장난스러운 말투와 태도로 온 마을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살인용의자 버니(잭 블랙)의 뒤를 추적한다. 카우보이 모자와 텍사스 지역의 억양이 두드러지는 말투는, 텍사스 출신의 맥커너히에게는 완벽한 조건이었다. <멍하고 혼돈스러운>에서 작업한 바 있는 링클레이터가 만든 <버니>를 경유하며, '미국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라는 족쇄같은 이미지에 '연기 잘하는 배우'의 이미지를 확고히 새기는 발판을 만들 수 있었다.

버니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잭 블랙, 매튜 맥커너히, 셜리 맥클레인

개봉 2011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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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드
<머드>
(2012)

머드는 언뜻 강하고 자유로워 보인다. 하지만 그는 애인 주니퍼(리즈 위더스푼)를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무인도에서 은둔하고 있는, 몸만 큰 소년일 뿐이다. 근처에 사는 두 소년 엘리스와 넥본은 머드의 안타까운 사랑에 흥미를 느끼며 그를 돕기로 한다. 강직하거나 섹시했던 기존의 이미지와 달리, <머드>의 맥커너히는 거칠어 보이는 육체 안에 연약한 순정을 품고 있는 남자 머드의 복잡한 캐릭터를 차분히 보여줬다. 어린 소년들과 벗하며 사랑을 지키려는 순수한 눈빛이 온전히 설득된다. 제프 니콜스 감독은 1996년 작 <론 스타> 속 맥커너히를 보며 머드를 만들어나갔다고 한다.

머드

감독 제프 니콜스

출연 리즈 위더스푼, 매튜 맥커너히, 타이 쉐리던

개봉 201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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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우드루프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2013)

2010년대 들어 매튜 맥커너히는 일취월장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동시대를 대표하는 남자 배우로 명성을 떨쳤다. 그 정점이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미남자라는 확고한 이미지와 함께 변호사, 부랑자, 스트리퍼, 살인마 등 캐릭터 변신을 거듭 시도하던 그였지만, 죽음에 점차 가까워지는 에이즈 환자 론으로 분한 맥커너히의 모습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한창 연기에 물이 오르는 배우가 눈에 띄는 변신까지 시도했으니 이목을 끌 수밖에. 하지만 체중을 20kg 감량한 모습보다 더 확연히 다가온 건,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닥뜨리고 살 날이 30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처지에서도 삶의 의욕을 놓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이었다. 2014년 아카데미의 남우주연상을 맥커너히가 차지하게 되리라는 건 유력한 후보였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감독 장 마크 발레

출연 매튜 맥커너히, 제니퍼 가너, 자레드 레토

개봉 2013,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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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틴 “러스트” 콜
<트루 디텍티브 시즌 1>
(2014)

1인 2역이 아니다. 위 이미지의 두 남자는 17년을 사이에 둔 같은 사람이다. 1995년과 2012년에 벌어진 여성 연쇄살인 사건을 쫓는 형사들의 추적을 그리는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는 사건과 함께 점차 변화하는 두 남자와 그들 주변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매튜 맥커너히와 우디 해럴슨이 변모하는 모습은 쇠락해가는 미국 남부 도시 루이지애나의 육체와도 같았다. 큰 노트를 들고 날카로운 눈빛을 드러내던 러스트가 대충 묶은 긴 머리와 덥수룩한 수염을 한 몰골의 바텐더라는 걸 납득하게 한 건 온전히 맥커너히의 공이다. 정말이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그의 커리어는 폭풍을 목격하는 것 같다.

트루 디텍티브

감독 캐리 후쿠나가

출연 매튜 맥커너히, 우디 해럴슨, 미셸 모나한, 마이클 포츠, 토리 키틀즈, 릴리 시몬스

개봉 201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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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쿠퍼
<인터스텔라>
(2014)

마흔을 훌쩍 넘겼음에도 맥커너히는 '아버지'의 모습을 어필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야심찬 SF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처음 맥커너히와 작업하며 그를 아버지로 만들었다. 평범하진 않다. NASA 엔지니어 시절을 잊지 못하다가 결국 인류를 구하기 위해 우주선을 타는 농부다. 듣기만 해도 눈앞이 캄캄해지는 과학 지식으로 똘똘 뭉친 영화를 홀린 듯 보면서 우리가 맥커너히의 얼굴에서 목격한 건 우주를 향한 의지와 딸에 대한 사랑이었다. 한국에서 <인터스텔라>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별처럼 쏟아지는 과학 지식의 학습 효과와 함께, 부성애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렇게 매튜 맥커너히는 아버지가 되었다.

인터스텔라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매튜 맥커너히, 앤 해서웨이, 마이클 케인, 제시카 차스테인

개봉 2014, 미국,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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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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