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하루에 이렇게 조심해야 할 것이 많다니. 무슨 말이냐, 바로 4월 1일 만우절을 지나온 소감이다. 4월 1일 만우절은 장난을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날이라서 그런지 유독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는 뉴스가 많다. 2024년 만우절은 생각보다 조용했지만 그래도 혼을 쏙 빼놓는 강렬한 장난들도 있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2024년 만우절 뉴스를 소개한다.
뭐?! <파묘 2>라고?!

4월 1일 가장 핫한 뉴스는 이것이었을 것이다. <파묘 2> 속편 확정. X(구 트위터) 계정으로 올라온 소식은 현재 천만 관객을 돌파한 <파묘>의 인기처럼 빠르게 퍼져나갔다. 만우절임에도 불구하고 업로드한 계정이 꽤 그럴싸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의심 없이 즉각 두 손 들고 반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당연히 만우절 소식이었다. 이 계정은 배급사 '쇼박스'가 아닌 '슈박스'로 이름을 고친, 일반 사용자의 계정이었던 것. 계정 소유자는 영리하게도 쇼박스의 마크와 비슷한 이미지로 프로필 사진을 걸어놔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으면 속을 수밖에 없도록 설계(?)했다.
실제로 이 낚시는 곳곳으로 퍼져나갔는데, 대부분 '만우절이라서 거짓말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는 나중에 다시 확인하면서 알아차리게 될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얼마나 화제가 됐는지 일부 언론은 해당 소식을 전하며 쇼박스로부터 직접 입장을 전달받기도 했다. 이 낚시를 성공한 팬은 4월 2일 “기사까지 나서 십년감수 했다”면서도 “이렇게 서동요 부르면 (진짜 제작될지) 누가 아나”라며 팬심을 보였다.
최고의 피지컬에 맞설 상대는~~~ 갓냥이!

최고의 육체를 가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피지컬: 100>. 최근 시즌 2를 방영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 이때다 싶어 넷플릭스가 곧바로 후속작을 공개했다. 바로 <피지컬: 캣 - 머슬 캣을 찾아서>. 제목처럼 가장 완벽한 피지컬을 가진 고양이를 찾기 위해 100묘가 모여 경쟁을 한다는 콘셉트다. 이번 시리즈는 이전 <피지컬: 100>과 달리 당사묘가 아닌 '집사'가 지원하는 것이 특징.
그리고 물론 이 또한 넷플릭스의 만우절 농담이다. 꽤 그럴싸한 포스터와 지원 자격 이미지까지 만든 넷플릭스는 수많은 애묘인, 집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웃음 짓게 했다. 무엇보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이미지에 들어간 고양이들의 모습 덕분에 이 만우절 농담은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운 장난으로 받아들여졌다. 넷플릭스는 2023년 만우절 당시 오리지널 콘텐츠 <길복순>을 복고풍 예고편으로 만들어 공개한 바 있다.


안녕하십니까! 신입사원 일론 머스크입니다!

평소에도 늘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일론 머스크도 만우절 농담에서 빠지지 않았다.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월트 디즈니사의 DEI 책임자로 합류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DEI'는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iversity, Equity, Inclusion)의 약자. 그는 “밥 아이거(디즈니 CEO), 그리고 캐슬린 케네디(루카스 필름 사장)와 함께 이들이 만들 콘텐츠를 더 깨어있게 하는 걸 기다리고 있다”며 능청까지 떨었다.
물론 평소 아무말 대잔치에 가까운 일론 머스크였기 때문에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특히 일론 머스크는 디즈니에서 X에 광고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 밥 아이거를 해고해야 한다는 비난까지 퍼부은 전적이 있다. 본문에서 '링귀니'라고 언급한 것 또한 시칠리아 출신의 밥 아이거를 저격하는 부분이다. 'DEI' 또한 현재 디즈니가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부분이라서 농담을 빙자한 공격인 셈. 참 선 넘는 발언이지만 일론 머스크의 평소 행적 덕분인지 의외로 조용히 넘어갔다.
제이슨 스타뎀 아니고 재이슨 스타뎀

4월 3일 개봉하는 <비키퍼>는 개봉을 앞두고 1일 시사회를 개최했다. 아무래도 만우절이니 그냥 넘어가기는 아쉬웠던 모양. 시사회 현장에 '재'이슨 스타뎀이 온다고 공지가 됐는데, 그의 뒷모습만 보여주며 그가 누구인지 호기심을 유발했다.
그리고 시사회 당일, 재이슨 스타뎀의 정체가 밝혀졌는데 개그맨 윤성호였던 것. 그는 영화 속 제이슨 스타뎀처럼 검은 정장을 차려입고 무대인사까지 했는데, 목소리까지 흉내 내며 영어로만 무대인사를 진행해 웃음을 자아냈다. 전체적으로 비수기라고 일컫는 4월 극장가를 재치 있게 열어젖히는 센스가 돋보인다. 참고로 어떤 누리꾼은 '뉴진 스님의 은밀한 이중생활 아니냐'고 의심을 표했다.

그 잘 되는 <듄: 파트 2>가 벌써?

한국엔 큰 영향이 없었지만, 미국 본토에선 <듄: 파트 2> 관련 소식이 만우절 농담으로 오해를 받았다. <듄: 파트 2>는 북미에서 3월 1일 개봉했다. 그런데 4월 1일, <듄: 파트 2>가 빠르면 화요일에 디지털 매체(VOD 등)로 공개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현재 <듄: 파트 2>는 꾸준히 흥행하고 있고, 무엇보다 한국과 조금 다른 미국의 극장 상영 시스템상 전체적으로 두 달 정도 여유를 두고 흥행 여부에 따라 차후 공개 스케줄을 잡는다. 그런데 개봉한지 한 달 만에, 그것도 만우절에 '디지털 매체 공개'라고 발표했으니 다들 '만우절 농담치곤 심심하네' 같은 반응을 보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현재 4월 2일 화요일 <듄: 파트 2> 디지털 공개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4월 15일, 그러니까 디지털로 공개하기까지 상영하는 마지노선 기간 '45일'이 지나면 곧바로 VOD를 출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또한 워너브러더스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4월 1일부터 VOD 출시에 관한 루머가 들리는 것을 보면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란 의심을 하게 한다. 과연 <듄: 파트 2>가 정말로 VOD 출시를 서두르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저 관심이 몰린 탓에 생긴 오해인지는 4월 15일이 돼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건 왜 진짠데??
만우절이라고 진짜 다 농담인 건 아니다. 몇몇 소식은 농담인 줄 알고 깔깔 웃었는데 진짜여서 사람들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했다.
스타워즈 25주년을 축하하는 당신에게… 자자 빙크스!!!

세기말 1999년에서 벌써 25년이 지났다. 1999년에 좋은 영화가 참 많았는데, <스타워즈> 시리즈의 새로운 장을 연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이하 <스타워즈1>)도 1999년 개봉작이다. 그래서 'S.H.Figuarts' 피규어를 만드는 반다이는 <스타워즈1> 개봉 25주년을 맞이한 피규어를 발매한다고 발표했다. 그 주인공은 자자 빙크스다.
자자 빙크스의 자태(?)에 놀란 팬들은 발표 당일이 4월 1일임을 확인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자 빙크스는 <스타워즈1>에서 처음 출연한 캐릭터인데, 다소 징그러운 생김새와 시종일관 멍청한 행동으로 민폐를 끼치며 팬들에게 '악명'을 얻었다. 극중 의원 자리까지 오르는 등 유능한 인물처럼 그리지만, 팬들은 자자 빙크스를 <스타워즈> 프리퀄 삼부작의 가장 큰 오점으로 뽑을 만큼 치를 떨고 있다.

반다이는 농담이 아녔던 모양이다. 4월 2일, 반다이는 <스타워즈1> 25주년 기념 자자 빙크스 피규어를 '다시 한 번' 공개하며 팬들을 경악시켰다. 심지어 25주년 기념 마크마저 자자 빙크스를 박아버리면서 '진짜'라고 못 박았다. 해당 피규어는 4월 26일 발매한다는데, 과연 이것을 멀쩡하게 소장하려고 사는 사람이 있을지 사뭇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