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출퇴근길 직캠, 라이브방송…. 이제는 스타의 일상도 함께 하기 쉬운 시대가 됐다. 그래도 배우는 언제나 작품으로 말하는 법. 배우가 어떤 작품을 하는지, 혹은 어떤 캐릭터를 하는지에 따라 대중이 그를 얼마나 기억나는지가 결정되곤 한다. 특히 지금처럼 스트리밍이나 재관람 방법이 많지 않았던 시절엔 팬이 만든 움짤, GIF 파일 하나가 배우의 인생을 결정하기도. 이번엔 움짤로 엄청난 반향을 모았던 배우들과 그들의 레전드 움짤, 근황을 정리했다.
카야 스코델라리오


'움짤 시대'의 영원한 원톱이자 아이콘. 카야 스코델라리오가 한국에서 단번에 유명해진 계기는 드라마의 한 장면을 담은 움짤 덕분이다. 새하얀 얼굴에 진한 스모키 화장을 하고 상대방을 유혹하듯 입술을 핥는 모습은 한국 누리꾼들까지 휘어잡기 충분했다. 드라마 <스킨스>는 몰라도 이 움짤만큼은 못 본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해당 장면은 영국드라마 <스킨스>에서 나온 것인데, 스코델라리오는 에피 역을 맡았다. 시즌 7까지 이어진 <스킨스>에서 시즌 1~4, 7에 출연했다. <스킨스> 시즌 5~6는 별개의 얘기였기 때문에 사실상 개근한 캐릭터 중 하나. 카야 스코델라리오는 이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도 빠르게 진입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메이즈 러너>의 트리사 역로 삼부작을 이끌었다.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에도 출연했는데, 아쉽게도 성과는 좋지 못했던 편. 최근까지 영화쪽 타율이 좋은 편은 아닌데, 그나마 <크롤>에서 원톱으로 영화를 이끌고 가며 존재감을 입증했고, 영화도 저예산에 좋은 흥행 성적으로 한숨 돌렸다. 최근 <젠틀맨: 더 시리즈> 수지 글래스로 찰떡같은 연기를 보여주며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니콜라스 홀트


이쪽에 카야 스코델라리오가 있다면, 저쪽에는 니콜라스 홀트가 있다. <스킨스>의 퇴폐미가 에피라면, 순수미에는 토니가 있다. 물론 보기에는. 에피의 오빠 토니는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주변 여자들을 흔들고 다니며 상처를 준다. 전형적인 나쁜 남자인데, 움짤에선 그런 것이 안 보이니 니콜라스 홀트의 아름다운 미모만으로 본인과 작품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미 <어바웃 어 보이>에 출연하며 관객들에겐 익숙한 얼굴이었지만, 그 소년이 이렇게 멋진 청년이 됐는지는 <스킨스>가 알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니콜라스 홀트의 토니는 <스킨스> 시즌 1~2에 출연했다. 출연 시즌은 <스킨스>의 인기를 궤도에 올려놓은 장본인. 이후 그의 행보는 우리가 본 그 모습이다. <싱글맨>에서 케니 포터로 다시 한번 순수미를 보여줬다가, <엑스맨> 프리퀄 시리즈에서 비스트로 단번에 변신했다. <웜 바디스>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등 분장이 참 잘 어울리는 배우인데, 본인도 파격적인 변신을 즐기는지 최근엔 <슈퍼맨>의 렉스 루터 역을 위해 삭발을 했다. 로버트 엥거스 감독의 <노스페라투>에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앤 해서웨이


국내에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단번에 스타로 올라섰던 앤 해서웨이는 데뷔작이나 다름없던 <프린세스 다이어리>에서의 모습으로 먼저 주목받았다. 다른 배우들이 '인생짤'이라고 할 만한 것이 한두 개라면, 앤 해서웨이는 이 영화에서만 대표 움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아무래도 평범한 소녀가 왕족으로 변화하는 스토리와 앤 해서웨이의 비주얼 변화가 잘 맞아떨어졌기에 더 깊은 인상을 남긴 듯하다. 특유의 시원시원한 미소와 큰 눈, 그리고 더없이 풍성한 장발과 대비되는 맑은 피부 등이 누구라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이후의 앤 해서웨이는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브로크백 마운틴>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연기와 대중성 모두 합격점을 받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다크 나이트 라이즈>, <레미제라블>, <인터스텔라>, <인턴> 등등 다양한 작품으로 전 세계적인 스타로 자리잡았다. 당시의 출연작에 비하면 지금은 다소 밋밋하지만 <아마겟돈 타임>이나 최근 <마더스>에서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니코 미랄레그로


앞선 배우들이 '잘나가는 배우들의 리즈 시절' 정도로 보인다면 <마이 매드 펫 다이어리>의 니코 미랄레그로는 다르다. 이쪽은 핀을 연기하면 인생짤과 인생작을 남겼다(한마디로 이때 인기가 가장 많았다). 이 드라마에서 그는 생긴 것처럼 인기도 많고 성격도 좋은 핀 넬슨 역을 맡았는데, 진한 눈썹 아래 순하디순한 눈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그가 특히 유명해진 건 극중 핀의 애정전선 때문. 그는 많은 상처를 가진 레이와 사랑에 빠져 스스로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레이와 핀의 뜨거운 키스는 아마 한 번 본 사람이면 잊지 못할 것이다. 잘생긴 인기남과 내면에 상처가 많은 소심녀의 러브스토리에 팬들 또한 "역신데렐라 스토리"라고 드라마를 설명하는데, 미랄레그로의 미모가 왕자님스러운 것도 그 별명에 한몫한다. 이 움짤들 이후 그를 자주 보기 어려운 건 이만한 임팩트 있는 작품을 만나지 못한 것과 본인 스스로의 실언 때문. 가족과 문자를 하던 도중 그는 몽골로이드(Mongaloid)라는 단어를 썼는데, 이게 다운신드롬 환자가 동양인을 닮았다고 비하하는 표현이어서 논란이 됐다. 이후 사과를 했지만 무성의한 태도 때문에 한국팬들도 대거 사라졌다.

이안 소머헐더


인생짤 하면 앞선 예시들처럼 새하얗고 '애긔애긔'한 이미지가 많지만, 때로는 한껏 성숙한 향기(?)를 풍기는 인생짤이 유행하기도 한다. <뱀파이어 다이어리> 데이먼 역의 이안 소머헐더가 그런 케이스. 드라마가 뱀파이어를 비롯해 여러 전설적인 존재가 나와서인지 남자배우들 인상이 꽤 강한 것이 특징. 데이먼은 평생을 동생 스테판을 괴롭히며 사는 인물로 등장하지만, 그의 과거가 드러나면서부터 여성팬들의 픽을 받기 시작했다. 캐릭터의 극적 변화만큼 소머헐더도 지독한 뱀파이어의 모습과 순정남의 면모를 모두 보여주며 인생짤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여덟 시즌 동안 열일했다. 2019년 드라마를 마지막으로 배우로서는 활동하지 않으며 <뱀파이어 다이어리>에서 형제로 호흡을 맞춘 폴 웨슬리와 버번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아라가키 유이



일본 배우 중 인생짤 많은 배우라면 아라가키 유이를 빼놓을 수 없다. 다른 배우들보다 특히 두드러지는 건 표정이 굉장히 다양해서 수많은 이미지들 사이에서도 눈에 확 들어온다. 먼저 그를 한국에까지 알려지게 한 '포키' CF. 손가락을 떼는 순간 확 밝아지는 표정은 일본 현지에서도 그를 스타로 만들었다. 그 다음은 <리갈 하이>의 마유즈미 마치코를 연기하며 인생짤을 만들었다. 원칙주의자에 가까웠던 시즌 1의 모습보다 능글맞은 코미카도 켄스케에게 어느 정도 물든(?) 시즌 2 시절 장면들이 특히 유명하다.
사카구치 켄타로


마지막으로 소개할 인생짤의 주인공은 지금도 열심히 활동 중인 사카구치 켄타로. <히로인 실격>에서 그가 연기한 코스케가 하토리에게 냅다 고백해놓고, 좋았냐고 집요하게 물어보는 장면이다. 상황만 보면 완전 민폐인데, 사카구치의 외모가 그런 마음을 싹 물리쳐준다. 벽치기, 벽쿵, 이른바 '카베동'이 왜 설레는지 간접 체험하는 짤이라고. 이렇게 인생짤로 알음알음 유명해지던 사카구치 켄타로는 '서강준 닮은 꼴'이란 별명이 붙으며 한국에서도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10년이 지나도 종종 소환되는 바다 건너 인생움짤은 위와 같다. 한국 배우들 또한 10년이 지나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은 인생 움짤이 있기 마련. 분명 미드, 영드보다 더 친숙한 작품과 배우들일 터이니 간단하게 설명만 덧붙인다.


지금이라면 '잘생쁨'이란 수식어를 탄생시켰을 <커피프린스 1호점>의 고은찬. 윤은혜의 대표작이면서 동시에 톰보이스러운 여주인공의 매력을 한껏 보여준 드라마다. 그리고 먹방짤 다수 보유.

지금이야 남성미가 넘치는 송중기지만, 그래도 그를 대표할 만한 단어라면 '소년미'일 것이다. 특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 그가 보여준 해사한 미소는 당시 송중기가 가진 매력을 단 몇 초 만에 전한다.


움짤시대하면 빠질 수 없는 배우가 김남길이 아닐까. 그를 스타덤에 올린 <선덕여왕>도 그렇지만 <나쁜 남자>의 움짤들은 당시 남자들마저도 '멋진 형'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울 정도였다. 특히 고전 움짤 특유의 끊기는 느낌조차 그에겐 곧 분위기와 무드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