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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죽었다〉 등 5월 셋째 주 개봉작 전문가 별점

씨네플레이

그녀가 죽었다

감독 김세휘

출연 변요한, 신혜선, 이엘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관음과 관종 캐릭터의 ‘맞다이/맞짱’ 뜨기

★★★

누군가는 훔쳐보고 싶어 하고(‘관음’), 누군가는 보여주고 싶어 한다(‘관종’). 이 영화에서 전자가 궁금해하는 건 관음 대상의 ‘진짜’ 모습이고, 후자가 지켜내고 싶은 건 노출되기 싫은 자신의 ‘진짜’ 모습이다. 비호감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운 <그녀가 죽었다>는 동상이몽을 품은 두 주인공이 시선의 오해를 낳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피해자인 동시에 피의자가 되는 역지사지를 그려낸다. 시의적절한 소재와 속도감 있는 편집, ‘전반전-후반전-연장전’ 경기처럼 엎치락뒤치락 밀고 당기는 두 캐릭터의 호흡이 몰입을 돕는다. 결정적인 순간에서 전략/개연성 부실을 다소 노출하긴 하지만, 변요한 신혜선 두 배우의 연기 기량이 이를 상당 부분 수비해 내기도. 주인공들에게 특별한 미덕을 부여하지 않는 점, 범죄와 쉽게 타협하지 않은 연출의 태도 역시 눈에 띈다.


 

이프: 상상의 친구

감독 존 크래신스키

출연 라이언 레이놀즈, 케일리 플레밍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고마워, 아직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상상 속 친구여

★★★☆

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빙봉’을 기억하는가. 주인공 소녀의 어릴 적 상상 속에 존재했던, 그러나 아이의 성장과 함께 망각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녔던 상상 친구 빙봉. <이프: 상상의 친구>는 그런 수많은 빙봉들(이프)의 숙명에 ‘만약에, 옛친구가 나를 다시 기억해 준다면’이라는 애틋한 상상을 달아주는 영화다. 사랑스러운 캐릭터들과 유려한 촬영, 향수를 부르는 시각디자인이 더해져 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솔깃한 설정에 비해 이야기 디테일과 에피소드 간 유기성이 헐겁다 보니 ‘조금 더 감동적인 영화가 됐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잔상이 남는 건 아쉬움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잃어버린 동심을 찾아서

★★★

프랜차이즈 영화와 애니메이션 전성시대에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오가는 전체관람가, 판타지, 가족 영화의 존재가 귀하고 소중하게 여겨진다. 전개는 지극히 전형적이지만, 어릴 적 상상 친구를 일컫는 ‘이프’ 캐릭터들이 작심한듯 동심과 눈물샘을 자극한다. 앞선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 받은 영감과 상상력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은 존 크래신스키 감독의 애정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디피컬트

감독 에릭 토레다노, 올리비에르 나카체

출연 노에미 메를랑, 피오 마르마이, 조나단 코헨, 마티유 아말릭

 

정유미 영화저널리스트

연대하고 투쟁하고 사랑하라

★★★

어쩌다 환경운동에 동참하게 된 두 남성과 급진적 환경운동가 여성, 세 주인공의 이야기가 우당탕 굴러가며 웃음을 유발하는 블랙 코미디. 소비주의 사회와 환경 시위를 엮어 사랑, 우정, 연대 등의 진정한 가치를 유쾌하게 보여준다. 프랑스 코미디를 대표하는 에릭 토레다노, 올리비에르 나카체 감독 콤비의 영화답게 휴머니즘 코미디와 흥겨운 음악, 유명 배우들의 호연이 든든한 위로가 되어준다.  

 


애비게일

감독 맷 베티넬리-올핀, 타일러 질렛

출연 멜리사 바레사, 얼리샤 위어, 캐서린 뉴튼, 댄 스티븐슨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시원하게 터지는 뱀파이어 스릴러

★★★

호러 영화 전문 콤비로 활동해 온 맷 베티넬리-올핀과 타일러 질렛 감독의 이름을 확실히 기억하게 만드는 영화. 뱀파이어 장르를 재치 있게 재해석하면서 슬래셔, 고어 호러의 쾌감도 놓치지 않는다. 출연 배우들 보는 재미도 두둑하다. 그중 으뜸은 넷플릭스 영화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2022)의 ‘마틸다’로 유명한 아역배우 얼리샤 위어, 발레리나 뱀파이어로 등장해 무시무시한 연기력을 내뿜는다.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감독 로라 포이트러스

출연 낸 골딘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예술은 투쟁처럼, 투쟁은 예술처럼

★★★☆

이 용감하게 아름다운 다큐가 상영되는 극장 내부는 공간의 성질을 여러 번 탈바꿈한다. 낸 골딘의 평생에 걸쳐 찍은 사진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순간은 근사한 갤러리이며, 그가 자신이 통과해 온 삶의 취약성을 고백할 때는 내밀한 상담실이 된다. 그리고 삶 전체가 투쟁이었던 낸 골딘이 사회운동가로서 활동하는 시간을 비출 때면, 나와 우리를 둘러싼 ‘사회'라는 전체의 공간으로 넓어진다. 나아가 이것은 강인한 생존의 이야기다. 예술계의 보수적 시스템과 비윤리적 기업 논리, 사람을 돌보지 않는 사회로부터 살아남은 전사의 여정. 세상이 그런 사람들 덕분에 한 발씩 나아간다는 자명한 증거가 여기에 있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삶이 곧 예술이 된 자에 대하여

★★★☆

다소 알쏭달쏭한 제목은 낸 골딘의 생애를 한줄 요약하고 있다. 구겐하임과 메트로폴리탄에 영구 소장될 정도로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남겼지만 그의 예술은 투쟁의 연속이었다. 성정체성을 억압하는 가정으로부터 탈출하고 만난 새로운 가족은 80년대 뉴욕의 성소수자들과 약물중독자, 성노동자들이었다. 낸 골딘은 그들을 카메라로 담고, 에이즈로 죽어가는 친구들을 위해 에이즈 인식 전환을 위한 운동을 벌였다. 그의 투쟁은 옥시콘틴의 제조사 퍼듀파마를 소유한 새클러 가문을 겨냥해 계속된다. 옥시콘틴은 미국에서만 50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마약성 진통제. 자신의 작품을 소장한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거액의 기부를 한 새클러 가문의 이름을 지우기 위해 차가운 바닥에 드러눕는 거장은 예술의 효용과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 숙고하게 만든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진실에 다가가는 아름다운 모습들

★★★☆

다큐멘터리 사진가 낸 골딘의 과거와 현재를 마주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낸 골딘의 삶과 작품 세계를 다룬 전기 영화 성격을 띠면서 마약성 진통제(옥시콘틴) 반대 운동을 펼치는 사회운동가 낸 골딘의 현재를 주요하게 부각한다. 위대한 예술가의 평범한 회고담에 머물기를 거부하고, 한 예술가의 정체성과 개성을 뿌리 깊이 탐구하고 치밀하게 구성한 감독의 연출이 뛰어나다. 낸 골딘과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로라 포이트러스 감독은 삶이든, 예술이든, 인물이든 진실을 추구하고 행동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두 예술가의 결합은 보는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물론이요, 뭉근한 감정까지 품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