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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질러! 30주년 재개봉! 영원한 마스터피스 〈쇼생크 탈출〉을 둘러싼 별별 이야기들

씨네플레이
〈쇼생크 탈출〉 재개봉 기념 포스터
〈쇼생크 탈출〉 재개봉 기념 포스터

기억하세요, 레드. 희망은 좋은 것입니다. 어쩌면 그 무엇보다도 좋은 것일지도 몰라요. 그리고 좋은 것은 결코 죽지 않는 법입니다.

30년 만이다. 4K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친 선명한 화질로 <쇼생크 탈출>(1994)이 돌아왔다. 메가박스의 '부모님의 인생 영화'라는 기획전에 맞춰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 공개됐다. 어버이는 되지 못했지만 '인생 영화'에 방점을 찍고 영화관을 찾았다. 흘러간 세월만큼이나 영화는 다르게 보였다. 많은 이들이 OTT가 아닌 극장에서 이 영화를 새롭게 느껴보길 바라며, <쇼생크 탈출>에 대한 별별 사실을 모아봤다.

 

영화 정보 사이트 IMDb에서 수년째 최고의 영화 1위

IMDb 최고의 영화 1~5위
IMDb 최고의 영화 1~5위

영화 정보 사이트 IMDb에는 수년째 최고의 영화 1위(평점 9.3) 자리를 <쇼생크 탈출>이 지키고 있다. 하지만 각본가였던 프랭크 다라본트의 감독의 데뷔작 <쇼생크 탈출>의 흥행이 시작부터 꽃길은 아니었다. 망하지는 않았지만, 성공적이지도 않았다. 상복도 없었다. 개봉 이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7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주목받았으나 <포레스트 검프>, <가을의 전설>, <펄프 픽션>, <라이온 킹> 등 쟁쟁한 경쟁작에 밀려 수상에는 실패했다. 이 때문에 아카데미가 놓친 최고의 영화, 무관의 제왕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후에 CNN의 창립자이자 케이블 TV 업계의 거물 테드 터너가 영화의 2차 판권을 사서 자신의 채널에 끝없이 틀어준 덕분에 입소문이 퍼졌고, 이 덕분에 비디오/DVD와 TV시장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실화인가요?

탄탄한 리얼리티, 완성도 높은 연출로 영화를 실화로 착각하는 이들도 많다. 특히 영화 말미에 등장한 ‘In Memory of Allen Greene(알렌 그린을 추모하며)’라는 문장 때문에 더욱 오해를 샀다. ‘알렌 그린’은 메가폰을 잡은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동료이자 매니저로 영화 막바지 작업 중 에이즈로 목숨을 잃었다. 감독은 이를 추모하기 위해 영화에 그의 이름을 넣은 것뿐이니 오해하지 말자. 

 

스티븐 킹의 소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이 원작

소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황금가지
소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황금가지

영화 <쇼생크 탈출>은 소설계 거장 스티븐 킹의 중편 소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을 원작으로 한다. 리타 헤이워드는 미국의 유명 여배우로,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은 탈옥을 위해 뚫어놓은 구멍을 리타 헤이워드의 포스터로 가려 이를 숨긴다.

원작 소설의 얼개를 충실히 따랐지만 영화는 몇 가지 설정을 달리한다. 대표적으로 소설 속에서 붉은 머리칼을 한 아일랜드계 백인으로 묘사된 레드를 영화 속에서는 흑인인 모건 프리먼이 연기했다. 감독이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모건 프리먼을 강력하게 원해서 캐스팅되었다고. 영화에서 이름이 왜 레드냐고 묻는 질문에 "내가 아일랜드계라서 그런가 보지"라는 대사는 농담처럼 쓰였다.

〈쇼생크 탈출〉
〈쇼생크 탈출〉

앤디가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의 이중창'을 틀고 교도소 운동장을 향해 스피커를 올리는 명장면도 영화에서만 볼 수 있다. 자유가 억압된 공간인 교도소에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는 재소자들의 메마른 영혼에 큰 감동을 일으키고 영화의 화자인 레드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두 이탈리아 여자가 무엇에 대해 노래했는지 나는 지금도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말 안 하고 두는 게 더 좋을 때도 있는 법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래서 더욱 가슴 에이게 하는 어떤 아름다운 것에 대해 노래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자리의 누군가 꿈꿀 수 있는 것보다 그 음악은 더 높이, 더 멀리 울려 퍼졌다. 아름다운 새들이 새장에서 뛰어나와 날갯짓을 하며 순식간에 벽을 넘어가는 느낌….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쇼생크의 모든 사람들은 그 순간 자유를 느꼈다.”

 

브레드 피트가 거절한 영화! 

길 벨로우즈(좌)와 브래드 피트
길 벨로우즈(좌)와 브래드 피트

엘비스 프레슬리 스타일로 등장해 1960년대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죄수 토미 윌리엄스 역은 당초 브래드 피트에게 제안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당시 무명이었던 길 벨로우즈에게로 돌아갔다. 앤디의 무죄를 입증할 단서를 갖고 있던 토미를 노튼 교도소장이 살해하며 자유로 가는 단 하나의 희망은 무참히 짓밟힌다. 앤디가 탈옥을 결심하게 만든 결정적 인물로 브래드 피트의 토미도 꽤 괜찮았을 듯.

 

영화의 고증 오류?

〈쇼생크 탈출〉
〈쇼생크 탈출〉

당대의 유명 여배우들로 시시각각 바뀌는 영화 속 포스터는 앤디가 감내했을 19년의 시간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작중 앤디 듀프레인은 1940년대에 수감되어 1960년대에 탈옥하는데 1940년대에는 리타 헤이워드, 1950년대에는 마릴린 먼로, 1960년대에는 라켈 웰치로 포스터를 바꾸며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레드의 영화 속 내레이션에 따르면 앤디는 1966년에 탈옥했다. 앤디가 탈옥에 이용한 벽에 뚫린 구멍을 가려 놓은 포스터는 라켈 웰치가 출연한 <공룡 100만년>(One Million Years B.C)의 포스터로 이 영화는 1966년 12월 30일에 개봉했다. 소소한 고증 오류이다. 

 

명장면 속에 숨겨진 비화

〈쇼생크 탈출〉(왼쪽), 〈광복절 특사〉(2002)
〈쇼생크 탈출〉(왼쪽), 〈광복절 특사〉(2002)

오물이 가득한 하수구를 통과해 마침내 개천에 도착한 앤디가 죄수복을 황급히 벗고 비를 맞으며 양팔을 치켜들며 자유를 만끽하는 시퀀스는 '탈옥'과 관련한 영화 혹은 애니메이션에서 현재까지도 자유와 해방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오마주되는 명장면이다. 

온갖 오물을 뒤집어쓰며 하수구 파이프에서 기어나오는 장면은 초콜릿과 코코아 가루, 톱밥을 이용해 만든 향기로운(?) 오물로 완성됐다. 달달한 냄새를 악취인 양 혼신의 구토 연기를 펼친 팀 로빈슨의 연기력에 찬사를 보낸다!

 

영화에 깔린 복선들

〈쇼생크 탈출〉
〈쇼생크 탈출〉

앞서 언급한 '피가로의 결혼'의 '편지의 이중창'은 재소자들에게 자유의 감정을 느끼게도 하지만 머지않아 영화의 권력관계가 뒤집힐 것이라는 암시로 작용하기도 한다. '피가로의 결혼'에서 알마비바 백작은 하인 피가로와 수잔나의 결혼식을 앞두고 첫날밤을 신랑보다 먼저 치를 수 있는 봉건적 권리인 '초야권'을 내세워 수잔나를 호시탐탐 노린다. '편지의 이중창'은 백작의 음모를 좌절시키기 위해 백작 부인 로지나와 하녀 수잔나가 계략을 짜며 부르는 아리아로, 이것은 훗날 교도 소장의 권력 남용과 부패를 폭로하기 위해 앤디가 계략을 짜고 있다는 암시에 다름없다. 

탈옥을 위해 앤디가 조각용 손도끼를 감춰놓는 곳이 성경 책에서 '출애굽기'인 것은 이집트의 노예였던 이스라엘 민족이 탈출하는 출애굽 사건을 감옥의 노역과 자유 없는 삶과 유비한 것이고, 교도소장이 비자금을 감추는 비밀 금고 위에 붙여 놓은 성경 구절 "심판의 날이 오리라" 또한 그가 맞이할 파국을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