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세 번, 빼놓지 않고 꼭 가는 곳이 있습니다. 퇴근 시간 6시 30분이 되면 영등포구청역으로 달려가 빠른 환승을 위해 5-2칸에 탑니다. 에너지바로 배고픔을 달래며 서둘러 향하는 곳은 수영장입니다. 수영을 배우게 된 지는 네 달째입니다. 수영 영화 <4등>이 궁금해졌습니다. 정지우 감독이 연출한 <4등>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한 12번째 인권 영화로, 세밀한 구성과 아름다운 수중촬영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수영 대회에서 메달은 오직 3명만 받습니다. 준호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수영 선수이고 누구보다 수영을 사랑하는 아이지만, 만년 4등일 뿐입니다. <4등>은 준호 엄마의 전심전력 폭력성을 따져 묻는 영화입니다. 엄마는 눈에 보이는 결과에만 집착하는 인물입니다. 준호의 몸에 보랏빛 멍이 들어도 엄마는 모른 척 외면합니다. 준호의 수영강사는 과거 국가대표 시절 코치에게 당했던 폭력을 준호에게 똑같이 행합니다. 슬프게도 준호 역시 어리고 약한 동생에게 폭력을 행사합니다. <4등>은 이처럼 폭력의 굴레에 집중합니다. 사랑의 매라는 명목으로 어린 준호에게 모질게 굴던 수영강사 광수를 보니 짧은 기간 제가 만난 강사들이 떠올랐습니다.

접영을 익히고 있는 중급반 수강생이 만난 5명의 강사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얼굴 모를 무서운 강사  
정확히 따지자면, 처음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나이는 12살입니다. 강사의 목소리나 생김새는 기억할 수 없으나 뚜렷하게 남아있는 기억은 매주 금요일마다 열린 경기입니다. 두 명씩 출발하여 누가 더 빠른지 겨루는 간단한 게임인데, 강사는 느린 아이를 호명하며 "더 빨리, 더 빨리"를 외쳐 아이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곤 했습니다. 어린 시절, 자유형은 가장 고단한 영법이어서 자유형 경기 날이면 강사에 대한 원망과 두려움이 커졌습니다. <4등>의 광수가 준호에게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그를 닮았습니다. 물론 준호처럼 토할 때까지 한 적은 없습니다. 강사에 관한 기억은 이것뿐입니다.

설경구를 닮은 강사
저는 그의 수영 철학을 사랑했습니다. 강사는 킥판을 들게 하지 않았습니다. 수영의 기초는 '몸에 힘 빼기'라며 자세가 엉망이어도 좋으니, 물에 떠 있는 연습을 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설경구를 닮은 얼굴의 강사는 초급생의 학구열이 불타오르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강사는 늘 흐트러짐 없는 스타트 자세로 입수했는데 그 모습이 참 근사했습니다.
 "다리에 힘이 너무 들어갔어요."
그의 충고에도 저는 고집스럽게 발차기를 할 뿐이었습니다. 칭찬을 받고 싶어 주말마다 연습에 매진했습니다. 한 번씩 자세가 좋다는 말을 들으면 잠이 들기 전까지 신나했습니다.

처음 칭찬을 들은 준호도 저와 같은 기분이었을까요?
초급반 시절, 기분이 안 좋으면 집에서 수경을 써보곤 했습니다.
대부분의 강사들이 입는 전신 슈트.

밤톨 강사
수모를 쓴 모습이 밤톨 같았습니다. 동글동글, 밤톨 강사는 새로 온 초급반 강사였습니다. 강사들이 주로 입는 전신 슈트를 입지 않고 숏사각의 펑키트렁크만 입는 신세대 강사입니다. 두 번의 강습 후 저를 포함한 몇 명의 수강생들을 골라 중급반으로 올려보냈습니다. 진급을 기념해 파란색, 남색, 흰색 조각이 모인 새 수영복을 입고 가자 그는 수영복이 튄다며 깔깔거리며 좋아했습니다.
"꿀벌들이 모일 것 같아요."
"매직아이 같아요. 자세히 보면 그림 튀어나오나요?"
초급반과 중급반 레인을 경계로 한 마디씩 건네는 장난 섞인 인사에 부끄럽고 얄밉고 친밀함을 느꼈습니다. 어느 날 일주일이 넘도록 강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두 달간 나를 놀려먹더니 말도 없이 다른 수영장으로 사라진 강사에게 한동안 서운했습니다.

중급반이 되면 자유형 팔꺽기를 배웁니다.

친화력 1등 강사
달이 바뀌면 수강생을 둥글게 모은 뒤, 어색해하는 신입과 기존 수강생들 간의 인사 시간을 만드는 것은 목소리 큰 중급반 강사의 몫입니다. 덕분에 한달 동안 꽁꽁 숨겨둔 나이와 이름이 공개됐습니다. 가끔은 지나친 친화력이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도 하나, 수영 강습의 새로운 재미를 알게 해준 강사입니다. 처음으로 뒤풀이라는 곳에 가봤고, 수영을 오래한 사람들만 착용한다는 수경 번지스트랩을 구해주기도 했습니다. 아직 접영 실력이 부족한 탓에 석 달간 같은 레인의 물에 몸을 담그는 중입니다.

때론 동료가 훌륭한 경쟁자가 되기도 합니다.

야매 강사 J
접영이 안 되는 저에게 접영과 관련된 각종 사진, 동영상을 보내주며 얼른 상급반을 올라가라며 다독여주는 동료 수강생이자 저만의 강사입니다. 시작은 같은 레인이었으나 저는 접영을 붙잡느라 세 달째 중급반이고, J는 오리발을 낀 채 휘휘 다니는 상급반입니다. 이런 제가 가여웠는지 주말에 J는 또 다른 수강생 B와 저에게 군대에서 익혔다는 '접영 스파르타 야매 강습'을 해주었습니다. 접영은 팔의 힘과 몸의 웨이브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까다로운 영법입니다. 야매 강사 J 덕분에 포기의 순간을 이겨낼 수 있었고, 전 여전히 씩씩하게 접영과 사투 중입니다.

준호는 물속 햇살을 따라 이리저리 헤엄치는 걸 좋아합니다. 저는 물속에서만 들을 수 있는 그득한 물살 소리를 좋아합니다. 수면 아래의 평화로운 공간에선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는 기분이 듭니다. 하나하나 영법을 익힐 때 얼마나 즐거웠는지, 지난 4개월은 기쁘고 소중한 기억으로 빼곡합니다. 나에게 수영을 시작하도록 추천해준 D선배, 그리고 다섯 명의 강사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내일도 수영하러 갑니다.

4등

감독 정지우

출연 박해준, 이항나, 유재상, 최무성

개봉 201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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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언젠간 마스터즈 대회에!
준호의 자유형
준호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자유형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이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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