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훈X구교환 투톱 영화 <탈주>가 7월 3일 개봉한다. <탈주>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북한 보위부 장교 현상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그려낸다. 이제훈 배우가 10년 만기 제대를 앞두고 탈주를 꿈꾸는 말년 중사 규남 역을 맡았고, 그를 끝까지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 역은 구교환 배우가 맡았다. 기다리던 두 배우의 만남을 성사한 <탈주>의 연출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의 이종필 감독이 맡았다. 이종필 감독은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고졸 여성 말단 사원들의 도전과 연대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고,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에서 자신의 편견을 깨고 삶을 새롭게 바꿔나가는 인물의 내면을 섬세한 시선으로 따라갔다. 이종필 감독의 휴머니즘 의식은 <탈주>에도 여전히 이어진다. 개봉을 기해 열린 <탈주> 시사회장에 이종필 감독과 이제훈, 구교환 두 배우가 참석했다. <탈주>에 대해 감독과 두 배우가 전하는 말로 어슴푸레하게나마 영화의 윤곽을 그려보길 바란다.

비로소 <탈주>에서 이제훈, 구교환 두 배우의 만남을 볼 수 있다. 이제훈 배우는 제42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같이 연기하고 싶은 배우로 구교환을 뽑으며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탈주>는 이제훈이 보낸 러브콜에 대한 구교환의 화답이다. 이제훈은 구교환 배우와 함께 연기하게 되어 기쁜 마음을 전했다. 이제훈은 “시상식에서 사심이 가득 담긴 표현을 했었다. 당황스러울 수도 있었을 텐데, 같이 작품 하고 싶은 열망이 컸었다. 구교환 배우가 같이 하게 된다고 했을 때 저는 너무 꿈같았고, 촬영할 때도 ‘왜 이제서야 만났지’라고 생각하면서 촬영 내내 너무 즐거웠었다”고 전했다. 이에 구교환 배우는 “영화를 공부하기 시작할 때부터 이제훈이라는 배우를 염두에 두지 않은 적이 없다. 시상식 때 되게 놀랐지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구나 싶었고, 시나리오까지 전달받으니까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프리퀄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즐거운 작업이다”고 답했다.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 선 두 인물의 처연한 거울상


자유를 꿈꾸며 탈주하는 규남(이제훈)과 정해진 규율과 운명을 따르는 현상(구교환)은 서로에게 거울상 같은 존재다. 규남은 군사분계선 인근 북한 최전방 부대에서 10년 만기 제대를 앞두고 탈주를 꿈꾸고 있다. 규남은 철없는 후임의 말처럼 “나가면 농장 아니면 탄광” 신세를 면치 못하는 “미래가 깜깜한” 북한 청년이다. 그는 제대해서 정해진 대로 사는 운명이 아닌 실패라도 할 수 있는 자유를 택한다. 지뢰의 위치를 파악하고, 시간을 재보는 등 치밀하게 탈주를 준비해 오기도 했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제대를 앞둔 날, 비가 쏟아져서 표시해둔 지뢰의 위치가 바뀌기 전에 군사분계선을 넘어야 한다. 이제훈 배우는 규남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그의 전사를 많이 생각했었다고 전했다. “제대를 하면 갈 길은 정해져 있는데, 규남은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실패할지라도 여기서 벗어나는 것부터 하려 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규남은 그의 앞만 보고 내달리는 동선처럼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나아간다. 그에 비해 현상은 망망대해에 표류하는 작은 배처럼 흔들린다. 보위부 장교 현상은 규남의 탈주를 막아서기 위해 끝까지 그를 쫓아가는 집요함을 보인다. 그의 집요함 이면에는 꿈을 이루기 위해 정진하는 사람에게 품는 열등감 또한 자리하고 있다. 과거 러시아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국제 콩쿠르에 나갈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춘 피아니스트였던 현상은 보위부 장교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송강 배우가 현상의 러시아 유학을 함께 한 인물 선우민 역으로 특별 출연했다. 선우민은 보위부 장교로 살아가고 있는 현상 앞에 갑자기 나타나 현상이 놓아버린 것과 그의 내적 욕망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또 두 인물은 BL 구도를 형성하며 그들에게 얽힌 전사를 궁금하게 만든다. 현상은 파티장에 나타난 선우민을 계속 주시하며 마음이 요동친다. 그들의 전사가 드러나지는 않지만, 동성애 개념조차 희미한 북한에서 현상은 사랑을 포기하는 선택을 내렸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남과 북의 경계에서 또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갈등하고 끝내 꿈과 사랑을 모두 잃고 좌절하는 인물이다. 그의 열등감은 폭력성으로 변질되어 드러난다. 구교환 배우는 현상 역을 연기하면서 “현상이 갖고 있는 감정이 보편적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안에서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규남을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전했다.
자유를 향해 내달리는 인간의 보편적인 이야기

복잡한 서사가 더해진 영화가 아닌 <탈주>는 1시간 34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을 잘 활용한다. 오로지 추격 액션의 긴박감을 드러내기 위해 군더더기들은 가능한 한 모두 없앴다. 이종필 감독은 “짧은 러닝타임에 관해서는 ‘시간 순삭’을 성취하고 싶었다. 긴박감, 속도감 이런 것들을 모두 고려해서 에둘러 가지 않고 직진했다. 이것이 굉장히 중요했기 때문에 셋업샷(장면의 맥락을 설정하고 관객에게 어디에서 일어나는 장면인지 알리기 위해 고안된 장면)들을 빼고 갔다”고 밝혔다. 영화 속 전개되는 시간도 짧다. 3일 동안 벌어진 추격 액션씬과 사건들을 담았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처럼 <탈주>도 2일이라는 짧은 시간을 다룬다. 영화는 짧은 시간 속에서 긴장감으로 농축된 액션씬들을 선보인다.

<탈주>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시원하게 내달린다. 모두가 잠든 밤, 규남은 북한 비무장지대 민경부대에서 홀로 빠져나온다. 그는 손전등으로 어둠을 밝히고, 시간을 재면서 비무장지대로 달려간다. 지뢰가 있는 구역에 다다르자 도구로 땅을 짚어가면서 지뢰가 있는 곳을 알아내고 지도에 표시해 둔다. 그리고 모두가 깨어나기 전에 서둘러 부대로 다시 돌아간다. 이종필 감독은 이제훈 배우의 액션 연기에 대해 “정말 극한이었다. 해 뜰 때 뛰는 장면은 정말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져야 했다. 이제훈 배우가 뛰고 또 뛰면서 걷지도 못할 정도였는데, 한 번 더 갈 수 있다고 하면서 또 뛰는 모습을 보는데 좀 짠했었다. 연출자로서 매우 감사하고 미안했다. 이제훈 배우는 정말 영화에 진심인 사람이다. 본인이 영화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탈주>라는 영화를 통해서 관객들과 나누고 싶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탈주>는 남북 간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 어릴 적 탐험가를 꿈꿨던 청년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이자 기존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를 갈망하는 모든 이들의 보편적인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