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라이프>는 전 지구적인 감염병이 휩쓸고 간 이후 그 상흔을 다시 한번 들춰낸다. 존 로스먼 감독은 팬데믹 시기 COVID-19가 인간관계 양상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한 끝에 결국 이를 영화로 만들었다. 그는 전 세계를 패닉에 빠지게 만들었던 감염병을 영화로 옮겨오면서도 스케일보다는 캐릭터와 드라마 자체에 더 중점을 두었다. 이런 시나리오에 이끌려 티 저스틴 로스 프로듀서는 영화 제작을 결심했다고 한다. <뉴 라이프>의 존 로스먼 감독과 티 저스틴 로스 프로듀서를 만나 영화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번 영화 <뉴 라이프>가 장편 데뷔작이다. 데뷔한 소감과 첫 장편 연출작을 한국에 소개하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티 저스틴 로스 프로듀서에게는 이 영화의 어떤 점에 끌려서 제작을 하게 되었는지, 이 영화가 만들어지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존 로스먼 새 영화 <뉴 라이프>를 들고 한국에 찾아오게 돼서 너무 기쁘다. 굉장히 흥분되는 감정을 느끼고 있다. 한국의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영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부천에 와서 한국 감독님과 알아가고 그들의 경험에 대해서 들을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티 저스틴 로스 개인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을 때는 그 사람과 연관된 사람이 어떤 사람들인가를 보고 결정한다. 당연히 존 감독의 시나리오도 굉장히 좋았다. 그런데 더 좋았던 것은 존과의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만날 기회가 있었고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얘기를 했다. 그리고 그의 주변 사람들과도 대화할 수 있었는데, 그분들이 그에 대해 리더로서 훌륭하다고 말해주었다. 존 감독이 강력한 지도력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무엇보다 그가 작품을 만들어나갈 때 염두에 두는 우선순위가 좋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만들 때는 스케일과 스펙터클도 중요하지만, 캐릭터와 드라마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는 COVID-19가 유행한 팬데믹 시기에 대한 알레고리로 보인다. 감염병을 다룬 영화로 전하고 싶은 주제는 무엇인가?
존 로스먼 맞다. COVID-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이 병이 인간관계를 얼마나 많이 변화시키는가’란 지점이었다. 또 낯선 사람과의 관계도 변화했다. 인간으로서 우리가 어떻게 올바른 일을 해야 되는가에 대한 생각들도 많이 변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팬데믹을 영화의 중심으로 가지고 왔다. 이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전염병이 우리의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또 그러한 세상에서 우리의 책임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장편 데뷔가 처음인 존 로스먼 감독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었나.
티 저스틴 로스 조언을 딱 하나만 해주었다. 사실 존 감독이 단편 연출은 많이 해왔다. 다만 장편은 처음이니 장편 작업에서는 협업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해주었다. 훨씬 더 많은 관계자들과 더 오랫동안 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 입장에서는 그들에게 오랫동안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간혹 현장에서 일이 더 어려워질지라도 이 팀의 리더로서 스태프들에게 계속 작업할 동기를 불어넣어줘야 된다고 말했다. 존이 조언을 잘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추격 서사 구조의 영화다. 다만 이 영화의 추격 서사가 특이한 점은 쫓는 사람이 운동신경 질환을 갖고 있어서 움직임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설정이 독특하다. 또 주인공인 두 여성의 관계가 팬데믹 시기에 바이러스 감염자와 이들을 관리하는 방역 담당 실무자들의 관계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두 여성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다.
존 로스먼 사실 내게 있어 전염병이라는 소재를 이 영화로 가져오는 것은 굉장히 중요했다. 영화에서 전염병에 대해 말하고 싶었지만, 정치적인 부분은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 미국에서는 관련 논의가 너무 정치적인 대화로 변질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염병에 걸렸을 때 우리에게 얼마나 폭발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근데 이것을 두 인물 간의 추격전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두 인물의 관계가 중요하다. 쫓기는 사람이 왜 쫓기는지 나중에는 드러나지 않나. 병 때문에 쫓긴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 근데 쫓는 사람에게도 이런 부분을 반영하고자 했다. 두 명 다 자기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몸의 변화를 겪고 그로 인해 정신적인 영향까지 받게 된다. 관객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두 인물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보게 된다.
주인공 엘사는 밥 딜런의 ‘Like a Rolling Stone’을 반복해서 듣는다. 이 곡은 작품에 어떤 의미로 기여하는가.
존 로스먼 대부분의 추격 영화를 보면 추격자들은 굉장히 도주자를 잡으려는 열망이 강한 전문가들이다. 그 어떤 것으로도 그들의 단단한 집념을 깨고 들어갈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엘사 역시 전문가이지만, 병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녀는 이것 때문에 자신의 살아온 삶과 전체 인생을 걸었던 커리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반복되는 밥 딜런의 음악은 인물의 젊었던 시절, 영화 속에서 보지 못하는 엘사의 모습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일에 몰두하는 인물이지만, 그녀의 삶 속에서 일 외의 다른 부분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의 신체가 점점 안 좋아하지는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도 그녀는 옛날의 자기 모습을 생각하면서 버티려 한다. 그런 부분을 음악으로써 표현하고 싶었다.

감염병에 걸린 사람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분장을 구현하기 위해서 참고한 영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존 로스먼 특수분장에 관련해서는 좀 실제와 같은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 전형적인 좀비 분장이 되어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 신경 썼다. 차별화하려고 신경 쓰지 않으면 흔히 <워킹 데드>에서 볼 법한 그런 좀비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크리처들은 좀 더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모습이 되길 원했다. 그런 분장이 이 영화의 주제와도 잘 맞는 것 같았다. 참고한 작품 중의 하나는 TV 드라마 <체르노빌>이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플라이>(1986)도 참고했다. 이외에 실제 감염병인 엠폭스(원숭이두창)와 에볼라를 참고했다.
BIFAN을 통해 한국의 관객들을 만난다. 전 지구적인 문제를 공유한 영화인데, 다른 나라의 관객들도 만나는지, 향후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티 저스틴 로스 전 세계에 이 영화를 홍보하고 배급하는 외국 세일즈 파트너가 있다. 그런데 아시아 쪽에서만 배급을 담당하는 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 한국에서 이 영화를 잘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새로운 관객에게 이 영화의 반전을 유출하지 않은 채로 알리려고 노력하는 분들이 계신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관객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