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감독 김태곤
출연 이선균, 주지훈, 김희원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특색 있는 재난영화 만들기의 어려움
★★☆
재난 상황을 통해 무엇을 다르게 보여줄지 더 구체적인 고민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만큼 좋은 차별성을 지니기가 쉽지 않은 장르여서다. 안개로 인한 최악의 차량 연쇄 추돌 사태 이후 자연 발생적인 상황에 좀 더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여기에 더해진 군사용 실험견 설정이 애초에 가장 효과적인 아이디어였을지는 내내 의문이다. 캐릭터들은 내내 분주하지만 그 긴박감은 관객과 수월하게 링크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정원(이선균)의 몫으로 주어진 회심의 대사 역시 영화 밖, 국가가 책임지지 못했던 국민의 목숨까지 상기시키는 울림이자 설득력이 되기에는 못내 부족하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재난과 인물들
★★
공항대교에 깔린 짙은 안개로 100중 추돌 사고가 발생한다. 혼란한 도로에 살상무기인 실험용 군견이 풀려나고, 상황을 수습하려던 군에 의해 헬기마저 추락한다. 그 바람에 탱크로리는 폭발하고, 다리는 붕괴 위험에 처한다. 연쇄적으로 재난이 발생하는 사이 다리 위의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그곳에서 탈출하려고 애쓴다. 다양한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위기 고조, 코미디, 신파 등 재난 영화에 필요한 역할을 기능적으로 수행하다 사라지고 이야기는 결말까지 예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뚜렷한 장점과 단점
★★☆
여러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더 큰 재난을 불러내며, 버퍼링 없이 빠른 호흡으로 질주한다. 공항대교라는 한정된 공간 설정, 안개가 자아내는 분위기 조성, 골프채의 번뜩이는 쓰임 등 위기를 쌓아 나가는 아이디어도 나쁘지 않다. 여기까지는 이 영화의 장점. 단점은 캐릭터와 캐릭터 관계성이다. 전반적으로 낡고 뻔하다. 특히나 부제인 ‘프로젝트 사일런스’에 깊게 관여된 게 정치인데, ‘정치인’과 ‘정치적 판단’을 이렇게 허술하게 다룰 거라면, 차라리 정치 이야기를 빼고 공항대교 내부 인물들 욕망과 사연에 더 집중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러브 라이즈 블리딩
감독 로즈 글래스
출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케이티 오브라이언, 에드 해리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망치고 구원하기, 사랑이 하는 일
★★★☆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스타일의 바디 호러를 끼얹어 새롭게 탄생한 퀴어 버전의 <델마와 루이스>. 수퍼히어로 장르를 경유한 재해석 안에서 여성의 몸은 관음의 대상이 아니라 강인한 힘의 전시장이다. 사랑을 연료 삼아 거침없이 사고를 치고 서로를 구원하며 함께 폭주하는 이들을 보는 내내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기분이다. 당황스럽기보다는 신선하고, 낯선 두려움보다는 즐거운 호기심을 부르는 영화.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은 거대하다
★★★☆
사랑에 빠지면 나타나는 호르몬 변화와 중독 증상을 ‘총 맞은 것처럼’ 최극단으로 밀어붙인, 이 죽일 놈의 러브스토리. 범죄 로맨스에 있을 법한 고정 관념을 과감하게 박살 내고, 클리셰의 허들을 훌쩍 뛰어넘어, 예기치 않은 지점으로 관객을 끌고 간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그려내는 사랑은 거대하다. 단순 비유가 아니다. 누군가에겐 용두사미, 누군가에겐 용두용미일 텐데, 후자에 강력한 한 표!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아드레날린 솟구치는 퀴어 로맨스
★★★☆
이 영화, 예상보다 더 뜨겁고 짜릿하고 통쾌하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서사인데 사랑, 본능, 열정, 광기에 휩싸인 두 주인공을 누구도 말릴 수 없다. 캐릭터와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붙이면서 번뜩이는 순간들을 쟁취해 내가는 로즈 글래스 감독의 연출력에 반하고 만다. 여성 퀴어 범죄 로맨스 커플의 계보를 화끈하게 잇는 주연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케이티 오브라이언의 매력이 제대로 폭발한다.
플라이 미 투 더 문
감독 그렉 버랜티
출연 스칼렛 요한슨, 채닝 테이텀, 우디 해럴슨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어떤 정석
★★★★
아폴로 11호 발사 55주년에 공개되기에 가장 걸맞은 영화가 아닐까. 이제는 희귀해지기까지 한 할리우드 클래식 로맨틱 코미디가 제대로 귀환했다. 이념의 시대가 남긴 비하인드에 더한 허구적 상상력, 사사건건 충돌하지만 끝내 사랑에 빠지는 로맨스의 원형적 인물들, 적당한 코미디 감각까지 조화롭게 버무려졌다. 1969년 미국의 달 착륙과 관련한 냉소적 음모론을 승리감과 인류애, 로맨틱한 유머로 확장해 바꿔놓은 각본의 설계가 인상적.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려 한 면도 없지 않지만, 지루할 틈 없이 매끈하게 달려 나가는 속도감은 러닝타임을 슬며시 잊게 만든다. 경쾌한 탁구를 보는 듯한 스칼렛 요한슨과 채닝 테이텀의 케미스트리가 영화 내내 기분 좋게 발휘된다.
더 납작 엎드릴게요
감독 김은영
출연 김연교, 장리우, 손예원, 임호준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슬기로운 사회 생활
★★★
불교 잡지를 만드는 출판사 직원들의 삶을 담은 오피스 드라마. 직장 초년생 혜인(김연교)이 겪는, 굽실대야만 하는 사회 생활은 웃픈 공감을 자아낸다. 유쾌한 시트콤 톤 속에서 배우들의 케미가 빛나는 작품. 깔끔하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불며드네’, 이 영화
★★★
법당 옆 불교 출판사에 근무하는 5년 차 출판 편집자의 ‘번뇌’끌어안기 드라마. 월급 ‘속박’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해탈’의 경지에 닿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납작 엎드린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라는 ‘깨달음’에 다가서는 미생의 성장기를 명랑하게 그려냈다. 조악한 CG와 허술한 분장마저도 영화의 개성으로 버무려낸 위트가 당차다. 김연교 배우의 사랑스러움은 덤. 퇴사 유혹을 뿌리치고 싶은 관객들에게 추천을. ‘불며드소서.’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지구 교향곡
감독 이마이 카즈아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뭉클한 음악 애니메이션의 향연
★★★☆
<도라에몽> 극장판 43번째 작품. 원작자 후지코 F. 후지오 탄생 9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답게 대작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이번 극장판은 음악 애니메이션에 방점을 찍는다. 진구와 친구들이 음악으로 지구를 구하는 스토리에 베토벤, 모차르트 등 음악의 거장들이 캐릭터로 등장하고 음악과 관련한 설정들이 기존 <도라에몽> 극장판과 다른 새로운 즐거움을 불러온다. 음악을 표현한 기발한 상상력과 영화에 나오는 음악 역시 더할 나위 없이 조화롭다.
빅샤크5: 80일간의 해저일주
감독 첸융강, 리싱량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일취월장하는 해저 탐험 시리즈
★★★
해양 어드벤처 애니메이션 시리즈 <빅샤크> 다섯 번째 작품. 전편에 이어 잠수함 코비와 해저탐험대원들의 바닷속 모험이 펼쳐진다. 쥘 베른의 대표작들을 원작으로 삼아온 시리즈인 만큼 이번엔 <80일간의 세계일주>를 바탕으로 요즘 유행하는 평행 세계, 차원 이동 소재를 엮어 시리즈 규모를 대폭 키웠다. ‘빅샤크’라는 제목과 최근 시리즈에서 활약하는 메인 캐릭터가 동떨어져 혼동을 주긴 해도,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작품 퀄리티가 높아져 팬들의 기대를 만족시킨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재개봉)
감독 압델라티프 케시시
출연 레아 세이두,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시간이 흐를수록 선명한 사랑의 색
★★★☆
여성 퀴어 로맨스 영화의 대표작. 블루라는 컬러를 뜨겁고 가슴 시리고 애틋하고 따뜻한 사랑의 색으로 각인시킨 영화다. 첫눈에 반한 두 여성의 사랑 이야기로 봐도, 주인공 아델의 성장 영화로 봐도 눈부시게 아름답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연인들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칸영화제가 이례적으로 감독과 배우에게 공동 황금종려상을 안긴 작품으로 주연배우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와 레아 세이두의 엄청난 열연이 시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강렬한 퀴어 명작을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