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드풀과 울버린>이 드디어 개봉했다. 데드풀과 엑스맨 유니버스 모두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편입된 이후 개봉한 첫 번째 주연 영화라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처음 데드풀이 MCU에 편입된다는 소식이 돌았을 때, ‘슬래셔 장르에 가까운 <데드풀> 시리즈가 과연 MCU에서 제 색을 지킬 수 있을까?’와 같은 우려가 많았지만, <데드풀과 울버린>은 다행히 MCU 최초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받았다. 페이즈 3, 인피니트 사가 이후 완성도나 흥행이나 점점 하락세를 걷고 있는 MCU에 엑스맨과 뮤턴트, 그리고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새로운 카드로 새로운 길을 제시한 <데드풀과 울버린>. 이 돌파구가 유효한지는 온전히 관객의 몫이다. 예고편 속 데드풀의 말처럼, <데드풀과 울버린>은 ‘마블의 예수님’이 될 수 있을까.
오늘은 ‘MCU의 구세주’를 맞이하는 기념으로 데드풀과 울버린 캐릭터를 비교하는 콘텐츠를 준비했다. 세상 모든 근심을 미간에 짊어진 듯 어두운 울버린과 시도 때도 없이 관객에게 말을 걸며 제4의 벽을 문지방 넘나들 듯 오가는 데드풀.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데드풀은 주구장창 울버린을 부르짖어 왔기 때문에 두 캐릭터의 조합이 더욱 기대된다. 둘 중 누가 더 취향인지, 싸우면 누가 이길지 댓글로 이야기해보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
✅ 기본적으로 마블 코믹스 기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능력>
울버린 - 아다만티움 골격과 클로

1974년 7월에 최초로 세상에 나타난 울버린은 50년이란 세월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고유한 능력(혹은 콘셉트)이 있는데, 바로 아다만티움으로 만든 골격과 짐승의 발톱처럼 보이는 클로, 그리고 가공할 만한 재생능력이다.

아다만티움은 비브라늄과 같이 마블 코믹스에서 등장하는 광물로, 엄청난 강도로 거의 부러지지 않는다. 아다만티움으로 코팅돼 전신의 손등을 찢고 나오는 발톱이 울버린의 주 무기이지만, 아다만티움으로 이뤄진 골격 그 자체 역시 무기다. 울버린과 부딪히는 건 살로 덮인 강철 벽에 부딪히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근접 전투에서는 그를 따라갈 자가 많지 않다. 심지어는 헐크와 대적할 수 있을 정도. 하지만 마치 피부에 달라붙는 듯 가벼워보이는 비브라늄과 달리 아다만티움은 무겁기 때문에 일반인은 사용할 수 없다고. 이러한 무게 때문에 울버린은 수영을 할 수 없다. 재생 능력을 담당하는 힐링 팩터가 없어지면 당연히 죽을 수 있다. 실제로 영화 <로건>에서는 힐링 팩터가 약해지면서 아다만티움의 중금속에 중독되어 생명력을 잃어가는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울버린 - 재생 능력

아다만티움 클로가 손을 찢고 나오지만 울버린의 또 다른 주요 능력인 재생능력으로 클로를 다시 넣으면 즉시 회복된다. 이 재생능력이 50년 동안 가장 많이 변화한 스킬인데, 과거엔 경미한 부상을 빠르게 치유하는 정도였으나 점차 재생 능력이 강화되었다. 원래는 몇 달이 걸릴 큰 외상도 다치는 빈도가 늘자 빠르게 재생되기 시작했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거의 모든 신체 부위가 손상되어도 몇 초 안에 완전히 재생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이윽고 몸이 반으로 갈라지거나 핵폭발에 휘말려 뼈만 남아도 다시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불사신에 가까워진 그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 있다. 목을 몸통과 최대한 오랫동안 분리시키는 것. 아다만티움 골격으로 수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익사 역시 또 다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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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버린의 이러한 능력 때문에 데드풀과 마찬가지로 고어한 연출에 가장 최적화되어 있는 히어로다. 다만, 재생능력과 별개로 고통은 고통대로 느끼기 때문에 클로를 처음 꺼냈을 땐 생살이 찢기는 고통을 느끼기도. 때문에 큰 부상을 입고 난 뒤에는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 환상통을 느끼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는 포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대를 위협하기 위해, 전략적인 이유 혹은 야수적인 본능 때문에 스스로를 고통에 내몰기도 한다. 전투 기술 역시 어떻게든 버텨내며 근접거리까지 다가간 다음 클로로 치명상을 입히는 스타일이다.
울버린 - 동물적 감각

울버린은 시각, 청각 모두 초인 수준으로 예리한데, 그중에서도 후각은 타 캐릭터와 견주어도 압도적이다. 대상의 냄새를 기억해 상대를 추적하고 모습을 바꿔도 본질을 알아볼 수 있다. 심지어는 거짓말할 때 미묘하게 변하는 심장 박동과 땀 냄새를 감지해 상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초감각이 능력인 다른 마블 캐릭터 데어데블보다 후각만큼은 더 뛰어난 수준이라고.
신체 능력 역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데 재생능력 덕분에 인간 한계를 넘어서는 근육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인간의 골격이라면 부서졌을 무게도 아다만티움 골격을 가진 그라면 견딜 수 있다.
데드풀 - 재생능력
데드풀도 울버린처럼 강력한 재생능력인 힐링팩터를 지녀 몸이 완전히 조각나거나 불타도 다시 살아났다. 특이한 점은 뇌세포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인데, 죽은 뉴런이 초가속으로 재생되기 때문에 뇌 관련 부상뿐만 아니라 정신계 공격도 잘 버티는 편이다. 이러한 강력한 재생능력은 울버린을 떠올리게 하는데, 당연하다. 데드풀이 이식받은 힐링팩터가 울버린의 것이기 때문.
용병으로 활동하던 웨이드 윌슨은 치명적인 뇌종양을 치료하기 위해 웨폰 X 프로젝트에 참가했고, 이때 울버린에게서 추출한 힐링팩터를 이식받는다. 아이러니하게도 힐링팩터는 종양을 없애는 대신, 종양으로 파괴되는 신체를 끊임없이 재생했다. 그렇게 암세포가 전신에 퍼지면서 피부가 우그러져 우리가 익히 아는 가면 아래 데드풀의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순간, 그의 힐링팩터가 발동했고 웨이드는 데드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단, 위는 코믹스 설정이고 영화 <데드풀> 시리즈에서는 울버린의 힐링팩터를 이식받지 않는다. 리부트 이후 <데드풀>에서 그는 혈청을 맞은 뒤 고문으로 능력을 각성했다. 리부트 후 데드풀도 신체가 일부 날아가도 다시 살아날 수준으로 재생능력이 뛰어나지만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는 수준이라면 회복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린다.
데드풀 - 불사신

데드풀은 힐링팩터를 지니고 있지만, 이로 인해 불사신이 된 건 아니다. 웨폰 X 프로젝트에서 생사를 넘나들던 그는 죽음 그 자체이자, 우주적 존재인 데스를 인식한다. 데스와 사랑에 빠진 데드풀은 그와 영원히 함께 하고자 ‘온전한 죽음’을 선택했고 드디어 성공했지만, 데스의 연인이었던 타노스가 이를 질투해 그에게 ‘불사의 저주’를 걸어버리고 만다. 데스와 영원히 맺어질 수 없도록.
데드풀 - 쌍검과 권총, 무기 특화


기본적으로 데드풀은 인간이었고, 실험을 통해 ‘재생능력’을 갖게 된 케이스다. 여기에서 어떠한 ‘공격력’을 얻은 적은 없다. 그래서 슈퍼 히어로 같은 액션보다는 용병이나 닌자 같은 액션을 선보일 때가 많은데, 특히 쌍검과 권총을 잘 다루는 게 특징. 무기를 다루는 능력은 마블 코믹스 내에서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둥을 마음대로 사용하거나, 전신 수트를 입고 우주를 날아다니는 다른 슈퍼 히어로에 비해 다소 약해보일 수 있지만 힐링 팩터로 얻은 괴력과 무기술, 그리고 정신지배 불가와 불사능력까지 합쳐진 전투 특화 캐릭터다. 게다가 싸우는 내내 떠들어대는 정신 나간 입담과 예측불허한 정신세계로 코믹스에선 그와의 다툼을 꺼리는 캐릭터도 있을 정도.

추가로, 레이저나 거미줄이 아닌, 총과 칼로 적을 제압하기 때문에 당연히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 단체 전투신에서 칼로 병사를 쓸어 버리는 장면은 스플래터 무비라 해도 좋을 수준이다.
<캐릭터성>
울버린 - 안티 히어로

시대마다 영웅성, 즉 히어로의 정의는 달라지기 때문에 안티 히어로의 정의를 명확하게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굳이 정의를 내리자면, 심리학자 수자나 플로렌스는 안티 히어로를 “초인적인 능력을 가졌지만 심리적으로 손상된” 캐릭터를 의미한다. 울버린은 코믹스 슈퍼히어로 중 이러한 안티 히어로 특성을 일찍이 보여준 선구적인 캐릭터로, 그의 등장 이후 많은 안티 히어로가 등장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그 대표가 바로 데드풀이다.
울버린 - 불행한 생애


울버린은 대지주 하울렛 가문의 아들, 제임스 하울렛으로 태어났지만 실은 그 가문의 정원사 로건의 사생아로 로건은 자신의 또 다른 아들 독이 저지른 강간 시도로 하울렛 가문에서 쫓겨난다. 이후 가문에 돌아온 그는 울버린의 아버지, 존 하울렛을 살해하고 아버지를 잃은 울버린은 각성하여 클로를 꺼내 로건을 죽인다. 이후 그는 사랑하는 연인, 아내, 아들을 모두 잃고 웨폰 X 프로그램에 납치되어 고문 당하는 등 그야말로 불행한 생애를 보내지만 그 모든 것을 견뎌낼 만큼의 정신력과 자신을 죽이러 온 어린 암살자 소녀를 구해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코믹스 기준으로 작성한 내용입니다.
데드풀 - 제4의 벽

데드풀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화면 너머 관객을 향해 말을 거는 대담함 아닐까. 데드풀은 자신이 캐릭터임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데, 이를 개그 요소로 적극 활용한다. 코믹스에서는 자신의 분량이 적다고 편집부에 항의하거나 각주를 본인이 직접 설명하는 등 컷 바깥을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영화에서는 영화사를 직접 언급하기도 하는데, “파이기(마블 스튜디오의 사장)가 코카인은 절대로 안 된대”, “이건 디즈니 영화라고” 식의 대사가 종종 등장한다. 이전 시리즈에서도 이러한 요소는 있었지만 쿠키 영상에서 도드라졌다면, 이번 <데드풀과 울버린>에서는 제4의 벽 요소가 보다 강조되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영화 <데드풀> 시리즈는 코믹스 내용과 상이함에도 관객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마블 공식 홈페이지의 데드풀 캐릭터 소개는 데드풀이 직접 썼다는 설정인데, 내용이 꽤나 웃기다. 시작부터 “데드풀 캐릭터 소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 너드들…아니, 진정한 팬 여러분!”이라는 말과 함께 “저, 바로 멋진 데드풀이 여러분을 위해 이 글을 준비했습니다. 어떤 냄새 나는 인턴에게 제 인생 이야기를 맡길 수도 있었지만, 여러분은 그보다 더 좋은 것을 받을 자격이 있죠”라며 마블 직원을 신나게 조롱한다.
데드풀 - 유머

히어로 캐릭터 중 개그 1위를 뽑으라 한다면 입을 모아 ‘데드풀’을 외칠 게 분명하다. 특유의 상스러운 말투와 시도 때도 없는 개그(혹은 갈굼)가 데드풀의 트레이드 마크. 이건 설명하기보다는 그의 어록을 보여주는 게 더 나을 듯하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냄새가 납니다, 센세. (센세라고 말한다) 너희의 작은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곧 영원히 바뀔 거야. 내가 메시아다, 나는… 나는 마블의 예수다” - <데드풀과 울버린> 중
“나를 이스마엘이라 부르라…. 농담이야, 그러지 마.” - 마블 공식 캐릭터 설명 중 (이스마엘은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입 닥쳐 타노스!” - 영화 <데드풀 2>에서 데드풀이 악당 케이블에게 외치는 대사. 케이블을 연기한 배우 조슈 브롤린은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를 맡았다.
사실 매 장면마다 드립이 하나씩 나오기 때문에 어록을 정리하는 게 큰 의미는 없다. 데드풀 본인도 자신의 매력을 잘 아는지, 마블 캐릭터 설명에 “솔직히 말해, 내 가장 큰 슈퍼파워는 재치와 매력이야”라고 언급했다.

<데드풀과 울버린이 싸우면?>

두 사람은 이미 코믹스에서 몇 차례 싸운 적 있다. 두 사람은 1994년에 발행한 「울버린」 88호에서 처음 만났다. ‘말이 많은 용병’이었던 데드풀은 두 자루의 검으로 울버린의 심장과 폐를 찌르며 등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평소의 울버린이라면 힐링팩터로 치명상조차 아니었겠지만, 당시에는 매그니토와의 싸움을로 힐링팩터를 잃은 상태였다.
다행인지, 울버린의 힐링팩터는 데드풀과의 격전 며칠 전부터 서서히 돌아오는 상태였고, 덕분에 그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몸을 회복한 울버린은 데드풀을 추격해 재대결을 벌였고, 또 다른 웨폰 X 프로젝트 실험체인 개리슨 케인과 협력해 데드풀을 이겼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의 기나긴 역사가 시작되었다.


사실, 데드풀과 울버린은 적으로 시작했지만 서로 칼을 부딪히는 과정에서 서서히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닮은 듯 완벽하게 다른 두 사람은 웨폰 X 프로젝트로 인한 고통과 트라우마를 공유하며 유대감을 쌓아갔다. 덕분에 늘 같은 방향을 보고 있진 않아도 서로를 존중할 줄 아는 관계로 나아갈 순 있었다. 애증 관계지만 그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 존재로서 마블 코믹스에서 상징적인 2인조가 되었다. 지난 <데드풀>, <데드풀 2>에서는 콜로서스(앙드레 트리코퇴, 스테판 카피치치)나 네가소닉(브리아나 힐데브란트)처럼 울버린이 아닌 다른 뮤턴트와의 호흡도 좋았지만 역시 데드풀하면 울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