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마크 밀러의 회사인 ‘밀러 월드’와 손을 잡았습니다. 마크 밀러의 <킹스맨>, <킥애스>, <원티드> 같은 작품들은 이미 영화로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요. 이외에도 밀러 월드에는 다양한 작품들이 있는데요. MPH라는 마약으로 엄청난 스피드를 얻게 된 청소년들의 이야기 <MPH>, 은퇴한 슈퍼히어로가 주인공인 <스타라이트>, <수어사이드 스쿼드>처럼 악당들의 팀이라고 할 수 있는 <슈퍼 크룩스> 등 영화로 만들어지면 매력적일 작품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팬들이 영화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작품이 <네메시스>입니다. 네메시스는 “배트맨이 조커같은 악당이라면?”이라는 발상에서 시작했습니다. 마치 평행우주에 있는 배트맨처럼 같으면서 다른 모습인데요. 일단, 네메시스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하얀색 코스튬이 인상적입니다. 격투에 뛰어나긴 하지만 배트맨과 마찬가지로 초능력자는 아니며, 역시 브루스 웨인처럼 막대한 부를 자랑합니다. 배트모빌처럼 자동차가 갈라지고 오토바이가 튀어나오는 장면이 있고 조커처럼 의도적으로 감옥에 잡혀 들어가는 등의 장면도 있어 <다크나이트>를 연상시키네요. 얼굴에 피로 웃는 입을 그리는 이미지 샷에서 히스 레저의 조커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의 비행기 에어포스 원을 탈취하여 도심에 추락시키고 미국방성 펜타곤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그는 대량 살상 가스로 사람들을 죽이면서도 눈 하나 깜짝 않는 악당이지요.

<네메시스>는 마크 밀러가 스티븐 맥니븐(Steve McNiven)과 함께 한 작품인데요. 두 사람이 합작한 코믹스로는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의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시빌 워>와 영화 <로건>의 원작 <올드 맨 로건> 그리고 역시 영화로 만들어진 <원티드>가 있습니다. <네메시스>는 사실 마크 밀러의 팬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긴 합니다.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의 마무리가 아쉽다는 불만이 많습니다. 그러나 매력적인 캐릭터와 마크 밀러 특유의 잔인하고 창조적인 액션 연출 등은 마니아들의 환호를 받기에 충분합니다.
 
<네메시스>는 영화화가 추진된 적이 있습니다. <탑건>, <폭풍의 질주>,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크림슨 타이드> 등으로 유명한 상업영화 거장 토니 스콧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마크 밀러도 “에너지 넘치는 작품들을 만들어온 그가 최고의 영화를 만들어 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었습니다. 토니 스콧 감독은 CG를 최대한 배제하고 아주 멋진 작품을 만들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었지요.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난 토니 스콧의 뒤를 이어 2012년 즈음엔 <더 그레이>와 <A-특공대>(2010)의 조 카나한 감독이 각본 작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2015년에 다시 마크 밀러가 <네메시스>의 영화화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지만, 역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하루에도 수차례씩 트위터에 자신과 관련한 소식을 올리는 그의 떡밥에 팬들이 지쳐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다리다 지친 팬들 중에는 영화를 어서 보고 싶은 마음에 <네메시스>의 가짜 트레일러를 만들어서 올리기도 했습니다. 여러 히어로 영화들을 짜깁기한 팬무비였는데요. 네메시스가 하얀 옷을 입었기 때문에 이병헌이 연기한 ‘스톰 쉐도우’의 장면들이 다수 삽입되었지요.

아마도 넷플릭스의 첫 마크 밀러 드라마는 <힛 걸>로 예상됩니다. 케빈 스미스가 각본을 집필하기 시작했다는 군요. 그리고 올봄에는 넷플릭스와 합작한 코믹스 <더 매직 오더>(The Magic Order)가 발매된다는군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코믹스 역시 넷플릭스의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이 이어질 것입니다. 네메시스도 어서 영상으로 만나 봤으면 좋겠습니다.


씨네플레이 객원에디터 안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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