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체기에도 흥하는 작품은 있다. <인사이드 아웃 2>가 역대 애니메이션 중 월드 박스오피스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경신했다. 2023년 최고 흥행작 중 하나인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넘지 못한 <겨울왕국2>의 벽을 <인사이드 아웃 2>가 넘어선 것이다. 이 신기록을 기념하며 현재 박스오피스에서 특기할 만한 몇몇 기록을 소개한다.
유일무이 10억, R등급 강자 <조커>
(feat. <오펜하이머>와 <데드풀과 울버린> 추격)

영화 관람 등급은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보호자 동반시 해당 나이가 아녀도 관람 가능한 등급들과 보호자 동반에도 관람이 불가능한 성인등급은 '흥행을 하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선이기도 하다. 그래서 몇몇 영화들은 심의에서 문제 제기를 받은 부분을 삭제해 등급을 낮추기도 하는데, 태생부터 R등급/청소년 관람불가로 기획된 영화들은 아예 예상 흥행 실적을 낮출 정도다.
그럼에도 흥행까지 사로잡는 영화도 당연히 존재한다. 현재 R등급 월드 박스오피스 1위는 2019년 영화 <조커>다. <조커>는 단순히 1위를 넘어 R등급 영화 최초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조커>는 실조증을 앓는 아서 플렉이 여러 사건을 겪으며 고담시의 범죄자로 변화하는 내용을 다뤄 불우한 환경과 음울한 스토리로 개봉 전 논란이 됐다. 하지만 '조커'라는 캐릭터의 인기를 증명하듯 연일 흥행했고 10억 달러까지 넘게 된 것.

전반적으로 극장 소비층의 변화인지, 이 기록은 금방 깨질 뻔했는데 2023년 개봉한 <오펜하이머>가 코밑까지 따라왔기 때문. <오펜하이머> 또한 3시간이란 상영시간과 R등급으로 흥행을 점치기 어려웠으나 크리스토퍼 놀란의 이름값 덕에 금방 흥행작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아쉽게도 10억 달러를 코앞에 두고 점점 관객이 줄어 현재 9억 7천만 달러에서 멈췄고, <조커>와는 약 9천만 달러가량 차이가 난다. 현재 이 뒤를 바짝 쫓고 있는 건 <데드풀과 울버린>. 앞선 두 영화와 달리 북미에서의 수익 비율이 좀 더 높다. 현재 8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오펜하이머>는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제작비 대비 흥행 폭망 <더 마블스>
(+ 디즈니의 눈물)
흥행에 기록이 있듯 망한 것에도 기록이 붙는다. 강 건너 불구경을 즐기는 인간의 특성상 가끔은 흥한 것보다 망한 것이 생명력을 얻기도 한다. 다만 망했단 지표는 구체적인 제작비와 수익을 밝히지 않는 한 어느 정도는 '추정치'에 가깝다는 사실을 미리 고지한다.

현재 공개된 자료들을 기반으로 하면 가장 폭망한 영화는 2023년 개봉작 <더 마블스>라고 한다. <캡틴 마블>의 속편으로 캡틴 마블이 모종의 사건으로 능력을 공유하게 된 미즈 마블, 모니카 램보와 적을 물리치는 내용을 그렸다. <더 마블스>는 2억 7천만 달러를 들여 만들었지만, 간신히 2억 달러를 회수하는 데 그쳤다. 할리우드 영화는 일반적으로 극장과의 수익 구조에 따라 제작비의 2배는 벌어야 본전이다. <더 마블스>는 제작비의 두 배는커녕 제작비조차 못 미치는 수익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하락세를 보여준 상징이 되고 말았다. (이후 마블 스튜디오는 배우/작가 조합 파업을 빌미 삼아 전체 기획 전면 재조정에 들어갔다)
<더 마블스>만큼 슬픈 건 폭망의 대명사 <존 카터: 바숨 전쟁의 서막>(2012, 이하 존 카터), <론 레인저>(2013)이다. 폭망 순위 2, 3위에 오른 두 영화는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더 마블스>보다 더 망했다. 각각 최대 2억 달러, 1억 9천만 달러를 손해 봤다고 하는데 물가 상승을 반영하면 최대 2억 6500만 달러, 2억 4900만 달러라고 한다. 이 영화들의 화룡점정은 세 영화 모두 월트 디즈니 컴퍼니 배급이란 사실. 2011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화성은 엄마가 필요해>까지 포함하면….

별로라고 해도 16억 넘었잖아? 한잔해 <라이온 킹>
그렇게 리메이크에 목매는 이유

리메이크, 시퀄, 스핀오프… 관객 입장에선 좀 지겹다는 생각이 드는 속편 전략들을 영화사들이 꾸준히 밀어붙이는 이유. 흥행 대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잖기 때문이다. 1994년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을 CG로 리메이크한 <라이온 킹>은 호평보다 혹평이 많은 편이었다. 실제 같은 묘사를 바탕으로 하니, 애니메이션 특유의 귀여운 느낌이 없고 동물들의 연기도 밋밋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런데 결과는? 월드 박스오피스 16억 달러를 돌파, 역대 리메이크 영화 최고 흥행을 경신했다. <라이온 킹>보다 먼저 1위에 오른 영화 역시 1991년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를 실사화한 2017년 영화 <미녀와 야수>. 여기도 12억 달러를 돌파하며 당시 1위였던 <우주전쟁>의 6억 달러를 가뿐히 넘어섰다. 앞서 설명한 <인사이드 아웃 2>도 속편 전략으로 성과를 거뒀으니 영화사에서 오리지널보다 속편 전략을 고수하는 이유도 알 법하다.
장르 1위가 역대 145위 <그것>
그럼에도 호러가 '가성비 장르'인 이유

흥행 기록 관련해서 소식이 자주 들리는 장르라면 단연 호러일 것이다. 관객이 주목하는 호러가 나올 때면 흥행 경신 소식이 자주 들리곤 하는데, 그런 것에 비해 호러가 그렇게 대박치는 장르는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주류 상업영화에서 말하는 '대박'과 호러의 '대박'은 약간 다르다. 호러의 대박은 대부분 적은 제작비 대비 흥행하는, 이른바 '가성비'에 가깝다. 실제로 호러 한정 역대 월드 박스오피스 흥행 1위 <그것>(2017)은 7억 달러를 돌파했다. 월드 박스오피스 1위에 빛나는 <아바타>가 27억 달러이고, <그것>은 역대 월드 박스오피스에서 145위다. 금액이나 순위로 보면 '에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작비 대비 수익으로 본다면 이 기록의 진면모가 드러난다. <그것>은 (워너브러더스라는 대형 배급사의 작품임에도) 제작비가 3500만 달러다. 단순 계산으로 하면 20배를 벌어들인 셈이다. 2부 <그것: 두 번째 이야기>에서 흥행 수익은 4억 달러로 반토막이 났지만, 이 역시 제작비 7천만 달러를 고려하면 흥행하고도 남은 것이다. 이러다보니 유능한 신인감독이나 제작사가 자수성가에 성공하는 장르, 대형 배급사들이 중소 제작사와 손잡고 독자 레이블을 구축하려는 장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