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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우들이 여기서 다 나왔네, 〈솔약국집 아들들〉 3인방

성찬얼기자
〈솔약국집 아들들〉
〈솔약국집 아들들〉

이제는 OTT 플랫폼의 보급으로 제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드라마는 보는 일이 흔하지 않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시간이 되면 가족이 다 모여 같은 드라마를 보는 시간은 가족과 함께하는 소중한 일상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선택받은 드라마들은 시청률이란 수치로 세간의 화제를 모으고, 그 화제를 토대로 수많은 배우들을 배출하거나 재평가 받게 하기도 했다. 요즘 방영 중인 몇몇 드라마를 살펴보니 어쩐지 <솔약국집 아들들>이 떠올랐다. 아마도 이 드라마가 배출한 조진웅, 지창욱이란 스타와 베테랑 배우 손현주의 새로운 모습을 조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손현주

- 송진풍 역

〈솔약국집 아들들〉 송진풍을 연기한 손현주
〈솔약국집 아들들〉 송진풍을 연기한 손현주

 

현재 방영 중인 <유어 아너>에서 송판호 역을 맡은 배우 손현주는 글자 그대로 믿고 보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이번 <유어 아너>에서 뺑소니범이 된 아들 송호영(김도훈)을 위해 자신의 올곧음마저 내려놓는 송판호로 명불허전의 연기를 보여주며 <유어 아너> 관련 키워드 1위에 올랐다. 이처럼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 손현주의 출연작에서 <솔약국집 아들들> 또한 결코 빼놓을 수 없는데, '보통의 중년'을 정확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2009년 방영한 당시 드라마에서 손현주가 맡은 역할은 '솔 약국'의 장남이자 약사 송진풍이다. 엄마의 뜻대로 약사가 되고, 다른 형제들을 대신해 수모를 당하기도 하는 그는 사랑만큼은 순애보이다. 아쉽게 놓쳐버린 첫사랑 때문에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지만 우연처럼 자주 맞닥뜨린 수진(박선영)과 연애 전선이 형성된다. 그러나 수진은 진풍의 첫사랑 혜림의 시누이. 세상을 떠난 엄마를 대신해 조카들을 돌보느라, 그리고 진풍의 엄마 옥희(윤미라)의 반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듯하지만 끝내 사랑을 이루는 데 성공한다.

〈솔약국집 아들들〉 진풍-수진의 서사는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솔약국집 아들들〉 진풍-수진의 서사는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솔약국집 아들들〉 손현주의 진풍이 발하는 눈빛은 캐릭터의 진심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솔약국집 아들들〉 손현주의 진풍이 발하는 눈빛은 캐릭터의 진심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지금 손현주 하면 떠오르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달리 <솔약국집 아들들>에선 소박하고 또 소심한 캐릭터 연기로 무척 귀엽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감정적인 순간마다 발하는 깊은 눈빛은 캐릭터의 진솔하고 진중한 속내를 정확하게 전한다. 이전 드라마 출연작 <장밋빛 인생>에서 바람난 남편 연기를 너무 잘해서 잔뜩 욕을 먹었던 것을 설욕한 전환기라고도 할 수 있다. 이후 드라마 <추적자 더 체이서>, 영화 <숨바꼭질> 등이 히트해 여러 나이대에게 신뢰받는 배우로 자리매김 했다.


조진웅

- 브루터스 리 역

〈솔약국집 아들들〉 브루터스 리를 연기한 조진웅
〈솔약국집 아들들〉 브루터스 리를 연기한 조진웅

<솔약국집 아들들>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배우, 조진웅. 그는 최근 방영 중인 OTT 오리지널 드라마 <노 웨이 아웃 : 더 룰렛>에서 백중식 형사로 열연 중이다. 출소한 살인범에게 현상금 200억 원이 붙으면서 사회 전체가 들썩이고, 백중식은 자신의 본분에 맞게 살인범 김국호(유재명)를 보호해야만 한다. 그 와중 그가 얼떨결에 손에 넣은 10억 원을 노리는 윤창재(이광수)와도 맞서야 한다. <노 웨이 아웃 : 더 룰렛>이 일종의 군상극이라서 매 회 중심인물이 바뀌는데, 조진웅의 백중식은 1화를 통해 드라마 전체를 여는 핵심 인물이다. 대출 빚에 쪼들려서 도박꾼을 찾아 나선 소시민적 모습이 어딘가 애잔하다.

이 드라마에서 조진웅은 수진의 오빠이자 진풍의 첫사랑 혜림의 남편 '브루터스 리' 이원영 역을 맡았다. 지금 보면 깜짝 놀랄 만한 비주얼인데, 사실 당시에도 그런 반응이긴 했다. 한껏 사납게 자란 눈썹과 막 기른 것 같은 장발, 날씨가 어떻든 한결같은 가죽사랑 패션은 길 가다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눈을 피하게 될 것 같다. 실제로 극에서도 다소 난폭한 인물처럼 그려지는데, 그러다가 사람 좋은 구석이 드러나면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캐릭터다. 동양인에게 썩 관대하지 않은 미국사회에서 살아남고자 거칠어진 구석들이 자식들을 돌보며, 그리고 동네의 온정을 느끼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솔약국집 아들들〉 길에서 마주치면 조용히 지나갈 자신 있다.
〈솔약국집 아들들〉 길에서 마주치면 조용히 지나갈 자신 있다.

 

이 캐릭터의 진짜 매력은 비주얼(!)이 아니고 교포라는 설정이다. 수진과 함께 미국에서 지내다 한국에 왔기에 한국말이 무척 서툴다. 그래서 솔 약국집의 어르신 송시열(변희봉)에게 혼나기도 하는데, 한국말이 너무 어렵다며 툴툴거린다. 교포 특유의 어눌한 한국말을 워낙 소화해서 진짜 교포 출신인 줄 알았다는 시청자도 있었다. 직후 퓨전사극 <추노>(곽한섬 역)와 <뿌리깊은 나무>(무휼 역)에서 다시 그를 본 시청자들은 얼마나 놀랐을지.


지창욱

- 송미풍 역

〈솔약국집 아들들〉 송미풍을 연기한 지창욱
〈솔약국집 아들들〉 송미풍을 연기한 지창욱

최근 영화 <리볼버>에서 앤디로 출연한 지창욱.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하수영(전도연)에게 어떻게든 이겨먹으려는 부잣집 아드님 역인데, 소름 끼치는 악역 연기로 관객의 감탄을 자아냈다. 그도 <솔약국집 아들들> 출신(?)이다. 그는 솔 약국의 막내 송미풍 역을 맡았다. 다른 형제들과 나이 터울이 조금 있어서 이제 막 재수를 준비하는 수험생으로 그려진다. 연애 라인이 끝없이 이어지는 주말드라마답지 않게 연애가 아닌 육아가 서사의 주된 요인이라 특이하다. 수험생이 무슨 육아인가 싶겠지만 친한 친구가 군 입대하면서 미풍에게 딸을 맡기면서 얼떨결에 보호자가 되고만 것.

아무래도 수험생이라서 바짝 깎은 머리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보기와 다르게 뜨개질과 바느질 솜씨가 좋은 것이 또 반전. 수험생이면서 인형 만들다가 엄마에게 걸려서 (그 시절 많이 듣던) '고추 떨어지는 짓 하지 말라'는 경고를 듣고 눈물을 흘리기까지 한다. 그런 성격이어서인지 친구의 딸 하나를 맡자 갑자기 엄청난 책임감을 보이며 애지중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솔약국집 아들들〉 순둥순둥한 캐릭터와 이제 막 데뷔한 지창욱의 시너지.
〈솔약국집 아들들〉 순둥순둥한 캐릭터와 이제 막 데뷔한 지창욱의 시너지.

지창욱에게 늦게 입덕한 팬이라면 꼭 챙겨 봐야 할 모먼트가 많은데, 비를 잔뜩 맞아서 감기 기운이 돌아서 주사를 맞는 장면이나 하나를 둘러업고 다니는 장면은 데뷔 초 지창욱의 풋풋함이 가득하다. 하나를 돌보며 친구 용철(김동영)과 수희(강은비) 커플과 함께 든든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요즘처럼 '막장 코드'가 강렬해진 주말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재미를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