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력>

한국 영화에서 이런 장면을 볼 줄이야. <염력>에서 서울을 배경으로 날아다니고, 초능력으로 바리케이드를 치는 장면을 보며 사뭇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한국 영화는 초능력이란 소재를 쉽게 다룰 수 없었다. 아주 소수의 영화만이 과감하게 초능력이란 소재에 덤벼들었었다. 앞으로도 이런 소재를 자주 만났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런 영화들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염력

감독 연상호

출연 류승룡, 심은경

개봉 2017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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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2010)

제목처럼 초능력자를 전면으로 내세웠다. 심지어 그 초능력자가 강동원이고 대적하는 인물이 고수니, 외형부터 평범한 인물 이상이라 할 수 있다. 초인(강동원)은 눈을 보는 걸로 상대를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 능력으로 홀로 떠돌며 살고 있는데, 전당포를 털다가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 규남(고수)을 만난다. 정신계 초능력자와 유일한 면역자의 대결은 멋있거나 통쾌하기보다 공포스럽다. 특히 강동원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사는지 묘사하는 순간들은 고독하기 이를 데 없다. 

초능력자

감독 김민석

출연 강동원, 고수, 정은채

개봉 2010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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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웨이브 (2005)

두통에 시달리던 준오(김도윤)는 여자친구 제니(장세윤)가 갖다 주는 약을 먹다 어느 날 환청을 듣게 된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브레인웨이브>는 약 2천만 원으로 제작된 초저예산 SF 영화다. 2005년작으로 나온 지 꽤 된 데다 저예산 독립영화의 한계가 분명하지만, 이런저런 설정을 붙여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가 있다. 두뇌의 가능성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리미트리스>나 <루시>를 떠올리게 한다.

브레인웨이브

감독 신태라

출연 김도윤, 장세윤

개봉 200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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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감각 커플 (2005)

초능력자라고 다 어마무시한 인생을 살진 않는다. 상대의 기억을 읽거나 조작할 수 있는 수민(진구)은 그래봤자 모태솔로에 소심한 남자다. 얼떨결에 유괴사건에 휘말리는데, 하필 그때 천재에 사차원인 현진(박보영)을 만나 일이 꼬이게 된다. 로맨스가 중심이고, 규모가 작은 TV 영화라 화려하진 않지만, ‘박보영의 애교’를 포함한 소소한 재미가 있다.

초감각 커플

감독 김형주

출연 진구, 박보영

개봉 200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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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메트리 (2015)

사이코메트리는 자신이 접촉한 물건, 인물에게 남은 기억을 읽는 능력을 뜻한다. 춘동(김강우)은 유아 살해 사건을 수사하다 김준(김범)을 용의자로 체포한다. 김준은 자신에게 사이코메트리 능력이 있다고 실토하며 춘동과 함께 진범을 추적한다. 초능력과 미스터리를 결합한 스릴러를 표방했지만, 여러모로 실패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나마 사이코메트리를 전면적으로 내세운 첫 영화란 점이 흥미롭다.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일본 만화 <사이코메트러 에지>를 접하는 걸 추천한다.

사이코메트리

감독 권호영

출연 김강우, 김범

개봉 201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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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시대 (2015)

‘N포 세대’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유병재가 각본과 출연을 도맡은 드라마 <초인시대>는 갑자기 생긴 초능력으로 세상에 서게 된 청년들을 그린다. 방영시간대도 늦고 지나치게 코믹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조기종영했다. 대체적으로 혹평이 많지만 이런 코드의 드라마가 드물기 때문에 '취향 저격'이라며 환호했던 팬들도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 유머 코드를 잘 아는 유병재가 손댔으니 ‘25년 동정이 초능력을 갖는다’는 설정이나, “아프면 환자지” 같은 코믹한 명장면을 남기기도.

초인시대

연출 김민경

출연 유병재, 김창환, 이이경, 송지은, 배누리, 기주봉, 이용녀, 이미소

방송 2015,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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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쎈여자 도봉순 (2017)

박보영은 진짜 초능력자일지도 모른다. 영화에 이어 드라마에서도 초능력을 가졌다. 제목처럼 괴력을 가진 도봉순(박보영)이 소꿉친구 인국두(지수)와 게임회사 대표 안민혁(박형식) 사이에서 겪는 삼각 로맨스를 그린다. 초능력자의 희로애락을 대한민국 20대 여성에게 녹여내면서 케이블 드라마 사상 최초로 수도권 시청률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인기를 누렸다. 

힘쎈여자 도봉순

연출 이형민

출연 박보영, 박형식, 전석호, 지수, 김민교, 설인아, 유인수, 안우연, 심혜진, 유재명, 임원희, 심훈기

방송 2017,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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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애매한 결과만 남긴 초능력 소재 영화에 비해 웹툰 분야에선 초능력이 등장하는 작품이 큰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특히 초능력을 활용하는 범주가 액션부터 코미디까지 무척 다양한데, 독자들도 한 번쯤 ‘영화로 만들어지면 어떨까’ 상상해봤을 웹툰들을 소개한다.


트레이스

명실상부 초능력자 배틀물 1순위 웹툰. 연재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지금까지 시즌제로 이어오고 있다. 연재 초기엔 돌연변이란 소재 때문에 <엑스맨>을 연상시켰지만 인물들의 사이드 스토리에 따라 로맨스나 하이스트물이 되는 등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았다. 일본에서 리메이크 버전이 연재되고 있고, 실제로 영화화 판권이 판매된 적 있다. 하지만 현재는 판권 만료로 무산된 상태라고 한다.

트레이스 1

저자 네스티캣

출판 씨네21북스

발매 2008.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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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의 초능력 월드

웹툰 작가 강풀은 <아파트>를 시작으로 슬그머니 초능력을 공포로 승화시켰다. 시간 능력자, 예언자 등이 등장한, 본격적인 초능력물 <타이밍>이 인기를 얻은 후 현재는 <어게인>, <무빙>, <브릿지>로 이어진 세계관을 구축했다. 당연히 영화 한 편으로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니 <타이밍>이나 <무빙> 정도가 그나마 한 편으로 만드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타이밍>은 2015년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공개되긴 했지만, 완성도도 좋지 않았고 너무 늦게 공개돼(웹툰은 2005년에 연재됐다)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타이밍 1

저자 강풀

출판 문학세계사

발매 200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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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

감독 민경조, 박대열

출연 박지윤

개봉 201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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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웅은 싫어

국가 공인 히어로 기관인 ‘스푼’의 일원들이 악당 조직 ‘나이프’에 대항한다. <이런 영웅은 싫어>의 스토리는 전형적인 히어로물을 연상케 하지만 극중 캐릭터들의 매력으로 연재 기간 6년 동안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고등학생 주인공 나가가 봉사시간을 준단 말에 히어로 기관에 합류하는 도입부부터 유쾌한 히어로물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캐릭터성이 강하고 고정 팬층이 두터우니 영화화보단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 괜찮을 웹툰이다.

이런 영웅은 싫어 1

저자 삼촌

출판 길찾기

발매 2012.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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갬블러 vs. 초능력자

웹툰 작가 마사토끼가 글을 담당한 작품엔 초능력자나 비상한 두뇌의 주인공이 자주 등장한다. ‘세계 제일’ 시리즈 중 하나인 <갬블러 vs. 초능력자>도 마찬가지. 거짓말을 할 수 없어도 세계 최고의 갬블러로 인정받은 남자와 손뼉을 치면 딱 1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초능력자 여자가 도박으로 겨루는 내용을 다룬다. 마사토끼의 다른 만화들처럼 첨예한 두뇌싸움, 그리고 별다른 장소 변화 없이 카지노에서의 무궁무진한 전개가 저예산 영화로도 도전할 만한 초능력 소재라 할 수 있다. 


체크포인트

<체크포인트>도 시간 능력자가 주인공이다. 주인공이 돌릴 수 있는 시간은 자신이 설정한 ‘체크포인트’뿐, 그래서 위기가 올 줄 알면서도 피할 방도가 없는 순간을 맞이하기도 한다. 시즌 1 종료 이후 장기 휴재 중이지만 시즌 1에서 공개한 네 개의 에피소드가 어느 정도 완결성이 있어 각색을 하기에 용이하다. 또 타임루프물이되 주인공이 설정한 체크포인트에 따라 외통수에 빠진다는 점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오늘의 초능력

대학생 '소이지'의 초능력은 매일 그 종류가 바뀐다. 술김에 짝사랑하던 선배 '온우주'에게 키스한 후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리다 세계를 멸망시키리라 마음먹는다. 그런데 세계 평화를 꿈꾸는 '전세계'가 이지의 초능력을 알아채곤 함께할 것을 종용한다. 청춘만화 같은 작화지만 엄청난 개그 센스를 뿜어내는 <오늘의 초능력>은 능력이 매일 바뀐다는 설정, 생각 못한 복선 회수까지 해내는 전개가 일품이다. <오늘의 초능력> 속 개그를 영화로 온전하게 옮길 순 없겠지만, 훈훈한 소이지·전세계·온우주를 스크린으로 만나볼 수 있다면 로맨스물로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어글리후드

<어글리후드>는 신생 웹툰이다. 2017년 12월에 시작해 아직 10화도 채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소개하는 이유는 절망적인 세계 속에서 폭발하는 초능력과 병맛 개그가 역대급이기 때문이다. <어글리후드>의 세계에선 외계인 ‘야마누스’를 모시는 ‘야마교’가 신앙에 따른 신분제를 운영하고 있다. 여고생 엘사 브라이언트는 초능력을 얻어 ‘야마교’에 대항하는 테러리스트 ‘어글리후드’로 활동한다. 영화화를 상상해본다면 세계관 구현이 문제겠지만 주인공이 후드를 뒤집어쓰고 나오니 CGI 캐릭터를 활용할 순 있을 듯하다.


에디터가 소개하는 리스트는 여기까지다. 초능력을 소재로 한 웹툰은 무궁무진하니, 혹시 영화화됐으면 좋겠다는 웹툰이 있다면, 댓글로 함께 나눠주길 바란다. 초능력을 소재로 한 한국 영화도 함께.

씨네플레이 에디터 성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