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영 작가의 베스트셀러 연작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을 각색한 시리즈 <대도시의 사랑법>이 10월 21일 티빙에서 전편 공개된다. 현재 상영 중인 동명의 영화가 원작의 단편소설 ‘재희’만 각색한 것과 달리 시리즈는 연작 소설 전 에피소드를 각색했다. 또 박상영 작가가 직접 각본을 쓴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은 작가 고영이 다양한 만남을 통해 삶과 사랑을 배워가는 청춘 로맨스를 그린다. 에피소드별로 연출을 달리하는 할리우드 시스템을 차용해 손태겸, 허진호, 홍지영, 김세인 감독이 차례대로 2회차씩 맡아 각자의 연출 스타일을 뽐낸다.

손태겸 감독이 연출한 1-2화 ‘미애’는 스무 살에 만난 포토그래퍼 남규와의 서툰 관계와 함께 둘도 없는 절친이자 동거 메이트 미애와의 파란만장한 시간을 그린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한 3-4화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은 주인공 고영의 존재를 부정한 두 사람, 암 투병 중인 엄마와 철학 수업에서 만난 띠동갑 애인 영수에게서 느낀 사랑의 아이러니를 담아낸다. 홍지영 감독이 연출한 5-6화 ‘대도시의 사랑법’에서는 바텐더 규호와의 가장 평범하고 온전한 사랑과 함께 제3의 인물로 등장하는 서울의 공기를 아름답게 그려낸다. 김세인 감독이 연출한 7-8화 ‘늦은 우기의 바캉스’는 데이팅 앱으로 만난 외국인 하비비를 따라간 방콕에서 이제는 곁에 없는 규호를 떠올리는 고영의 모습을 담았다. 공개에 앞서 시리즈 <대도시의 사랑법>의 간담회가 열렸다. 주연 배우들과 감독, 작가가 참석한 자리에서 박상영 작가는 “이 드라마가 무사히 공개되어 입지전적인 드라마가 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의 간담회 현장을 고스란히 전한다.

남윤수 배우가 맡은 고영은 모든 에피소드의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이다. 고영이라는 인물을 연기하기 부담됐을 것 같은데, 캐릭터를 맡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남윤수 원작 「대도시의 사랑법」을 보면서 부담감을 느끼거나 못 하겠다는 마음은 없었다. 원작에서 작품성과 예술성을 보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감독님들과 첫 미팅을 했을 때, 감독님마다 갖고 계시는 특유의 연출법을 믿었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잘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
고영은 많은 남자와 연애를 하는 마성의 캐릭터이기도 하다. 사실 여기서 유일하게 모든 감독과 다 작업을 하기도 했는데, 여러 감독님과 작업한 소감이 궁금하다.
남윤수 감독님마다 피드백하는 방법도 다르고, 촬영 기법, 화면의 톤 심지어 조명도 다 달랐다. 각각의 매력이 보일 것 같다. 캐릭터의 매력도 1, 2화의 고영은 좀 발랄하고, 3, 4화로 오면서 더 진지해지고, 뒤로 갈수록 또 달라진다. 작업하면서 감독님들에 대한 믿음이 점점 커졌다.
아마 1, 2화가 드라마의 시작점이기 때문에 가장 큰 부담감을 느꼈을 수 있을 것 같다. 원작의 같은 에피소드를 각색한 동명의 영화도 있다. 영화와의 차별화에도 신경을 썼나.
손태겸 감독 아무래도 시리즈의 포문을 열어야 하는 에피소드였기 때문에 경쾌함, 명랑함 이런 톤을 염두에 두고 작업했다. 고영의 20대 초반의 시기를 다루는 것이었고, 원작 자체가 갖고 있는 발칙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시리즈의 초반에 명랑함과 다이내믹함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또 20대 초반에는 좌충우돌하기도 하고, 시행착오도 겪지 않나. 초반에는 그런 부분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3, 4화의 에피소드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은 가장 허진호 감독다운 에피소드인 것 같다. 고영과 영수의 만남에 이어서 고영의 엄마 은숙과의 관계까지 그려낸다. 주인공의 사랑 이외에 가족 관계에 얽힌 감정선도 드러나는데, 감독님께서 어떻게 연출하셨나.
허진호 감독 원래는 1, 2회차를 하고 싶었다. 근데 주변에서 3, 4화가 더 어울린다고 해서 맡게 되었다. 사실 분량은 영화 한 편 정도이다. 촬영 기간은 한 달 남짓 안 되게 찍었는데, 굉장히 재밌었다. 현장에서 배워가는 것들도 있었고, 제가 이전에 해왔던 영화들과 익숙한 부분도 있었다. 박상영 작가의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의 연출을 선택한 이유는 이들의 사랑이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다르지 않다는 것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계속 고민했던 것 같고, 그 다르지 않음을 다르게 보는 엄마를 어떻게 그릴까에 대한 생각들이 있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저한테 소중한 시간이었다. 시청자들에게 이들의 사랑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 전달됐으면 좋겠다.
5, 6화는 표제작을 각색했다. 현실적인 멜로이자 판타지적인 측면도 있는데, 어떻게 보면 영화의 공간이 되는 도시가 또 하나의 인물로 에피소드 안에 자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에서의 현실적인 모습과 방콕에서의 서정적인 멜로를 그리며 두 도시를 대비한 이유도 궁금하다.
홍지영 감독 원작이 이미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였기 때문에 잘 구현하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정말 잘하고 싶었다. 고영과 규호라는 두 인물과 제3의 인물로 서울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걸 어떻게 잘 드러낼 수 있을까. 이것이 촬영 감독과 미술 감독, 나의 숙제였다. 또 잠깐 등장하는 방콕의 이미지들은 두 인물의 연애사의 절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둘은 가장 보통의 연애를 하며 서로 지겨워졌다가 싸우기도 하며 기승전결의 연애사를 거치는데 그때만큼은 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 지점은 다르게 느낄 수 있도록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7, 8화 ‘늦은 우기의 바캉스’는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에피소드다. 고영의 연애사를 정리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출했나.
김세인 감독 이 드라마는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 멜로, 성장 서사, 청춘 드라마, 퀴어 서사 등 여러 가지 정체성이 있다. 그중 청춘 드라마로 보았을 때, 청춘 드라마의 미덕은 배우분들이 현재만 지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얼굴을 담아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의 얼굴을 잘 포착해내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다.

권혁 배우는 1, 2화에서 고영의 첫 남자 포토그래퍼 남규 역할을 맡았다. 원작에는 없는 새롭게 만들어진 캐릭터이기도 하다. ‘다나까체’로 말을 하는데, 남규의 답답한 성격을 잘 드러내는 것 같다. 캐릭터를 어떻게 잡아갔나.
권혁 남규의 특이한 말투는 대본에 이미 적혀 있었다. 사실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는 너무 어색했다. 평소에 쓰는 말투가 아니다 보니까 저의 말투로 체화시키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말투를 익숙하게 하고 싶어서 많이 연습하고 감독님과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다.
또 남규 캐릭터는 고지식하고 답답한 면모가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지점들이 영과 만났을 때 대비되어 보이는 캐릭터로 만들려고 했다.
나현우 배우는 3, 4화의 에피소드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에서 영수 역할을 맡았다. 고영에게 사랑의 아픔을 알려준 인물이자 고영이 작가가 되기 위한 싹을 틔워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영수를 어떤 인물로 해석했나.
나현우 작가님께서 영수에 대해 이야기해 주실 때, 영수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모순적이어서 사랑하는 사람조차 외롭게 만드는 인물이라고 말해주셨다. 그 부분을 계속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진호은 배우는 5, 6화의 메인 캐릭터 규호 역을 맡았다. 표제작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고영과 진실된 사랑을 꿈꾸는 규호 역을 연기했다. 또 유일하게 오디션으로 캐스팅된 배우이기도 한데, 이에 얽힌 비하인드를 듣고 싶다.
진호은 저는 배우분들 다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된 줄 알았다. 근데 저만 그런 거였다. 그래서 자부심이 생기기도 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왜 나만 제안을 못 받았을까’ 싶기도 했다. (웃음)
원작의 규호는 삭발에 가까운 짧은 머리에 구레나룻과 턱수염을 가진 외모를 갖고 있는데, 진호은 배우의 규호는 댄디한 매력을 보여준다. 굉장히 달라진 캐릭터인데 어떻게 연기 포인트를 잡아갔는지.
진호은 원작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표제작을 가장 좋아한다. 규호가 가장 하고 싶은 인물이기도 했는데, 제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고, 모두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원작의 규호와 시리즈의 규호가 겉모습은 다르지만, 내면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영에게 규호는 여전히 그의 진실한 사랑으로 남아 있다.

김원중 배우는 7, 8화의 ‘늦은 우기의 바캉스’에서 고영의 마지막 남자 윌리엄 하비비 역을 맡았다. 이번 작품이 배우로서의 데뷔작이기도 한데, 외국인 역할을 맡았다. 처음 연기한 소감을 듣고 싶다.
김원중 제가 원어민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영어로 연기를 하면서 우리 드라마가 글로벌로 갈 수 있겠구나 생각을 해봤다. (웃음) 제가 맡은 역할은 원작에서는 고영의 시선으로만 그려져 있는 고루하고, 피로도가 높은 사람이었는데, 저의 하비비는 조금 더 스타일리시해 보이고 신비로운 캐릭터로 그려졌다. 제가 평상시에 입는 수트를 입고 촬영하기도 했다. 그리고 하비비라는 역할의 분량이 많지는 않은데,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고영이 하비비를 보면서 규호를 떠올리는 미러링을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최선을 다해 임했다.

오현경 배우는 3, 4화에서 고영의 엄마 은숙 역할을 맡았다. 성소수자의 가족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는지를 보여주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캐릭터를 어떻게 그려내려고 했나.
오현경 사실은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엄마는 아들에 대한 자부심이 크지 않나. 보통의 부모라면 남들과는 조금 다른 사랑을 하는 아들을 보면 충격이었을 테니 처음에는 강경한 입장을 취했을 거다. 그러다가 분노도 해보고, 이해도 해봤을 거다. 그리고 은숙은 암이라는 서사적 장치를 통해서 엄마의 정으로 어찌해볼 수 없는 것을 처음으로 느끼고 아들과의 관계를 되짚어 봤을 것 같다. 그렇게 용서나 이해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아들의 사랑을 봐주게 된 것 같다. 내 자식이니까. 나 아니면 누가 이해를 하겠나.
이 세계관의 창조주 박상영 작가님은 요즘 원작을 영화와 시리즈로 다르게 선보이면서 굉장히 뿌듯할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여러 도전 지점들이 있었을 텐데 시리즈의 각본가로 직접 참여하면서 각본을 쓴 경험은 어땠나. 또 원작을 각색할 때의 방향성도 궁금하다.
박상영 일단 상업 영화의 제작이 정해진 상황에서 시리즈 제작이 또 결정됐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와 다른 포인트로 시리즈를 보여 줄 방법을 고민했다. 그렇게 생각해 낸 방법이 그냥 ‘원론에 충실하자’였다. 원작의 색깔이 분명히 존재하고, 원작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에 그 원작의 색을 담아내자는 마음으로 극본을 썼다. 근데 극본을 쓰는 작업이 수월하지는 않았다. 상업물의 문법을 살려 작품을 쓰는 건 처음이었고, 또 혼자서 글을 써서 혼자 마무리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1, 2화는 사실 손태겸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내가 내 시선으로만 바라보던 작품을 타인과 함께 공동으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경험해 본 값진 시간이었다.

박상영 작가님은 드라마가 공개되기 전에 일부 보수 단체에서 상영 금지 시위를 하고, 예고편도 내리라고 한 일이 있어서 개인 SNS에 속상한 마음을 표현하시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바라보는 작가님의 마음은 어떤지 궁금하다.
박상영 제가 울분 섞여서 올리긴 했지만, 우리 작품을 얼마나 널리 알려주려고 노력하시는 건지, 완전 럭키비키잖아!라고 생각하면서 좋기도 했다. (웃음) 내가 굉장히 문제작이면서 좋은 작품을 썼구나 생각했다.
남윤수 배우도 이 작품을 도전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해보면서 어땠나. 작가님뿐만 아니라 주연 배우님도 개인 SNS의 DM으로 공격을 받으셨을 것 같은데 어떤지 궁금하다.
남윤수 처음에 영을 연기하려고 했을 때는 특별한 사랑을 특별하게 보여주려고 했다. 근데 그게 아니라 그냥 우리의 사랑을 보여주면 되는 거였다. 우리의 사랑이 그렇게 특별하지도 않고, 일반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찍으면서는 나만의 사랑을 그려내 보자고 생각했다. 나의 삶에서 사랑을 해왔던 경험과 고영의 서사를 합쳐서 연기를 했다.
그리고 저는 그런 부정적인 반응들이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제가 영상을 올렸을 때 악플이 달리거나 해도 웃어넘겼다. 왜냐하면 그런 분들은 100명 중의 1명이었다. 오히려 장문의 응원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자고 일어나면 한 100개씩 와있곤 한다. 며칠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많이 열려 있는 것 같았고, 점점 우리가 더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릴 거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