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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그래도 해야지 어떡해”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정우

이진주기자

지난 17일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가 5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영화는 개봉 당일 누적 관객 수 1만 7054명으로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불법 영업장에서 뒷돈을 받아 생활하는 명득과 동혁, 두 비리 형사가 ‘더러운 돈’에 손을 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극 중 딸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위험한 계획을 짜고 실행하는 형사 명득 역을 배우 정우가 맡아 열연을 펼쳤다.

정우는 2013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엄청난 인기를 모았지만 이후 기대와는 달리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지 않으며 대중들의 궁금증을 자아낸 바 있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난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의 배우 정우에게 고통스러웠지만 큰 변화를 가져온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배우 정우(사진=BH엔터테인먼트)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배우 정우(사진=BH엔터테인먼트)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가 5년 만에 개봉한다. 소감이 어떠한가.

긴장되고 설렌다. ‘관객분들이 좋아하실까?’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 속에 5년 전의 내 눈을 보면서 ‘또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후회는 없다. 지금 한다고 해도 더 잘할 자신이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 영화 때문에 힘들었다기보다는 당시 배우로서 성장통을 겪고 있었다.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한계를 넘어서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잘하고자 하는 욕망과 배우로서 성장하고 싶다는 갈망의 늪에 빠져있었다. 그때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를 만났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를 찍고 바로 <뜨거운 피>를 찍었는데 이후 2년간 작품을 못했다. 지금은 그 성장통을 이겨냈다. (웃음) 아픈 만큼 성장한 것 같다. 그 시간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겪으라고 하면 못한다. (웃음) 새로 사는 기분이다.

 

쉽지 않은 시간이었을 것 같다. 어떻게 이겨냈나.

혼자서는 못했을 것이다. 주변의 도움이 있었다. 중심에는 아내인 (김)유미 씨와 지금 소속사의 손석우 대표님이 있다. (정우는 2019년 BH엔터테인먼트에 합류하며 이병헌, 고수 등과 한솥밥을 먹게 되었다.) 전까지는 들판을 뛰어다니는 야생마 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조련된 경주마와 같다. 그 조련을 손석우 대표님이 해주시지 않았나 싶다. (웃음)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아무래도 그러한 배우 정우의 상태가 영화를 촬영하는데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당시에는 도움받는 것도 어려웠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를 촬영할 당시 영하 20도의 엄청난 추위였다. 그 날씨에 저수지에 몸을 깊숙이 담가야 하는 장면이 있었다. 수십 번을 들락날락했더니 발가락에 감각이 없더라. 그때 옆에서 스태프들이 따뜻한 물을 데우고 담요로 덮어주면서 도와주셨다. 그런데 내 마음의 상태가 그 도움조차 받을 수 없을 정도였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촬영 중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무엇인가.

딸에 대한 감정이 드러나는 장면들이다. 극 중에서 아픈 딸에 대한 감정들은 겹겹이 쌓이지 않고 두세 장면 안에서 보여줘야 했다. 때문에 관객에게 이 감정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폭발력 있는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이지만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역시 배우들이 해줘야 하는 몫이 분명히 있었다.

 

김민수 감독과는 서울예대 동기이기도 하다. 학교 다닐 때부터 가까운 사이였나.

사실 학교 다닐 때는 잘 몰랐다. 딱히 대학 때 친한 사람은 없었다. 그럼에도 그때부터 인연이 이어온 친구가 감독으로 데뷔하는 모습을 보니까 감회가 새롭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아무리 대학 동기여도 일로 얽힌다면 용기가 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로 함께 작업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인가.

(김)민수 감독은 내가 사람으로서 ‘리스펙’한다. 아주 응원하게 되는 사람이다.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5~6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사이 1년에 한 번씩은 만나고 간간이 연락을 했다. 참 열심히 사는 친구다. 어디 한쪽에 치우쳐있지 않고 건강하고 듬직하게 생활한다.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연출로서 김민수 감독은 어떤 스타일인가.

짱돌같이 단단한 감독이다. 현장을 장악하는 에너지가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간다. 본인이 헷갈려 하거나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었다. 배우들은 연기를 하다 보면 자신의 연기에 대한 불안함이 있다. 매 순간 확신을 가지고 연기를 하지는 못한다. 그럴 때마다 김민수 감독님은 확신을 주었다.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94〉

대표작인 <응답하라 1994>와 <바람> 등 사람 냄새나는 작품에서 유독 큰 매력을 발산한다.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좋아한다. 그 안에는 울분과 연민이 있다. 그런데 배우로서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참 두렵고 무섭다. 큰 감정을 써야 하는 장면이 있는 시나리오를 받으면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심장에 바늘이 꽂힌 느낌이다. 그 바늘에 실오라기가 붙어서 따라다닌다. 부담감이다. ‘현장에 가서 잘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따라다닌다. 그리고 잘 해내지 못했다고 생각이 되면 자괴감이 보통이 아니다. 그런데 이게 배우의 숙명이다. 그래도 해내야 한다.

 

감정 연기를 할 때 많이 몰두하는 스타일인가.

예전에는 극 중 상황에 깊게 빠져드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굉장히 민망했다. 그런데 돌이켜 보니 그 당시 내가 그렇고 있었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촬영 당시 아픈 딸을 둔 아버지 명득의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 무단히 노력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은 자연스럽게 공감이 된다.

배우 정우(사진=BH엔터테인먼트)
배우 정우(사진=BH엔터테인먼트)

실제 정우는 어떤 아빠인가. (정우와 2016년 배우 김유미와 결혼해 슬하에 딸을 두었다.)

제 딸이 지금 9살인데, (김)유미 씨가 나에게 7살이라고 한다. (웃음) 보통의 아빠들보다는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감사한 직업이라 딸과 함께 자주 시간을 보낸다.

 

얼마 전에 처음으로 딸의 운동회를 갔다. 담임 선생님께서 계주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준비했는데 이번에는 학부모 계주가 없다고 하더라. 대신 바구니 옮기기를 했다. 요즘 학교 운동회에는 사회를 보는 MC뿐 아니라 진행요원도 있더라. 아이돌 노래를 틀어놓고 춤추고 싶은 아이들은 나와서 춤을 추기도 했다. 회사 워크숍 같았다.

 

긴 성장통을 겪고 ‘새사람’이 되었다고 할 정도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만큼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요즘은 너무 즐겁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즐거우니까 행복하다. 해피 바이러스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