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장을 나온 후 초록 검색창을 열었다. ‘<아마존 활명수> 제작연도’. 최근 극장가에 창고 영화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현재(23일 기준) 일주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 <보통의 가족>은 2년 전인 2022년 10월 촬영을 마친 작품이고 누적 관객 수 7만 5천 명을 모은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2019년 크랭크업하며 무려 5년간 빛을 보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가 제작이 된다 하더라도 관객을 만나기 전까지 수년을 기다려야 하는 영화계의 현실 속에서 해당 영화의 제작 시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검색 결과는 필자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아마존 활명수>가 지난해 11월 크랭크업했다는 것. 불과 일 년 전에 만들어진 코미디 영화라고 하기엔 그들이 지향하는 웃음이 꽤나 과거의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서울 삼성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아마존 활명수> 언론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었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을 맡은 김창주 감독과 주연 배우 류승룡, 진선규, 염혜란 등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했다.
영화 <아마존 활명수>는 전 양궁 국가대표이자 구조조정 위기에 놓인 회사원 진봉(류승룡)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진봉은 회사에서는 회장의 아들인 최이사(고경표)의 실적 압박에, 집에서는 돈 걱정에 구박을 쉬지 않는 아내 수현(염혜란)에 시달린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게 된다. 양궁 코치로 볼레도르로 가서 양궁팀을 훈련시켜 메달을 따오면 걸맞은 포상을 하겠다는 것. 진봉은 회사와 볼레도르 정부 간의 금강개발권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볼레도르로 향한다.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던 진봉은 갑작스러운 이상 기후에 아마존에 불시착하게 되고 그곳에서 뛰어난 실력의 궁사 3인방을 만나게 된다.
영화는 초반부 빠른 속도로 진봉이 아마존에 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삶의 무게에 짓눌린 중년의 가장 진봉이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국을 떠나는 과정을 배우 류승룡의 얼굴을 통해 유쾌하게 그려내고자 한다. 문제는 극의 중심을 지켜야 하는 ‘진봉’이라는 캐릭터가 허술하게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진봉은 ‘구조조정’, ‘금강개발권 계약’ 등 엄청난 크기의 사건을 맞이한 인물이라기에는 지나치게 가볍게 그려지며 중후반부 행동의 당위성을 잃는다.
배우 류승룡은 “(<아마존 활명수>가) 어찌 보면 판타지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감독님과 ‘믿고 가자’라고 했다. 최대한 사실인 것처럼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아마존 활명수>의 코미디 연기에 대해 말했다. 올해 초 호불호 제대로 갈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닭강정>에서도 연기 차력쇼(?)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은 배우 류승룡도 이번에는 캐릭터에 안착하지 못하며 붕 떠있는 느낌을 준다.
이후 영화는 진봉과 그의 한국계 볼레도르인 통역사 빵식(진선규) 그리고 아마존 3인방이 서로의 다름을 경험하는 데에 긴 시간을 할애한다. <아마존 활명수>가 코미디, 스포츠 장르라기보다는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많은 관객들이 예상할 수 있듯 이들은 서서히 마음이 통하며 유대를 쌓는데 그 일련의 사건들이 다소 억지스럽다. 이들이 후반부 하나의 팀으로 결속하게 되는 계기가 얕고 짧은 해프닝의 반복이라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아마존 활명수>의 한 수는 있다. 아마존 3인방의 양궁 세계선수권대회 장면이다. 스포츠 경기의 긴장감과 양궁의 특성인 속도감을 모두 잡은 연출력에 잠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챌린저스>가 스쳐 지나갔다. 빠르게 결과가 나오는 양궁의 영화적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날아가는 화살을 다양한 각도로 잡아냈고 속도감을 조절하여 밀고 당기기에 성공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장면은 아마존 3인방이 가족과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본에 대항하는 방식으로 자본이 모여드는 스포츠 경기에서 참여한다는 점에서 현대 사회의 역설에 대해 짚어낸다. 영화는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아마존과 그곳의 사람들을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놓치지 않았다.
영화 <아마존 활명수>의 감독과 배우진은 아름다운 아마존의 자연 경관을 담아낸 데에 큰 자부심을 표했다. <아마존 활명수>로 연출 데뷔를 한 감독 김창주는 “MBC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보고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며 “한국에서 로케이션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아마존에 실제로 가서 어마어마한 대자연을 보고 ‘꼭 여기서 촬영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미지의 공간 같았다. 아마존의 신비함을 담으려고 노력했다”며 아마존 로케이션을 고집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함께 아마존에 방문했다는 배우 진선규는 “실제 원주민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아무리 배우를 찾아도 아마존 원주민의 순수한 모습을 담아내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아마존 활명수>의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이어 아마존 3인방 시카 역의 이고르 페드로소, 이바 역의 루안 브룸, 왈부 역의 J.B. 올리베이라의 캐스팅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김창주 감독은 “브라질 현지 디렉터에게 문의해 굉장히 많은 검토 과정을 거쳤다”며 “용맹한 시카와 MZ 스타일의 이바, 가족을 사랑하는 아버지인 왈부 등 캐릭터에 적합한 배우를 고르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전했다.
지난 9월 방송된 MBC 예능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통해 아마존 3인방과 재회한 진선규는 “처음 촬영장에서 아마존 3인방을 만났을 때 굉장히 절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탈이 날까 봐 낯선 음식도 거의 먹지 않았다. 프로정신으로 임했다”며 “이번에 여행하면서 이들의 본연의 모습을 보게 되어서 신기했다. 모두 천방지축의 잘 노는 친구들있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특히 류승룡, 진선규, 염혜란 등 주연배우들은 서로서로를 출연 이유로 꼽으며 끈끈한 동료애를 뽐냈다. 진봉의 아내 소현 역의 염혜란은 “두 배우와 이미 합을 맞춘 전적이 있다”며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고 싶은 마음이 컸다. 역시 어떤 연기를 하든 리액션을 잘 해주니 연기가 잘 살았다”고 두 배우와의 연기 호흡에 대해 전했다. 이어 진선규 역시 “배우로서 신뢰가 쌓여 있는 상태가 다시 작업해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즐거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