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보다 더 세상 착한 아들이 있을까? 엄마가 ‘세상 참 예쁜 오드리’라서 아들도 ‘세상 참 착한 기훈’이 된 것처럼만 느껴진다. <세상 참 예쁜 오드리>(감독 이영국)에서 아들 기훈 역을 맡은 박지훈 배우 이야기다.
10월 23일 개봉하는 영화 <세상 참 예쁜 오드리>는 엄마 미연(김정난)과 국숫집을 운영하며 소소한 행복을 누리던 기훈이, 어느 날 엄마가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이돌 가수를 꿈꾸며 가족과 연을 끊어버린 여동생 지은(김보영)과 재회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묻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듬직한 아들 역을 맡은 박지훈 배우는 2017년 <엠넷>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통해 ‘Wanna One’으로 데뷔한 가수로 익숙하다. 사실 아역 배우 출신인 그는 가수 활동으로 얼굴을 알린 후, 2019년부터 연기에 더 중점을 두며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드라마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연출 김가람‧임현욱, JTBC, 2019)을 시작으로 <연애혁명>(연출 서주완, 시리즈온‧카카오TV, 2020), <멀리서 보면 푸른 봄>(연출 김정현, KBS2, 2021)등에서 시청자의 눈길을 끌던 그는 최근 <약한영웅 class 1>(연출 유수민‧박단희, 웨이브, 2022)의 주인공 연시은 역을 맡으며 실력파 배우로 거듭났다.
<세상 참 예쁜 오드리>에서 첫 스크린 주연을 맡은 김정난 배우는 박지훈 배우에 대해 “좋은 눈빛을 타고난 배우이기에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라고 말하며, 이번 영화에서 장난기 넘치면서도 다정하고 섬세한 기훈 역으로의 연기 변신이 성공적임을 드러냈다.
박지훈 배우는 실제로 치매를 앓은 할머니와의 추억 때문에 이번 영화와 역할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가수보다는 배우가 꿈이었고, 이번 영화 <세상 참 예쁜 오드리>를 통해 ‘눈빛으로 느껴지는 에너지’를 경험했다는, 그래서 앞으로 어떤 역이든 가리지 않고 도전해 보고 싶다는 박지훈 배우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주연으로 연기한 영화 <세상 참 예쁜 오드리>가 곧 개봉합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너무 긴장되고 걱정도 되고 그런 마음입니다. 그보다 사실 너무 좋은 선배님들과 한 스크린 안에서 연기를 펼쳤다는 것 자체가 감개무량해요. 언제 이런 기회를 또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어서요. 감사한 일입니다.
이영국 감독님 말로는 어렵게 캐스팅을 했다고요.
어렵게는 아닌 거 같은데요?(웃음) 음, 일단 너무 좋은 작품이잖아요. 무거운 이야기지만, 좋은 의미를 담았다고 생각을 하고요. 좋은 분들과 선배님들과 연기하게 돼서 영광이었고요. 저는 사실 어렵게 한 건 아니었어요. 흔쾌히 했다고 생각하는데.(웃음)
아마 스케줄 조율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나 싶네요. 전작 <약한 영웅> 바로 다음에 나온 작품이라,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요?
이전과는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보여줬던 귀여운 이미지나 과묵한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었죠. <세상 참 예쁜 오드리>에서는 한 가정을 지켜가는 아들의 듬직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강했습니다.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세상 착한 아들 ‘기훈’ 역할에서 여전히 귀엽고 살가운 아들 느낌이 많이 나던데요. 나중에 가정사 반전도 있는 인물이라 표현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대본 보고 캐릭터 구축은 어떻게 했는지 설명해주세요.
제가 대본을 되게 천천히 보는 성격이에요. 한 장면씩 상상을 하다 보니 늦게 보는 편인데요. 기훈이를 보면서 그냥 제 생각이 많이 났어요. 제가 찾은 해답은 ‘기훈이에게 나를 대입해보자’ 였죠. 그냥 저를 보여주자는 생각이 강했다고 할까요? 다행히 감독님도 그렇게 생각하셨대요. 기훈이에게 저의 모습을 대입했고, 정난 선배를 우리 엄마 대하듯 살갑게 대하자고 분석했습니다. 기훈 캐릭터를 보여주려는 특별한 스킬 없이, 순간에 집중하자, 나를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기훈의 어떤 부분이 특히 본인과 닮았나요? 아들로서 듬직한 면일까요?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웃음) 집에서도 형보다는 제가 더 듬직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고요. 엄마랑 저랑 살가울 수밖에 없는 건, 제가 어렸을 때부터 이 길을 걸어오게 된 것도 엄마 덕분이었어요. 엄마가 이쪽 일을 밀어주셨으니, 자연스럽게 친할 수밖에 없죠. 할머니도 제 꿈을 아시고, 그러다 보니 엄마, 아버지랑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고, 또 더 듬직하게 될 수밖에 없었던 거 같아요.
말투가 진짜 아들이 엄마에게 하듯 친근한데, 대본 그대로 표현한 건가요, 아니면 애드리브를 섞었나요?
감독님께서도 ‘너 그냥 편한 대로 지훈이 식으로 해봐’라고 말씀해주셔서요. 저도 그렇게 해도 되느냐고 여쭤보고, 대본을 베이스로 가져가면서 제 식으로 조금씩 바꿔서 연기했던 거 같아요. 다만, 대본 틀은 그대로 가져갔던 거 같아요. 애드리브는 없었어요.

그렇게나 착하고 살가운 아들이, 영화 후반부에서는 감정이 폭발하죠. 엄마를 방에 가두기도 해요. 본인과 닮은 부분은 아닐 거 같은데,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했나요?
사실 그 부분에서 기훈이의 감정이 이해가 되면서 안 되기도 했어요.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을까 싶기도 하면서요. 기훈이가 저랑 비슷한 부분도 있는데, 이 부분만큼은 저랑 안 맞는다 생각했어요. 저렇게 독기나 광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였죠. 그런데 이 상황을 제가 실제로 겪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이해가 되면서도 안 된다는 그 표현이 정확한 거 같아요. 걱정도 되는데, 화도 난다, 이 모든 게 결국은 엄마 때문이잖아, 엄마 때문에 내가 이렇게 한 거야, 라는 감정으로 당시 연기했던 거 같아요. 감독님과도 그렇게 대화했고요. ‘모든 건 엄마를 위해서야’ 라는 마음으로요.
감정이 격해지는 장면이었는데, 촬영하면서 힘들진 않았나요?
딱히 힘들진 않았던 거 같아요. 몸이 힘든 거야 있지만, 감정적으로 흔들리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캐릭터와 저를 잘 분리하는 편인 것 같아요. 충분한 휴식 시간만 있다면요.(웃음)

기자간담회에서 본인 할머니가 치매를 앓고 계셔서 대본에 더 공감했다고 하셨는데요. 영화에서 특히 이입됐던 장면이나, 어려웠던 장면이 있었다면요?
이입됐던 장면과 어려웠던 장면이 같아요. 제일 어려워서 이입됐던 장면이, 알츠하이머에 걸린 엄마를 아버지 사진이 붙어 있는 냉장고 앞에 데려가서 “아버지야” 하면서 독백으로 제가 대사를 하는 씬이었어요. 찍으면서 정말 너무 슬펐고, 몰입이 잘 됐던 장면이었죠. 기훈은 숨겨진 가정사가 있는 인물이잖아요. 찍으면서도 너무 속상했고, 이 말을 계속해서 반복해야 하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싫고, 슬프고 그랬어요. 기훈의 마음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낼까가 정말 어려웠어요.
그 장면은 몇 테이크만에 오케이가 났나요?
음.(잠시 생각) 제 기억으로는 원 테이크만에 끝냈던 거 같습니다.

치매를 앓는 할머니의 상황을 보면서 알츠하이머를 앓는 가족이 있는 분들에게 공감하는 부분이 컸을 거 같아요. 영화에도 그런 감정이 충분히 녹아있는 것 같고요.
그렇죠. 직접 제가 옆에서 할머니를 케어해 드리지는 못했지만, 영화를 보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바람은 있어요. 할머니는 알츠하이머는 아니고 치매셨어요. 마지막으로 뵌 게 추석이에요. 저 오면 용돈 준다시며 오만 원을 쥐고 주무셨는데, 제가 그다음 날 찾아뵀더니 저를 기억하지 못하시더라고요. 결국 용돈은 못 받았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알츠하이머를 앓는 가족이 있는 분들에 대한 감정이 그렇게 영화에 녹아든 것 같아요. 다큐를 많이 찾아 본 정난 선배와도 알츠하이머 환자들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눴고요. 치매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전작들에서는 또래 배우들과 연기했는데, 이번에는 선배 배우들과 연기했어요. 어렵지는 않았나요?
선배님들과 할 때는 아무래도 긴장이 좀 되죠. 그래도 정난 선배님과는 이상하게 촬영하면서 빨리 친해졌어요. 정말 저희 엄마처럼 장난도 많이 쳤고, 시시콜콜한 농담도 많이 했고요. 좋은 기억들이 많이 남아 있어요.

연기적 측면에서도 배운 게 있을 것 같습니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 에너지를 주고받는 거에 대해서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걸 말로 표현할 수는 없을 거 같은데, 뭔가 그에 대해서는 조금은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입니다. 그걸 배워갈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김정난 배우는 박지훈 배우에 대해 “좋은 눈빛을 가진 배우”라고 하더라고요.
정난 선배님과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느낀 게 있는데요. 슛이 딱 들어갔을 때 정난 선배님 눈을 보면 느껴지는 에너지가 있었어요. 정말 눈만 봐도 상대의 대사가 뭐였는지 읽어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힘이랄까, 그런 게 있었어요. 정난 선배님은 저를 보고 그런 걸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정난 선배님 눈에서 그런 걸 느꼈고, 그런 힘을 받아서 좋았어요. <약한 영웅> 때도 그런 에너지를 느끼게 해준 배우들이 있었고요.

가벼운 질문 하나 드립니다. 그래서 도대체 장미(김이경)와는 어떤 관계인가요? 사귀는 사이는 아닌 거 같고요.(웃음)
사귀는 건 아니고요. 물론 장미 아버님께서는 기훈과 이어주시려고 하는데, 기훈이는 연애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엄마바라기’죠.(웃음)
<세상 참 예쁜 오드리>는 가족을 소재로 한 휴머니즘적인 작품입니다. 박지훈 배우에게 가족은 어떤 존재인가요?
생명 같은 존재이자, 일할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제가 이렇게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것도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죠. 이 위치까지 올 수 있던 것에는 물론 팬들의 사랑도 있었지만, 엄마, 아빠가 계셨고 밀어주셨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가족은 제게 생명과 같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배우 박지훈에게는 어떤 의미의 작품이 될까요?
최근에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세상 참 예쁜 오드리> 시사회 바로 다음날이었죠. 그래서 제게는 이 영화가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또 첫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점도 큰 의미가 있죠. 누구나 그렇듯 작품 찍고 아쉬운 부분 있다고들 하잖아요. 열심히, 진심을 다해서 찍은 영화니까 제 필모그래피에 하나의 예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서바이벌 그룹으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해서, 아이돌을 거쳐 이제는 배우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이 길이 마라톤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치지 않고 계속, 그냥 천천히 뛰어가고 싶어요. 잠시 걸어갈 때도 있겠고, 뛰어갈 때도 있지만 묵묵하게요. 목적지는 상관없습니다. 계속 앞으로만 가고 싶어요. ‘박지훈이 이런 역할도 도전한다고?’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최근 <약한영웅 Class 2> 촬영을 마쳤죠.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요?
아직 생각해 본 건 없어요. 이것저것 다 도전해 보고 싶어요. 그래도 뼛속까지 나쁜 역할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범죄, 누아르 장르에서요. 이런 표현을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는 좀 그렇지만, 제가 얼굴이 나쁘게 생긴 건 아니잖아요?(웃음) 그래서 문자 그대로 정말 뼛속까지 나쁜 사람 역할은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사실 어떤 캐릭터를 우선시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 거고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것저것 다 도전해보고 싶어요. 어떤 캐릭터든 연기는 다 어려운 거 같아요.(웃음) 하물며 길을 걸어가는 역할조차도 어려우니까요. 쉬운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캐릭터라면, 작품에 누가 되지 않는 선에서 전부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아이돌로서 ‘밀크보이’ 이미지를 깨고 싶은 욕구가 큰 거 같아요.
예전엔 그런 마음이 컸어요. 남자다운 모습도 좀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마음보다는, 이런저런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더 커요. 최근에 최다니엘 선배가 임창정 배우님과 나왔던 영화 <공모자들>을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거든요. 반전에 너무 충격을 받다 보니, 물론 최다니엘 선배처럼 잘 살려야겠지만요. 그런 역할들에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당분간 가수 복귀 계획은 없나요?
현재로서는 없어요. 배우에 좀 더 집중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최다니엘 배우 이야기를 하셨지만, 임시완 배우를 롤모델로 꼽으셨어요.
어렸을 때부터 제 꿈을 가수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사실 전 뮤지컬 배우, 영화배우가 꿈이었어요. 중학생 때 춤을 좋아하게 되면서 아이돌로 전향한 케이스죠. 그런데 이제는 배우에 더 중점을 두고 싶어요. 그래도 저를 가수로 생각하는 분들이 더 많아요. 가수에서 배우가 된 임시완 선배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는 건, 사람들이 ‘임시완은 진짜 연기 잘한다, 배우다’하는 그런 인정을 하는 점이죠.
저 역시 그런 인정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한 거 같아요. 걸어온 길도 비슷해서 그런 가 봐요. 물론 배우 선배 중에 닮고 싶은 분들도 계시지만, 임시완 배우가 저한테는 특히 더 존경스러워요. ‘아이돌 출신인데도 연기를 저렇게 잘한다고?’, ‘이쪽 일을 했는데 연기를 저렇게 잘하다고?’ 하는 거죠.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설경구 선배랑 연기하는 거 보고 “우와!” 했다니까요.(웃음)

소문난 ‘밀덕’이죠. 해병대 입대를 꼭 하고 싶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없으세요?
그럼요. 해병대에서도 수색대에 지원하고 싶습니다. 빨리 가고 싶어요. 더 나이 들면 훈련받다가 힘들어서 못 따라갈까봐요.(웃음) 팬들 생각도 있고, 소속사 입장도 있으니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죠. 작품 활동 열심히 하다가 가야겠죠. 제일 재밌게 본 밀리터리 영화는 여러 번 말씀드렸듯 <태극기 휘날리며>(감독 강제규, 2004)였고요. 최근엔 <핵소 고지>(감독 멜 깁슨, 2017)를 봤어요. 아직 못 본 작품 중에서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1998)를 제일 보고 싶고요.
마지막으로 <세상 참 예쁜 오드리>를 볼 관객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영화 본 분들이 집에 가서 그동안 가족들에게 못 했던 말들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를 보고 공감과 사랑, 힘을 얻어가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