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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작 취향 소나무ㅋㅋ 21세기 B급의 여신 사마라 위빙

성찬얼기자
사마라 위빙(사진출처=사마라 위빙 공식 SNS 계정)
사마라 위빙(사진출처=사마라 위빙 공식 SNS 계정)

 

출연작이 공개되면 '이럴 줄 알았다'는 말을 듣는 배우가 있다. 바로 사마라 위빙이다. 삼촌 휴고 위빙처럼 큰 눈으로 대중을 사로잡는 그는 필모그래피에 유독 호러, 혹은 호러가 가미된 블랙코미디가 많아 한결같은 호러 사랑을 내비치고 있다. 그래서인지 호러가 조금이라도 가미된 작품에 사마라 위빙이 나온다면 '역시나'라는 반응이 이어지곤 한다. 이번 11월 15일엔 그동안 디즈니플러스로만 서비스됐단 2019년 영화 <레디 오어 낫>이 넷플릭스에도 입점한다. 이번 입점 소식과 함께 그의 영화 출연작과 TMI를 소개한다.


어딘가 엇나간 금발 미녀

사마라 위빙은 배우로서 어떤 포지션을 지향하는지 진작에 보여준 바 있다. 2017년, 주연으로 나선 <메이헴>과 조연으로 출연한 <쓰리 빌보드>였다. 전자는 블랙코미디를 가미한 호러영화라면, 후자는 아카데미 작품상으로도 호명된 꽤 묵직한 드라마다. <메이헴>이 이후 이어지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취향'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시라면, <쓰리 빌보드>는 사마라 위빙이 수많은 배우들 사이에서 어떤 포지션을 잡았을 때 스스로가 가장 빛나는지 정확히 알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쓰리빌보드〉
〈쓰리빌보드〉
〈쓰리빌보드〉
〈쓰리빌보드〉

<쓰리 빌보드>에서 사마라 위빙은 밀드레드(프란시스 맥도먼드)의 전남편 찰리의 여자친구 페넬로페로 등장한다. 전 남편의 여친이, 그것도 한참 젊은 여성이라니. 언뜻 생각하기에 질투를 유발하는 그런 인물이지 않을까 싶지만 이게 웬걸. 영화에서 그려지는 페넬로페는 그야말로 철부지에 가깝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농담을 던지는가 하면, 밀드레드와 찰리의 심상치 않은 긴장감에도 해맑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넨다. 딸이 성폭행 당한 채 죽으면서 시작한 영화임에도 중간중간 코믹한 부분이 있지만, 사마라 위빙의 페넬로페만큼 아예 대놓고 웃음을 안겨주는 캐릭터는 또 없다. 삭막한 분위기에서 톡 튀어나온, 그러면서도 시기나 질투가 아닌 웃음을 유발하는 이상한 여성. 페넬로페는 사마라 위빙이란 배우를 널리 알린 캐릭터이면서 동시에 이 배우가 어떤 지점에서 번득이는지 단번에 보여준 캐릭터라고도 볼 수 있다.

〈메이헴〉
〈메이헴〉

 

평단보다는 관객들의 지지를 받은 <메이헴>은 인간의 욕구 조절을 낮추는 바이러스로 난장판이 된 법률 기업을 배경으로 한다. 바이러스로 빌딩 전체가 격리된 상황, 잘나가는 직원이었지만 하루아침에 해고당한 데릭과 불합리한 대출로 집을 잃을 위기에 놓인 멜라니가 회사 이사진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그리는데, 피범벅 사지절단이 작품을 꽉(!) 채운다. 회사에 있을 법한 온갖 잡동사니와 공구를 가지고 진격하는 데릭과 멜라니의 모습은 이후 'B급' '호러' '코미디'로 대표되는 사마라 위빙의 행적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내용이 내용이다보니 로맨스스러운 순간이 많진 않은데, 순둥이 같은 스티븐 연과 선이 뚜렷한 사마라 위빙의 얼굴합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메이헴〉
〈메이헴〉

사마라 위빙의 비는 완벽하다

〈사탄의 베이비시터〉
〈사탄의 베이비시터〉

 

<메이헴>, <쓰리 빌보드>만 해도 눈도장을 찍기 충분했는데, 같은 해 사마라 위빙의 존재감에 정점을 찍은 영화가 한 편 더 공개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탄의 베이비시터>였다. 오랫동안 자신을 돌봐준 베이비시터가 알고보니 이상한 흑마법 숭배자였고, 자신을 제물로 바치려는 걸 알게 된 소년이 고군분투 끝에 살아남는 내용을 그린 영화는 전적으로 사마라 위빙의 매력에 기대 굴러간다. 자신이 돌봐야 하는 콜(유다 르위스)을 친구처럼 대하면서 '쿨'한 모습으로 관객들의 마음까지 흔들었다가 이내 가차 없이 사람을 죽이며 상황을 주도하는 악한의 얼굴로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그는 이런 극단적인 캐릭터를 대본에서 접했을 때 '나르시시스트'라고 판단하고 그들의 행동 양식이나 심리 메커니즘을 관찰해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는 2015년에 촬영했으니 사실상 사마라 위빙의 첫 주연작이라 봐도 무방한데 맥지 감독의 캐스팅이 꽤 성공적이었던 셈. 영화는 2편 <사탄의 베이비시터: 킬러 퀸>으로 이어졌지만 비의 비중을 대폭 줄면서 1편에 비해 화제가 되지 못했다. 

〈사탄의 베이비시터〉
〈사탄의 베이비시터〉
〈사탄의 베이비시터〉
〈사탄의 베이비시터〉

비주얼 쇼크, <레디 오어 낫> <건즈 아킴보>

〈레디 오어 낫〉
〈레디 오어 낫〉
〈레디 오어 낫〉
〈레디 오어 낫〉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다음 영화 <레디 오어 낫>에서 그 반대의 상황에 처한다. 신랑과의 첫날밤을 기대한 그레이스가 신랑의 가족들에게 '사냥'당하는 내용에서 그는 비처럼 극단적인 상황을 이끄는 악당이 아니라 콜처럼 그 상황을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피해자의 위치에 놓인다. 이름 그대로 '숨바꼭질'인 줄만 알았던 그레이스가 살인 현장을 목격해 게임의 진상을 파악하고, 생존하기 위해 변화하는 과정은 사마라 위빙의 그간 출연작에서 못 봤던 새로운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생존의 순간마다 번뜩이는 찰나의 표정은 이 배우의 잠재력을 재차 확인하게 한다. 위기를 헤쳐나가며 피범벅이 돼가는 그레이스는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모습과 대비돼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참고로 최근 사마라 위빙은 SNS로 <레디 오어 낫> 속편 제작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건즈 아킴보〉
〈건즈 아킴보〉
〈건즈 아킴보〉
〈건즈 아킴보〉

 

같은 해 공개한 <건즈 아킴보>는 다니엘 레드클리프가 주연을 맡아 '지팡이 대신 총을 든 해리포터'라는 배우 개그로도 유명하다. 여기서 그만큼 사마라 위빙 또한 충격적인 비주얼 변신을 보여주는데, 목숨을 건 대결을 펼치는 '스키즘'의 최강자 닉스 역을 위해 눈썹까지 하얗게 탈색한 것. 거기에 스모키 화장으로 눈을 강조해 그 큰 눈이 한층 더 퇴폐적이면서 강렬하게 느껴진다. 스키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그리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인물이란 것을 외형만 봐도 바로 알 수 있는 포인트.

〈건즈 아킴보〉  누가 봐도 '이 구역의 미친' 냄새가 풀풀
〈건즈 아킴보〉  누가 봐도 '이 구역의 미친' 냄새가 풀풀

앞으로도 계속될 호러의 아이콘

〈스크림 6〉
〈스크림 6〉

 

2020년대 넘어와서도 사마라 위빙의 호러 족적은 계속된다. 한때 시리즈의 명맥이 끊겼지만 최근 부활한 <스크림> 시리즈의 신작 <스크림 6>에선 오프닝을 여는 로라 크레인 역을 맡았다. <스크림> 시리즈는 오프닝에서 고스트페이스의 피해자가 될 인물을 비추면서 시작하는 전통이 있는데, 6편에선 사마라 위빙이 그 첫 피해자로 출연한 것. 약 6분 남짓의 짧은 출연이지만 소개팅 상대를 기다리며 설레다가 끝내 단말마와 함께 살해당하는 과정을 연기하며 관객을 단번에 영화에 빠지도록 만든다. 

 

〈아즈라엘〉
〈아즈라엘〉
〈아즈라엘〉
〈아즈라엘〉

 

한국 최고의 장르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됐던 <아즈라엘>은 <레디 오어 낫>을 연상시키면서도 그보다 더 섬뜩한 분위기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다. 세상이 종말한 이후 광신도들로 가득 찬 세상, 광신도들에게 붙잡혀 제물이 될 위기를 맞은 아즈라엘의 고군분투기를 담았다. 혈혈단신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건 <레디 오어 낫>과 유사하지만 전자가 그래도 블랙코미디적 요소로 살육전을 그린다면, 이 영화는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세상의 광기가 숨 막히게 한다. 이 작품에서도 피를 잔뜩(!) 뒤집어쓰다보니 제발 평범한 모습으로 주연을 맡길 바라는 팬들의 아쉬움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