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니 픽쳐스가 최근 CES 2025 행사에서 새로운 실사영화 제작 계획을 발표했다. 소니는 대중적인 게임 콘솔 기기인 플레이스테이션(통칭 PS)의 제작사이기도 한데, PS 기반 게임들 중 고퀄리티 그래픽과 서사를 담고 있는 수작들이 많아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소니는 자사의 플랫폼을 통해 출시되었거나, 자회사에서 개발한 다양한 게임 타이틀을 지속적으로 실사화하려는 계획을 세워 왔는데, 최근 화제가 되었던 게임인 ‘헬다이버즈’를 비롯해 ‘호라이즌 제로 던’의 영화화 계획을 발표한 것.
이전에도 소니 픽쳐스는 지속적으로 PS로 출시된 게임들을 실사영화로 제작해 왔는데, 주요 성공작이 MCU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주인공이었던 톰 홀랜드가 주역으로 분한 <언차티드>다.
이외에도 2023년 유명 레이싱 게임인 ‘그란 투리스모’의 실사영화를 제작한 바 있는데, 두 작품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겼으며 이 중 <언차티드>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약 5,360억 원을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CES 2025에서 발표된 실사화 계획 중 하나는 ‘헬다이버즈’다. 2015년에 출시된 이 게임은 4인 협동으로 진행하는 3인칭 슈팅 게임인데, 미래 인류인 슈퍼 지구(Super Earth)의 특수부대인 헬다이버즈가 되어 적대 세력과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전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화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1편보다는 2024년에 출시된 속편인 ‘헬다이버즈 2’인데, 탑다운(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야, 맵 전체가 눈에 잘 들어오는 시점)이었던 전작과 달리 백뷰(캐릭터의 등 뒤 시점)으로 바뀌어 좀 더 실감 나는 비주얼을 갖추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전파한다는 골지는 동일하지만 좀 더 막장스러운 형태가 된 슈퍼지구의 지배세력과 그에 동화된 시민들을 보다 유쾌한 감각으로 그려냈다는 점이 차이였다.

1편 출시 시점까지만 해도 다소 마니악한 인디 게임 개발사에 가까웠으나, 2024년 가장 화제가 된 게임이 될 정도로 ‘헬다이버즈 2’는 성공을 거뒀다. 물론 초반에는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완성도 때문에 복합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60일에 걸쳐 게임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한 후 실제로 많은 부분이 괄목상대할 만큼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어 다시금 좋은 평가를 받기도.
서사적으로는 1편으로부터 약 100년이 지나며, 승리를 거두었던 슈퍼지구의 지배층이 파시즘에 물들어 시민들에게 프로파간다를 내세우고 거기에 세뇌되다시피 한 시민들이 자각 없이 범죄자로 양성되고 있는 다소 비참한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주인공을 비롯한 헬다이버즈 부대는 이 현실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그저 프로파간다의 훌륭한 하수인이 되어 자살특공에 힘쓸 뿐... 즉 풍자로 가득 찬 블랙코미디라는 데에 더 가까운 게임이다.

이런 지점들을 잘 살려서 영화화한다면 꽤나 웃기는 양상이 될 것 같은데, 원작에는 없는 영웅적 면모를 갖춘 주인공이 추가되는 일은 없길 바란다. 미쳐 있기 때문에 즐거운 서사도 있지 않은지.
두 번째 제작 발표는 ‘호라이즌 제로 던’이었다. 2017년 2월에 발매된 게임으로 시리즈의 첫 작품인데, 아마존 프라임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던 ‘폴아웃’ 시리즈 중 ‘폴아웃: 뉴 베가스’의 리드 작가인 존 곤잘레스가 스토리를 맡았다.
얼핏 이미지만 보면 원시 시대를 다루는 대체 역사 혹은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문명이 멸망한 이후 지구의 지배자가 대자연의 생명체로 바뀌어 과거로 회귀한 듯한 느낌을 주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세계에는 문명 폐허에서 비롯되어 진화를 거친, 동물 모습을 한 기계들이 돌아다니며 짐승들도 곳곳에 건재하고 있다. 인간은 고대 원시 상태로 돌아가 부족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고 있는 현실.

플레이어는 부족의 추방자로 태어난 에일로이가 되어 세계와 관련된 다양한 비밀을 파헤치며 자신의 운명을 찾는 모험을 떠나게 된다. 에일로이의 탄생부터 성인이 되어 운명을 찾아 나설 때까지의 성장 과정을 전체적으로 그리고 있으며, 과거의 문명사회의 흔적인 폐허를 탐험하는 과정이 디테일하게 묘사된다.
‘호라이즌 제로 던’이 출시되던 해인 2017년은 여러모로 명작이 많았던 시기였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과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도 2017년에 출시되었고, ‘인왕’도 이 시점의 게임이다. 하지만 독특한 콘셉트와 방대한 오픈 월드를 기반으로 인기를 얻어 콘솔 유저라면 한 번쯤은 들어 봤고, PS4 타이틀 중 필수 플레이 목록에 늘 들어가던 게임이 바로 ‘호라이즌 제로 던’이었다.

결과적으로 국내 스토어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했고, 출시 5년차인 2022년에는 2,000만 장 판매라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던 인기작이다. 스토리라인도 탄탄하고 게임으로서의 재미도 갖추어 팬층이 두텁기 때문에 실사화는 정해진 수순일 듯한데, 독특한 콘셉트이기는 하나 야생의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원시 부족의 추방자라는 기본 골자가 영화로서 얼마나 매력적일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겠다.
게임 실사화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성공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전에도 언급했다시피 게임과 영화의 유저 경험에는 큰 차이가 있고, 게임은 인터랙션(상호작용)을 기반으로 유저의 행동이나 선택에 따라 진행 방향이 달라지므로 일방적인 영상으로 진행되는 영화와는 재미 포인트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문제도 있는데, 대중이 만족할 수 있을 정도의 영화적 서사를 담아내기에는 당시의 게임들이 충분히 무르익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영화 제작에 있어 게임에서 느꼈던 재미 요소를 그대로 담아내기에는 여러 가지로 어려운 부분이 많았고, 어쩌면 지금도 그렇다.

물론 이전에도 게임 원작 영화 중 안젤리나 졸리가 주역을 맡았던 <툼레이더> 시리즈가 있었고, 유명 좀비물 게임인 '바이오 하자드'를 실사화한 <레지던트 이블>이 있었지만 실제 게임 속 서사와는 다른 독자적인 서사를 전개했으므로 원작 팬 입장에서는 단순히 세계관이나 캐릭터 외형만 따온 작품이므로 원작 실사화라기보다는 스핀오프에 가까운 느낌을 줬던 게 사실이다.
지금도 영화적인 서사로서의 완성을 위해 어느 정도의 각색은 이루어지고 있지만, 어느 정도는 기본 골자를 따라가는 것이 게임 원작 팬들에게는 보다 즐거운 일이 될 것이기 때문에 약간 아쉬움이 남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게임 실사영화는 예전에 비하면 비교적 원작의 요소들을 충분히 반영해 내고 있다. 아마도 이런 점이 게임 실사영화 성공작이 늘어난 요인이 아닐까.

영화 외에도 게임을 영상 콘텐츠로 만드는 작업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사이버펑크 2077’을 토대로 한 애니메이션이 넷플릭스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헨리 카빌이 주연한 <위쳐> 드라마도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라스트 오브 어스>의 실사 드라마도 원작 제작자가 참여한 만큼 원작 요소를 충실히 반영하면서 새로운 지점을 다수 제시해 원작 유저들과 대중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소니 픽쳐스는 이 흐름에 적극적으로 가세하는 제작사라고 할 수 있다. CES 2025에서 발표한 두 가지 작품 외에도 PS 프로덕션을 통해 다양한 작품의 실사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고스트 오브 쓰시마’를 비롯해 ‘갓 오브 워’ 시리즈가 드라마화를 앞두고 있다.

애니메이션부터 실사영화까지, 소니는 자사가 보유하거나 연계된 다양한 IP들을 꾸준히 콘텐츠로 만들어 내는 중이다. 흥미로운 것만은 사실이지만 소니 픽쳐스가 다른 영화 시리즈(이를테면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라든지)에서 보여준 뭔가 부족한 모습 때문인지 어쩐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성공작도 없질 않으니, 이 매력적인 두 작품을 시작으로 더 많은 게임 원작 영화들의 소식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라며.